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

삼각지의 그 새빨간 팝업, 메이커스마크

안녕, 서울 구석구석 여행하길 좋아하는 에디터B다. 연남동, 경리단길, 을지로, 성수동 그다음에 뜨는 동네는 어디냐는 질문을 받곤 한다. 그럴 때마다 내가...
안녕, 서울 구석구석 여행하길 좋아하는 에디터B다. 연남동, 경리단길, 을지로, 성수동 그다음에 뜨는…

2022. 06. 16

안녕, 서울 구석구석 여행하길 좋아하는 에디터B다. 연남동, 경리단길, 을지로, 성수동 그다음에 뜨는 동네는 어디냐는 질문을 받곤 한다. 그럴 때마다 내가 얘기하는 동네는 삼각지. 든든하게 자리를 지키는 노포, 소문난 고깃집부터 힙하고 이국적인 음식점까지 있는 동네, 바로 삼각지다. 신인과 레전드, 신과 구의 조합이 아주 좋은 동네라 할 수 있다. 힙한 동네라는 소문이 퍼지기 시작하면 즉각 출현하는 것이 바로 팝업스토어다. 지난 5월부터 삼각지에 새빨간 조명으로 시선을 사로잡는 팝업스토어 하나가 생겼다. 바로 미국 버번위스키 브랜드 메이커스마크의 팝업스토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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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커스마크 팝업스토어의 이름은 ‘독주 라이브’. 독주에는 여러 사전적 의미가 있고, 여기서 말하는 독주는 ‘남을 아랑곳하지 않고 본인만의 주관대로 행동함’을 뜻한다. 성공하기 위한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정해진 매뉴얼이 있을 수도 있고, 성공한 사람을 그대로 따라가면 절반의 성공을 이룰 수도 있다. 하지만 독주 라이브가 추구하는 성공은 그것과는 다르다. 답습하거나 베끼지 않고 자기만의 방식으로 성공을 향해 달리는 것을 응원한다. 독주 라이브는 그런 사람들이 모이는 공간으로 만들어졌다. 공사 중인 건물처럼 꾸며진 것 역시 독주 라이브가 추구하는 바를 잘 표현하고 있다. 완성되지 않은 현재 진행형처럼 보이지만 그 자체가 자기만의 방식임을 보여주고 있다. 장인 정신으로 위스키를 만드는 소신 있는 브랜드, 메이커스마크의 브랜드 히스토리를 보면 독주라는 단어와 아주 잘 어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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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커스마크는 미국 켄터키에서 시작된 버번위스키 브랜드다. 버번위스키는 옥수수를 주재료 만든 위스키를 말한다(호밀이 주재료가 되면 라이 위스키). 200년에 가까운 메이커스마크 역사에서는 두 사람이 가장 중요하다. 빌 새뮤얼스 시니어와 그의 아내 마저리 여사.

