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

그 무엇이 아닌, 일상비일상의틈

안녕, 오랜만에 인터뷰를 진행한 에디터B다. 강남역 11번 출구에서 3분 정도 쭉 걸어가면, 주변의 건물과 다른 무드의 건물이 하나 있다. 강남역과...
안녕, 오랜만에 인터뷰를 진행한 에디터B다. 강남역 11번 출구에서 3분 정도 쭉 걸어가면,…

2022. 10. 07

안녕, 오랜만에 인터뷰를 진행한 에디터B다. 강남역 11번 출구에서 3분 정도 쭉 걸어가면, 주변의 건물과 다른 무드의 건물이 하나 있다. 강남역과 신논현역 중간에 위치한 그 건물은 바로 ‘LG유플러스 일상비일상의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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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유플러스 일상비일상의틈이 생긴 지 어느덧 2년이 흘렀다. 처음 등장했을 때만 해도 사람들은 ‘일상비일상의틈? 그게 뭐야?’라는 질문을 했다. 카테고리 안에 넣으면 복합문화공간이라고 말할 수 있지만, 보통의 복합문화공간과는 조금 달랐다. 전시, 서점, 사진관, 카페 등 층층이 다른 카테고리의 콘텐츠를 가득 넣어둔 다채로운 공간이었으니까. 심지어는 팝업 전시 기간이 통상적으로 3주를 넘기지 않아 방문할 때마다 새롭고, 앱으로도 출시되어서 앱과 공간 두 가지 방식으로 소비할 수 있었다. 공간을 둘러봐도 ‘LG유플러스가 만들었습니다’라는 문구를 찾아보기 힘든데 알고 보니 LG유플러스가 만든다는 것도 반전. 2년이 흐른 뒤 일상비일상의틈은 강남을 일상적으로 다니는 사람에게는 ‘우리가 무엇이다’라는 걸 힘들여 설명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존재를 알렸다. 이제는 그 무엇이 아닌 ‘일상비일상의틈’ 그 자체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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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주년을 맞이한 일상비일상의틈 팀을 만났다. 팀은 11명으로 이루어져 있고, 인터뷰는 허지철 팀장, 이문주 책임, 양지훈 책임, 정수경 선임과 했다. 일상비일상의틈은 어떻게 탄생했는지, (거창하지만) 현재와 미래에 대해 질문을 했다. 아직 방문해본 적이 없는 독자라면 일상비일상의틈이 무엇이, 왜 특별한지 알 수 있을 거다.

1400_retouched_-1643 [일상비일상의틈을 총괄하는 허지철 팀장]

젊은 사람들은 더 이상 폰을 사기 위해 통신사 매장을 방문하지 않는다. 물론 살짝은 과장이다. 여전히 폰을 사기 위해 매장을 방문하는 사람들이 있으니까. 그럼에도 확실한 건 ‘감소하는 추세’라는 점이다. 나에게는 이런 변화하는 현실이 ‘아, 그렇구나’하고 지나갈 만한 뉴스지만, 통신사에게는 말 그대로 ‘큰일’이다. 허지철 팀장은 일상비일상의틈이라는 프로젝트가 이러한 고민에서 시작되었다고 말했다. 그는 LG유플러스 안에서 QA, 디바이스 기획, 현장 마케팅 등 다양한 부서를 거치다 일상비일상의틈 창설 멤버로 합류해 팀을 이끌고 있다. “에디터님은 폰 사러 통신사 가세요?” 갑작스레 들어온 질문에 솔직히 안 간 지 오래됐다고 답했다. 허 팀장은 대답을 듣고 바로 일상비일상의틈이 만들어지던 상황에 대해 설명을 이어갔다.

      “코로나 이전부터 통신사에 대한 고객들의 관심이 썩 높지 않았어요. 특히 MZ세대는 통신사 매장을 찾질 않죠. 제 주위 사람들도 안 가고, 매장을 보면 직원들은 어르신만 상대를 하고 있어요. 매출은 거기서 나오는데 큰일인 거죠. 때마침 MZ세대라는 화두가 있었고, 그 세대를 분석하면서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이냐 고민을 했고, 결국 플래그십 공간을 만들어보자는 얘기로 이어진 거죠.” 그의 말은 즉, 일상비일상의틈은 통신사 매장과 친하지 않은 젊은 세대를 붙잡고, 변화하는 시대에 발맞추기 위한 고민에서 탄생했다는 뜻이다. 다르게 말하자면 생존이며, 그리고 핵심 키워드는 MZ세대를 비롯한 미래 고객이다.

dlftkd [틈 오프라인 공간 건물(왼쪽)과 공간의 Floor Map]

