힙스터를 향해 쏴라, OLDV

얼마 전, 내 타임라인은 수상한 체크 리스트로 들썩였다.

[힙스터 체크리스트]

– 맥주는 수입 맥주만 마신다. 선택지가 없으면 카스다(X)
: 무슨 소리. 닭발, 육회 같은 음식엔 쨍한 맛의 국산 맥주가 짱짱맨이다.

– 말할 때 자주 물성, 소구하다, 진정성이라는 단어를 사용한다(X)
: ???? 누구랑 어떤 내용으로 대화를 하면 이런 단어를 대화 속에 사용한다는 거지? ‘현대인의 진성성은 말야 물성에 대한 소구에서 나오지.” ???

-주말 늦은 저녁 시간을 혼자 보내는 곳은 스타벅스다(O)
: 일요일 저녁엔 항상 일을 한다. 스타벅스는 내게 익숙한 커피맛, 깨끗한 화장실, 느리지 않은 와이파이를 제공하는 홈스윗 홈이다.

-휴대전화는 블랙베리 폰(구 모토로라 사용자)과 아이폰(구 노키아 사용자)이다(O)
:나의 스마트폰 이력은 블랙베리 두 대(볼드 9000/ 9780) 그리고 LG옵뷰(?) 그리고 아이폰, 아이폰, 아이폰이다.

40개가 조금 안 되는 문항 중 난 11개가 나왔다. 솔직히 맥락도 의미도 없는 체크리스트였다. 힙스터 체크리스트라니. 애초에 말이 되지 않는다. 힙스터란 남들에게 정의되는 것을 거부하는 사람들이 아니던가. 글쎄. 그들에게 공통점이 있다면 남들이 하지 않는 것을 골라 한다는 것과, 과거(아날로그)에 대한 아련한 향수를 가지고 있다는 것 정도일까.

[힙스터라면 액체괴물, 아이유도 요즘 빠져있다고 들었다]

오늘은 힙스터들이 솔깃할 만한 앱을 들고 왔다. 왜냐고? 구닥은 벌써 지겨우니까. 이제 새로운 앱으로 옮겨가야할 때다.

우리의 일상을 과거 TV속으로 박제해주는 앱, OLDV. 아마도 올드(old) 비디오(video)가 아닐까조심스럽게 추측해 본다. 아니, 이거 말고는 딱히 없다. 정말 옛날 TV 같은 앱이다.

요즘 디에디트는 괴물의 습격을 받아 초토화됐다. M이고 H고, 심지어 인턴까지 하루 종일 흐리멍텅한 눈으로 액괴만 조물락대고 있다. 그 괴물의 실체를 OLDV로 담았다. 아주아주 무서운 영상이니까 다들 후방 주의.

사용 방법은 어렵지 않다.  빨간 버튼으로 녹화를 하고, 최대 1분씩 총 4개의 클립을 엮어 동영상으로 만들어준다. 그러니까 OLDV로 찍을 수 있는 가장 긴 영상은 4분.

[비디오 게임 돋는 설정 화면]

이 앱의 백미는 바로 레트로풍 배경음악이다. 총 5개의 배경음악이 있는데, 모두 레트로 감성 물씬. 올드 게임 배경음악풍의 비트가 나를 쫀다. 뚜뚜뚠뚜. 각각의 분위기가 조금씩 달라서 전혀 다른 종류의 영상을 찍는 것도 가능하다.

소소하지만, 꽤 재미있는 기능들이 있는데 좀 더 살펴보자. 영상을 찍는 동안 초록색 글리치(Glitch) 버튼을 누르면, 꼭 3D 화면을 안경없이 보는 듯한 노이즈 효과를 낼 수 있다.

왼쪽에 줌(Zoom) 버튼으로 무언가를 강조할 수도 있다. T를 누르면 줌인, W로 줌아웃. 두배 정도는 강조하고 싶은 순간, 가까이 더 가까이 다가가 보자. 줌줌!

리셋(Reset) 버튼은 모든 클립을 지우거나, 혹은 마지막에 찍은 클립이 마음에 들지 않아 삭제하고 싶을 때 사용한다. 아쉬운 점은 클립을 찍고 촬영 결과물을 확인할 수 없어서, 어떻게 나왔는지는 순전히 나의 기억에 의존해야 한다. 미리 보기가 지원되고, 바로 전 클립뿐만 아니라 그 전에 찍은 클립도 삭제/수정이 가능하면 더욱 편리할텐데 좀 섭섭하다.

솔직히 이 앱에 화질을 기대하면 곤란하다. 오직 레트로 감성을 위해 태어난 앱이니까. 우리 집 댕댕이의 모습을 가족 단체 카톡 방에 올렸더니, 부모님이 바로 카메라가 고장 나거나 인터넷이 이상한 거 아니냐고 의문을 제기했다. 섣불리 OLDV로 찍은 영상을 남들에게 공유했다간 빈축을 살 수도 있다. 하지만, 본디 힙스터란 남들의 비난에도 ‘바보, 내가 하면 유행이 된다구’ 비웃음을 날리며 의연함을 지킬 줄 알아야 한다.

그러니까 다들 이 앱을 다운받아 시대를 앞서나가보자. 뿜뿜

OLDV

Store – iOS
Point –  벌써 구닥에 질린 당신께
Price – 1.09
Size – 20.3MB
Download – 클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