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

실패없는 겨울 침낭 고르기

안녕. 집 밖 이야기를 나누는 객원필자 조서형이다. 오늘은 겨울 아웃도어 얘기를 해보려 한다. 날이 좋은 봄, 가을 시즌에는 모두가 바깥...
안녕. 집 밖 이야기를 나누는 객원필자 조서형이다. 오늘은 겨울 아웃도어 얘기를 해보려…

2021. 11. 29

안녕. 집 밖 이야기를 나누는 객원필자 조서형이다. 오늘은 겨울 아웃도어 얘기를 해보려 한다. 날이 좋은 봄, 가을 시즌에는 모두가 바깥 놀이를 즐기지만, 영하로 뚝 떨어진 날씨엔 밖에서 자는 일의 난이도가 높아진다. 맹렬한 추위의 고통을 이겨내야 하고, 그러기 위해 필요한 장비도 많아진다. 더 얘기하면 몸이 움츠러들 것 같으니 본론으로 가서 침낭 얘기를 해보자. 침낭은 찬 기운을 막는 장비로, 고급 충전재를 채워 만든 이불 같은 물건이다. 다른 아웃도어 기어와 마찬가지로 비싸고 종류가 많지만, 내가 견뎌야 할 추위만 알면 침낭을 제대로 고르는 일은 쉽다.

1400_retouched_-17

그렇다면 내가 맞닥뜨릴 추위는 어떻게 알 수 있을까? 온도를 확인한다. 거기에 지형과 습도, 바람을 고려한다. 모든 걸 고려하더라도 사람마다 느끼는 추위는 다르다. 침낭을 살 때, 이 제품이 내 추위를 막아줄 바로 그 녀석이란 걸 어떻게 알아볼 수 있을까? 사용자가 자기에게 맞는 침낭을 알아보기 위한 세 가지 요소는 충전재, 필파워, 내한 온도다.


1. 충전재

1400_retouched_-13

패딩 점퍼를 살 때와 비슷하다. 무엇으로 얼마나 속을 채웠는가는 곧 보온성, 가격과 직결된다. 침낭은 주로 천연 소재인 구스 다운, 덕 다운과 화학 소재인 프리마로프트, 폴리에스테르, 할로필, 콸로필, 신슐레이트를 넣어 만든다.

보온성과 가격은 구스 다운 > 덕 다운 > 화학 충전재. 유지의 편리함은 화학 충전재 > 덕 다운 > 구스 다운 순서다. 천연 소재는 부피가 적고 무게는 가볍고 부풀어 오르는 복원력이 우수하다. 화학 소재는 젖어도 보온력이 유지되고, 세탁과 보관이 쉬우며, 가격이 저렴하다. 둘의 장점만 취할 수 있도록 다운과 합성 소재를 혼합하면 좋겠지만, 쉽지 않은 모양이다. 둘은 섞였을 때 서로의 장점을 방해해 오랫동안 연구원들의 골치를 썩이고 있다. 우주여행을 앞두고 있는 인간이 아직도 거위 털을 대신할 소재를 찾아내지 못했다니, 놀랍다. 요약하자면 깃털 소재는 가격이 비싸고 젖었을 때 보온력이 급격히 떨어지며 관리가 까다롭다. 대신 무게와 부피가 워낙 가벼워 찾는 사람이 많다.


2. 필파워 Fill Power

1400_retouched_-1

필파워는 28g의 다운을 24시간 동안 압축한 후 풀었을 때 부풀어 오르는 복원력을 말한다. 숫자가 높을수록 공기를 많이 품고 있어 적은 털로도 풍성하고 두터운 공기층을 만든다. 필파워는 곧 가볍고 부피가 적은, 그러니까 고품질의 충전재를 말한다. 예를 들자면 650FP의 깃털 1,600g과 850FP의 깃털 1,200g이 같은 기능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다운은 솜털을, 페더는 깃털을 의미하며 80:20 혹은 90:10의 비율로 사용되는 게 보통이다. 최근에는 필 파워 극대화를 위해 95:5를 사용하기도 한다. 사실 높은 필파워가 무조건은 아니다. 양과 질이 적당한 균형을 이뤄야 좋은 침낭이 된다.


