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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M어워즈] 이렇게 사는 건가 봐요

안녕, 에디터M이다. 올해도 어김없이 한 해를 정리하는 이 글을 쓰기 시작했다. 지난 일 년을 돌이켜보니 정말 많은 물건을 사고 썼다....
안녕, 에디터M이다. 올해도 어김없이 한 해를 정리하는 이 글을 쓰기 시작했다. 지난…

2021. 12. 16

안녕, 에디터M이다. 올해도 어김없이 한 해를 정리하는 이 글을 쓰기 시작했다. 지난 일 년을 돌이켜보니 정말 많은 물건을 사고 썼다. 하지만 이제와 보니 여전히 손을 들어주고 싶은 건 고작 한 줌뿐이더라. 아무리 비싼 물건도 보석처럼 짧게 빛났다가 빠르게 그 빛이 퇴색되어 버린 적도 많았다. 남들보다 더 많은 물건을 사고, 쓰고, 분석하는 에디터에겐 숙명 같은 일이라고 다독여봐도, 예전처럼 돈을 쓰는 게 즐겁지 않아서 때론 침울해지기도 했다. 잘 산다는 건 왜 이렇게 어려운 일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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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이맘때가 되면, 수많은 후회와 번민이 남지만 나 자신에게 너무 가혹하게 굴지 않으려고. 나 자신에게 그리고 이글을 읽는 여러분들에게도 올 한 해도 참 고생 많았다고 말하고 싶다. 오늘은 지나가고 또 내일은 오니까. 우리는 아마 또 무언가를 사고 사랑하고 후회하게 되겠지. 다시 돌아온 에디터M의 2021 어워즈 지금부터 시작한다. 


올해의 액세서리
다이슨 슈퍼소닉 전용 스탠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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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다이슨 슈퍼소닉을 <올해의 돈값템>으로 뽑은 게 2018년이다. 그로부터 3년이 지났다. 여전히 슈퍼소닉은 고장 한 번 없이 매일 아침 내 머리를 빠르고 강력하게 말려주고 있다. 사실 그동안은 화장대에 아무렇게나 방치하고 사용하고 있었다. 아마 다들 똑같을걸? 그러다 올해 8월 비로소 제품에 걸맞은 집이 생겼다. 바로 다이슨이 만든 공식 슈퍼소닉 스탠드다. 고작 스탠드를 7만 원이 넘는 돈을 주고 사야 하냐고 반문할 수 있겠지만(사실 나는 선물 받았다), 나의 만족도가 아주 높기 때문에 올해의 액세서리로 선정한다.

사실 별거 없다. 플라스틱이 아니라 스틸로 만들어 묵직하고, 단순해 보이지만 여기엔 이유 없는 설계가 하나도 없다는 것 정도? 무게중심이 잘 잡혀있기 때문에 시몬스급의 흔들리지 않는 편안함을 자랑하고, 윗부분엔 강력한 자석이 있어 근처에만 가도 슈퍼소닉이 알아서 철썩하고 달라붙는다. 사진상으로는 본체와 노즐이 연결된 상태로 거치한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앞뒤로 각각 자석으로 분리되어 붙어있다. 자주 사용하는 3개의 노즐을 위에서부터 차례대로 거치할 수 있는 방식이다. 항상 하는 말이지만 한 번 더. 가장 자주 많이 쓰는 물건을 가장 좋은 걸로 쓰는 것이 행복의 지름길이다. 나는 이 스탠드가 생긴 뒤 매일 조금씩 더 행복해졌다.


올해의 서비스
청소 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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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번 바쁘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사는 처지지만 올해는 정말 이러다 죽는 거 아닌가 싶을 정도로 바빴다. 에디터H와 나는 매일 밤 지박령처럼 사무실에 남아 업무의 쓰나미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허우적거렸다. 당연한 결과였다. 몸은 하나인데 까탈로그부터 머니사이드업까지 자꾸만 일을 벌였으니까. 어떤 사람은 팔짱을 낀 채 왜 그렇게까지 사느냐고 물었다. 머쓱하게 웃어넘겼지만 우리는 불안했던 거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가라앉고 잊혀질까 봐. 새로운 것을 만들고 보여주고, 마치 칭찬을 기다리는 어린아이처럼 숨죽여 반응을 기다린다. 수치를 쉬지 않고 확인하는 건 마치 마약보다 짜릿하다.

