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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의 취향] 아주 특별한 네스프레소

모두가 커피를 마신다. 이제 우리는 아무도 커피를 좋아하냐고 묻지 않는다. 어느 날 좋은 점심, 기분 좋은 식사 후 시원한(혹은 뜨거운) 커피...
모두가 커피를 마신다. 이제 우리는 아무도 커피를 좋아하냐고 묻지 않는다. 어느 날 좋은…

2017. 10. 09

모두가 커피를 마신다. 이제 우리는 아무도 커피를 좋아하냐고 묻지 않는다. 어느 날 좋은 점심, 기분 좋은 식사 후 시원한(혹은 뜨거운) 커피 한 잔이 생각나는 건 이제 더이상 새로운 일이 아니다. 나도 당신도, 우리는 모두 커피를 좋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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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커피를 마신다. 그 어느 때보다도 많이. 4차 산업혁명이 회자되고 있는 지금. 커피도 벌써 3번째 물결을 맞이했다. 커피에 대한 취향은 이제 와인처럼 원산지와 떼루아에 대한 취향으로 옮겨갔다. 그래 어쩌면 커피의 취향에 대한 질문은 이게 맞을 지도 모르겠다. “어디 커피를 좋아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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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커피를 마신다. 지금 기사를 쓰는 이 순간에도 내 맥북 옆에는 아메리카노가 차갑게 식어가고 있다. 잠을 깨야 해서, 시간이 남아서, 배가 불러서, 어색한 사람과 만나야 해서. 세상에는 커피를 마셔야 할 이유가 너무나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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꽤 많은 커피를 마셔봤다고 자부하는 편이지만, 오늘은 정말 특별한 커피를 맛봤다. 네스프레소는 일 년에 두 번 전세계를 돌아다니며 찾은 진귀한 커피를 ‘익스플로레이션즈’란 이름으로 선보인다. 벌써 그 두 번째 시리즈. 익스플로레이션즈 2다.

커피를 마시는 일은 나에게 일종의 종교 의식과 닮았다. 그것이 설령 인스턴트 커피라해도. 물을 끓이고, 후르륵 잔에 커피가루를 쏟아붓고, 휘휘 저어 물의 소용돌이를 보는 과정은 신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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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스프레소의 경우 그 경험은 조금 더 경건해진다. 구비해둔 캡슐 컬렉션 중, 오늘은 어떤 맛을 마셔볼까. 수능 답안지 보다 더 치열하게 고민하고 선택한다. 전원을 켜고 예열을 하고, 은은한 빛을 띠는 작은 캡슐을 머신에 넣는다. 꾸욱 힘을 주어 캡슐을 고정하고 이제 마지막 딸깍. 버튼을 누르면 머신은 몸을 잘게 떨며 커피를 뽑아낸다. 캡슐 안에 갇혀있던 향과 맛이 부드러운 융단처럼 뿜어져 나온다. 벨벳처럼 고운 크레마 그리고 진한 커피 향을 뿜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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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를 사랑하는 나의 수다가 멈출 줄 몰랐다. 이제부터 본론이다. 오늘의 주인공. 지구 반바퀴를 뺑 돌아 내 곁으로 온 이 녀석을 만나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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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닉한 느낌의 패키지. 귀엽다. 기존의 도회적인 인상을 뿜던 네스프레소와는 전혀 다른 느낌이다. 난 이런 새로움이 좋다. 한정판이란 온몸으로 티를 내야 한다. 알아보니 에티오피아 예가체프콜롬비아 아과다스에서 자주 쓰이는 직물과 패턴에 영감을 받아 탄생한 디자인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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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오렌지와 그린 컬러가 멋스럽게 조화된 에티오피아 예가체프부터. 에티오피아는 아프리카 대륙이지만, 국토의 대부분이 해발 1,000m 이상의 고원 고산지대다. 아프리카라고 하면 작열하는 태양과 넓은 사파리를 생각하기 쉽지만, 에티오피아는 오히려 일 년 내내 서늘한 편이다. 특히 에티오피아 예가체프의 경우 2,000m 이상의 고산지대에서 재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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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의 맛을 제대로 느껴보기 위해 깊고 진한 에스프레소를 내렸다.

사실 에티오피아 예가체프는 싱글 오리진 커피를 취급하는 곳에서 내가 항상 선택하는 나의 안전지대다. 신맛과 단맛의 밸런스가 좋아서 언제 마셔도 그나마 실패가 적은 편이었다. 그런데 정도의 차이가 있긴 했지만, 같은 예가체프도 맛의 편차는 언제나 있었다. 커피는 예민하다. 보관과 관리는 쉬운 일이 아니다. 멀고 먼 곳에서 이곳 대한민국으로 온 이 원두가 정말 현지의 맛과 얼마나 똑같을지는 아무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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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네스프레소는 이 작은 캡슐 안에 최상의 맛을 담아내기 위해 그들의 전문성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가장 많이 마시지만, 어쩌면 누구도 모를 에티오피아 예가체프의 진정한 맛과 풍미를 담기 위해 나온게 이번 익스플로레이션즈 2 시리즈의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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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시기 전, 첫인상은 꽤 화사한 편이다. 벨벳처럼 부드러운 텍스처와 크레마가 식욕을 자극한다. 혀를 타고 따라 들어가는 궤적을 따라 과일의 새큼한 맛과 화려한 꽃향기가 흘러간다. 목구멍을 넘기면, 그 맛은 좀 더 미묘해진다. ‘커피의 귀부인’이라는 별명이 왜 따라붙었는지 단번에 알 수 있다.  잡힐 듯 잡히지 않는, 알듯 알 수 없는 우아하고 섬세한 맛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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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콜롬비아 아과다스. 남미의 안데스 산맥에 위치한 콜롬비아는 세계 3위 커피 생산국이다. 커피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도 아마 아과다스라는 산지는 꽤 생소할거다. 콜롬비아 아과다스는 콜롬비아 커피 농부의 열정과 헌신이 만들어 낸 작품이다. 그야말로 네스프레소가 ‘숨겨진 보물’을 찾아낸 거라고 봐도 좋겠다. 무슨 말이냐고? 누구나 쉽게 맛볼 수 없는 그런 귀한 맛이라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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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실히 예가체프보다는 훨씬 더 달콤하다. 강하지 않은 산미와 진한 달콤함이 어우러져 커피를 넘기고 나서 목 뒤까지 끈질기게 풍미를 잃지 않는다. 가볍지 않고 진득한 달콤함과 새콤함이 있다. 높은 산지에 위치한 아과다스는 밤이면 기온이 급격하게 낮아져서 커피를 발효시키는데 꽤 오랜 시간과 정성이 필요하다. 시간과 정성은 배신하지 않았다. 더 많은 정성이 들어간 만큼 응축된 맛이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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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의 여유였다. 전쟁같은 일상에서 약처럼 털어넣는 커피가 아니라, 진짜 좋은 커피를 천천히 음미하며 즐겨본 게 얼마만이었는지 모르겠다. 멈추지 않고 돌아가는 일상에 보물같은 커피는 향이 좋은 쉼표 역할을 한다. 네스프레소 머신이 있다면, 앞으로 매년 선보일 익스플로레이션즈 시리즈를 눈여겨 보는게 좋겠다. 오직 선택받은 사람들만 마셔볼 수 있는 이 커피는 더 맛있는 법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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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혜민

에디터M. 칫솔부터 향수까지 매일 쓰는 물건을 가장 좋은 걸로 바꾸는 게 삶의 질을 가장 빠르게 올려줄 지름길이라 믿는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