빌 새뮤얼스는 1930년대에 가족 사업이던 증류소를 물려받는데, 대대로 내려오는 매쉬빌(위스키 원재료 비율)대로 만들었지만 맛이 없었고 결국 매쉬빌이 적힌 레시피를 불태운다. 버번위스키에는 옥수수만 들어가는 것이 아니고 호밀, 밀, 보리 등 여러 곡물이 들어가는데 이 비율에 따라 맛이 크게 달라지기 때문에 레시피를 불태우는 건 엄청나게 위험하고 대담한 결정이었다. 메이커스마크는 그 사건을 계기로 새롭게 만든 매쉬빌을 지금까지 사용하고 있고, 지금의 메이커스마크로 성장하게 만든 것도 그 매쉬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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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 리뉴얼을 결정한 건 빌 새뮤얼스였지만, 그 이후 브랜딩에는 아내 마저리가 주도적인 역할을 맡았는데, 어떤 공헌을 했는지는 천천히 살펴보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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팝업 스토어에 들어가자마자 보이는 건 브랜드를 상징하는 레드왁스 조명이다. 메이커스마크 하면 바로 떠오르는 게 바로 위스키 뚜껑에서부터 흘러내리는 레드왁스. 이 아이디어를 낸 사람이 바로 마저리 여사인데, ‘위스키만 맛있으면 되지, 봉인에 멋 부릴 필요가 없어’라고 생각했던 빌 새뮤얼스와 달리 마저리 여사는 브랜드를 차별화하기 위한 브랜딩에도 관심이 많았다. 심지어는 장인들이 자신의 마크를 작품에 새기듯 장인 정신을 가지고 만드는 위스키라는 걸 표현하기 위해 ‘메이커스마크’라는 이름까지 직접 지었을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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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딩에 힘을 썼다고해서 마저리 여사가 술에 대해 몰랐던 건 아니다. 대대로 버번위스키를 만들던 증류소 집안의 딸이었기 때문에 맛에 대해서도 풍부한 경험을 가지고 있었다. 빌 새뮤얼스가 레시피를 불태운 뒤 어떻게 새로운 레시피를 만들 것인가 고민하고 있을 때 해결책을 제시해준 사람도 마저리 여사였다. 원하는 매쉬빌을 찾기 위해 술을 담그고 기다리는 건 너무 오래 걸리니 빵을 구워서 매쉬빌 테스트를 해보자고 아이디어를 낸 것. 요약하자면 지금의 메이커스마크를 만든 건 마저리 여사의 몫이 팔 할이라는 말이다. 흥미로운 역사가 더 있지만 이 정도만 알고 있어도 독주 라이브를 즐기는 데에는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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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공간을 좀 둘러보자. 왼쪽을 보면 전시 공간이 있다. 여기는 메이커스마크를 소재로 아티스트가 자신만의 스타일로 해석한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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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에는 네 명의 아티스트가 참여했다. 신가영, 박건우, 이찬유, 김지영, ‘독주’라는 컨셉에 맞게 자기만의 스타일로 새로운 형태의 예술을 추구하는 아티스트의 작품이 전시되어 있다. 마스킹테이프로 스니커즈를 만드는 아티스트 박건우는 마스킹테이프로 위스키병을 오버랩했고, 어두운 곳에서 희망적인 한 줄기 빛을 이야기하는 신가영 작가는 <술을 마시는 여성들>이라는 제목의 작품을 전시한다. 지금 소개한 아티스트들은 단순히 전시에만 그치지 않고 토요일에는 워크샵을 진행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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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공간은 저녁에는 공연을 위한 무대가 되기도 한다. 이센스, 스월비, 우원재 등 아티스트가 공연을 했고 저드, 림킴 등이 무대에 오를 예정이다. 공연 라인업 역시 범상치 않다. 모두 비슷한 아티스트가 떠오르지 않을 만큼 자기 개성이 뚜렷한 아티스트다. ‘독주’라는 컨셉이 전시, 공연, 공간 모든 곳에 긴밀하게 이어져있어서 인상적이었다. 참고로 공연을 앞두고는 1열에 자리를 잡는 사람들이 많아지니 전시는 되도록 분위기가 무르익기 전에 미리 구경하는 걸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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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른쪽으로 이동하면 독주 라이브의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는 바가 있다. 바에서는 크게 두 가지를 즐길 수 있는데, 첫 번째는 칵테일 클래스. 바텐더에게 직접 칵테일 만들기를 배울 수 있다. 바텐더는 매일 바뀌고 내가 방문했던 날의 바텐더는 구상옥 바텐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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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만들어본 칵테일은 민트줄렙. 버번위스키에 시럽, 민트잎이 들어가는 간단한 칵테일이다. 쉐이커를 쓰지도 않고 빌드로 쌓는 방식이어서 세상 간단한 레시피라고 생각했지만 막상 만들어보니 비율이 조금만 안 맞아도 맛이 영 좋지 않았다. 칵테일을 만들면서 메이커스마크를 니트로 맛본 것도 좋았다. 부드럽고 단맛이 인상적인 위스키였다. 나중에 찾아보니 위스키의 스파이시함은 호밀에서 나오기 때문에 라이 위스키에는 스파이시함이 있는 반면, 버번위스키는 부드러운 맛이 있다고 한다. 그리고 메이커스마크의 매쉬빌에는 옥수수가 70%가 들어가기 때문에 더욱 달고 부드러운 맛이 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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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텐더는 칵테일 클래스가 끝나면 더 바빠지기 시작한다. 바 왼쪽에 있는 계산대에서 칵테일 교환권을 구매하고 바텐더에게 주면 칵테일을 만들어주는 시스템이다. 니트는 4,000원, 칵테일은 5,000원으로 저렴한 편이고 칵테일은 하이볼, 올드패션드, 민트줄렙이 있다. 바텐더 시그니처 메뉴는 그날의 바텐더에 따라 메뉴가 달라진다. 구상욱, 이동환, 문선미, 신가희, 박상엽 등 다섯 명의 개성 강한 바텐더들이 선보이는 시그니처 메뉴가 궁금하다면 여러 날에 걸쳐 방문해보는 것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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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소개할 마지막 코너는 커스텀 존이다. 열쇠고리나 다양한 머그잔이 전시된 걸 보면 평범한 굿즈 코너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그렇지 않다. 굿즈를 사서 바로 옆에서 레드왁스에 담가 커스텀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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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팝업스토어에 방문하기 전부터 가장 기대했던 게 바로 커스텀 존이었다. 미국 켄터키에 있는 메이커스마크 증류소에 가면 위스키를 레드왁스에 담가보는 체험 프로그램이 있는데, 켄터키까지 가지 않아도 비슷하게 체험해볼 수 있으니까. 커스텀을 부탁하면서 레드왁스를 어느 정도로 넓게 덮을지, 비대칭으로 덮을지 등을 요청할 수 있다. 팝업 스토어는 한 달이 지나면 사라지고 없어지겠지만, 나만의 커스텀 굿즈는 방 한쪽에서 자리 잡고 오랫동안 사라지지 않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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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주 라이브를 방문하면서 이곳이 팝업이 아니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맛있는 위스키와 색다른 커스텀 체험, 아주 가까운 곳에서 지켜볼 수 있는 라이브 공연까지. 그리고 그런 공간이 이태원도, 홍대도 아닌 삼각지에 있다는 게 마음에 들었다. 매일매일 새로운 게 생기는 서울이라고 해도 그 안에서는 비슷한 것들이 많으니까. 새로움이 많아서 좋았던 아쉽게도 독주 라이브는 6월 26일까지만 문을 연다. 입장하기 위해서는 현장 대기를 해야 하고, 손님이 많기 때문에 웬만하면 대기해야 할 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삼각지에 간다면 한 번쯤 가볼 만한 공간이다.

  • 서울시 용산구 한강대로 146, 1층 (네이버 지도 ‘메이커스마크 독주 라이브’)
  • 금(17:00~24:00), 토(15:30 ~ 24:00) 일(15:30 ~ 23:00)
경고: 지나친 음주는 뇌졸중, 기억력 손상이나 치매를 유발합니다. 임신 중 음주는 기형아 출생 위험을 높입니다.

*이 글에는 메이커스마크의 유료 광고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About Author
김석준

에디터B. 기계식 키보드와 전통주를 사랑하며, 쓸데없는 물건을 좋아한다는 오해를 자주 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