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

[월간B추천] 호시절은 오늘 저녁

안녕, 살면서 1,461편의 영화를 본 에디터B다. 어느 때보다 왓챠를 많이 보는 요즘, 자연스레 열악했던 과거의 시청 환경이 떠오른다. 1,000원에서 2,000원...
안녕, 살면서 1,461편의 영화를 본 에디터B다. 어느 때보다 왓챠를 많이 보는 요즘,…

2022. 01. 20

안녕, 살면서 1,461편의 영화를 본 에디터B다. 어느 때보다 왓챠를 많이 보는 요즘, 자연스레 열악했던 과거의 시청 환경이 떠오른다. 1,000원에서 2,000원 정도의 가격을 내고 비디오를 빌리거나, 기차를 타고 시내로 나가야 했다. 부끄럽지만 불법 다운로드도 많이 했다. 700MB짜리 고해상도 버전을 보기 위해 몇 시간 동안 기다렸다. 지금은 한 달에 만 원도 안 되는 가격은 영화를 수천 편 감상할 수 있다. 영화 감상이 취미인 나에겐 이보다 더 좋은 시절이 없다. 매일 저녁이 호시절이다.

빔프로젝터를 켜고 어떤 영화를 볼까 파도타기를 하다 보면 이런 생각이 든다. 나는 내가 보고 싶은 영화를 다 못 보고 죽겠구나. 어마어마한 신작과 구작 사이에서 기분 좋게 길을 잃어버린다. 죽어서 지옥에 갈지 어디를 갈지 모르지만, 그곳에 부디 왓챠가 있으면 좋겠다. CGV도 있으면 더 좋고.


[1]
movie theater

<해적: 도깨비 깃발>

<해적: 바다로 간 산적>의 속편이 개봉한다. 하지만 엄연히 따지면 속편은 아니다. 스토리에 연관성이 전혀 없기 때문이다. 2014년에 개봉한 <해적: 바다로 간 산적>은 <명량>, <군도: 민란의 시대>, <해무>와 경쟁하며 관객 수 860만여 명을 동원했다. 기대한 사람이 적어서 더 의외라는 반응이 많았다. 2편은 1편의 가장 큰 특징인 시대극과 해적이라는 요소만 빌려왔다. 개인적으로는 해적이 등장하는 유쾌한 사극이 국내 영화 중에 드물어서 반갑다. 출연 배우를 봐도 기대가 되는데, 조합이 낯설고 신선하다. 강하늘, 한효주, 이광수, 채수빈, 세훈 그리고 권상우, 김성오. 제작비 230억 원의 블록버스터라 손익분기점이 높을 텐데 극장 개봉을 선택했다. 부디 좋은 성적을 얻길 진심으로 응원한다.

  • 개봉 2022.01.26
  • 감독 김정훈
  • 출연 강하늘, 한효주, 이광수, 권상우

[2]
movie theater

<킹메이커>

이 영화를 오래 기다렸다. 이유는 두 가지다. 첫 번째는 <불한당>으로 신드롬을 일으켰던 감독 변성현의 후속작이기 때문이고, 두 번째는 고 김대중의 정치 인생을 소재로 삼았기 때문이다. 정치인을 영화 소재로 사용할 땐 위험이 따른다. 박정희, 노무현, 전두환 등 누구를 주인공으로 삼아도 마찬가지다. 역사를 왜곡했다며 가처분 소송을 하기도 하고(<그때 그 사람들>), 어마어마한 평점 테러를 당할 수도 있다(<26년>). <불한당>과 비슷한 영화가 아닌 위험한 소재를 택했다는 점에서 변성현을 응원한다. 영화는 고 김대중 대통령을 모티브로 한 김운범(설경구)과, 뛰어난 선거전략가 서창대(이선균), 두 사람의 이야기를 다룬다.

  • 개봉 2022.01.26
  • 감독 변성현
  • 출연 설경구, 이선균, 유재명, 조우진, 박인환

[3]
Netfilx

<지금 우리 학교는>

<지금 우리 학교는>는 네이버 웹툰을 원작으로 한 좀비물이다. ‘만약 조선 시대에 좀비가 있었다면?’이라는 상상은 <킹덤>이 됐고, ‘부산으로 가는 기차에 좀비가 나타났다면?’은 <부산행>이 됐다. <지금 우리 학교는>은 ‘학교에 좀비가 나타나면?’을 드라마로 만든 결과물이다. <오징어 게임>이 워낙 히트를 하니 ‘제2의 오징어 게임’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진 상황이다. 하지만 모든 콘텐츠가 <오징어 게임>처럼 성공할 수는 없다, 세상엔 <고요의 바다>처럼 호불호가 갈리는 영화도 필요한 법이니까. <완벽한 타인>을 연출한 감독 이재규가 <지금 우리 학교는>을 연출했고, <벌새>의 박지후, <오징어 게임>의 이유미 등이 출연한다.

  • 채널 넷플릭스
  • 공개 2022.01.28
  • 감독 이재규
  • 출연 박지후, 윤찬영, 조이현, 이유미 등

[4]
Disney+

<북 오브 보바 펫>

스타워즈 팬이라면 손꼽아 기다렸을 시리즈 <보바 펫>이 공개된다. 보바 펫은 우주 최고의 현상금 사냥꾼 장고 펫의 아들로, 스타워즈 시리즈에는 아주 잠깐 등장했던 캐릭터이지만 출연 비중 대비 인기는 상당했다. 스타워즈 이후에는 그리고 디즈니+ 시리즈 <만달로리안>에 등장하면서 스핀오프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는데, 드디어 보바 펫을 주인공으로 하는 드라마가 공개를 앞둔 것이다. 보바 펫을 연기하는 배우는 스타워즈 시리즈에서 아버지 장고 펫을 연기했던 테무에라 모리슨이다.

