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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고, 운동하고, 건강하라

오늘 아침엔 요가를 했다. ‘효리네 민박’을 보며 요가를 하며 사는 삶에 대한 동경을 키워가던 차였다. 뻣뻣한 몸을 매트 위에서 이리저리...
오늘 아침엔 요가를 했다. ‘효리네 민박’을 보며 요가를 하며 사는 삶에 대한…

2017. 07. 14

오늘 아침엔 요가를 했다. ‘효리네 민박’을 보며 요가를 하며 사는 삶에 대한 동경을 키워가던 차였다. 뻣뻣한 몸을 매트 위에서 이리저리 꺾어가며 깊은숨을 들이 쉬고 내쉬었다. 눈을 감으면 졸졸 흐르는 물소리가 들리는 아름다운 장소에서 진행된 1시간 남짓의 요가 클래스였다. 절반 정도는 햄스트링이 끊어질 것 같은 고통을 느끼고, 나머지 절반은 한없이 고요한 가운데 깊은 호흡을 했다. 이렇게 기분 좋게 땀을 흘린 게 얼마만의 일인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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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업이 끝나고 나서 애플워치를 확인하니 총 소모 칼로리는 275. 평균 심박수는 105BPM. 창문 밖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선선하더라니, 바깥 날씨는 18도 정도였다. 내가 한 시간 동안 흘린 땀과 호흡의 기록이 모두 이 작은 워치 속에 스며들어 있었다.

모처럼 몸을 움직인 김에 건강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자. 건강은 우리 모두에게 아이러니한 주제다. 모두가 건강을 챙긴다며 비타민을 삼키고, 홍삼즙을 쪽쪽 빨지만 정작 진짜 몸에서 일어나는 일엔 귀 기울이지 않는다. 왜냐고? 어려우니까.

다행히도 우린 기술의 시대에 살고 있다. 기술이 무엇을 할 수 있는지는 우리가 쉽게 가늠할 수 있는 바가 아니다. 하지만 기술이 우리 삶의 무엇을 바꿀 수 있는지는 쉽게 체감할 수 있으리라. 애플이 건강과 피트니스 분야에서 애플워치를 통해 그리고 있는 큰 그림에 대해 이야기를 들을 기회가 있었다. 그 중 재미있는 것들을 전해드리려고 한다.


Workou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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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영엔 젬병이지만, 올해는 꼭 애플워치를 차고 인어공주처럼 물 속을 누비고 싶다는 목표를 세웠다. 운동에 대한 갈망이라기 보다는 워치OS4의 새로운 기능에 대한 호기심 때문이다. 워치를 차고 있는 것 만으로도 사용자가 어떤 영법으로 수영 중인지 파악할 수 있다니, 거짓말 같은 일이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을까? 어떤 이번에 알았는데 쿠퍼티노의 애플 본사엔 비밀스런 피트니스 실험실이 있다고 하더라. 그곳에서 수영하는 사람들의 움직임과 심박수 등에 대한 데이터를 쌓고 이것을 알고리즘화 한 것이다. 더 재밌는 사실은 수영을 마치고 쉬고 있는 순간까지 파악한다는 것. 수영장에서 어떤 페이스로 몇 번의 랩을 돌았는지, 얼마나 쉬었는지가 정확히 기록된다. 이런 세세한 것까지 기록하는 게 무슨 큰 의미가 있겠냐고 생각하는 분들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본인의 움직임(운동을 포함해서)에 대해 정확한 데이터를 갖게 되는 건 중요한 일이다. 게다가 운동을 할 때는 내가 어떤 속도로 얼마나 열량을 소모했는지 파악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다음 단계를 위한 동기 부여로 이어지니까.

