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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 나 예쁜 노트북 필요해

안녕, 여러분. 편협한 리뷰 요정 에디터H다. 전부터 맥북 말고 윈도우 노트북을 추천해달라는 요청이 많았다. 맥북만 리뷰하는 건 편협한 리뷰어가 아니냐는...
안녕, 여러분. 편협한 리뷰 요정 에디터H다. 전부터 맥북 말고 윈도우 노트북을 추천해달라는…

2017. 08. 09

안녕, 여러분. 편협한 리뷰 요정 에디터H다. 전부터 맥북 말고 윈도우 노트북을 추천해달라는 요청이 많았다. 맥북만 리뷰하는 건 편협한 리뷰어가 아니냐는 이야기도 있었다.

그래요, 잘못했습니다. 맥북만큼 예쁜 거 찾느라 늦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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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린 리뷰가 허다하건만 헐레벌떡 노트북 리뷰를 준비한 이유는 동업자의 압박 때문이다. 미국에 유학간 여동생이 노트북 추천을 해달랬다며, 나를 달달 볶더라. 에디터M은 이상하게 여동생을 좀 무서워한다. 본인 입으론 아니라고 하는데 “안돼! 나 혜리 한테 혼나!”라는 말을 입버릇처럼 한다. 내 말은 귓등으로도 안 들으면서…. 아무튼 이렇게나 공포의 대상인 에디터M의 여동생 분이 필요로 하는 노트북의 조건은 다음과 같다.

1. 예뻐야 한다. (디자인의 완성도를 따지겠다는 뜻이다)
2. 드라마를 볼 거다. (디스플레이의 크기는 물론 스피커의 성능까지 따지겠다는 뜻이다)
3. 학교갈 때 들고 다닐 거다. (매일 가지고 다니기 부담 없을 만큼 휴대성이 뛰어나야 한다는 뜻이다)
4. 공인인증서를 꽂을 수 있어야 한다. (윈도우 노트북이어야 함은 물론 USB 메모리를 꽂을 수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묘하게 까다로운 리스트다. 이제부터 여동생의 이니셜을 따서 L이라고 부르겠다. L은 원래 12인치 맥북을 썼다. 가볍고 예쁜 제품이다. 하지만 맥OS에 익숙치 않았던 L은 USB 하나 꽂을 수 없는 맥북에 광분하며 중고나라에 처분해버리고 유학길에 올랐다. 그런데 막상 미국에 가니 어떤 노트북을 사야할지 알 수 없었던 것. 그래서 한국에 있는 언니(정확히 말하면 언니의 동료)에게 질문을 했고 이 기사가 나오게 됐다. 이것은 한국 사회에 만연한 혈연, 지연 중심 문화에 의해 탄생한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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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레스 받으며 골랐다. 그 중에 제일 신경쓴 부분이 디자인이다. 알록달록한 노트북 보다는 시크하고 도시적인 디자인을 좋아한다는 정보를 입수했다. 그리고 신상을 좋아하신다고. 출시된지 1년 미만의 노트북으로 골라야 한다는 경고의 메시지도 함께 받았다. 거친 여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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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주인공은 HP 엔비13(HP ENVY 13-ad052TU KOR). 솔직히 말하자면 원래 HP 노트북에 큰 관심은 없었다. 근데 작년이었나, HP가 스펙터를 공개하며 로고를 바꾼 후 부터는 그렇게 예뻐보이더라. 길이가 다른 사선 4개 만으로 HP를 표현한 로고는 멋짐 그 자체. 시크함이라는 것이 폭발해 버렸달까. 알고보니 프리미엄 라인업에만 사용하는 로고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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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은한 광택의 알루미늄 바디인데 실버 컬러 같기도 하고, 묘하게 골드빛이 돌기도 한다. 알루미늄 바디는 언제나 진리인 것. 측면에는 칼같이 잘라낸 크롬 엣지가 돋보인다. 이 위에 ENVY 로고를 음각으로 새긴 게 신의 한 수. 멋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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곳곳에 디테일이 돋보인다. 회사에서 디자인이 끝내주는 노트북을 만들라고 해서 디자이너가 고심한 흔적이 엿보인다. 하다못해 스피커 패턴까지 화려하게 디자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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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만 세심한 사람이라면 노트북을 열 때 접합부가 독특하다는 걸 눈치챌 수 있다. 리프트 힌지라고 부르는 디자인이다. 화면을 열어 올리면, 힌지 부분이 독특하게 맞물린다. 말로 설명하면 어려우니 사진을 보자. 상판의 굽은 부분이 하판을 살짝 들어 올리는 구조다. 왜 이렇게 만들었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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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구조 덕분에 본체와 바닥 사이에 약간의 공간이 생긴다. 노트북 내부에서 발생하는 열기가 배출될 공간이 생긴다는 뜻이다. 환풍구가 바닥에 닿아있는 것보다는 빠른 쿨링이 가능해진다. 덧붙여 말하면 적당한 경사가 생겨 타이핑할 때 손목이 편안하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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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노트북 고르기가 어렵다고 하는데, 노트북은 숫자에 대한 반응이 아주 정직한 제품이다. CPU가 무엇인지만 잘 확인하고 구입하면 성능 좋은 제품을 골라내기 어렵지 않다. 물론 그에 맞는 가격표가 따라붙는 것도 당연한 일이고. 어떤 게 제일 좋냐고 묻는다면, 요즘 나온 노트북 중에선 7세대(이게 중요하다) 인텔 코어가 들어갔다고 써 있으면 성능이 빵빵한 제품. 이렇게 이해하면 쉽다. 더 이상 설명하려하면 복잡해진다.