  • 채널 디즈니+
  • 공개 2022.02.02
  • 연출 존 파브로, 데이브 필로니, 로버트 로드리게스 등
  • 출연 테무에라 모리슨, 밍나 웬 등

[5]
Netflix

<모럴센스>

<모럴센스>는 도미넌트와 서브미시브, 남다른 성적 취향을 다룬 로맨틱 코미디다. 순한 맛의 <그레이의 50개의 그림자>라 생각하면 된다. 줄거리는 이렇다. 지우(서현)는 이름이 비슷한 직장 동료의 택배를 우연히 받는다. 안에 들어 있던 물건은 다름 아닌 목줄. 반듯한 이미지의 남자 동료 지후(이준영)의 성적 취향이 ‘서브미시스’라는 걸 알게 되고, 두 사람은 도미넌트-서브미시브 관계로 발전한다.

  • 채널 넷플릭스
  • 공개 2022.02.11
  • 감독 박현진
  • 출연 서현, 이준영, 이엘, 안승균, 김보라 등

[6]
movie theater

<어나더라운드>

고등학교 교사 마르틴(매즈 미켈슨)의 삶은 지루함 그 자체다. 공부에 의욕 없는 학생들을 상대하는 것도 이젠 지겹다. 그러던 어느 날, 동료 교사 니콜라이의 40번째 생일 파티에서 흥미로운 가설을 듣는다. ‘혈중 알코올 농도 0.05%를 유지하면 적당히 창의적이고 활발해진다’. 마르틴은 그 가설을 직접 실행해보는데, 실제로 매사에 웃음이 넘치기 시작한다. 마르틴은 조금씩 알코올 농도를 올리며 실험을 계속하는데, 과연 이 연구는 해피엔딩으로 끝날 수 있을까?

  • 개봉 2021.1.19
  • 감독 토마스 빈터베르그
  • 출연 매즈 미켈슨, 토머스 보라센 등

[7]
Watcha

<십개월의 미래>

프로그램 개발자, 28살의 미혼, 최미래는 어느 날 계획에 없던 임신을 하게 된다. 미래라는 사람은 그대로인데, 세상 모든 사람들의 태도가 달라진다. 한 마디로 ‘멀쩡한 인간이 없다’. 남자친구는 자신의 삶도 컨트롤이 되지 않으면서 자신이 다 알아서 하겠다고 우기고, 남자 친구의 집안 사람들은 생각보다 더 막무가내다. 젊음을 바쳐 일하던 직장에서는 미래의 출산 계획을 듣게 되자 함께 할 수 없다는 말을 통보한다. 나는 <십개월의 미래>를 되도록 많은 사람들이 보면 좋겠다. 몇 개의 소제목으로 파트를 구분하는데, 마지막에 이런 문구가 나온다. ‘for my mother’. 외로움, 우울함과 싸웠을 엄마의 몸을 부수고 나온 사람들이 바로 우리들이니까. 엔딩 크레딧이 올라갈 땐, 엄마에게 전화하고 싶어질 거다.

  • 채널 왓챠
  • 감독 남궁성
  • 출연 최성은, 서영주, 유이든, 백현진 등

[8]
Series on

<베르나르다 알바>

뮤지컬을 영화처럼 자주 감상하기엔 쉽지 않다. 티켓 가격이 10만 원을 훌쩍 넘기고 소극장 뮤지컬도 티켓 가격이 5만 원을 상회하니까. 정해진 시간, 정해진 장소에서만 볼 수 있다는 점도 감상을 쉽지 않게 만든다. 오늘은 야근할 것 같으니, 11시쯤에 봐야겠다는 계획을 세울 수 없다. 하지만 반대로 그런 것들이 뮤지컬만의 매력이다. 회차마다 조금씩 디테일하게 다른 연기를 하는 배우들과 같은 공간에서 같은 시간을 공유한다는 것, 영화에서는 느낄 수 없는 매력이다. 만약 뮤지컬의 공기가 그리운 독자들이 있다면 네이버 시리즈온에서 뮤지컬 공연 실황을 봐도 좋겠다. 그중에 내가 뽑은 작품은 뮤지컬 <베르나르다 알바>. 정영주, 황석정, 김국희 등이 출연했고, 초연을 했던 2018년에는 연말 시상식에서 다수의 상을 쓸어담았던 작품이다. 감상 가격은 2,000원.

  • 채널 시리즈 온, 웨이브
  • 연출 연태흠
  • 출연 정영주, 황석정, 김국희, 오소연 등

[9]
Apple TV+
<맥베스의 비극>

오직 배우의 표정과 몸짓에 집중한 영화를 보고 싶다면 <맥베스의 비극>을 추천한다. 영화는 미국을 대표하는 형제 감독 ‘코엔 형제’의 조엘 코엔의 첫 단독 연출작이다.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 <맥베스>를 원작으로 영화화했으며, 줄거리는 원작의 스토리를 그대로 따라간다. <맥베스의 비극>은 흑백영화로 만들었기 때문에 화려한 색에 시선을 빼앗길 일이 없다. 관객은 덴젤 워싱턴과 프랜시스 맥도맨드 두 배우의 연기만 따라가면 된다.

  • 채널 Apple TV+
  • 공개 2022.1.14
  • 감독 조엘 코엔
  • 출연 덴젤 워싱턴, 프랜시스 맥도맨드 등
About Author
김석준

에디터B. 기계식 키보드와 전통주를 사랑하며, 쓸데없는 물건을 좋아한다는 오해를 자주 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