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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의 도시, 부산의 카페 4

안녕, 나는 커피를 마시고, 글을 쓰는 심재범이다. 부산은 세계적인 커피 도시로 유명한 곳이고, 내가 소개하는 카페는 그중에서도 부산의 찐찐찐 커피를...
안녕, 나는 커피를 마시고, 글을 쓰는 심재범이다. 부산은 세계적인 커피 도시로 유명한…

2021. 12. 13

안녕, 나는 커피를 마시고, 글을 쓰는 심재범이다. 부산은 세계적인 커피 도시로 유명한 곳이고, 내가 소개하는 카페는 그중에서도 부산의 찐찐찐 커피를 선보이는 매장들이다.


[1]
모모스 커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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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는 한국 최초의 세계 바리스타 챔피언 전주연이 있는 부산의 커피 매장을 소개하려고 한다. 2019년 4월, 보스턴에서 열린 WBC 세계 바리스타 대회에서 부산 모모스 커피의 바리스타 전주연이 압도적인 시연으로 우승컵을 차지했다. 한국에서 첫 번째, 여성으로서는 두 번째, 아시아에서 세 번째였다. 작고 아담한 체구로 커피바에 걸터앉아 심사위원들을 쥐락펴락하던 전주연 바리스타의 시연은 바리스타 대회 역사상 두고두고 화제가 되는 장면이었다(이전까지는 커피바에 앉는 게 일종의 금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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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교롭게도 2020년 대회가 연기되어 전주연 바리스타는 2년 연속으로 활동한 첫 번째 챔피언으로 기록되었다. 전주연 바리스타는 한국에 귀국한 후에는 일반적으로 독립하는 다른 챔피언들의 전례를 깨고, 소속회사 모모스 커피와 함께 부산 커피의 발전을 위해 솔선수범하고 있다. 인사치레로 하는 말이 아니라, 바리스타 전주연과 모모스 커피의 노력 덕분에 한국의 커피 업계가 세계의 커피인들에게 진심 어린 존경을 받게 됐을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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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모스 커피 본점은 온천장역 인근의 오래된 고택이다. 한동안 센텀 백화점에 2호점이 있었으나 지금은 없어졌고, 현재 영도점에 500여 평 규모의 로스팅 공장 겸 매장을 만들기 위해 막바지 준비 중이다. 영도점 오픈 후, 온천장역  모모스 커피 본점도 조만간 리뉴얼에 들어갈 예정이다.

1400_retouched_-43 [오래된 석등과 매력적인 대나무 숲이 있는 본점을 공사 전에 꼭 방문해보기를 강력히 추천한다]

모모스의 추천 커피는 오늘의 커피. 스타벅스와 같은 프랜차이즈에서 대량으로 판매하는 저렴한 오늘의 커피가 아니다. 현장의 바리스타들이 날씨와 환경을 고려해서 매일 섬세하게 선정하는 핸드드립 커피다. 평균 가격은 5,000원 내외이지만, 가끔씩 정말 좋은 커피도 원가 미만의 가격으로 판매하고 있다.

특히 월요일은 직장인들을 위해 가장 좋은 커피를 아낌없이 선정한다. 모모스에서 가장 인상 깊은 커피는 파나마 엘리다 농장의 평범한(?) 품종 카투아이 커피였다. 모모스커피는 세계에서 가장 비싼 커피를 포함해 다양한 커피를 선보이고 있지만, 일상의 커피 역시 가볍게 여기지 않고 정성껏 준비하는 모습이 좋았다. 커피의 향미, 밸런스, 단맛, 추출까지 모든 과정이 만족스러웠다. 한 잔의 커피에도 내공이 담겨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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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모스 커피는 빵과 커피를 함께 파는 원조 매장으로 최근에는 부경샌드위치, 유정샌드위치가 유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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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란 오믈렛과 트러플오일을 뿌린 야채를 갓 구워나온 크로아상에 곁들인 부경 샌드위치가 인상적이었다. 청미래 농장의 계란을 사용한 에그타르트, 부산 빈투바 포스트맨 초콜릿을 사용한 케이크, 비건 바나나 케익 등 베이커리 제품이 모두 맛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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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만간 오픈 예정인 영도점을 미리 살펴봤는데, 한국 최고의 산업 해양도시 부산 바닷가를 배경으로 커피에 집중하는 모모스 커피의 모습이 장관이다. 단세계 최고의 스페셜티 커피매장이 되리라 예상한다.

