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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로 마시는 커피, 오마카세 카페 3

안녕, 나는 커피를 마시고 글을 쓰는 심재범이다. 오마카세는 ‘세프에게 믿고 맡기다’라는 의미에서 시작했다. 굳이 번역을 하면 ‘맡김차림’과 유사하다. 파인레스토랑이나 스시야,...
안녕, 나는 커피를 마시고 글을 쓰는 심재범이다. 오마카세는 ‘세프에게 믿고 맡기다’라는 의미에서…

2022. 08. 25

안녕, 나는 커피를 마시고 글을 쓰는 심재범이다. 오마카세는 ‘세프에게 믿고 맡기다’라는 의미에서 시작했다. 굳이 번역을 하면 ‘맡김차림’과 유사하다. 파인레스토랑이나 스시야, 한우오마카세와 같은 고급식당의 오마카세 코스가 최근, 커피를 포함한 다양한 분야로 확대되고 있다. 스페셜티커피 산업에서는 국가 대표 커피 심판관과 티소믈리에가 협업한 오마카세, 에스프레소커피바의 오마카세, 미국 뉴욕 커핑(cupping) 챔피언 오마카세 코스가 커피인들과 애호가들 사이에서 크게 인기를 얻고 있다. 오늘은 서울과 경기도에 있는 오마카세 카페 세 곳을 소개하려고 한다.


[1]
기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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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국가대표 바리스타 대회 심판관 송인영은 오랜 준비 끝에 성수동에 스페셜티커피 매장 기미사를 시작했다. 기미사는 맛과 향을 의미하는 ‘기미’에 전문가를 표현하는 ‘사’라는 표현을 조합한 이름이다. 커피 전문가 기미사는 시작과 동시에 시즌별로 오마카세를 선보여, 커피 애호가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2022년 여름 시즌 기미사의 오마카세 코스는 커피와 차의 발효를 주제로 국가 대표 커피 심판관 송인영씨와 2019년 티소믈리에 우승 신보영씨가 개발했고, 기미사의 남강현 바리스타가 진행을 담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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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미사 오마카세는 흑차 계열의 보이차로 시작한다. 품질 좋은 고발효차는 95도에 가까운 온도로 브루잉했을때 차의 단맛이 더욱 깊게 표현된다. 따듯하게 마실 때는 부드러운 단맛과 초콜릿의 향미가 도드라지고, 가볍게 가당을 하면, 경쾌한 바닐라 향미가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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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메뉴는 콜롬비아 엘파라이소 농장에서 특별히 가공한 스파이스 커피이다. 유산균 세 종류, 효모 한 종류로 가공한 엘파라이소 스파이스는 따뜻할 때는 진저브레드와 같은 향미가 느껴지고, 차가울 때는 라임과 솔잎 향이 선명하다. 기미사의 엘파라이소 스파이스 커피는 발효식품 효모를 이용해 무산소 가공을 거친 세계 최초의 커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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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번째 메뉴는 보이차 크림 셔벗에 엘파라이소 스파이스 커피를 콜드브루로 혼합했다. 개성있는 커피와 차가 서로를 간섭하지 않고, 포근하게 안아주는 느낌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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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코스는 차와 커피 그리고 솔잎에이드이다. 커피, 탄산수, 에이드를 순차적으로 마시다가 중간 이후에 머들러로 혼합해서 마실 것을 추천한다. 콜롬비아 스파이스 커피의 솔잎 향을 아이스 에이드로 멋지게 재해석했다. 기미사의 오마카세 코스는 차와 커피의 브루잉 온도, 발현 시간, 발효 등의 과정을 섬세하게 조합했다. 커피 심판관, 티소믈리에 챔피언, 전문바리스타의 협업이 조화롭다. 지금 한국에서 가장 뜨거운 스페셜티 커피 오마카세라 해도 부족함이 없다.

기미사

  • 서울 성동구 성수이로26길 47
  • 월-금 10:00-21:00, 토-일 10:00-22:00
  • @gimisa_seongsu
  • 가격 2만 5,000원