HP 엔비 13은 7세대 인텔 코어 i5-7200U 프로세서를 탑재했다. 흔히 카비레이크라고 부르는 인텔의 최신 프로세서다. L이 좋아하는 신상이라는 증거이기도 하다. 수준급의 성능은 물론 소비 전력이 낮다는 게 장점. 여러 가지 작업들 동시에 처리할 때 능하며, 비교적 긴 배터리 시간을 보장해준다. 들어보니 L이 주로 쓰는 프로그램 중 가장 무거운 것은 포토샵 정도. 충분하다. 오버 스펙일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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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게임은 하지 않지만, 영상 편집을 자주 하기 때문에 프리미어를 설치하고 컷편집을 시도해봤다. 소니 A6500으로 촬영한 4K 영상 클립을 이리 저리 자르고 붙여넣기 하는 작업이 무겁게 느껴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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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면은 13.3인치. 휴대가 용이한 선에서는 가장 널찍한 화면이다. 개인적으로 15인치 대 노트북은 보기엔 좋아도 들고 다니긴 좀 버겁더라. 무게는 1.23kg로 제법 가벼운 편. 내가 사용하는 노트북이 13인치에 1.37kg이니 엔비 13이 조금 더 크고 조금 더 가벼운 셈이다. 휴대성은 합격. 전작에 비해 화면 좌우 베젤도 극단적으로 줄였다. 덕분에 화면 몰입도가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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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쉬운 점도 있다. 포트를 보자. 전작에 있었던 HDMI 포트가 종적을 감췄다. 모든 노트북들이 점점 구멍을 줄여가는 추세인데, 개인적으론 너무나 안타까운 일. 실제로 C포트 밖에 없는 맥북을 쓰다보니 순간 순간 불편한 일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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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고 확장성이 영 떨어지는 제품은 아니다. USB A포트는 물론, USB C포트까지 갖추고 있다. 그것도 각각 두 개 씩이나. 마이크로 SD 슬롯도 반갑다. 그냥 SD 슬롯이었다면 좋았겠지만, 이 정도도 땡큐다.

고마운 가운데 한 가지 볼멘소리를 더 하자면 C포트로 노트북 본체를 충전할 수는 없더라. 따로 전용 충전기를 챙겨다녀야 하는 사유가 되는지라 조금 안타까운 요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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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보드는 합격이다. 처음엔 조금 물렁했지만, 키 높이가 충분해서 누를 때의 손맛이 좋다. 오타도 적게 나고 키 간격도 충분하다. 심지어 Pg Up, Pg Dn 전용 키까지 자리하고 있다. 스크롤의 압박이 느껴지는 웹페이지를 탐색할 땐 터치패드나 마우스 스크롤보다 페이지 업&다운 키가 편한 법. 반가운 마음에 리뷰 하는 내내 야무지게 써 먹었다. 일반적인 노트북은 제일 오른쪽에 엔터키가 있기 때문에 습관적으로 타이핑하면 조금 헷갈릴 수 있다. 일주일 정도는 적응의 시간이 필요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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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은 스피커다. 요즘 노트북들은 스피커도 참 잘 나온다. 이 정도면 혼자 드라마볼 땐 외부 스피커가 없어도 섭섭하지 않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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뱅앤올룹슨의 오디오 기술이 들어갔는데 키보드 위쪽은 물론 하판 좌우에도 스피커가 있어서 입체적인 사운드를 들려준다. 오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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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반적으로 봤을 때 예쁘고, 가볍고, 성능 좋은 노트북이다. 누구에게나 추천해도 욕 먹을 일 없는 선택이랄까. 프리미엄급 노트북이지만 도도하지 않은 가격도 마음에 든다. 120만 원대에 구입할 수 있다. 에디터M의 새침한 여동생이 이 정도면 만족했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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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경화

에디터H. 10년차 테크 리뷰어. 시간이 나면 돈을 쓰거나 글을 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