하루가 멀다하고 생기는 신상 카페와 팝업 스토어를 보면 공간이 만들어진다는 게 간단해 보일 수 있다. 어느 날 보니 공사를 시작했고, 어느 날 보니 뚝딱 완성되어 있는 카페를 보며 한 번씩 그런 생각을 해 봤을 테니까. 하지만 보기엔 간단해 보이는 공간도 준비 과정은 굉장히 치열할 수밖에 없다. 일상비일상의틈은 무려 6층짜리 건물이고, 지하 1층과 루프탑까지 있으니까 과정이 녹록치 않았음은 당연하다. 19년 11월부터 공간 기획을 시작했고, 20년 9월 7일에 오픈을 했으니 거의 10개월이 걸린 셈이다. 장기적이고 거대한 프로젝트였다.

1400_retouched_-1554_2 [일상비일상의틈에서 마케팅과 PR을 담당하는 이문주 책임]

무엇을 하든 시작 단계에서 가장 중요한 건 이름짓기다. 이름이 있어야 정체성이 생기고 방향이 정해지기 때문이다. 일상비일상의틈은 공간만큼 이름도 매력적이다. 기억이 잘 되면서 유니크하다. 어떻게 지었을까. 전문가에게 의뢰하지 않았을까 짐작했는데, 의외로 내부에서 나온 아이디어라고 한다. 마케팅을 담당하는 이문주 책임은 처음에는 전문 업체에 요청했으나 일상비일상의틈이 추구하는 방향과는 맞지 않았다고 털어놓았다.

“다른 브랜드에서 느낄 수 없는 강렬한 유니크함을 MZ세대가 느끼길 바랬는데, 업체들이 제안한 이름은 저희가 추구한 방향이 잘 느껴지지 않았어요. 결국 내부에서 아이디어를 모았는데 45개 정도 후보군이 있었고, 최종 1등이 일상비일상의틈이었어요. 강남이라는 일상적인 공간에서 비일상적 시간을 경험할 수 있는 저희 공간이 이름과 잘 부합한다 싶었죠.”

강남엔 언제나 사람이 많지만, 성수동, 을지로, 연남동과는 분위기가 전혀 다르다. 다른 곳들에 비해 일상적인 곳이다. 학원이 모여있고, 출퇴근하는 직장인으로 붐빈다. 허 팀장이 이문주 책임의 말에 설명을 덧붙였다. “LG유플러스가 5G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내세운 말이 ‘일상을 바꿉니다’라는 카피이기도 했고, 비일상적인 무언가를 찾고 싶은 MZ세대에게 어필도 되고, 틈이라는 단어가 시간과 공간을 둘 다 담을 수 있는 시공간적인 특성을 내포하고 있기에, 여러모로 좋다는 내부적인 판단이 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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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를 하면서 가장 많이 들었던 단어가 ‘MZ세대’다. 모든 X세대가 같지 않고, N세대가 같지 않듯 MZ세대 또한 그렇다. 일상비일상의틈에서 판단하는 MZ세대의 특징이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2년 동안 지켜봤으니 그 전보다 명확하게 손에 잡히는 특성이 있지 않을까 싶었다. 허 팀장은 마케터 관점에서 보자면 굉장히 마케팅하기 힘든 특성이 있다고 말했다.

“관심사가 굉장히 세분화되어 있어요. 예를 들어, 100만 유튜버가 있어도 그 옆에 있는 사람은 그 사람이 누군지 모를 수 있어요. 관심사가 세분화되어 있기 때문이죠. 관심사가 트렌디하고 빠르게 변화하는데 또 세분화되어 있기까지 하니 마케터 입장에서는 어려운 점이 있죠. 그래서 의사 결정을 할 때 설득시키기가 어렵긴 해요(웃음).” 그 예로 든 게 펭수였다. 지금에서야 펭수 모르는 사람이 어디 있을까 싶지만, 초기에는 트렌드에 빠른 마케터까지는 알아도 내부적으로 모두를 설득시키는 건 쉽지 않았다고 한다.

1400_retouched_-1465 [공간 기획 및 데이터 분석을 맡고 있는 정수경 선임]

그래서 일상비일상의틈에서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분석할 때 데이터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오프라인 공간 기획과 데이터 분석을 함께하고 있는 정수경 선임은 데이터가 얼마나 중요한지 강조했다.

1400_1400 [틈 팀이 분석하는 공간 대시보드 내 방문자 체류시간]

“하나의 취향이나 트렌드로 묶기 어려운 MZ세대이다 보니, 그들의 실제 행동을 기반으로 한 데이터로 확인하는 게 제일 정확하다고 할 수 있어요. 실제로 어떤 것에 관심이 있고, 어디에 돈을 쓰고, 어떤 카테고리에 반응하는지를 확인할 수 있는 부분 등에 대해, 저희는 공간에서 일어나는 이벤트와 함께 앱으로 그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어요.”