진짜 하고 싶은 말은 이렇게 바쁘게 살다 보니 내 개인사는 조금 방치 했었다는 변명이자, 지금 이 서비스를 선정한 핑계다. 일주일에 한 번은 했던 내 집 화장실 청소의 빈도는 2주에 한 번 그리고 3주에 한 번이 되었다. 한 달쯤 지나고 나니 이젠 의욕도 사라졌다. 하는 수없이 전문가의 손을 빌리기로 했다. 청소 연구소는 청소 매니저를 매칭해주는 앱이다. 원하는 날짜와 시간 그리고 청소 범위를 설정하는 몇 번의 터치만 하면 예약이 가능하다. 10평의 우리 집을 기준으로 3시간 반의 시간이 소요되고 가격은 4만 6,000원 정도. 나는 항상 내가 회사에서 일하고 있는 시간대에 예약을 하는데, 그럼 퇴근했을 때 마치 집요정 도비가 왔다 간 듯 집이 말끔해진다. 침대 시트는 칼각이 잡혀있고, 싱크대 위에 널부러져 있던 양념통 아래에는 키친타월이 곱게 접혀 깔려있었다. 사소한 서비스지만 감탄했다. 청소 연구소 앱을 켜자마자 보이는 ‘시간을 선물해 드립니다’라는 문장은 틀리지 않았다. 나는 시간과 마음의 평온를 선물 받았으니까. 청소를 할 수도 안 할 수도 없는 나에게 구세주 같은 서비스였다. 자본주의 만세. 


올해의 꿀팁
힙한 사진 찍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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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어워즈를 위해 일 년 동안 찍은 사진을 쭉 훑어보는데, 충격(!) 올해는 정말 암담할 정도로 찍은 사진이 별로 없었다. 아이폰 사진첩은 내 뇌의 외부 기억 저장 장치와 같다. SNS를 보다 유용한 정보가 보이면, 스크린샷을 하고 놓치지 않은 순간이면 어김없이 카메라 앱을 켠다. 그렇게 쌓이고 쌓인 한 장의 조각들이 모여 나라는 사람을 만든다. 일 년 동안 찍은 사진들을 보고는 좀 우울해졌다. 이렇게 뭐가 없었나? 내년에는 조금 더 많은 기억들을 남겨야겠다고 다짐해 본다.

그런데 찍은 사진을 보던 중에 유독 비슷한 스타일의 사진이 많이 보였다. 올해 나는 꽤 많은 사진을 플래시를 켜고, 아이폰의 카메라 렌즈를 손가락으로 미묘하게 가려 자연스러운 빛샘 효과를 내서 찍었다. 올해 4월 자칭 ‘사진 천재’라는 타이틀로 소개한 <힙한 사진 찍는 꿀팁>이다. 위에 찍은 두 장은 모두 보정하지 않은 원본 그대로의 사진이다. 요즘 어두운 걸 어둡다고 말하지 못하는 아이폰 카메라 때문에 잃어버린 감성을 플래시로 되찾을 수 있는 방법이기도 하다. 덕분에 배경이 좀 지저분해도 대충 감성으로 눙칠 수 있어 좋더라. 내가 소개했지만, 참 멋진 팁이라 모르는 사람 없었으면 하는 마음에 올해의 꿀팁으로 선정한다.  전체 영상은 [여기]서 확인할 수 있다. 