3. 내한 온도

1400_retouched_-7

여러 기준을 종합했을 때, 추위를 어디까지 견딜 수 있을지 알아보기 위한 수치도 있다. 바로 내한 온도다. 국제적으로 정해진 기준은 없지만 전혀 감이 잡히지 않을 때 참고하기에 좋다. 주로 컴포트Comfort, 리미트Limit, 익스트림Extreme의 세 가지로 정리한다. 컴포트는 편안한 상태로 숙면이 가능한 온도, 리미트는 웅크리고 잠을 잘 수 있는 정도, 익스트림은 최대 6시간을 견딜 수 있는 정도다. 기능을 자랑하기 위해 제품 상세 페이지에 익스트림 온도를 내세우는 경우가 많지만, 이는 저체온증으로 건강 손상의 위험이 발생하는 수준임을 알아야 한다. 그러므로 컴포트 온도 ± 3도 정도가 무난한 선택이 되겠다.


4. 추천하는 침낭 5종

한때 ‘밖에서 자는 건데 당연히 불편하지’와 ‘겨울은 원래 추워’를 시전하며 삼계절용 침낭을 고수한 적도 있었다. 그렇지만 겨울이 아니어도 텐트 속 밤은 살벌하다. 추위에 오들오들 떨며 나가지도, 잠에 들지도 못한 채 몇 번 시간을 보내고 나면, 값비싼 동계용 침낭의 필요성을 느끼게 될 것이다.

1400_retouched_-4

여기, 브랜드별 믿음직한 동계 침낭을 다섯 개 가져왔다. 유튜버 ‘녜미누TV’와 강아지 캠퍼 아인이네 그리고 촬영을 도와준 직장 선배의 것과 올해 새로 산 내 것이다. 모두 백패킹을 다니는 친구들이라 구스 다운 제품만 모였지만, 극동계 백패커가 아니라면 구스다운이 꼭 최선은 아니다.

Featherdown Pertex Quantum Pro

1400_retouched_-11

합리적인 가격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침낭 전문 국내 브랜드 페더다운의 제품이다. 조직이 치밀해 깃털이 빠져나가지 않고, 결로에 강하고 구김이 잘 가지 않는 소재인 퍼텍스 퀀텀을 사용했다. 두 종류 사이즈와 네 종류 충전량 중 선택할 수 있다. 기본 구성품으로 방습제와 지퍼 캡, 침낭 걸이와 압축팩이 함께 온다.

1400_retouched_-12

  • 브랜드: Featherdown(페더다운)
  • 충전재: 구스 다운 550g 800FP
  • 내한 온도: COMFORT -1℃
  • 가격: 34만 5,000원. 구매 링크
  • 대체품: 800g, 349,000원. 1300g/1500g, 43만 8,000원

Cumulus Mysterious Traveller 700

1400_retouched_-5

코뮬러스 제품은 패딩 점퍼를 입거나 침낭 라이너를 깐 채로 사용할 수 있도록 삼계절 침낭보다는 사이즈가 넉넉하다. 휴대폰을 보관할 수 있는 이너 포켓이 있으며, 오른손잡이와 왼손잡이가 모두 편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지퍼 방향을 선택할 수도 있다. 우리나라 동계 환경에서 충분히 따뜻하게 잘 수 있는 보온 수준으로 침낭 자체의 폭은 좁은 편이다.

1400_retouched_-6

  • 브랜드:  Cumulus(큐뮬러스)
  • 충전재: 구스 다운 1110g / 700FP
  • 내한 온도: COMFORT -5℃
  • 국내 가격: 40만 0,000원. 국내 구매 링크
  • 직구 가격: €225. 직구 구매 링크

Montane Goose Down 800FP

1400_retouched_-19

몬테인은 1993년 해외 원정 등반에서 출발한 영국 브랜드다. 울트라 레이서와 알피니스트를 후원하는 만큼 극한 환경에서도 기능할 수 있는 제품을 만든다. 측면에 투웨이 지퍼를 사용해 온도 조절을 용이하게 만들었다.

1400_retouched_-20

  • 브랜드: Montane(몬테인)
  • 충전재: 구스 다운 700g / 800FP
  • 내한 온도: COMFORT -5℃
  • 가격: 48만 7,500원. 구매 링크

Montbell Supersprial Down Hugger EXP

1400_retouched_-16

세계 최초로 1000FP 구스 다운을 만든 기록을 가진 아웃도어 브랜드 몽벨의 침낭. 꽈배기 모양의 ‘스파이럴 스트레치’는 135%의 신축성을 가지고 있어 자는 동안에도 불편함이 없다. 베개로 활용할 수 있는 목 받침 부분이 특히 센스 있다.

