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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카 찍기 좋은 날

내 지난 20대를 돌아보면 온통 셀카뿐이다. 슬픈 날에도 셀카를 찍고, 기쁜 날에도 셀카를 찍었으며, 예쁜 날에도 찍고 못생긴 날에도 찍었다....
내 지난 20대를 돌아보면 온통 셀카뿐이다. 슬픈 날에도 셀카를 찍고, 기쁜 날에도…

2016. 12. 28

내 지난 20대를 돌아보면 온통 셀카뿐이다. 슬픈 날에도 셀카를 찍고, 기쁜 날에도 셀카를 찍었으며, 예쁜 날에도 찍고 못생긴 날에도 찍었다. 셀카. 셀프 카메라를 줄인 말이고, 사실은 콩글리시다. 영어로는 셀피라고 해야 맞다. 물론 알고있지만, 그래도 셀카가 입에 짝짝 붙는걸. 더러는 카메라를 보며 혼자 방긋 웃고 찍는 행위를 남사스럽다고 말하지만, 셀카는 분명 신성한 작업이다. 빛 좋은 날 카메라 렌즈에 담긴 내 얼굴이 보기 좋아서 남겨두겠다는데 뭐. 예뻐 보이기 위해 요리조리 각도를 찾아가며 빛과 각도의 최적값을 찾아가는 과정 또한 흥미진진하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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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셀카 인생에서 깨달은 교훈이 있다. 예쁘게 나오는 각도를 찾는 것보다 예쁘게 나오는 카메라를 찾는 게 빠르다는 것. 오늘의 추천은 요즘 리뷰를 겸해 가볍게 들고 다니는 카메라 캐논 EOS M10. 전반적으로 가격 대비 만족도가 높은 제품이지만 제일 좋은 건 셀프 카메라 기능이다.

내가 직접 찍으면 여러분이 식상할까봐 모델을 섭외했다. 옆에 있는 사람도 상큼발랄하게 만드는 건강한 에너지의 소녀, 모델 박엄지다.

“스물세 살 박엄지입니다, 가명은 아니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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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이 가명 같다고 속으로 생각했는데, 물어보기도 전에 답해준다. 셀카 몇 장 자연스럽게 찍어달라고 카메라를 건네니, 조작이 능숙하다. 심지어 나와 에디터M의 사진도 찍어주고, 테이블에 놓인 라떼도 멋스럽게 촬영한다. 알고보니 원래 블로그를 운영해서 본인도 캐논 카메라를 쓰고 있다더라.

“아, 플립형 LCD구나. 편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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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설명해주기도 전에 LCD를 위로 180도 젖혀서 사진을 찍는다. 뒤늦게 설명하지만 EOS M10의 특징 중 하나다. 화면을 거울처럼 활용해서 내 표정을 확인하며 쉽게 셀카를 찍을 수 있다.

셀카에도 프로가 있다는 걸 오늘 알았다. 혼자 카메라를 들고 찍는 건데도, 포토그래퍼를 향해 웃는 것처럼 능숙한 미소다.

“셀카 잘 나오네요. 갖고 싶은 카메라예요.”

sel11[캐논 EOS M10으로 촬영한 셀카]

엄지씨가 셀카를 몇 장 찍어보더니, 전문가처럼 소감을 전해준다. 한 손에 들고 촬영하기에도 부담스럽지 않은 크기와 무게라고. 가로 세로 모두 셀카를 찍어봤는데, 둘다 결과물이 예뻤다. 모델이 예뻐서일지도 모르겠다. 가로로 촬영할 땐 패션 액세서리 삼아 장착해둔 카메라 페이스 커버가 빛을 발한다. 오른손 그립용 굴곡이 있어서, 셀카 찍을 때도 그 부분을 잡고 찍으면 더 안정적이라는 것. 우리는 발견하지 못했던 재밌는 분석이다.