올해의 술
해창 막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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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캠핑을 다니게 될 줄은 그땐 미처 몰랐지. 지긋지긋한 코로나는 참 많은 것을 바꿔놓았다. ‘자연보다는 도시!’라고 외치는 나를 코로나는 기어코 자연으로 내몰았다. 이 시국에도 웨이팅이 넘치는 핫플이 지겨웠고, 마스크를 벗고 음료를 마시는 카페도 이게 다 무슨 소용인가 싶었다. 집에만 있자니 나 같은 집순이도 답답해지더라. 그래서 떠났다. 집 나가면 개고생이라는 걸 알면서도 기어이. 텐트를 치고 의자를 펴고 화롯대에 불을 붙인다. 마트에서 산 밀키트를 보글보글 끓여 식사를 준비하는데 알콜이 빠지는 건 어쩐지 반칙인 것 같으니까 항상 술도 챙겼다. 많이는 아니고, 가장 맛있게 마실 단 한 병을. 기회는 한 번뿐. 가장 완벽한 순간에 마실 술을 찾기 위해 이런저런 시도를 했는데, 올해 내가 가장 사랑한 술은 바로 해창 막걸리였다. 땅끝마을 해남, 검고 푸른 바다를 마주한 양조장에서 숙성된 이 술은 일단 몇 개의 숫자로 나를 혼란스럽게 했다. 일단 도수가 12도나 한다(막걸리의 평균 도수는 6도다). 그리고 가격인 1만 5,000원이다(막걸리는 한 병에 보통 4,000원 정도다). 라벨이 특별히 예쁜 것도 아니고, 술병도 흔히 볼 수 있는 플라스틱 용기건만,  4배 넘게 비싸게 받는 이 자신감은 어디서 나온 걸까? 하지만 일단 한 입 마시면 자연히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탄산이 없고, 단맛도 없다. 하지만 일반 막걸리를 4배 정도 응축시켜놓은 점도 때문에 마실 때마다 입맛을 쩝쩝 다시게 만드는 매력이 있다. 다른 막걸리보다 깊고, 진하고, 뜨겁다.

여기서 잠깐 이 막걸리를 가장 맛있게 마시는 꿀팁도 풀어보려 한다. 아이스박스 온도조절 실패로 막걸리가 너무 차갑게 보관된 적이 있었는데(이건 도수와 점도가 높기 때문에 쉽게 얼지 않는다), 이게 우연인지 운명인지 마치 슬러시처럼 살얼음이 동동 뜬 막걸리를 따라 마시니, 이건 어른들의 슬러시. 천국의 맛이 따로 없었다. 올겨울 캠핑장에도 나는 어김없이 해창 막걸리를 사 들고 가게 될 게 분명하다.


올해의 커피
머니사이드업 데이&나이트 드립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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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나의 야근 메이트는 머니사이드업 드립백이었다. 출시한 지 한 달도 안된 따끈따끈한 제품이지만, 샘플부터 마시기 시작했으니 벌써 몇 달째 쉬지 않고 마시고 있다. 커피는 좋아하는데, 저녁 7시 이후로 커피를 마시면 잠이 안 오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디카페인을 찾는다. 어디서든 머리만 대면 잠드는 나에게 가끔 찾아오는 불면의 밤은 정말이지 낯선 고통이다. 그런데 맛있는 디카페인 커피를 찾는 건 참 쉽지 않단 말이지. 그래서 이 제품을 만들었다. 머니사이드업 데이&나이트 드립백. 이것이야말로 온전히 나를 위해 만든 사심 가득한 제품이다. 한 박스에 에티오피아 예가체프 드립백 3개와 콜롬비아 디카페인 드립백 3개. 총 6개 세트로 구성되어 있다. 카페인도 디카페인도 모두 맛이 좋기 때문에, 디카페인 커피는 맛이 없다고 믿는 사람이 있다면 따라다니면서 권하고 싶은 커피다. 원래 원두에서 카페인을 제거하기 위해서는 물을 사용하는 게 일반적이지만, 이 커피는 사탕수수에서 추출한 성분으로 카페인을 제거하기 때문에 커피 본연이 가지고 있는 맛과 향이 거의 남아있다고 한다. 까다로운 공정이기 때문에 생색을 좀 내봤다. 직원들이 모두 퇴근한 야심한 시간, 포트에 뜨거운 물을 담고 드립백을 컵에 걸쳐 커피를 내리는 건 오늘 야근도 무탈하게를 기원하는 에디터H와 나의 야근 세레모니가 되었다. 물론 지금도 나는 디카페인 드립백과 함께다. 링크는 [여기].