앱스토어는 어떤 카테고리든 양질의 앱이 넘쳐난다. 애플이 써드 파티 개발사들과 적극적으로 협업해온 결과다. 피트니스 앱에서도 이런 움직임이 두드러지는데, 몇 가지 소개해드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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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ast App]

달리기, 요가, 서핑, 수영 등 다양한 스포츠를 위한 앱이 있지만 내가 소개하고 싶은 건 Blast라는 이름의 야구 앱이다. 사용자의 스윙을 분석할 수 있도록 센서가 달린 전용 야구 방망이를 제작했더라. 스윙하고 나면 속도와 각도 등 모든 데이터를 순식간에 분석해준다. 가장 재밌는 건 앱에서 제공하는 비디오 촬영 기능이다. 아이폰 카메라의 슬로우 모션 촬영을 통해 속도나 스윙 각도를 분석함은 물론, 본인의 자세를 점검해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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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AMA]

PRAMA라는 운동을 이번에 처음 알았는데 너무 너무 재밌어 보이더라. 음악과 조명, 반응형 스크린, 압력감지 센서 등 온갖 기술력을 총동원해 만든 하나의 운동 공간이다. 이 방안에서 진행되는 운동은 너무나 감각적이고 역동적이라서 일종의 뮤지컬처럼 보일 정도다. 여기에 애플워치를 접목하면 사용자와 그 공간이 완벽한 상호 작용을 주고받을 수 있게 된다. 워치에서 음악 볼륨을 높이거나 조명을 바꾸고, 바로 바로 심박수를 체크하며 고강도 운동을 할 수 있다. 10분만 하면 지쳐 쓰러질 것 같지만 한국에서도 할 수 있는 공간이 있다면, 꼭 체험해보고 싶다.


Mindfulness

애플워치에 주기적으로 울리는 알람이 두 가지 있다. 하나는 ‘일어서기’고, 나머지 하나는 ‘심호흡’이다. 일어서기 알람이 울리면 최소한 화장실이라도 한 번 다녀오는 의지를 보이곤 한다. 하루종일 움직이지 않고 앉아있는 게 건강에 얼마나 치명적인지 알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심호흡 알람은 거의 대부분 무시한다. 나처럼 성질급한 사람에게 1분 동안 천천히 호흡하라는 건 참기 힘든 고문이다. 게다가 심호흡에 무슨 효과가 있는지도 납득할 수 없었다.

그런데 오늘 아침에 요가를 하며 다른 깨달음을 얻었다. 수업의 마지막은 한 손은 가슴에, 한 손은 배에 올리고 호흡이 들어가고 나가는 일에만 집중하는 시간이었다. 굉장히 오랜만에 아무 생각이 들지 않았다. 머리가 상쾌해지는 기분이었다. 늘 발을 동동 구르고, 마감에 쫓기며 사는 인생이라 아무 생각도 하지 않는 상태가 얼마나 값진 것인지 몰랐던 것이다. 깊게 들이 마시고, 천천히 숨을 내쉬면서 마음이 맑아지는 걸 느꼈다. 그 효과가 얼마나 갈지는 모르겠지만 때때로 이런 시간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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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lm App]

굉장히 유명한 명상 앱이다. 불면증이나 스트레스, 불안, 우울증 등 우리가 흔히 겪는 정신 건강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호흡법이나 오디오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우아하고 아름다운 UI가 보기만 해도 힐링되는 기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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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ogaGlo App]

집에서도 충분히 체계적인 요가 강습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앱이다. 초보자부터 전문가까지 누구나 활용할 수 있을 만큼 방대한 동영상을 제공한다. 5분 남짓의 짧은 클래스부터 길이가 다양해, 본인의 환경에 맞게 플레이할 수 있는 것도 특징. 여러분 우리 함께 이거라도 해봅시다.


Nutrition

얼마나 움직이는지 만큼 중요한 것이, 어떤 것을 얼마나 섭취하는지다. 나 같은 경우엔 인생이 다이어트와 요요의 반복이었기 때문에, 수많은 식단 관리 앱을 거쳐왔다. 하루동안 무엇을 먹었는지 기록하는 건 다이어트는 물론 건강에 아주 중요한 습관이다. 하지만, 간식이나 음료수까지 빼먹지 않고 기록하기란 여간 번거로운 일이 아니다. 게다가 내가 먹은 음식의 양이나 이름을 일일이 검색하고 측정해서 기록해야 하는데 수고스러움에 비해 정확도가 떨어지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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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alPrepPro App]

주 단위로 균형잡힌 식단을 세워주는 앱이다. 간단하게 만들 수 있는 레시피까지 제공한다. 가장 좋은 건 사진만으로 어떤 음식인지 인식해서 기록해준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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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20 Pal App]

물을 얼마나 마셨는지 기록하고, 필요한 만큼 마실 수 있게 도와주는 스마트 디바이스다. 사실 이런 기능의 스마트 물병은 꽤 많다. 이 제품이 의미 있는 건 여기서 기록된 물 섭취량이 iOS 건강 앱에 연동되고, 이 데이터를 또 다른 앱에서 활용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다른 앱도 마찬가지지만 여러가지 데이터들이 하나의 운영체제 안에서 차곡차곡 쌓인다는 사실은 편리하고도 즐겁다.


