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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의 취향] 입술을 깨물고

안 좋은 습관이 또 발동했다. 좋아하는 브랜드에서 아무도 사지 않을 것 같은 물건 사기. 건조함은 입술 끝에서 온다. 입술이 자꾸...
안 좋은 습관이 또 발동했다. 좋아하는 브랜드에서 아무도 사지 않을 것 같은…

2017. 09. 25

안 좋은 습관이 또 발동했다.
좋아하는 브랜드에서 아무도 사지 않을 것 같은 물건 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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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조함은 입술 끝에서 온다. 입술이 자꾸 일어난다. 손가락을 더듬거려 잡아 뜯는다. 이 습관은 거의 피를 보고 나서야 끝이 난다. 다큰 여자가 입술에 피딱지를 붙이고 다니는 건 창피한 일이다. 립밤을 사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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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립밤을 찾았다. 라부르켓의 립밤. 어떤 드라마에서 고현정이 발라서 ‘고현정 립밤’이라고도 한다. 고작 립밤 발라서 고현정처럼 고운 피부를 가지게 될리 만무하지만, 그래도 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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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라부르켓(LA:BRUKET)은 춥고 건조한 곳에서 왔다. 사계절 내내 깊고 검은 바다가 요동치는 스웨덴의 서쪽 해안도시. 그곳에서 에센셜 오일, 약초 등 천연성분으로 만든 화장품을 만들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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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이 북유럽스럽다. 오직 제품에만 집중했다는 뜻이기도 하지만, 가격이 꽤 비싸다는 소리이기도 하다. 립밤은 2만원. 핸드크림도 2만원 후반대다. 모든 용기는 욕실 바닥에 떨어져도 깨지지 않는 소재를 사용한다. 또 병이 갈색인 이유는 천연원료를 사용한 제품의 변질을 막기 위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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립밤 역시 놀랍도록 간결하다. 브랜드 이름과 제품명(그냥 립밤이다)그리고 숫자가 있다. 이 숫자는 라부르켓에서 물건이 만들어진 순서다. 그러니까 립밤은 라부르켓에서 만든 17번째 자식이라고 생각하면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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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성분도 어려운 게 하나도 없다. 아몬드오일, 호호바 오일, 제품을 굳히기 위한비즈왁스 비타민E, 해바라기 씨 오일이 전부. 화장품 성분(그것도 영어로 되어 있는)을 이렇게 전부 이해한 건 아마도 이번이 처음인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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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다. 솔직히 처음 받고 이건 딱풀인가 싶었다. 섣불리 입술에 가져다 대기엔 조금 위압적인 크기다. 그래서 난 손가락으로 바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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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코넛과 아몬드 향이 난다. 바를 땐 코에 아주 조금 날듯말듯 코코넛 향이 스치지만, 막상 입술에 바르고 나면 무향에 가깝다.

입술에 바르면 아주 얇은 막이 생기는 느낌. 빠르게 스며든다. 오물오물 끊임없이 입술을 움직이는 편이기 때문에 입술이 답답한걸 싫어한다. 그런데 이건 정말 얇게 발리고 오래동안 촉촉함이 유지된다. 바르자마자 아주 얇은 막이 씌워지면서 천천히 입술에 흡수되는 느낌인데. 바른 후 어느 정도 지나고 입술을 만지면 많이 묻어나오는 게 없다. 놀랍다. 신기해서 자꾸 만지작거리고. 또 바른다. 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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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격이 비싸지만 대신 용량이 17mL으로 아주 넉넉하다. 일반적인 립밤의 용량이 4g 정도라는 것을 감안했을때 아주 관대한 편. 아마도 이 립밤의 바닥이 보일때 쯤이면 가을과 겨울이 지나고 꽃피는 계절이 찾아오겠지.

이솝 핸드크림이 쪼그라들고 있다. 라부르켓의 핸드크림이 그렇게 괜찮다고하던데, 다음엔 그걸 사봐야겠다.

About Author
이혜민

에디터M. 칫솔부터 향수까지 매일 쓰는 물건을 가장 좋은 걸로 바꾸는 게 삶의 질을 가장 빠르게 올려줄 지름길이라 믿는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