올해의 양치템
5star4A치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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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매년 최고의 칫솔과 치약을 찾기 위해 노력한다. 칫솔은 벌써 일 년 넘게 사용하고 있는 오랄비 지니어스 9000 전동칫솔에 정착했는데, 아직 완전히 마음에 드는 치약은 찾지 못했었다. 이 치약을 만나기 전까지는. 5star4A는 태국의 콩알치약이라고 부른다. 콩알이란 이름이 붙은 이유는 정말 아주 조금만 짜서 사용하는 제품이기 때문이다. 너무 적은 양이라 이걸로 양치가 될까 싶지만, 일단 입에 갖다 대고 칫솔질을 몇 번 하고 나면 놀라울 정도로 거품이 풍성하게 난다. 적게 쓰고 오래 쓰는 경제적인 이유로 이 제품을 올해의 양치템으로 선정한 것은 아니다. 이걸 쓰면 마치 입안이 마치 진공 상태가 된 것처럼 아릿하게 말끔해진다. 은단이라고 해야 할지 치과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고백하자면 일반적으로 우리가 치약에서 기대하지 않은 오묘한 화학적인 맛이 난다. 그래도 효과만큼은 내 이름을 걸고 자신할 수 있다. 이걸로 양치를 하면 다음 날 아침 일어났을 때도 방금 양치한 것처럼 입안이 개운하다. 현재는 태국에서 수입 문제로 여행용인 8g의 용량으로만 구매 가능하지만, 워낙 소량만 쓰는 제품이다 보니 이거 하나로 한 달은 충분하다. 두 달 간 깐깐한 양치 변태의 임상실험을 통과한 제품이니 믿어도 좋다.


올해의 향
딥티크 교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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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향수는 또 하나의 옷이다. 내 화장대에 놓인 수많은 향수 중에서 그날의 기분과 온도 습도까지 고려해 아주 신중하게 오늘의 향을 고른다. 올해도 역시 좋은 향수를 많이 사봤지만, 올해의 향으로는 딥티크의 교토를 뽑고 싶다. 이 향수는 딥티크 60주년을 기념한 그랑 투어 컬렉션으로 출시된 향수다. 새빨간 보틀처럼 향은 굉장히 매운 편이다. 해가 잘 드는 시골 마당 할머니가 잘 말려놓은 고추에서 날 것 같은 매캐한 향으로 시작한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뿌연 연기가 걷힐 때쯤 거기엔 한 떨기 장미가 서 있다. 베이스는 장미인데 거기에 연기를 더한 그런 아주 오묘한 향이다. 나는 너무 좋은데 옆자리에 앉은 에디터H가 너무 싫어해서 자주 못 뿌리는 비운의 향수. 한정판이기 때문에 지금이 아니면 다시는 만날 수 없을까 봐 벌써부터 아쉬운 그런 향. 향은 기억을 여는 열쇠라고 하더라. 2021년을 하나의 향에 저장할 수 있다면, 나는 올해를 맵쌀한 이 향에 새겨두고 싶다.


올해의 위생
바이오 크린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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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한해 정말 잘 쓴 제품이다. 지금은 없이 살 수 없을 정도로. 진로에서 만든 바이오 크린콜은 소주에 사용되는 주정, 그러니까 알코올을 75%로 희석한 제품이다. 끈적이는 곳, 얼룩진 곳, 찝찝한 곳까지 나는 매일 이걸로 세상 모든 것을 닦는다.  인체에 무해하기 때문에 먹는 식품도 닦을 수 있다. 여기까지 말하고 나니 어쩐지 약장수가 된 것 같지만, 자신 있게 이 제품을 올해의 위생으로 선정한다. 어찌나 속 시원하게 닦이는지. 써보지 않은 사람은 아마 모를 것이다. 매일 밤 나는 하루 종일 각종 세균과 바이러스에 노출된 내 아이폰을 닦는다. 싱크대, 기름때 낀 가스레인지도 닦고, 끈적이는 바닥도 닦는다. 알콜을 칙칙 분사한 뒤 행주로 닦아주면, 외부에서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던 나의 찝찝한 마음까지도 닦이는 것 같다.


