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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외 좌석이 명당, 서울 카페 3

안녕. 화창한 날씨를 사랑하는 객원 필자 김정현이다. 바야흐로 광합성의 계절. 요즘 날씨 미쳤다. 덥지도 않고 춥지도 않다. 하늘은 파랗고 볕은...
안녕. 화창한 날씨를 사랑하는 객원 필자 김정현이다. 바야흐로 광합성의 계절. 요즘 날씨…

2022. 05. 17

안녕. 화창한 날씨를 사랑하는 객원 필자 김정현이다. 바야흐로 광합성의 계절. 요즘 날씨 미쳤다. 덥지도 않고 춥지도 않다. 하늘은 파랗고 볕은 따사롭고 그늘에 앉아 있으면 바람은 선선하지. 이 완벽한 계절에 절대 포기 못 하는 건 야외 커피 a.k.a. 노상 커피다. 따뜻하게 내리쬐는 볕 아래 커피 한잔하는 시간은 갑갑한 일상 속 그저 빛… 그래서 준비했다. 야외 좌석이 매력적인 서울 카페 3곳. 바깥에 자리 잡고 앉아 봄날의 여유를 만끽하자.


[1]
무에 Mue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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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 3호선 안국역에서 나와 계동길을 걷다 보면 만나게 되는 카페 무에. 두 달 전에 오픈한 ‘신상 카페’지만 원래부터 이 동네 이 자리에 있었던 것 같은 자연스러움을 추구하는 카페다. 멋들어진 브랜딩을 앞세우는 카페들이 쏟아지는 시대에 그저 맛있는 커피 마시고 편하게 쉬다 갈 수 있는, ‘카페 공간의 기능에 충실한 곳’이었으면 한다는 소개말이 인상적이었다. 결국 카페에 관한 기억으로 남는 건 독특한 메시지나 콘텐츠보다 머물렀던 날의 날씨나 기분, 함께 온 사람들과의 대화 같은 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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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창 앞에 마련된 야외 좌석에 앉으면 소담한 계동길을 오가는 사람을 구경하는 재미가 있다. 아이 손을 잡고 걷는 젊은 부부, 강아지와 산책에 나선 운동복 차림의 여자, 바쁠 거 하나 없이 느긋하게 지나가는 동네 어르신 등 정겨운 풍경이 골목을 채운다. 바깥에 앉아 커피를 마시고 대화를 나누는 모습을 카페 안에서 내다보면 그렇게 여유로워 보일 수가 없다. 주말 오후에는 금방 자리가 차는 편이니 명당을 차지하고 싶다면 조금만 부지런을 떨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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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는 화려한 기색 없이 단순하고 단정하고 담백한 인상이다. 건물의 톤과 소재를 자연스럽게 이어받아서 마치 건물이 지어졌을 때부터 있던 공간 같다. 높은 층고와 그레이&블랙 위주의 통일감 있는 컬러, 무엇보다 골목이 내다보이는 큰 창 덕분에 작은 면적에도 전혀 답답하지 않아 좋다. 전체적으로 미니멀한 인테리어가 얼핏 미완성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바리스타나 손님의 모습이 들어설 때 비로소 완성되는 그림을 의도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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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불호 없이 편안하게 마실 수 있는 에스프레소 베이스의 커피 메뉴, 선명한 플레이버가 돋보이는 4종 내외의 싱글 오리진 필터 커피가 직접 로스팅한 원두로 제공된다. 범상치 않은 이름 때문에 큰 기대를 안고 마신 ‘파나마 잔슨 그러세야 게이샤’는 플로럴 계열의 풍부한 향미와 식을수록 선명해지는 단맛이 훌륭했다. 따뜻한 걸로 주문해 천천히 음미해보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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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저트로는 레몬 티라미수를 두 번 세 번 추천한다. 근래 먹었던 디저트 중 단연 최고다. 아몬드가 들어가는 커피 시트에 레몬 커드크림과 마스카포네를 섞고, 위에는 레몬 제스트를 올렸다. 촉촉하고 진한 커피 시트와 쫀쫀한 레몬 크림을 한입에 먹으면 정말이지… 요즘처럼 산뜻한 날씨에 이보다 잘 어울리는 디저트가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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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에 Mueh

