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AT

원두는 어떤 걸로 드릴까요?

안녕, 나는 커피를 마시고, 글을 쓰는 심재범이다. 벚꽃처럼 찰나 같은 봄을 지나, 쏜살같이 여름이 달려오고 있다. 작열하는 햇살의 여름을 상상하는...
안녕, 나는 커피를 마시고, 글을 쓰는 심재범이다. 벚꽃처럼 찰나 같은 봄을 지나,…

2022. 05. 19

안녕, 나는 커피를 마시고, 글을 쓰는 심재범이다. 벚꽃처럼 찰나 같은 봄을 지나, 쏜살같이 여름이 달려오고 있다. 작열하는 햇살의 여름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벌써부터 시원한 아이스 아메리카노 생각이 간절하다.

뜨겁고, 차가운 음료를 사랑하는 한국은 자타 공인하는 아이스 커피의 천국이다. 통계를 살펴보면, 한국인은 연간 353잔의 커피를 마시고, 세계 평균 2.7배의 커피를 마시며, 아이스 아메리카노의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다. 한국인이 아이스 커피를 사랑하는 이유로 여러 설(길고 습한 여름, 빨리 카페인을 보충해서 열심히 일을 해야 하는 부지런한 국민성이 가장 설득력이 있는 편이다)이 있다. 오늘은 한국인이 사랑하는 여름철 ‘아아’에 어울리는 블렌딩 커피와 싱글오리진 커피를 소개하려고 한다.


“블렌딩 커피로 주세요”

1400_retouched_add-1

아이스 아메리카노는 에스프레소에 차가운 얼음과 물을 첨가하는 아메리카노의 일종이다. 최근 한국에서는 20g의 블렌딩 커피를 사용한 진득한 더블샷 아이스 아메리카노의 인기가 많다. 블렌딩 커피의 정확한 표현은 블렌디드(Blended)이지만, 통상적으로 블렌딩이라 표현을 한다. 굳이 번역을 하면 잘 섞인 커피라 할 수 있다.

블렌딩 커피는 선명한 초콜릿, 달콤한 캐러멜, 적절한 산미, 좋은 밸런스, 우아한 단맛과 같은 기본적인 커피의 향미를 표현한다. 다만 일반적인 블렌딩 커피는 사계절에 맞추는 경우가 많아, 대부분의 커피 업체는 여름에 맞춘 아이스 아메리카노 블렌딩 커피를 특별히 제작한다. 예를 들면, 테라로사 커피는 여름철 아이스 커피 전문 블렌딩을 선보이고 있고, 부산의 에프엠 커피는 강하게 볶은 강배전 브라질 커피를 베이스로 에스프레소와 얼음을 셰이킹해서 시원하고 청량한 느낌의 아메리카노를 제공한다.


“콜롬비아로 주세요”

1400_retouched_-22

콜롬비아 커피의 특징은 깔끔하고 우아한 산미와 길고 여운 있는 끝맛이다. 아이스 아메리카노로 마셨을 때, 프랑스 부르고뉴 지방의 샤도네이 와인을 연상시킨다. 스페셜티 커피 산업이 발전하기 전부터 콜롬비아의 수세식 커피(물을 사용해 생두를 가공하는 방식)는 우아하고 깔끔한 단맛과 여운있는 피니시로 인기가 많았다. 풍부한 영양 성분이 있는 토질과 고지대의 서늘한 재배 환경은 향미에 영향을 끼쳤고, 덕분에 콜롬비아에서는 풍부한 단맛과 우아한 산미의 커피가 재배된다. 

콜롬비아에는 전국적으로 1,000개가 넘는 농장이 있는데, 남부 지역의 나리뇨, 카우카 지역의 커피는 진득한 질감과 우아한 산미, 견과류와 같은 고소함과 초콜릿 같은 임팩트가 매력적이다. 개인적으로 최근 가장 인상 깊었던 콜롬비아 커피는 엘파라이소 커피 농장에서 가공한 리치 커피다. 엘파라이소 농장은 커피업계의 올림픽이라고 할 수 있는 COE(Cup of Excellence)에서 여러 차례 입상했고, 독특한 가공을 해서 커피에서 청량한 열대 과일 향이 강렬하다.