“셀카는 무조건 자연광이에요”

촬영하던 날은 애석하게도 날이 흐렸다. 해가 따사롭게 들어오는 카페 창가에 앉아 사진을 찍으면 예쁘게 나올 것 같다고 생각했는데, 섭섭할 만큼 회색 하늘이었다. 그래도 그녀는 “해가 잘 들어오는 자리와 각도를 찾으면 성공적인 사진을 얻을 수 있다”면서 여유롭게 셔터를 눌렀다.

sel13[캐논 EOS M10으로 촬영한 셀카]

성공적인 컷이 있었는지 배시시 웃으면서 카메라를 내미는데, 아 어여쁘다. 어두운 카페 안에서 비스듬히 들어오는 햇빛을 맞으며 촬영한 셀카는 아주 예쁘게 나왔다. 빛을 잘 이용한 성공적인 셀카다. 특히 피부가 아주 화사하게 나왔다. 이건 캐논 카메라의 특징이기도 한데, 피부 색을 화사하지만 따뜻한 색감으로 잘 잡아낸다.

“얼굴 각도 보다는 가르마 방향이 중요한 것 같아요.”

sel12[캐논 EOS M10으로 촬영한 셀카]

셀카 잘 찍는 팁이나 각도가 있냐고 물어보니 그건 아니라고 한다. 그날 엄지씨는 오른쪽 가르마를 타고 왔는데, 그래서 사진은 모두 살짝 왼쪽 측면에서 찍더라. 그래야 헤어 스타일링도 더 풍성해보이고 얼굴도 더 갸름하게 보인다고. 오히려 촬영 각도는 그닥 신경쓰지 않는 것 같았다. 통상적으로 ‘얼짱 각도’라고 말하는 45도 위에서도 찍어보고 살짝 아래서도 찍고, 정면에서도 찍어봤지만 다 예쁘다.

“오늘은 얼굴이 조금 부은 느낌이라 새벽에 운동하고 왔어요.”

sel9[캐논 EOS M10으로 촬영한 셀카]

지금은 모델을 전업으로 하고 있지만, 예전에는 트레이너 일도 했었고 평소에도 운동을 꾸준히 한다고. 그 추운 날씨에 새벽 운동을 다녀왔다는 말에 에디터M과 나의 가슴이 뜨끔하다. 늘 마음속으로만 운동을 다짐하는 게으른 우리는 어찌해야 하나. 건강미 넘치는 스타일 덕에 스포츠 브랜드 모델도 꾸준히 해왔다고 한다. 얼마 전엔 ‘Miss Asia Awards’에 한국 대표로 나가 입상하기도 했다. 흥미로운 일이면 뭐든 배우고 도전해보고 싶다고 말하는 앳된 목소리가 한 없이 밝다.

“카메라 좋아해요, 장비 욕심도 좀 있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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촬영 때문에 만났지만, 에디터M과 셋이 머리를 맞대고 수다도 많이 떨었다. 우리 모델은 정말 부지런한 타입이었다. 중국어를 전공했지만 지금도 꾸준히 배우고 있고, 운동도 장르를 가리지 않고 하는 데다가, 사진까지 취미로 찍곤 한다고 했다. 오늘 사용해본 EOS M10도 상당히 마음에 들어 했다. 사진도 예쁘게 나오지만, 작고 가벼워서 휴대성이 훌륭하다는 점을 높게 사더라. 새 카메라를 사려고 마음먹은 참이었다고. 크게 돈 들어가는 다른 취미는 없어서 카메라 같은 장비에 투자하는 걸 좋아한다고 했다.

sel14 sel14-1[캐논 EOS M10으로 촬영한 셀카]

보통은 잘 찍지 않는 직광으로 셀카를 찍어보았다. 날카로운 빛을 그대로 받아도, 피부 표현은 여전히 우아하다. 빛의 방향이나 조명을 달리해 여러 환경에서 촬영해 보았지만, 색감은 달라져도 모두 피부톤이 부드럽게 표현됐다. 확대해서 봐도 마찬가지다.

