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

여름 플레이리스트 이걸로 끝

안녕. 상황과 분위기에 어울리는 플레이리스트를 다수 보유한 객원 필자 김정현이다. 나는 <BGM>이라는 잡지의 에디터로도 활동 중인데, 사람들이 각자의 일상에서 어떤...
안녕. 상황과 분위기에 어울리는 플레이리스트를 다수 보유한 객원 필자 김정현이다. 나는 <BGM>이라는…

2022. 06. 13

안녕. 상황과 분위기에 어울리는 플레이리스트를 다수 보유한 객원 필자 김정현이다. 나는 <BGM>이라는 잡지의 에디터로도 활동 중인데, 사람들이 각자의 일상에서 어떤 음악을 즐겨 듣는지 소개하는 뮤직 & 라이프스타일 매거진이다. 평소 다양한 분들의 플레이리스트를 공유하고 있지만 이번에는 내 플레이리스트를 꺼내 볼까 한다.

올여름에는 어떤 음악을 들을까 스트리밍 사이트를 표류하는 독자분들을 위해 준비했다. 이 짜릿한 계절을 만끽하며 듣기 좋은 세 가지 테마. (1) 적당히 흥겹고 여유로운 바이브의 루프탑 파티에 어울리는 음악. (2) 노을 지는 한강에 앉아 듣기 좋은 센치하고 아련한 분위기의 음악. (3) 햇살 아래 나른한 기분으로 즐기기 좋은 피크닉 음악까지. 각각 유튜브 재생목록으로도 만들어 뒀으니 마음껏 저장해주시길.


1.두둠칫 루프탑 파티

만약 내가 루프탑 파티에서 음악을 틀게 된다면? 너무 시끄럽고 방방 뜨지 않으면서, 적당히 경쾌하고 흥겨운 음악들로 고심할 거다. 춤추고 술 마시고 대화도 나누며 각자의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데 방해되지 않도록. 여유로운 그루브가 느껴지는 소울/훵크/알앤비 계열로 엄선했다. 아, 루프탑 파티 가고 싶다. [플레이리스트 바로 듣기]

Calvin Harris – Slide (feat. Frank Ocean, Migos)

스타트는 무조건 이 노래. 처음 이 곡을 들었을 때의 짜릿함이 잊히지 않는다. 누군가 내게 신나면서도 과하게 방방 뜨지 않는 음악을 추천해달라고 하면 가장 먼저 생각날 정도로 정말 ‘적당히’ 흥겹고 경쾌하다. 듣고만 있어도 전해지는 청량한 여름의 기운. 프랭크 오션의 쫀득한 그루브와 미고스의 찰진 랩이 이렇게 잘 어울릴 줄은 몰랐다니까.

박재범, 기린 – 오늘밤엔 (feat. Ugly Duck)

가사와 뮤직비디오를 보면 알 수 있다. 이 노래야말로 루프탑 파티를 위해 만들어졌다는 걸. 선선한 바람이 부는 여름밤, 반짝이는 조명 아래 모여 맥주와 와인과 칵테일을 나눠 들고 춤을 추는 풍경의 BGM으로 이만한 게 없다. 부드러운 비트 위에 박재범과 기린의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거기에 Ugly Duck의 랩과 Jason Lee의 색소폰까지 더해져 흥겨움을 더한다.

아소토 유니온(Asoto Union) – Think About’ Chu

파티 분위기가 무르익어가다 보면 한 템포 쉬어주는 구간도 필요할 거다. 그렇다고 갑자기 쳐지는 선곡으로 산통을 깰 순 없으니… 그럴 때 이 로맨틱 끝판왕 노래가 흘러나오면 어떨까. 발표된 지 20년이 다 되어가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아소토 유니온의 명곡. 느릿하게 흘러가는 훵키한 리듬과 몽롱함을 더하는 건반 사운드, 김반장의 소울 가득한 보컬까지 듣고 있으면 낭만 가득한 도시의 야경이 그려진다.

Q – Take Me Where Your Heart Is

로맨틱한 분위기, 빈티지한 사운드를 좋아하시는 분들이라면 이 곡도 그냥 지나치지는 못할 거다. 이미 틱톡에서는 유명한 노래라던데 나는 우연히 유튜브에서 뮤직비디오를 보고는 첫 귀에(?) 반해버렸다. 반복되는 리듬에 몽롱한 신시사이저와 기타 사운드 위로 유유히 흐르는 Q의 팔세토 창법이 한 번 들으면 잊히지 않는다. 파티에서 만난 분과 묘한 기류를 느끼며 대화를 나누던 중 이 노래가 나온다…? 센스왕 DJ에게 감사 인사를 전해야 할 거다.


2. 나른한 오후의 피크닉

파란 하늘과 우거진 녹음 아래서 피크닉을 즐기고 싶다. 시원한 음료와 먹을거리를 가득 늘어놓고, 돗자리 위에 누워 보내는 나른한 시간. 이 여유로운 바이브를 한껏 살려줄 음악들이 빠질 수 없지. 살랑살랑 기분 좋게 불어오는 바람 같은 인디팝 위주로 골라봤다. [플레이리스트 바로 듣기]

카더가든 – Sarah

‘Oh Sarah, my dear’로 시작하는 도입부부터 탄식을 자아낸다. 유려하게 흐르는 멜로디 라인과 카더가든의 목소리는 스윗 그 자체. 듣고 있으면 봄날의 만개한 벚꽃이 떠오르기도, 뜨거운 햇살이 내리쬐는 한여름의 숲이 그려지기도 할만큼 아름답다. (가사 내용은 슬프지만.) 피크닉이라는 주제로 음악을 고를 때면 항상 빼놓지 않을 정도로 애정하는 곡이다.

