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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여름 밤의 보스

안녕 여러분. 에디터H다. 오늘은 내가 홀딱 반한 스피커 하나를 소개하려고 한다. 리뷰 거리가 떨어지면 써먹으려고 묵혀놨는데, 오늘이 바로 그 날인...
안녕 여러분. 에디터H다. 오늘은 내가 홀딱 반한 스피커 하나를 소개하려고 한다. 리뷰…

2017. 08. 09

안녕 여러분. 에디터H. 오늘은 내가 홀딱 반한 스피커 하나를 소개하려고 한다. 리뷰 거리가 떨어지면 써먹으려고 묵혀놨는데, 오늘이 바로 그 날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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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말하자면, 나는 블루투스 스피커보단 혼자 음악을 들을 수 있는 헤드셋을 주로 쓴다. 그닥 아웃도어 타입도 아니고 여럿이 모여 음악을 들을 일도 별로 없기 때문. 때로는 음악을 크게 틀어 놓는 일이 머쓱하기도 하다. 내가 어떤 노래를 듣는지 사람들이 알게 되는 것도 괜히 쑥스럽고. 이렇게 말하니 수줍은 히키코모리 같지만 여튼 내 성향은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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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지난 6월엔 급하게 ‘소리도 좋은데 예쁘고 덩치 작은 블루투스 스피커’가 필요했다. 얼굴도 예쁘지만, 몸매도 좋고, 분위기 파악도 잘하고, 노래까지 잘 하는 애가 필요했단 얘기다. 왜냐고? 디에디트의 1주년 파티가 있었거든. 6월 29일. 바람이 아직 서늘하던 초여름의 밤. 청계천 인근의 오래된 건물에서 루프탑 파티를 열었다. 디에디트의 이름을 새긴 네온사인이 요란하게 빛나고, 맥주병 부딪히는 소리가 멈추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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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하게 준비한 파티였는데 제법 멋졌다. 모든 게 반짝거리고 완벽해 보였다. 음악까지.

완벽한 순간을 위해 내가 섭외한 스피커는 보스의 제품. 어디 갖다 놔도 예쁜 사운드링크 리볼브+. 덩치가 작은 스피커라 걱정했지만, 수 십 명의 사람들이 떠들고 있는 파티 자리에서도 자기주장 강한 사운드를 들려 주더라. 나한테 “음악 어디서 나오는 거예요?”라고 물어본 사람이 있었을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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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은 마음 편하게 애플 뮤직의 선곡을 믿었다. 몇 가지 들어보다가 ‘미드나잇 시티’라는 재생목록을 선택했다. 리드미컬하고 감각적인 선곡이 이어진다. 각기 다른 아티스트의 음악이지만 3시간 가까운 플레이 시간 동안 같은 컨셉을 잃지 않는 느낌이랄까. 발랄한 힙스터 소년은 음악에 맞춰 몸을 흔들기도 했을 정도.