정수경 선임이 공간 기획과 데이터 분석을 함께 맡는다고 해서 굉장히 다른 두 가지를 한다고 생각했는데, 설명을 들어보니 그렇지 않았다. 데이터를 통해 취향을 분석한 후 팝업을 기획하고, 팝업을 통해 다시 데이터를 도출하기 때문에 선순환이 이루어지는 것이다. “데이터 분석과 공간 기획은 각자 상관없어 보여도 사업적으로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예요. 공간 기획의 토대가 되는 것이 데이터 분석이고, 또 공간에서 일어나는 결과물이 데이터로 나오니까요.” 정수경 선임의 설명을 듣고 자연스레 고개를 끄덕였다.

공간과 데이터가 상호작용하듯이 앱과 공간도 상호 작용을 한다. 일상비일상의틈을 방문한 사람들은 다양한 활동을 즐기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앱을 다운받게 된다. 그렇게 고객은 앱에 한번 들어가 보고 사용해보게 된다.

1400_retouched_-1680 [앱 기획과 개발 PM을 맡고 있는 양지훈 책임]

틈 앱에 한번 들어가보면 깔끔하게 잘만들었다는 얘기가 자연스레 나온다. LG유플러스 로고 하나를 발견하기가 어려운 것도 특징이다. 앱 기획과 개발 PM을 맡고 있는 양지훈 책임이 말했다. “LG유플러스에서 만든 앱과 비교했을 때 폰트부터 달라요. LG유플러스 내부적으로 디자인 가이드가 있는데, 그걸 따르지 않고 고객들에게 직접 물어보고 고객들이 더 좋아하는 스타일로 기획했어요. A안과 B안이 있는데 뭐가 더 나을지 고민되면 바로 고객 투표에 부치는 거죠. 고객과의 소통을 통해 고객의 선호를 충족시킬 수 있는 기능과 스타일을 도입하면서 기획자 입장에서 확신을 갖고 빠르게 기획할 수 있었습니다. 의사결정하기에 상당히 든든한 힘이 되었죠.”

앱은 사용자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수용하면서 조금씩 달라져 왔는데, 현재 준비하고 있는 3.0 버전은 커뮤니티 기능을 대폭 강화해 준비 중이라고 한다. 원래도 취향에 관한 콘텐츠가 올라오고, 댓글로 소통하는 등 커뮤니티의 역할을 했지만, 앞으로는 MZ세대만의 아지트 같은 느낌을 더욱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나의 취향을 찾고 싶은 사람들의 커뮤니티라, 그 모습이 기대된다. 마케팅을 담당하는 이문주 책임이 말을 보탰다. “틈 앱은 초창기부터 취향과 소통을 중심으로 기획됐고, 커뮤니티 성격을 더욱 강화하는 방향으로 계속 진화하고 있습니다. 그냥 말로만 ‘우리는 커뮤니티입니다’라고 하면 설득이 잘 안되잖아요. 고객들이 직관적으로 느낄 수 있도록 발전해 나가는 중입니다.”

앱과 공간으로 함께 상호작용하며 운영되는 일상비일상의틈이지만, 개인적으로는 공간에 대한 경험이 특별히 더 좋았다. 성수동이나 가로수길에 있는 큼직한 팝업스토어는 아무리 커도 옆으로 넓을 뿐, 높아도 2층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일상비일상의틈이 특별한 건 지하 1층부터 옥상의 루프탑까지 이어지는 매층 다른 콘텐츠다. 쇼핑몰도 아니고, 백화점도 아닌 공간이 ‘취향’이라는 하나의 키워드로 일관성 있게 모든 공간을 운영하는 건 드문 일이다. 그다음 페이지를 넘기면 무엇이 나올지 모르는 라이프스타일 매거진처럼 꾸몄다는 인상을 받았다.