Russian Red – Fuerteventura

스페인 출신 싱어송라이터 Russian Red는 1986년생이다. 처음에는 믿을 수 없었다. 목소리와 창법이 훨씬 더 옛날 사람 같았으니까. 좋은 뜻이다. 고전적인 매력이 넘친다. 레트로 감성 가득한 이 곡에서 특히 매력이 도드라진다. 스윙, 두왑, 딕시랜드 등 여러 재즈 장르가 혼합된 스타일이라고 소개되어 있는데, 장르적 특성을 세세히 몰라도 상관없다. 듣자마자 고개를 끄덕거리며 따라부를 수 있을 만큼 단순하고 경쾌한 리듬과 멜로디가 돋보인다. 한 마디로 ‘들으면 무조건 기분 좋아지는 음악’.

Cody Ash – Better Days

훌쩍 떠난 여행지 바닷가에서 멍때리며 듣고 싶은 노래. 따랑따랑- 하며 청량하게 울리는 메인 기타 리프는 푸른 바다와 야자수를 떠올리게 하고, 가볍게 읊조리는 보컬과 은은하게 퍼지는 악기 소리들은 나른한 햇살처럼 느껴진다. 아무 생각 없이 누워 고개를 까딱거리다 보면 그렇게 평화로울 수가 없을 거다. Jakob, Mellow Fellow 같은 로파이 계열의 음악을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꼭 들어보시길.

KOTA The Friend – Chicago Diner

힙합 음악도 하나 추천한다. 물론 플레이리스트 테마에 맞게 부드럽고 편안한 곡이다. 말랑말랑한 멜로디와 나긋나긋 뱉는 랩. 시원한 커피나 맥주를 마시며 듣기 좋은 칠(chill)한 바이브다. 개인적으로 KOTA The Friend의 거의 모든 곡을 즐겨 듣는데, 관심 있으신 분들이라면 유튜브 채널에 들어가 비디오 클립을 쭉 감상해보기를 권한다.


3. 노을 지는 한강에서

한강은 언제나 옳다. 그중에서도 가장 행복한 순간을 꼽으라면 붉게 물든 하늘과 반짝이는 윤슬을 바라볼 때. 노을 지는 한강에 앉아 있으면 내 안의 감성이란 감성은 모조리 차오르는 걸 막을 도리가 없다. 청춘영화의 주인공이 된 것마냥 감상에 푹 젖어 들게 해줄 음악들을 준비했다. 아련하고, 쓸쓸하고, 벅찬 감정을 가져다줄 멜랑콜리 뮤직. 청승맞게 울진 말자. [플레이리스트 바로 듣기]

BROCKHAMPTON – SUMMER

듣자마자 한여름의 오렌지빛 노을이 떠오르는 곡. “넌 다른 이들과는 달라. 넌 내 남자가 돼야 해.”라며 반복적으로 외치는 끈적이는(?) 목소리가 역시나 애처롭게 울부짖는 일렉 기타와 어우러지며 완벽한 섬머 러브송을 완성한다. 땀이 송골송골 맺히는 더운 날, 붉게 타오르는 하늘 아래 맥주 한 캔 마시며 듣고 싶다. 한강으로 아쉽다면 부산이나 제주, 양양의 바닷가에서 들어도 잘 어울리겠지.

pH-1 – place to go

‘SUMMER’를 듣고 타오르는 오렌지빛 노을이 떠오른다면, 이 곡은 더 쓸쓸하고 차가운 보랏빛 하늘을 연상시킨다. 사랑이 끝난 뒤 찾아온 상실감과 혼란을 노래하는 가사. 리듬을 끌고 가는 어쿠스틱 기타와 하울링하듯 울려 퍼지는 일렉 기타 사운드가 천천히 가라앉는 시린 감정을 탁월하게 표현한다. 이 노래의 유일한 흠은 미발매곡이라는 거. 사운드클라우드와 유튜브를 제외한 음원 스트리밍 사이트에서는 못 듣는다. 치원이 형, 이제는 내줄 때도 됐잖아요…

하현상 – 불꽃놀이

이 테마의 플레이리스트를 구상했을 때 가장 먼저 떠올린 곡이다. 제목, “저물어가는 태양이 어딘가 떠밀려가던 내 뒷모습 같아”라는 가사, 벅차오르듯 한꺼번에 터져 나오는 밴드 사운드, 여린 소년의 목소리로 노래하는 하현상의 보컬까지 여러모로 청춘 그 자체인 노래. 노련하고 매끈하기보다 어딘가 투박한 감성이 느껴져서 더 좋다. 이 기회로 하현상이라는 뮤지션을 알게 된 분들이 있다면 꼭 다른 음악들도 들어보시길. 앞으로 더 잘될 거라 믿어 의심치 않는 유망주 of 유망주다.

해서웨이(Hathaw9y) – Flame

산뜻하고 기분 좋은 여름밤의 BGM도 필요하다. 해가 넘어간 직후에 푸른빛이 살짝 섞여 든 하늘을 바라보며 함께하고 싶은 곡. 부산 출신의 3인조 밴드 ‘해서웨이’가 지난 5월에 발표한 <Flame>을 듣고서는 이거다 싶었지. 경쾌한 리듬과 청량한 기타 소리에서 선선한 바람이 부는 저녁 공기가 느껴지는 것만 같다. 이어폰 귀에 꽂고 한강 따라 걸으며 들어보자. 한 쪽씩 나눠 낄 사람이 있으면 더 좋을 것 같기도…

About Author
김정현

라이프스타일 잡지부터 토크 프로그램까지, 분야 안 가리는 프리랜스 콘텐츠 에디터. 멋있는 사람과 흥미로운 콘텐츠를 소개할 때 제일 즐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