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

자전거 사게요? 그래블은 어떠세요

안녕. 같이 자전거 타고 싶어서 부랴부랴 또 왔다. 객원필자 조서형이다. ‘그래블 바이크’를 들어보았는가? 나는 들어봤다. 최근 몇 년간 자주 들었다....
안녕. 같이 자전거 타고 싶어서 부랴부랴 또 왔다. 객원필자 조서형이다. ‘그래블 바이크’를…

2022. 05. 25

안녕. 같이 자전거 타고 싶어서 부랴부랴 또 왔다. 객원필자 조서형이다. ‘그래블 바이크’를 들어보았는가? 나는 들어봤다. 최근 몇 년간 자주 들었다. 단어 그랩(grab)을 떠올려 한 손에 쥘 수 있는 접이식 자전거 또는 초경량 자전거를 생각했다. 기계에 약한 나는 접이식이라면 접지를 못하거나 펴질 못한다. 그래서 그동안 그래블을 쳐다보지도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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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을 통째로 야근과 주말 근무에 헌납하던 어느 날, 이 날씨에 이럴 수는 없어! 울며 책상을 박차고 나왔다. 쌓인 일을 내던지고 나온 자리엔 기가 막힌 코스와 그 코스를 짠 사람 그리고 그래블 바이크가 있었다.


그래블 바이크가 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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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대에는 산악자전거 MTB가 유행했다. 사람들은 두껍고 울퉁불퉁한 바퀴로 깎아지른 산에서 그룹 라이딩을 즐겼다. 2010년대에는 시장이 로드 자전거로 움직였다. 까맣고 딱 붙는 옷을 입은 라이더들이 매끈하고 얄쌍한 자전거를 타고 “지나갈게요~”를 외치며 순식간에 앞서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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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블이 나온 건 2014년이다. 사람들이 반응하는 걸 살핀 다음 그걸 잘 섞어서 제품을 만들었다. 자갈을 뜻하는 단어 Gravel에서 이름을 따 왔다고 한다. 비포장 자갈길까지 갈 수 있는 자전거로 상체는 로드바이크, 하체는 MTB의 모습을 하고 있다. 날렵한 몸으로 포장도로에서는 경주용 자전거 못지않은 속도감을 유지한다. 두툼한 타이어로 궂은 날씨나 울퉁불퉁한 도로에서도 미끄러지지 않고 안정적으로 달릴 수 있는 주파 능력을 갖췄다. 가방을 거치할 수 있어 장거리 여행이나 통근용으로도 유용하다.


그래블 바이크가 왜 필요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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뭘 하나 사려면 고민이 뒤따른다. ‘출퇴근용 자전거가 필요해. 주로 시내에서 달리겠지. 그렇긴 한데 한 번씩은 잘 닦인 도로 말고 나무 그늘 사이로 흙길을 달려 보고도 싶어. 자전거로 캠핑도 하던데 그런 것도 재밌겠군. 이번 휴가에는 자전거 여행을 해보는 것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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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를 사려는데 아직 나의 스타일이 파악되지 않았다면 그래블은 좋은 선택이다. 어디든 끼워 놓으면 제 역할을 하는 녀석이기 때문이다. 그래블 바이크는 로드와 MTB에 투어링 바이크의 특징까지 갖췄다. 자전거 가방인 패니어를 비롯해 물통 캐리어와 짐받이까지 뭐든 장착할 수 있게 다수의 마운트로 가능성을 활짝 열어 두었다. 포장도로와 비포장도로를 포함한 다양한 코스를, 오랫동안, 짐까지 싣고 달리기에는 그래블만 한 게 없다.


그래블 바이크는 뭐가 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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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인한 타이어

펑크에 강하다. 그런 요소를 모두 가져다 썼다. 타이어 압력을 낮춰 펑크 위험을 피하는 튜브리스 림, 접지력과 주행 성능이 좋은 40mm 내외의 타이어, 그리고 상황에 따라 더 큰 타이어도 끼울 수 있도록 프레임에 여유를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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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한 운전을 돕는 프레임

로드 바이크에 비해 앞바퀴와 뒷바퀴까지의 거리가 멀다. 앞바퀴와 손잡이를 연결하고 있는 자전거 포크가 앞으로 내밀어진 형태를 하고 있다. 핸들바의 위치는 높은 편이다. 그 결과 조향 반응성은 덜하지만 안정성이 매우 뛰어나다. 그래블 바이크는 편안하고 안전한 주행을 위한 몸체를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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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찰식 브레이크

일반적으로 디스크 브레이크를 장착한다. 험로 제동에 유리하다. 핸들의 브레이크를 쥐면 패드가 압착해 자전거를 멈춘다. 디스크 브레이크는 마찰력으로 운동에너지가 열에너지로 전환하면서 자리에 서는 원리다. 빠르게 달리다가도 바로 자전거를 세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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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끝없이 늘어나는 확장성

물병을 꽂는 거치대를 위해 나사 구멍이 세 군데 이상 마련되어 있다. 여기에 자전거용 가방과 랙을 걸기 위한 나사 구멍도 있다. 그게 뭐 특별하나 싶겠지만 자전거를 사려고 보면 이런 형식은 투어링 말고 찾아 보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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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를 새로 산다면 어떤 상황이든 맞출 수 있는 그래블이 좋겠다. 이미 자전거가 오랜 취미라도 그래블이 좋겠다. 가지고 있는 여러 종류 자전거를 이 기회에 처분하고 그래블만 남기면 되니까. 그래블 바이크는 적당한 자전거를 찾는 입문자도, 극단에 있는 사람도 남김없이 흡수하는 마성의 자전거다.