[2]
구테로이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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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을 대표하는 에스프레소바 구테로이테가 지난봄 에스프레소 오마카세에 이어, 더욱 업그레이드된 여름 메뉴로 돌아왔다. 구테로이트의 여름 오마카세는 2022년 한국 바리스타 대회 본선 진출 김성용 바리스타가 여름의 청량함, 비건(채식), 건강음료를 주제로 디자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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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테로이테의 오마카세는 파인레스토랑의 코스에서 영감을 받아, 올리브유와 굴소스를 매칭한 치아바타 식전빵으로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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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커피 메뉴는 에스프레소 알로하이다. 과일 향이 도드라지는 에티오피아 반티넨카 커피를 기본으로 하와이 파인애플을 다져 넣어, 식전빵의 짠맛을 중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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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메뉴는 오트민트화이트. 가당한 아이스카푸치노 커피이다. 기본 블렌딩 커피에 오트밀크와 스피아민트, 세 가지 허브와 약재를 넣고 48시간 냉침해서, 후라보노, 민트, 귀리, 두부의 뉘앙스를 고급스럽게 표현했다. 비건 우유 오틀리로 맛과 향미의 밸런스를 절묘하게 포착한 것도 특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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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번째 메뉴는 베리뱅 콘파나. 콜드 에스프레소를 기준으로 수제 제작 크림, 그래놀라, 건조 딸기를 조합해 떠먹는 디저트로 형상화했다. 비주얼에 밀리지 않는 맛의 임팩트가 강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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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메뉴는 탠저린 블랙. 콜드 에스프레소에 생크림과 건조 탠저린 과일을 함께했다. 과육을 건지지 말고 시트러스 향을 즐기면서 마셔보자. 과일, 크림,커피의 조합이 순차적으로 나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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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가능하다면?), 서비스로 제공하는 망고주스와 신선한 민트로 청량감과 단맛이 조화로운 테이크아웃 커피를 한잔 더 마셔보자. 활기차고, 친절한 구테로이테 바리스타의 환대가 코스 내내 즐겁게 느껴졌다. 에스프레소 전문점으로서의 좋은 커피맛과 섬세한 코스 구성, 서비스까지 모두 훌륭하다.

구테로이테

  • 서울 강남구 선릉로131길 16
  • 08:00-24:00
  • @gute_leute_
  • 가격 1인 2만 3,000원, 2인 3만 1,500원

[3]
토츠커피 뉴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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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 최초, 미국 뉴욕 커핑(Cupping) 챔피언 린지 로(@lindasay.rho)는 2015년부터 맨해튼에서 아이디어 커피를 운영하다가 2020년 귀국해서 토츠커피 뉴욕을 오픈했다. 남한산성 주변에 위치한 토츠커피 뉴욕은 호주 멜번 마이크로 로스터 니콜로 커피를 한국에 최초로 소개했고, 콜롬비아 알레한드로 농장의 게이샤 커피가 크게 화제가 된 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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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여름 토츠커피는 백도 향이 선명한 콜롬비아 라에스메랄다 핑크버번 워시드 락틱 프로세스 커피를 기반으로 피치 드리퍼, 코코넛 커피빙수, 백도그릭샌드하우스, 레몬그래스 버베타 자두 커피와 차의 오마카세 메뉴를 선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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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메뉴는 핵과류 천도복숭아와 함께 어울리는 차를 커피와 함께 혼합하는 페어링 플레이트이다. 커피의 농도를 의도적으로 일반 커피의 70퍼센트 정도의 농도인 0.9tds까지 줄여 커피와 차의 질감을 일치시켰다. 핵과류는 과일 안에 돌이 들었다는 의미인데, 백도, 황도, 자두, 살구와 같이 감귤류와 함께 인류가 가장 좋아하는 과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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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메뉴는 코코넛 열매를 즉석에서 가공, 과즙과 연유를 이용한 슬러시 에스프레소 커피 빙수이다. 코코넛 식물성 재료를 사용했지만, 시원한 아이스 라떼와 같은 질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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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번째 메뉴는 씨를 제거하고 껍질을 완전히 제거한 백도에 요거트, 그래놀라 클로버 허니를 가득 채운 후, 피치 에션셜 오일을 첨가한 생크림 스폰지 케익을 허브 버베나 레몬그래스 차와 함께 구성했다. 디저트와 음료가 혼합 과정에서 서로의 장점을 더욱 부각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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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코스는 여름철 조선 오이와 애플민트를 조합하고, 라에스메랄다 커피와 히비스커스 티를 준비했다. 커피와 차를 따로 마셔도 좋고, 혼합해서 마셔도 의외로 인상적이다. 오이와 민트향이 커피와 조합되어 한여름 밤에 느껴지는 풀내음, 비 온 뒤 느껴지는 여름의 냄새가 선명하다. 뉴욕과 한국에서 활동하는 린지 챔피언의 오마카세 메뉴에는 커피, 차, 파인다이닝 음식에 대한 이해가 깊게 배어 있고, 고국에 대한 그리움, 낯선 환경에 대한 설렘이 커피와 음료안에서 자연스럽게 조우한다.

스페셜티 커피 산업이 발전하면서 파인다이닝에 영감을 받은 오마카세 메뉴들이 다양하게 확대되고 있다. 바리스타 대회 심판관 기미사, 강남을 대표하는 에스프레소 전문점 구테로이테, 뉴욕 커핑(cupping) 챔피언 토츠커피의 오마카세 메뉴는 네이버 스마트 스토어를 통해 사전 예약이 가능하다. 예약 전쟁이 만만치 않은데, 꼭 성공하기를 기원한다.

토츠커피뉴욕

  • 경기 광주시 남한산성면 남한산성로 533
  • 수-일 11:00-20:00(월, 화 휴무)
  • @totescoffee
  • 가격 3만 9,000원
About Author
심재범

커피 칼럼니스트. '카페마실', '동경커피', '교토커피'를 썼습니다. 생업은 직장인입니다. 싸모님을 제일 싸랑하고 다음으로 커피를 좋아합니다. 아 참, 딸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