“과테말라로 주세요”

1400_retouched_-34

과테말라 커피의 특징은 고지대 화산토의 명확한 산미와 농후한 질감이다. 특히 아이스 커피로 마셨을 때 커피의 풍미와 질감이 더욱 농축되는 느낌이 있다.

과테말라는 전 국민의 1/4이 커피 산업에 종사하고 있고, 연간 커피 생산량은 20만 톤 내외 세계 10위권의 생산량을 선보이는 곳. 브라질과 콜롬비아의 커피가 전통적인 커머셜 커피 산업부터 활발하게 유통이 되었다면, 과테말라는 스페셜티 커피 산업의 발전과 함께 가장 각광을 받는 중남미의 커피 산지이다. 과테말라의 대표적인 커피 산지는 안티구아, 아티틀란 지역, 우에우에테낭고 지역이다.

1400_retouched_-28

과테말라 고지대 커피의 특징은 명확한 산미다. 과테말라의 대표적인 농장은 우에우에테낭고 지역의 과테말라 인헤르토 농장이다. 과테말라의 인헤르토 농장은 중남미 최고의 농장으로 자타가 공인하여 각광 받는 곳이다. 과테말라의 인헤르토 농장의 레전더리 게이샤 커피는 청량감과 명확한 커피 향미, 농후한 와인 같은 질감까지 아이스 여름철 아이스 커피로 극강이다. 인헤르토 농장의 레전더리 게이샤 커피는 부산의 트레져스, 광주의 304커피, 서울 502커피등에서 소개하고 하고 있다. 참고로 과테말라의 화산토에서 재배된 커피의 영향으로 스모키하다는 이론이 있었지만, 다양한 연구 결과 오류로 밝혀졌다.


“케냐로 주세요”

1400_retouched_-36

케냐의 원두는 ‘바리스타들의 커피’, ‘커피인들의 영혼’으로 손꼽히곤 한다. 짙은 향기와 밝고 강한 산미, 열대과일과 베리류, 와인과 같은 복합적인 풍미까지 모든 바리스타들이 여름철 최고의 아이스 커피로 꼽는 커피 산지다.

1400_retouched_-11

케냐는 세계 커피 점유율 0.5% 내외로 커피 생산량은 적지만, 에티오피아와 함께 아프리카 최고의 스페셜티 커피 산지로 유명하다. 케냐의 주요 원두 생산지는 북쪽 케냐산 주변 고원 지역과 우간다 접경 지역인 엘곤, 나쿠루 지역이며, 대부분이 아라비카 품종이고 물이 풍부해서 수세식 가공 방식의 우아하고 깔끔한 여운의 커피들이 많다.

1400_retouched_-27

케냐 커피의 명확한 산미는 프랑스 샴파뉴 지방에서 생산되는 샴페인과 비슷한데, 폭발적인 청량감과 단맛, 여운 있는 피니시가 복합적으로 표현되는 게 바로 케냐 커피다. 이런 특징 덕분에 동서양의 모든 커피 애호가들에게 인기가 많다. 아이스 아메리카노로 추출할 경우 독특한 산미가 톤다운 되면서 단맛의 임팩트가 명확하고, 아이스 핸드드립으로 내려서 마시면 산미 톤이 강력해지고 단맛과 애프터가 조화롭게 이어진다.

1400_retouched_-41 [케냐 기티투 커피를 제공했던 펠트커피 청계천점]

올해 최고의 케냐 커피는 케냐 기티투 커피이다. 커피 리브레, 커피투어, 경주의 커피플레이스 등에서 선보이고 있다. 얼마 전에는 커피리브레의 서필훈 로스터가 특별히 로스팅한 케냐 기티투 커피를 일일 한정으로 펠트커피 청계천 매장에서 제공했는데, 당일 500여명의 애호가들이 모였고, 네 시간만에 품절되었다. 시원한 아이스 커피와 함께 여러분의 여름이 더욱 청량하고 쾌적하기를 바래본다.

About Author
심재범

커피 칼럼니스트. '카페마실', '동경커피', '교토커피'를 썼습니다. 생업은 직장인입니다. 싸모님을 제일 싸랑하고 다음으로 커피를 좋아합니다. 아 참, 딸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