자, 그래블 바이커가 되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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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퀴는 둥글고 살다 보면 어떤 길이든 나올 수 있다. 그러니 이왕이면 그래블이 좋겠다. 당신이 그래블 바이커가 되기로 했다면 한 대의 자전거로 이런 다양한 상황들을 즐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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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스 짜는 즐거움

그래블 바이크가 생겼다면 국토 종주 같은 일에 도전하기 좋다. 자전거 도로와 적당한 숲길을 섞어 가며 달리는 거다. 넓은 타이어가 다양한 환경에 대처하고 묵직한 기어 바가 알아서 속도감을 더할 것이다. 그래블 바이크를 타면 자전거 타는 실력이 좋아진다고 한다. 한 대로 여러 경험을 할 수 있어서다. 강, 산, 계곡, 마을을 골고루 섞어 이날의 코스를 짠 라이더는 오늘로 5일째 칭찬을 담뿍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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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숫자를 내던진 자유

초경량, 최단 시간, 최대 거리와 같은 숫자를 포기하면 본격적으로 그래블 라이딩의 재미를 볼 수 있다. 쳇바퀴 돌듯 앞 사람 엉덩이만 볼 일도, 끝없는 길에 갇힌 것 같은 기분이 들 일도 없다. 그래블 자전거를 끌고 나온 길은 그 모양을 계속 바꿀 테니까. 특별한 사건을 기대해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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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믹스매치 코디 가능

형식에 갇히지 않은 자전거인 만큼 라이더의 옷차림도 다양하다. 스피드를 즐길 준비가 된 로드 라이더의 기능성 반바지에 땀이 빨리 마르는 하이킹용 상의, 거기에 평소 좋아하는 셔츠를 더해 팔이 타는 걸 막을 수도 있다. 그래블 라이더의 패션은 얼마든지 믹스매치가 가능하다. 아직 멋진 그래블 라이더가 되지 못한 나는 평소 동네 마실용 옷을 입었다. 금방 땀에 젖어 축축하고 무거워졌다.


그래블, 진짜 유행 맞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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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블은 2020년쯤 세계적으로 탄력을 받았고 그래블 라이딩은 뜨거운 주제가 되었다. 그걸 어떻게 아냐고? 이렇게 알 수 있다. 자전거 회사에서 앞다투어 신제품으로 그래블 자전거를 내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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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드별 대표 그래블 바이크 제품을 간단히 적어 보았다.

메리다의 사일렉스 / 자이언트의 리볼트 / 캐논데일의 탑스톤 / 스페셜라이즈드의 다이버지 / 트렉Trek의 체크포인트 / 도마니의 AL3 / 캐니언의 그레일, 그리즐 / 설리의 미드나잇스페셜 / 코나의 리브레 / 다이버지 Comp E5 / 첼로의 리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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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블 라이딩을 주제로 한 행사 역시 티켓을 구하기 어려울 만큼 인기가 좋다. 미국 캔자스주에서 열리는 중장거리 그래블 경기 더티 캔자(Dirty Kanza), 영국의 더티 리버(Dirty Reiver), 이탈리아의 제로보암 시리즈(Jeroboam Series), 스코틀랜드의 그랑폰듀로(Gran Fonduro) 등이 그렇다. 100킬로미터 부터 3500킬로 미터까지 중장거리 라이딩을 할 수 있다. 국내에서도 그래블 이벤트가 열리고 있으며, 대개 포장도로와 임도가 섞인 코스로 구성했다. 그래블 바이크의 규격이 따로 규칙으로 정해져 있지는 않기 때문에 그래블이 없어도 참여할 수 있다. 혹시 그래블 라이더가 되었다면, 그 기념으로 행사에 맞춰 여름 휴가지와 일정을 짜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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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블 자전거 구매로 시작한 여름휴가에는 신세계가 열릴 것이다. 나는 그래블 라이더를 따라 간 이번 여정에서 살짝 먼저 맛봤다. 아. 침 나올 것 같다.

사진 협조: @mathcho29, @jekeunpark, @bread_kyu

About Author
조서형

아웃도어 관련 글을 씁니다. GQ 코리아 디지털 팀 에디터. 산에 텐트를 치고 자는 일을 좋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