1400_4 [틈 3층에 위치한 독립출판서점 ‘스토리지북앤필름’]

일상비일상의틈에 들어간 콘텐츠를 한 단어로 묶으면 ‘취향’, 한 문장으로 묶으면 ‘나의 취향을 찾는 과정’이 된다. 사진관 시현하다, 독립서점 스토리지북앤필름, 필름로그 등과 전시 및 팝업은 아직 발견하지 못한 취향을 찾도록 도와주는 것들이었다. 앞으로도 일상비일상의틈에 있는 콘텐츠는 계속 바뀔 예정이다. ‘MZ세대의 취향을 찾도록 도와주는 콘텐츠’라는 기준은 항상 유지한 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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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가 마무리되는 시점에서 2주년을 기념해 바라는 점을 물었다. 양지훈 책임의 한마디가 인상깊었다. “강남에서 친구를 만나게 되면 CGV 앞에서 봐, 지오다노 앞에서 봐 같은 말을 하는데, ‘틈에서 봐’라는 말이 자연스럽게 나오면 좋겠어요.” 정수경 선임 역시 비슷한 바람이라고 했다. “2년 동안 많이 알려졌지만, 여전히 모르는 분이 많아요. 틈이 고유명사지만 일반명사처럼 사용되면 좋겠어요.” 고유명사이지만 일반명사가 되는 것, 모든 브랜드가 원하는 것이 아닐까. 모두가 바라는 일인 만큼 달성하기 어려운 일이지만, 그럼에도 일상비일상의틈에겐 그리 먼일처럼 보이지는 않는다.

3주에 한 번씩 팝업스토어를 여는 게 가능이나할까. 그 주기를 2년 동안 지키는 건 더더욱 불가능해 보인다. 하지만 일상비일상의틈은 오뚜기, 뉴발란스, 레고, 현대자동차 등 여러 브랜드와 팝업을 진행했고, 현재는 애플 아이폰14 시리즈와 위글위글 팝업스토어를 진행 중이다. 이러니 또 강남역에서는 틈에서 만나야겠지. 서울에 정말 많은 팝업이 있고, 복합문화공간이 있고, 하나의 단어로 규정되고 싶지 않은 공간이 있다. 하지만 일상비일상의틈만큼 끊임없이 변화를 지속하는 공간은 거의 없을 거다. 인터뷰를 하면서 어떤 콘텐츠를 공간에 담을 것인지, 그 기준을 물었었다. 돌아온 대답은 고객 혜택이었다. 멋지게 잘 만든 공간처럼 보이는데, 자세히 들여다보면 어떻게 하면 더 많은 혜택을 색다르게 제공할 수 있을지를 고민하는 일상비일상의틈이었다. 앞으로도 계속 바뀔 공간 콘텐츠도 그것이 기준이라고 하니 기대해봐도 좋겠다.

sdfsefe sefwefwe sdfsefwef [현재 진행 중인 아이폰14 팝업과 위글위글 팝업 전시]

인터뷰 기사를 쓸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모든 말을 다 담을 수 없어서 아쉽다. 이번에도 역시 그랬다. 사실 인터뷰는 네 명이 했지만, 틈 팀은 스타트업처럼 각기 다른 전문성을 지닌 11명이 한 몸처럼 돌아가는 애자일한 팀이다. 스타트업처럼 각기 다른 전문 역량을 지닌 실무진이 프로젝트마다 유연하게 협업하며 진행하는데, 실제로도 애자일 업무 방식을 도입한 LG유플러스 최초의 성공 사례이기도 하다.

1400_5 [‘빈티지 가든’ 팝업 전시]

가장 힘들었던 것, 가장 보람되었던 순간 등에 대해 긴 말을 쏟아냈지만, 기사에 온전히 싣지 못했다. 플랜테리어에 사용했던 식물로 나눔 행사를 했던 ‘빈티지 가든’, 조향사와 협업해서 일상비일상의틈을 향으로 만든 포레스트 향 그리고 칸 국제 광고제에서 수상을 하겠다는 포부 등. 2년 동안 해왔던 것과 하고 싶은 걸 얘기할 때의 눈빛에서 빛이 났다. 앞으로 딱 한 마디만 더 옮긴다면 이문주 책임이 했던 말을 옮기고 싶다.

“‘그래서 틈이 뭔데’라는 질문을 정말 많이 받았는데, 초창기에는 대답하기가 쉽지 않았어요. 우리는 비슷한 게 없고, 말 그대로 독보적이니까요.” 그의 말에서 굉장한 자신을 느꼈다. 하긴, 온오프라인을 연계해서 3주에 한 번씩 새로운 전시와 콘텐츠를 선보이는 플랫폼이 또 어디있을까 생각하니, 정말 없다. 독보적이다. 반열에 오른다는 건 스스로를 소개할 필요가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아티스트 중에도 그 자체가 장르가 되는 경우가 있지 않나. 틈은 그런 곳이 되고 있는 것 같다. 무럭무럭 자라는 틈의 성장을 관찰하는 게 즐겁다.

*이 글에는 LG유플러스의 유료 광고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About Author
김석준

에디터B. 기계식 키보드와 전통주를 사랑하며, 쓸데없는 물건을 좋아한다는 오해를 자주 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