모모스 커피

  • 부산 금정구 오시게로 18-1
  • 매일 09:00 – 21:00

[2]
블랙업 커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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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의 명동’ 서면을 오랫동안 지켜온 블랙업 커피는 이제 부산을 넘어 부울경의 대표 스페셜티 커피 기업이 되었다. 블랙업 커피는 매장에 근무하는 바리스타만 96명이 넘는다. 초대형 업체 테라로사를 제외하고는 한국 최대 규모다. 서면에 위치한 1호점은 3층에 걸친 대형 규모로, 친절하고 전문적인 바리스타들이 따뜻하게 손님을 맞아주기로 유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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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업 커피는 모모스 커피와 함께 부산에서 가장 많은 종류의 스페셜티 커피를 선보이고 있다. 매장에서 커피를 맛있게 맛보고, 1-2주 뒤에 원두를 구매하기 위해 재방문하면 품절되거나 새로운 커피로 교체되어있는 경우가 다반사이다. 블랙업 커피에서 맛있는 커피를 발견했다면 ‘지금, 즉시, 당장’ 구입하는 것이 현명하다.

매장의 분위기는 깔끔하고, 위생은 청결하며, 날씨, 분위기, 시간에 따라 큐레이션한 음악이 공간과 잘 어울린다. 장시간 체류해도 눈치가 보이지 않는 장점이자 단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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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장의 추천 커피는 네로블렌딩 아메리카노와 싱글오리진 핸드드립 커피. 블랙업 커피를 대표하는 네로블렌딩은 적절한 향미와 단맛의 비율과 밸런스가 좋아서 아메리카노로 마셨을 때 참 맛있다. 이외에도 1층 바에서 마시는 싱글오리진 핸드드립 커피의 경우, 특성에 따라서 아이코사 전용 커피잔으로 제공하기도 한다. 소믈리에의 보르도 글래스, 부르고뉴 글래스들이 와인의 부케(Bouquet, 와인의 냄새 혹은 향기)를 모아주고, 응축하고 확산하듯이, 다양한 형태의 아이코사 커피잔들이 향미, 질감, 밸런스 등의 특징을 선명하게 표현한다. 더블월 커피컵은 가격이 비싸다는 점이 유일한 단점으로 좋은 커피를 표현하는 데에는 최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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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인상적인 커피는 파나마 마마카타 커피였다. 한국을 대표하는 바리스타 김사홍이 게스트 바리스타로 참여해 행사 기간에 사용한 커피다. 게바 행사가 지났지만, 어렵게 부탁해서 당시의 커피를 마셔보았다. 두만하면 잔소리. 정말 맛있다. 이외에도 블랙업의 시그너처 메뉴로 콜드브루커피에 크림과 소금을 조화한 해수염이 인기가 많다. 아메리카노는 4,500원, 해수염은 6,000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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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해운대 최고층 건물 엘씨티 98층 전망대에 위치한 블랙업 커피(테이크아웃 커피바)도 강력히 추천한다. 상징적이지만, 세계에서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스페셜티 커피 매장이다. 세계 최고의 높이에서 마시는 스페셜티 커피와 함께 매력적인 해운대의 조망까지. 후덜덜하다.

블랙업 커피 서면

  • 부산 부산진구 서전로10번길 41
  • 매일 10:00 – 22:00

[3]
에프엠 커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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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프엠 커피는 모모스 커피, 블랙업 커피와 함께 부산 스페셜티 커피를 개척하다시피 한 매장이다. 2008년 전포동에 카페 정석(Field Manual)으로 시작해서, 2020년에는 전포동 외곽 한적한 뒷골목에 로스터리와 2호점을 열었다. 1층 커피바에서 커피를 주문하고 2층으로 올라가면 근사한 라운지 같은 분위기가 펼쳐진다. 매장의 좌석과 분위기 디테일이 깨알 같아 분위기까지 믿고 찾는 에프엠 커피의 공간이 더욱 좋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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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프엠 커피의 특징은 강력하고 개성 있는 로스팅이다. 커피를 가볍게 볶는 라이트 로스팅이 유행이던 시기에도 본인만의 뚝심으로 중배전과 강배전을 넘나드는 임팩트 있는 커피를 취급했다. 일반적으로 라이트 로스팅은 꽃과 같은 향기가 잘 표현되고, 중배전이나 강배전의 경우는 커피의 쌉싸름한 맛과 단맛이 잘 나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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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프엠 커피는 커피 생두의 특성에 따라 중배전과 강배전을 적절히 넘나들면서 밸런스와 단맛을 잘 표현한다. 처음 스페셜티 커피를 접하는 소비자, 오랫동안 커피를 마셔왔던 전문가 모두 만족하는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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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 커피는 당연히 훌륭하고, 크림 맛집답게 콜드브루에 생크림을 조합한 투모로우, 일본 말차가 아닌 보성 녹차를 이용해서 더욱 담백하고 깊은 맛이 어울려지는 전포숲까지 특별한 메뉴가 넘친다.