Healt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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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폰의 건강앱에는 ‘의료정보’라는 탭이 있다. 혈액형이나 체중, 키, 복용중인 약, 의료 기록 등의 개인 정보를  저장해두는 용도다. 이 정보를 사용할 일이 생기지 않으면 더 좋겠지만, 혹시 모를 응급 상황을 위한 기록이다. ‘잠겨 있을 때 보기’를 활성화해두면, 긴급 상황에 다른 사람이 사용자의 의료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그렇다. 데이터는 때로는 누군가의 삶을 바꿀 만큼 중요한 역할을 한다. 나는 아직까지 건강한 편이고, 특정 질병 때문에 위험에 처하거나 외출이 두렵다고 생각해본 적은 없다. 하지만 누군가는 매일 매일 자신의 몸 상태를 염려하는 두려움 속에 살아야 한다. 내 입장에선 감히 이해한다고 말하기 어려운 경험이다. 누군가의 삶을 이해하고 바꾸려는 의지와 기술이 만나면, 멋진 일이 일어난다. 내가 크게 감명 받은 제품을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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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peller App]

천식 환자들을 위한 흡입기와 iOS 앱을 연동했다. 단순히 흡입기 사용 패턴을 체크하는 것이 아니라 당시의 온도, 습도, 공기 상태까지 함께 기록한다. 이 데이터가 쌓이면 환자들은 어떤 환경에서 발작 빈도가 높아지는지를 예측하고, 예방할 수 있게 된다. 단순히 흡입기에 의지하도록 만드는 앱이 아니라, 사용자 스스로 자신에게 알맞은 환경을 조성할 수 있도록 돕는 프로그램인 셈이다. 너무나 멋진 아이디어가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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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neDrop App]

당뇨는 무섭고도 흔한 병 중 하나다. 우리 아버지 역시 주기적으로 혈당을 체크하곤 하는데, 이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공유할 수 있다면 어떨까. OneDrop 앱은혈당 수치가 지나치게 떨어졌을 때 가족이나 의사에게 즉각 알릴 수 있다. 운동이나 약물 복용, 식단 등 당뇨 관리에 필요한 모든 요소를 한 앱에서 관리할 수 있다.


Research K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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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을 읽는 많은 분들이 이미 알고 계시겠지만, 나는 애플이라는 브랜드를 좋아한다. 아이폰과 애플워치, 맥북 등의 제품을 선호하고 즐겨쓴다. 하지만 내가 애플이 한 일 중에서 “가장 멋지다”고 평가하는 것은 제품이 아니다. 바로 리서치킷이다. 의학에서 데이터는 진보를 의미한다. 어떤 병의 원인이나 치료법을 찾기 위해서는 10만 명의 데이터가 있는 것 보다는 100만 명의 환자 데이터를 모으는 것이 유리하다. 기존의 방식으로는 엄청난 시간과 비용을 쏟아부어야 가능했던 일이, 리서치킷을 통하면 비현실적인 속도로 가능해진다. 그것도 자발적으로 말이다. 이렇게 쌓인 데이터는 다양한 앱을 통해 사용자에게 돌아오게 된다. 정보에 대한 진입장벽이 낮아지는 셈이다.

이게 모두 우리의 손목 위 작은 시계와, 손 안의 스마트폰에서 일어나는 일이다. 아이폰이나 애플워치가 중요한 게 아니다. 진짜 중요한 건 우리가 여기까지 왔다는 것이다.

About Author
하경화

에디터H. 10년차 테크 리뷰어. 시간이 나면 돈을 쓰거나 글을 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