올해의 불빛
루이스 폴센 판텔라 포터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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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정말 마지막이라고 생각한 조명이 바로 루이스 폴센의 판텔라 포터블이다. 사실 10평짜리 작고 귀여운 내 공간에 더 이상의 조명은 필요 없다. 게다가 이미 루이스 폴센 PH1/2이 있는데 또? 사치라는 걸 알고 있지만, 성수동 루이스 폴센 스토어에서 이 아름다운 조명을 실물로 영접한 이후에는 사지 않고는 견딜 수 없었다. 물론 결제까지 다 하고 나서도 2개월이라는 시간을 더 기다려야 하긴 했지만. 이 조명은 1971년 배르노 팬톤이 디자인한 판텔라 모델을 조금 더 작게 만들고 이리저리 옮겨 다니면서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든 제품이다. 작은 사이즈에 비해 조도가 꽤 나와서 매일 밤 잠들기 직전에는 모든 불을 끄고 이 조명 하나면 켠 상태로 생활한다. 너무 붉지도 너무 하얗지도 않은 적당한 색온도 덕분에 방의 분위기를 따듯하게 만들어 주기 때문에 내 바이오리듬을 수면용으로 자연스럽게 전환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고 믿는다). 쫀득거리는 버튼을 누르면 딸깍하는 소리를 내면서 3단으로 밝기를 조절할 수도 있다. 단순하고 간결한 제품이다. 만듦새가 좋고 본질에 충실한 제품은 오래 써도 질리지 않더라. 나는 늦은 저녁 조명을 켜고 따듯한 차를 한 잔 타고 가끔 인센스도 피우는 나만의 저녁을 사랑한다. 오래 두고 보아도 여전히 아름다운 이 조명을 올해의 불빛으로 선정하고 싶다. 


올해의 추억
세바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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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한해 가장 영광스러운 일을 뽑아보자면, <세상을 바꾸는 시간, 15분>의 다큐시리즈에 우리가 출연한 거다. 가만 생각해 보면 어렸을 적에 세바시는 위인이나 한 분야에서 뛰어난 성취를 이룬 사람들만 나갈 수 있는 건 줄 알았다. 수많은 사람의 박수갈채 속에서 당당하게 자기 이야기를 하는 사람들을 티비 화면으로 보며 나와는 다른 세계의 사람이라고 생각했으니까. 그런데 그런 세바시에서 디에디트의 이야기를 담고 싶다고 연락이 왔다. 이건 엄마에게 자랑하고 싶을 정도의 사건이 아니겠는가. 마지막까지 고민했지만, 그럼에도 출연을 결심한 건 내가 아닌 우리의 이야기를 담고 싶다고 했기 때문이다. 15분짜리 이 영상은 여러분이 아는 그 세바시와는 조금 다를 것이다. 여기서 우린 혼자가 아니라 함께라서 가능했던 순간을 담담하게 이야기했다(나는 담담하다고 생각했는데, 에디터H가 인터뷰 중에 눈물을 보인 건 안 비밀). 멋진 경험이었다. 완벽하지 않은 70점짜리 사람 둘이 모여 간신히 100을 만드는 우리의 이야기를 보러 오시길. 나는 아직도 이 영상을 조금 부끄러워서 실눈을 뜨고 보지만 보고 싶은 분들을 위해, 그리고 나의 기록을 위해 링크는 [여기] 달아둔다.

About Author
이혜민

에디터M. 칫솔부터 향수까지 매일 쓰는 물건을 가장 좋은 걸로 바꾸는 게 삶의 질을 가장 빠르게 올려줄 지름길이라 믿는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