  • 주소 서울 종로구 북촌로8길 28, 1층
  • 영업 시간 월 11:00-17:00 화-일 11:00-20:00
  • @cafe_mueh

[2]
오우드 OU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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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자동차 공업사들이 모인 성수동 골목 한 켠에 자리한 카페. 남성복 브랜드 유스와 편집숍 옵스큐라 스토어를 전개하는 이공오컴퍼니에서 운영하는 오우드는 인근 공장이나 정비소와는 달리 밝고 환한 분위기가 인상적이다. 널찍한 테라스 자리와 다양한 선택지의 베이커리 메뉴까지 있어 볕 좋은 주말이면 빈자리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인기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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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라스 공간이 유독 인기가 많은 이유가 있다. 넓은 마당에 일렬로 배치된 테이블, 햇빛을 막아주는 가림막, 그 앞으로 보이는 화단 그리고 솔솔 불어오는 바람까지. 나른한 시간을 보내기에 제격이다. 성수동 공업단지 한 가운데 위치해 있지만 테라스에 앉아 있을 때만큼은 한적한 교외 대형 카페에 와 있는 듯한 느낌이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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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 역시 밝고 넓고 쾌적한 공간을 선호하는 분들이라면 만족할 수밖에 없는 인테리어. 전면과 측면, 거기에 천장까지 창이 있어 ‘햇살 맛집’으로 불릴 만큼 채광이 좋다. 층고가 높고 가구도 대체로 밝은 원목 소재라서 답답하거나 불편함 없이 안락한 분위기를 누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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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우드에는 먹음직스러운 베이커리 메뉴가 한가득이라 커피 한 잔만 시키는 건 아쉽다. 나 역시 참지 못하고 소금빵과 커스터드 크림 크로넛을 골랐다. 요즘 유행하는 소금빵은 담백하면서도 짭짤한 맛 덕에 달달한 빵을 싫어하는 분들도 부담 없이 드실 수 있다. 따뜻한 아메리카노와의 궁합이 좋았다.

당 충전이 필요한 분은 커스터드 크림 크로넛을 주문하자. 크루아상과 도넛이 합쳐진 오우드의 대표 페이스트리 메뉴다. 겉면의 바삭한 식감과 안쪽의 진하고 쫀쫀한 커스터드 크림이 절묘하게 어우러진다. 여기서 만족 못하고 극강의 달달함을 원한다면 초콜릿 커스터드 크로넛를 집으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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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우드 Oude

  • 주소 서울 성동구 연무장길 101-1
  • 영업 시간 매일 11:00-22:00
  • @oude_seoul

[3]
도덕과 규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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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의 작업실에 놀러 가는 건 설레는 일이다. 보여주기식이 아닌 철저히 자기 작업을 위해 적절히 세팅한 공간과 구석구석 그 사람의 취향이 느껴지는 물건을 살피다 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른다. 신수동 주택가에 자리한 도덕과 규범에 놀러 갈 때도 딱 그 마음으로 가면 된다. 커피를 볶고 내리는 작은 작업실이자 양질의 원두를 저렴하게 살 수 있는 동네 원두 가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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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장이 창 너머로 커피를 내어주면 빈티지 스피커 앞에 자리를 잡아보자. 자연스럽게 서라운드로 들려오는 음악을 감상하며 멍때리거나 주인장과 수다를 떠는 거지. 공간은 협소하지만 야외 좌석이 주는 매력 때문에 손님이 제법 모이면 간의 의자에 걸터앉거나 주변에 서서 마시기도 하는 등 자유분방한 바이브가 형성된다. 심지어 집에서 캠핑 의자를 가져와 남는 공간에 자리를 잡는 동네 단골도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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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 역시 투박하고 빈티지한 맛으로 가득하다. 라임에 민트, 오렌지까지 다양한 색 조합에 소재도 나무부터 고철까지 한데 뒤섞여 있는데 그게 그렇게 멋스럽다. 엄격한 의도로 구성하고 정교한 계산 아래 배치한 인위적인 느낌 대신, 원래 갖고 있던 것들을 하나둘 툭툭 갖다 두면서 만들어진 자연스러운 모습이 주는 힘을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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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접 로스팅한 좋은 커피를 저렴하게 판매한다는 원칙 아래 블렌드 2종과 디카페인 등을 제공한다. 쓴맛은 적고 고소함이 강한 ‘초콜릿’과 상대적으로 좀 더 가벼우면서 에스프레소로 마시기에도 밋밋하지 않은 ‘과일’ 블렌드가 기본. 싱글 오리진은 그때그때 달라진다. 메뉴 구성은 심플하게 에스프레소, 아메리카노, 라떼. 개인적으로 따뜻한 커피를 마실 거라면 ‘과일’, 시원한 커피를 원하면 ‘초콜릿’ 블렌드를 추천한다.

도덕과 규범

  • 주소 서울 마포구 독막로28길 34 도덕과 규범
  • 영업 시간 화-토 12:00-19:30 (일, 월 휴무)
  • @doduk_kyubum
About Author
김정현

라이프스타일 잡지부터 토크 프로그램까지, 분야 안 가리는 프리랜스 콘텐츠 에디터. 멋있는 사람과 흥미로운 콘텐츠를 소개할 때 제일 즐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