“예쁜 피부 효과는 2단계 정도가 좋은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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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OS M10의 셀프 인물사진 모드에는 ‘예쁜 피부 효과’라는 보정 효과가 있다. 피부만 따로 인식해서 잡티나 모공을 살짝 가리고 부드럽게 처리해주는 기능이다. 일반적으로 스마트폰에 있는 뷰티 모드와 비슷한 기능인데, 훨씬 자연스럽게 처리된다. 이 보정 효과가 과하면 사진이 자칫 인위적이거나 화질이 떨어져 보일 수 있는데 캐논에 탑재된 효과는 디테일은 살리고 피부톤만 귀신같이 만져준다. 1단계부터 3단계까지 정도를 설정할 수 있는데, 엄지씨가 직접 테스트해보니 2단계 정도가 가장 자연스럽고 예쁘다.

sel10[캐논 EOS M10으로 촬영한 셀카]

셀카 모드에 피부 보정 효과만 있는 건 아니다. 밝기를 조정하고 배경 흐림 정도를 설정할 수도 있다. 배경 흐림 효과는 말 그대로 배경을 더 ‘아웃포커싱’ 처리해주는 기능이다. 피사체(얼굴)에 시선이 더 집중될 뿐만 아니라, 깊이감 있는 사진을 연출해준다.

“친구들 사진도 찍어주고 싶은데, 셀카 말고 인물 사진도 잘 나오나요?”

sel1[캐논 EOS M10으로 촬영한 인물사진]

일반 ‘인물사진’ 모드로 촬영하면, 셀카가 아닌 사진도 화사하게 촬영할 수 있다. 얼굴을 인식해서 피부톤을 자연스럽고 화사하게 처리해준다. ‘예쁜 피부 효과’만큼 보정이 되진 않지만, 누구를 촬영해도 부담스럽지 않을 만큼 화사한 피부톤 연출이 인상적이다. 보통 디지털 카메라로 인물 사진을 찍으면 잡티가 적나라하게 잡히거나 피부톤이 차갑게 표현되는 경우가 많은데, 이 제품으로 촬영하면 ‘그런 슬픈 일’은 생기지 않는다.

sel8-1[캐논 EOS M10으로 촬영한 인물사진]

인물 사진에서 피부톤이 예쁘게 표현되는 것만큼 중요한 포인트는 없다. 적당히 따뜻한 색감과 자연스럽게 화사한 피부색 연출 덕에 다들 “인물 사진은 캐논”이라고 말하는 모양이다. 촬영 날 가져갔던 다른 브랜드의 카메라로도 엄지씨 사진을 담아보았는데, 훨씬 고가 카메라였지만 피부톤 표현은 그닥 예쁘지 않았다.

sel6[캐논 EOS M10으로 촬영한 인물사진]

“오늘 촬영한 사진 다 보내주세요, 마음에 들어요!”

즐거운 촬영이었다. 처음엔 찍는 사진마다 잘 나오길래, 카메라 보정 기능이 좋고 모델이 예뻐서 그렇다고만 생각했다. 근데 한참 대화를 나누다 보니 그게 다는 아닌 것 같다. 사람의 얼굴에는 그 사람의 태도가 드러난다. 얼마든지 표정을 지어낼 수 있는 셀카에서도 그렇다. 건강하고 밝은 태도가 모델의 표정에서 묻어났다. 그래서 사진이 더 예쁘게 나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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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중에 그녀가 찍어준 내 사진을 봤는데, 피곤에 찌들어 못난 표정을 짓고 있더라. 좋지 않다. 이대로는 안 되겠다. 내년에는 더 활짝 웃으면서 지내야지. 운동도 하고, 밥도 잘 챙겨 먹고, 잘 웃고. 그래야 셀카도 잘 나오겠지. 카메라 리뷰를 하며 삶의 태도를 깨닫는 나란 여자. 결론은 EOS M10 사진 잘 나온다는 것. 오늘의 리뷰는 여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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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경화

에디터H. 10년차 테크 리뷰어. 시간이 나면 돈을 쓰거나 글을 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