브루잉 커피 중에서는 커핑 스코어 90점대의 파나마 게이샤 커피가 6,500원의 저렴한 가격에 판매 중이라 깜짝 놀랐다. 조만간 엘파라이소 농장의 재밌는 커피도 선보일 예정이다. 커피, 분위기, 친절한 바리스타와 맛있는 베이커리까지 12년이 넘는 기간 동안 부산의 스페셜티 커피를 상징하는 에프엠 커피. 부산 전포동 카페거리 원조, 에프엠 커피를 무조건 추천한다.

에프엠 커피

  • 부산 부산진구 전포대로199번길 26
  • 매일 10:00 22:00

[4]
베르크 로스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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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르크 로스터스는 부산의 인디 커피의 상징에서, 이제는 당당하게 부산 스페셜티 커피의 빅4가 된 곳이다. 다른 커피 매장에 커피를 납품하는 베르크 로스터스의 전포동 매장은 본인들의 커피를 소개하는 쇼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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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층에 사무실(과거에는 로스팅 머신이 있었는데, 현재는 외곽에 로스팅 공장을 지어 이전했다), 지하에 커피바와 MD 상품이 있다. 지하로 내려가면 힙한 분위기의 커피바에 깜짝 놀라게 된다.

MD 상품도 파격적이어서 눈이 가기 시작하면 순식간에 탕진할 수 있으니, 진심으로 조심할 것을 조언한다. 건물 2층에 좌석이 있어 이동이 불편하지만, 테이크 아웃 하지 말고 꼭 올라가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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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도 개척교회 같은 공간이 파격적이다. 힙하지만, 가볍지 않고, 진지하지만, 무겁지 않다. 건물 주변이 한가해도 매장 안에 자리를 찾기 힘들 정도로 사람들이 매우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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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 커피는 테이스팅 세트. 7,000원의 가격으로 원두를 선택하고 에스프레소, 아메리카노, 밀크커피와 같은 메뉴 중에서 두 종류를 비교해서 마실 수 있다. 블렌딩과 싱글오리진 커피들이 많은데, 혹시 어렵게 느껴진다면 바리스타와 상의해보자. 손님의 취향과 눈높이에 따라 꼼꼼하게 적절한 원두와 커피를 추천해준다. 베르크의 대표적인 베이비 블렌딩을 선택해 에스프레소와 카페라떼를 마셨는데, 향미와 단맛, 적절한 밸런스의 에스프레소와 커피의 산미와 우유의 단맛이 다층적으로 표현되는 밀크커피가 아주 매력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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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커피 투어의 유일한 단점을 꼽자면, 카페인 과음의 후유증이다. 이번에도 하루에 15잔을 마셔서 제법 힘들었는데, 이럴 때는 주저 없이 부산의 돼지국밥을 찾는다. 평냉 유파를 능가하는 부산 돼지국밥의 유파와 파벌이 난무하기에 한 군데를 추천하는 게 힘들지만, 그래도 하나를 꼽아 보면 범일동 할매국밥(정식 상호는 50년 돼지국밥)이다. 6,000원의 가격으로 돼지국밥 입문자, 골수분자 모두 만족스럽다. 푸짐하게 해장을 했다면, 부산 커피 투어 1편이 마무리된다. 다음 편에는 부산 커피 투어 2탄으로 돌아오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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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out Author
심재범

커피 칼럼니스트. '카페마실', '동경커피', '교토커피'를 썼습니다. 생업은 직장인입니다. 싸모님을 제일 싸랑하고 다음으로 커피를 좋아합니다. 아 참, 딸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