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에는 조지루시의 유료 광고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안녕. 다음 달 이사를 앞둔 객원 필자 김정현이다. 정든 자취방을 떠나 다른 집으로 옮겨갈 때마다 내 온라인 장바구니는 두둑해진다. 온갖 가전에 가구에 자잘한 생활용품까지 평소에는 관심도 없던 물건들에 하트를 누르다 보면 새 보금자리를 향한 기대와 설렘이 더 커지니까.
최근 장바구니에 새로 들어온 물건은 가습기다. 만성비염인의 밤을 조금이나마 쾌적하게 만들어줄 가습기를 이제는 들여야 하지 않을까 싶어 호시탐탐 살펴보는 중이다. 따뜻한 음식이나 음료를 끓여 담아두기 좋은 보온 용기와 핸드포트도 함께 담아뒀는데, 이 물건들을 찾다 보니 자주 눈에 띄는 이름이 있었다. 조지루시 마호빙(ZOJIRUSHI CORPORATION). 일본을 대표하는 생활 가전 전문 기업으로 국내에서도 긍정적인 사용 후기가 많은 곳이라 조금 더 파보고 싶은 궁금증이 생겼다.
보온병, 전기밥솥, 가습기에 도시락통까지 만드는 조지루시 마호빙(이하 조지루시)은 어떤 브랜드일까? 그들이 선보이는 제품에는 어떤 특별한 점이 있을까? 소형 가전과 생활용품에 관심이 많은 독자 분들이라면 조지루시를 그냥 지나칠 수 없을 것이다.
오사카의 보온병 회사가
한국의 아파트를 점령하기까지
조지루시의 탄생은 191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오사카에 ‘이치카와 형제상회’라는 이름으로 보온병 제조 회사를 창립한 게 그 시작이다. 보온병 완제품을 생산하고 처음 판매를 개시한 게 1923년이라고 하니, 브랜드 역사가 무려 100년이 넘는다.
요즘은 물건 하나를 사더라도 브랜드의 헤리티지를 따지는 소비자들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브랜드가 어떤 배경을 가지고 탄생했으며 얼마나 오랜 시간 진정성을 가지고 자기만의 주력 제품을 만들어 왔는지 탐구하는 사람들. 브랜드가 발전한 과정과 그 속에서 탄탄하게 축적된 역량은 그럴듯한 이미지를 내세우며 몇 년 바짝 달려온 브랜드에서는 흉내 낼 수 없는 것이다. 그러니 100년이라는 세월과 일본 가전 산업 내에서의 입지를 살펴 보면 조지루시를 향한 의심은 자연스럽게 사그라든다. 조지루시는 이 업계의 ‘근본 브랜드’인 셈이다.
한국에서 조지루시가 주목받기 시작한 건 1980년대부터다. 조지루시는 1970년에 세계 최초로 전기 보온 밥솥을 출시하고 4년 뒤에는 취사와 보온 기능을 모두 갖춘 일명 ‘코끼리 밥솥’을 선보인다(조지루시라는 브랜드명의 뜻이 ‘코끼리표’다. 밥솥에도 코끼리 로고가 새겨져 있다). 이게 히트를 쳤다. 당시 국산 제품과 비교해 탁월한 기술력을 보유한 코끼리 밥솥은 한국 주부들의 마음을 단번에 사로잡았다. 80년대 일본을 다녀오는 사람마다 이 빨간 꽃무늬 밥솥을 들고 있었다는 이야기가 돌 정도로.
심지어 1983년에는 ‘코끼리 밥솥 사건’까지 일어난다. 일본을 방문한 부산 주부 모임 회원들이 코끼리 밥솥을 몽땅 사서 들어왔다가 담당 여행사 직원이 외환관리법 위반 혐의로 구속되는 해프닝까지 벌어진 것. 이를 계기로 국산 가전제품의 품질을 개선하는 움직임이 생겼다고 하는데, 이러나저러나 당시 조지루시 밥솥의 인기가 얼마나 대단했는지 알 수 있는 사례다. (생각지도 않은 노이즈 마케팅 효과라니, 내가 그 시절 마케팅 담당자였다면 쾌재를 불렀을 테다.)
1980년대에 전기 보온 밥솥이 열풍이었다면 2025년 현재는 그 자리를 가습기가 대체한 모양새다. 품질 좋은 생활 가전에 대한 입소문이 가장 빠르게 퍼지는 곳, 맘카페. 디자인과 성능과 안전성 어느 하나 허투루 보지 않는 맘카페에서 조지루시의 가열식 가습기가 끊임없이 회자된다. 아무리 다른 제품을 써봐도 결국 조지루시로 돌아온다는, ‘돌돌조(돌고 돌아 조지루시)’라는 말까지 있다나? 1996년에 처음으로 가열식 가습기를 선보인 원조 브랜드는 다르긴 한가 보다.
그래서 조지루시는 뭐가 그렇게 다른데?
조지루시는 스스로를 이렇게 설명한다. ‘친숙한 장인이 만드는 생활 가전.’ 오랜 세월 축적된 기술력을 기반으로 제품 하나하나 장인이 만들듯 정성으로 제작한다. 제품 기획부터 생산까지 약 2년의 시간이 소요되는데, 제품 출하 전에 진행하는 테스트 역시 허투루 하지 않는다. 소비자가 수년간 매일 사용할 패턴을 고려해 수만 회 이상의 뚜껑 개폐 시험을 시행하며, 제품이 땅에 떨어지거나 부딪칠 때의 내구성과 보온/보냉력을 확인하기 위해 낙하시험도 거친다.