사진으로 표현됐을지 모르겠지만, 파티 장소는 꽤 넓었다. 뭐라고 해야 할까. 탁 트인 장소에서 소란스러운 말소리를 뚫고 음악소리가 울리기 시작했을 때의 그 찡한 느낌을. 시원스럽게 뽑아내는 소리가 감동적이다. 처음에 음악을 틀었을 땐 다들 “오오~”하며 환호했다. 존재감이 강한 사운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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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은 바디에서 어떻게 이런 소리가 나올 수 있는지 살펴보자. 스피커 그릴이 바디 전체를 둥글게 두르고 있다. 360도 모든 방향으로 소리를 퍼트리는 설계다. 덕분에 스피커 위치만 잘 잡으면 모두가 공평하게 균형 잡힌 사운드를 즐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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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무실에선 벽 가까이에 두고 테스트해본 적도 있다. 한쪽 벽면에 소리가 반사되며 깊이 있는 울림을 만들어낸다. 늘 말하지만, 난 오디오 전문가는 아니다. 하지만 좋은 스피커는 듣는 순간 명료하게 “와, 좋다”라는 감탄이 나온다. 뭔가 내 목울대가 같이 울리는 것 같은 풍성한 저음과 볼륨감. 좋은 스피커의 조건이 무엇은지 읊으라면 자신 없지만, 확실히 귀와 마음을 사로잡는 소리인 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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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피커엔 영 관심이 없던 에디터M도 똥머리를 쫑긋 세우며 집중한다. “이거 뭐야? 되게 좋다?” 파티를 앞두고 밤샘 작업을 하던 날엔 이 스피커로 사무실이 떠나갈 듯 음악을 틀어놓기도 했다. 숨이 탁 트이는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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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도 꽤 괜찮다. 세련된 느낌의 원통형 알루미늄 바디에 귀여운 손잡이가 달려 있어서, 이동이 쉽다. 방수도 지원하니 술 먹다가 쏟아도 당황하지 말자. 그렇다고 일부러 술을 쏟을 필요는 없고. 에디터M이 바닥에 떨군 적도 있었는데  별 이상 없더라. 꽤 튼튼한 것 같다. 스피커 상/하부만 소프트한 재질로 마감해 충격을 줄여주는 효과가 있는 듯. 그렇다고 일부러 던지진 마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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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쉬웠던 점도 있다. 사운드링크 리볼브+ 두 대가 있으면 스테레오 모드로 재생할 수 있는데, 보스 커넥트 앱에서 연결 오류가 발생해서 한 대만 홀로 방치해야 했다. 모처럼 이 비싼 스피커를 두 대나 마련했는데, 한 대만 데뷔시켜야 해서 마음이 얼마나 찢어지던지. 한 대만 켜놔도 좋은데, 같은 공간에서 두 대를 동시에 스테레오로 재생하면 얼마나 좋았을까? 수차례 시도해도 오류가 나던 건 앱의 안정성 문제였을까? 그렇다면 보스는 제발 앱 업데이트를 해달라….

사운드는 너무 당연한 조건이고, 가장 큰 장점은 배터리다. 최대 16시간 동안 재생할 수 있는 인자한 배터리 시간이 감동적이다. 물론, 이것보다 재생시간이 긴 스피커도 많겠지. 하지만 이만큼 소리가 좋은 애들 중에선 드물걸.

사운드링크 리볼브 스피커는 두 종류로 출시됐다. 하나는 내가 오늘 소개한 사운드링크 리볼브+. 플러스가 달린 모델이 조금 더 몸집도 크고 재생시간도 길다. 기본형 사운드링크 리볼브 모델은 재생시간이 조금 더 짧은 대신 크기도 콤팩트하고 가격도 조금 더 콤팩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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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스는 꽤 재밌는 브랜드다. 공식 사이트에 가봐도 알아듣기 힘든 용어로 제품 스펙을 설명해놓은 페이지를 찾을 수 없다. 가장 쉽고 직관적인 언어로 제품을 설명한다. 소리는 들어보면 알 테니, 출력이나 재생주파수대역 따위가 뭐 중요하겠냐는 느낌이다. 쿨하다. 마음에 든다. 디에디트처럼.

기사를 쓰는 지금도 그때의 기분이 생각난다. 아무도 없는 새벽녘의 사무실에서 에디터M과 둘이서 음악을 들었다. 가슴이 쿵쿵 울리는 것 같았지. 오래된 팝송을 들었는데 시절이 거꾸로 지난 것처럼 묘한 기분이었다. 스피커가 좋아서 그랬는지, 그 순간의 기억이 아련해서였는지는 알 수 없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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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도 리뷰를 쓰며 이런 기분을 느꼈던 적이 있었는데, 그때도 스피커였다. 그건 소니의 히어고. 역시 음악은 좋다. 언제나 결론은 간단하다. 좋은 물건이 좋은 순간을 만들어준다는 것. 예쁘고, 가볍고, 가슴 울리는 스피커를 찾고 있었다면 추천. 가격은 사운드링크 리볼브+ 47만 원대, 사운드링크 리볼브 29만 원대.

Photo by. 장재은

About Author
하경화

에디터H. 10년차 테크 리뷰어. 시간이 나면 돈을 쓰거나 글을 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