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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의 V30

나는 플래그십 스마트폰들이 쏟아져 나오는 가을 시즌이 즐겁고도 놀랍다. 스마트폰의 변화는 곧 일상의 변화를 의미한다. 손바닥만 한 기기 위에서 우리...
나는 플래그십 스마트폰들이 쏟아져 나오는 가을 시즌이 즐겁고도 놀랍다. 스마트폰의 변화는 곧…

2017. 09. 01

나는 플래그십 스마트폰들이 쏟아져 나오는 가을 시즌이 즐겁고도 놀랍다. 스마트폰의 변화는 곧 일상의 변화를 의미한다. 손바닥만 한 기기 위에서 우리 사는 모습이 어떻게 변할지를 점쳐보는 건 특별한 경험이니까. 삼성이 갤럭시 노트8을 공개한데 이어, LG V30 시리즈가 공개됐다.

LG 스마트폰엔 ‘인터넷 최강폰’이라는 슬픈 별명이 있다. 웹상에서의 인지도에 비해 실제 판매량이 뒷받침 되어주지 않았기 때문. 뭐랄까. 이런 느낌이었다. 남들이 LG 욕을 하면 “아냐! LG 좋아!!”라고 편들어주고, 실제로 나는 다른 폰을 쓰는 이율배반적인 그런 현상. 몇 번의 삽질로 타격 입은 이미지를 오래도록 회복해오고 있지만, 한 가지 확실한 건 LG가 이 바닥에서 가장 노력하는 플레이어라는 사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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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제품으로 세 번째 V 시리즈다. V시리즈는 원래 LG의 세컨드 플래그십이다. LG 모바일의 안방마님은 누가 뭐래도 G시리즈다. 둘이 어떻게 다르냐고? G시리즈가 모두를 위한 클래식이라면, V는 마니아를 위한 모험에 가깝다(G시리즈가 벌였던 드라마틱한 모험에 대해선 함구하도록 하자).

이번 신제품 V30에선 모험가의 면모는 많이 줄었다. 잘 다듬어진 플래그십 스마트폰이 됐다. 나쁘게 말하면 범생이가 됐고, 좋게 말하면 어른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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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예쁘다. 기대 많았던 갤럭시 노트8이 컬러리스트를 해고한 것 같은 기묘한 후면 컬러로 날 실망시켰던 차에 반가운 소식이다. 블랙, 실버, 블루, 바이올렛의 네 가지 컬러가 공개됐는데 다 예쁘다. 특히 오묘한 광택의 바이올렛이 궁금하다. 스마트폰에서 이런 컬러는 처음 본다. 새롭다.

얼마 전 출시한 G6+에서 보여줬던 새로운 블루 컬러에 감탄했던 만큼, 신제품의 실물에도 기대를 봐야겠다. 빨리 직접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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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면 크기는 6인치. 전작인 V20보다 화면은 커졌지만, 스마트폰 크기는 줄어들었다. 내가 지금 대화면 스마트폰인 아이폰7 플러스를 메인으로 쓰고 있어서 아는데, 화면이 크면 보는 재미는 더해지지만 모든 게 불편하다. 무겁기도 하지만, 한 손에 쥐기 어려워 불편한 순간이 종종 있다. V30은 무게를 옴팡지게 줄였다. 두께는 고작 7.3mm. 무게는 158g이다. 참고로 5.7인치 화면인 아이폰7 플러스의 무게는 188g.

2:1이지만 18:9라고 불러야 하는 길쭉한 화면비를 적용한 올레드 풀비전 디스플레이도 인상적이다. V시리즈는 전화가 되는 오디오 장비라고 부를 만큼 오디오 솔루션이 훌륭하다. V20처럼 쿼드 DAC를 탑재해서 고음질 음원을 재생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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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궁금한 건 카메라다. 카메라에 변화가 가장 많다. ‘스마트폰 최초’라는 요란한 타이틀이 붙는 요소가 많으니 눈 여겨 살펴보자. 일단 역대 스마트폰 중 가장 밝은 조리개값 F1.6을 구현했다. 더 어두운 상황에도 대응할 수 있는 카메라가 됐다는 뜻이다. 기존 스마트폰 카메라의 렌즈는 모두 플라스틱을 사용한다. V30의 카메라는 6장의 렌즈로 구성됐는데, 그 중 첫 번째 렌즈에 유리렌즈를 사용했다고. 이렇게 하면 기존 플라스틱보다 가시광선 투과율이 높아서 더 정확한 색감을 잡아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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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일 마음에 드는 건 새로 추가된 영상 촬영 기능이다. ‘시네 비디오’모드는 스마트폰으로도 수준급 영상을 찍을 수 있는 기능을 지원한다. 사진을 촬영하며 감성적인 필터를 적용하는 건 이제 흔해 빠진 기능이지만, 영상에서는 그렇지 않다. 자연스럽고 예쁜 필터를 적용하는 앱을 찾기도 힘들지만, 처리하는데도 시간이 오래 걸리고, 화질도 크게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 V30에는 자체적으로 영상 필터를 입힐 수 있는 시네 이펙트 기능이 들어갔다. 영화 화면 같은 느낌으로 필터를 입히고 고화질 영상을 촬영할 수 있다고 한다. 영상 꿈나무인 내 마음 속에서 예술혼이 꿈틀 거린다. 영상을 촬영하면서 전문 장비를 사용한 것처럼 부드럽게 줌인/줌아웃 할 수 있는 기능도 추가됐다. 아무래도 이게 V30의 킬러 콘텐츠가 되지 않을까 예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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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대세인 듀얼 카메라는 LG의 스마트폰에겐 이제 너무 당연한(?) 옵션이다. G6처럼 표준 화각과 초광각 카메라가 함께 들어갔다. 스마트폰에서 사진을 찍을 수 있는 건 정말 매력적인 요소다. 하지만 갤럭시 노트8이나 아이폰7 플러스처럼 듀얼 카메라를 이용한 보케 효과 촬영이 들어가지 않은 건 괜히 아쉽다. 갈 길이 다른 거니까 어쩔 수 없는 일일까.

구글 어시스턴트의 한국어 버전이 탑재됐다는 소식도 반갑다. 전반적으로 밸런스가 좋은 모델이다. V시리즈 특유의 패기가 사그라든 건 아쉽지만, 잘 다듬어 졌다. 조금 더 대중적인 느낌, 모두의 V30가 됐달까. 실물을 기대해보는 중이다.

Tags#LG, #v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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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경화

에디터H. 10년차 테크 리뷰어. 시간이 나면 돈을 쓰거나 글을 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