보온병의 핵심은 얼마나 오랜 시간 보온/보냉 효과를 유지하는가에 있다. 조지루시 보온병은 스테인리스 2중 구조로 진공 상태를 유지함으로써 열의 손실을 방지한다. 열방사에 의해 발생한 열이 다시 반사되어 돌아오도록 병 내부에 동박이나 알루미늄박을 삽입한 점, 음료의 온도를 장시간 유지하면서도 무게로 인한 불편을 최소화하게끔 진공층을 약 1mm로 설정한 점도 주목할 만하다.
텀블러와 보온병 사용에 번거로운 점 중 하나는 뚜껑과 패킹과 몸체를 분리해 세척해야 한다는 것. 여러 부품을 촘촘하게 결합한 모델일수록 귀찮음은 커진다. 실컷 다 분리해서 씻어 놨는데, 외출 시에 패킹 하나만 깜빡해도 내용물이 새어 나오는 불상사가 벌어지니까. 그게 조지루시가 업계 최초로 ‘심리스리드’를 도입한 이유다. 패킹과 뚜껑이 일체형으로 나와 두 번 세척할 필요도, 물이 샐 일도 없다. 원터치 텀블러 모델은 2개의 부품으로, 스크류 텀블러는 단 1개의 부품으로 구성된 심리스리드의 미니멀한 디자인은 시각적으로도 기능적으로 탁월하다.
왔다, 내 애착 텀블러 ‘SU-AA’
2025년 봄, 조지루시가 신제품을 출시했다. 역대 최고의 보온력을 자랑하는 텀블러 SU-AA 모델이다. 굳이 또 새로운 텀블러를 사야 하나 생각하는 분들도 적지 않을 것이다. 이미 시중에 다양한 제품들이 있거니와 방구석에서 먼지만 쌓여 가는 각종 행사의 증정용 굿즈도 많으니까. 하지만 여기서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그 텀블러가 다 만족스러운가? 언제 어디서든, 오래오래 사용할 수 있는가? 심미성과 기능성을 모두 잡은 텀블러를 만나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써모링 구조’는 내병을 얆게 만들어 열이 쉽게 빠져나가지 못하게 만든 구조를 말한다. SU-AA가 기존 조지루시 텀블러보다 보온력이 높은 건 이 써모링 구조를 적용했기 때문이다. 여기서 중요한 건 열이 빠져나가는 통로를 마이크로미터 가공으로 얇게 만들어 보온/보냉력을 높이는 동시에 스테인리스가 찢어지지 않도록 일정 이상의 강도를 유지하는 것. 조지루시는 긴 시간 축적된 기술력을 활용해 얇지만 강도가 높은 특수 구조를 만드는 데 성공했고, 그 결과 SU-AA는 기존 텀블러 모델에 비해 약 6도가량이나 높은 보온력을 갖췄다(95°C의 온수를 담고 6시간이 흘러도 77°C 이상을, 4°C의 냉수를 담고 6시간이 흘러도 8°C 이하를 유지한다).
뚜껑과 패킹이 하나로 이어진 심리스리드, 식기세척기 사용이 가능한 소재, 용량 변화가 없음에도 이전 모델에 비해 1cm 작아진 콤팩트한 사이즈까지. 사용자의 편의성 하나만 두고 봐도 이 텀블러의 메리트는 충분하다. 게다가 실제로 사용해 보니 코팅 처리된 입구 표면이 무척 부드러운 것도 만족스러운 점이었다. 스테인리스 소재 텀블러로 음료를 마실 때마다 감수해야 하는 특유의 차가운 느낌이 덜하달까. 반복적으로 입에 갖다 대는 과정이 전혀 부담스럽지 않아, 여러모로 민감한 분들도 잘 사용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손이 자주 가지 않는 텀블러란 반쪽짜리 텀블러에 불과하다. 매일 함께 외출할 데일리 텀블러를 찾고 있다면 장바구니에 조지루시를 살포시 담아보시길.
10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하며 현재까지도 가전 업계의 대표 기업으로 건재함을 과시하는 조지루시. 브랜드 헤리티지부터 심미성/기능성/편의성까지 밸런스 좋은 제품만을 찾아 헤매는 까다로운 독자분들의 마음을, 아니 장바구니를 움직일 수 있을지 궁금해진다.
TMI_ 오사카 그리고 도쿄에는 조지루시에서 운영하는 식당 ‘조지루시 쇼쿠도우Zojirushi Shokudo‘가 있다. 자사 밥솥을 이용해 지은 맛있는 밥을 제공해 현지인과 관광객 모두에게 인기가 높은 곳이라고. 아직 한국에서는 밥솥 제품을 구매할 수 없으니 곧 여행을 떠나는 독자분들이라면 들러보셔도 좋겠다. 조지루시의 밥솥과 오븐레인지가 일본에서 높은 인기를 누리는 품목인 만큼, 조만간 한국에서도 만나볼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조지루시 홈페이지 | 인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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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현
라이프스타일 잡지부터 토크 프로그램까지, 분야 안 가리는 프리랜스 콘텐츠 에디터. 멋있는 사람과 흥미로운 콘텐츠를 소개할 때 제일 즐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