1400_retouched_-18

  • 브랜드: Montbell(몽벨)
  • 충전재: 구스 다운 1,500g / 800FP
  • 내한 온도: COMFORT -14℃
  • 가격: 96만 0,000원. 현재 품절이며 중고 거래로 구매.
  • 대체품: 80만 9,000원. 구매 링크

Burning Kan 1000FP TOP

1400_retouched_-9

실리콘과 우레탄을 코팅해 더 뛰어난 내구성과 투습성, 촉감을 제공하는 국내 브랜드 버닝 칸의 제품. 폴란드산 퓨어 화이트 구스 다운을 95:5 비율로 사용했다. 내한 온도는 정확히 확인이 어렵지만 포근한 촉감만은 확실하다.

1400_retouched_-10

  • 브랜드: Burning Kan(버닝칸)
  • 충전재: 구스 다운 1000g / 1000FP
  • 내한 온도: COMFORT -40℃
  • 가격: 67만 9,000원. 구매 링크

5. 침낭 사용법

1400_retouched_-15

침낭을 꺼내 손으로 두드려가며 펴주고 몇 번 흔들어 공기를 넣어주면 빨리 부풀어 오른다. 체중에 눌려 보온 효과를 내지 못하는 바닥에는 도톰한 에어 매트를 함께 사용하는 것이 좋다.

방수와 방풍이 되는 기능성 의류를 입고 침낭 안에 들어가면 도움이 될까? 비싼 침낭에 땀이 묻지도 않고, 바깥바람도 한 번 더 차단할 수 있으니 도움이 되겠지?

아니다. 기능성 재킷을 입고 침낭에 들어가면 오히려 보온성이 떨어진다. 배출되지 못한 땀이 몸을 축축하게 해 오히려 온도를 떨어뜨린다. 침낭에 들어갈 때는 적당히 가볍게 입는 것이 좋다. 내뱉은 호흡의 온도까지 끌어안고 자고 싶겠지만, 이 역시 별로 좋진 않다. 침낭 안에서 호흡하면 숨을 쉬면서 생긴 습기가 침낭 안에 맺히게 된다. 차가운 공기를 마시며 자는 것이 건강에도 좋다고 하니 코는 내놓고 잘 것.

고 스펙의 침낭이 부담스럽다면, 방법이 있다. 침낭 라이너와 침낭 커버를 겸용해 오염을 막고 기능을 더하는 것. 또는 뜨거운 물을 담은 날진 물통에 양말을 씌워 자기 전 침낭에 넣어두는 방법도 이다. 핫팩만큼 따뜻하고 밤새 식수가 어는 것도 방지할 수 있다. 침낭을 접어 패킹 주머니에 넣을 때는 차곡차곡 접을 생각은 하지 말자. 꾸역꾸역 밀어 넣는 게 정신 건강에 이롭다.


6. 침낭 관리법

1400_retouched_-2

동물의 깃털이 들어간 침낭의 경우 관리가 복잡하다. 일단 캠핑을 다녀오면 패킹용 주머니에서 즉시 침낭을 꺼내 옷걸이에 걸어주는 게 좋다. 야영 중에 우리 몸에서 발산한 습기와 숲의 물기를 머금은 상태기 때문이다. 이후 커다란 망이나 골판지 상자에 넣어 부풀린 채 보관해야 한다.

1400_retouched_-8

깃털은 자연 유분을 품고 있는데, 세탁은 이 기름을 오염이라 인식해 없애 버리기 쉽다. 특히 드라이클리닝은 침낭을 깃털 장식 가방으로 만들 것이니 반드시 피할 것. 침낭의 오염이 심하다면 손빨래가 가능하긴 하다. 이때 가루비누 사용은 안 되고, 합성세제 안 되고, 차가운 물, 뜨거운 물 안 되고, 비눗물 남아 있으면 안 되고, 세게 주무르면 안된다. 세탁기에 탈수시키면 깃털이 똘똘 뭉친 다음 절대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물속에서 살살 비누칠해서 가볍게 눌러가며 때를 빼고 잘 헹군 다음 옷걸이에 걸어 통풍이 잘되는 그늘에서 완전히 건조할 자신이 없다면 숯을 종이에 싸서 침낭 속에 넣어 며칠 걸어놓자. 냄새가 깔끔하게 빠진다.

1400_retouched_-14

다운 침낭의 수명은 최소 50년에서 최대 80년이다. 인간의 욕심으로 거위나 오리에게 고통을 안겨 가며 털을 빼앗았다면 반백 년은 고마운 마음으로 사용하도록 하자. 침낭이 제값을 하기 위해서는 부지런히 겨울 아웃도어 활동을 즐기는 것도 잊지 말고.

suhyung

About Author
조서형

아웃도어 관련 글을 씁니다. GQ 코리아 디지털 팀 에디터. 산에 텐트를 치고 자는 일을 좋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