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

첫 텐트를 고민하는 당신을 위한 구구절절 조언

안녕. 지난주에 새 텐트를 산 디에디트 객원 필자 조서형이다. 2018년 겨울에 첫 번째 텐트를 샀고, 이번이 두 번째 텐트다. 들뜬 마음에 캠핑 계획을...
안녕. 지난주에 새 텐트를 산 디에디트 객원 필자 조서형이다. 2018년 겨울에 첫 번째…

2021. 09. 27

안녕. 지난주에 새 텐트를 산 디에디트 객원 필자 조서형이다. 2018년 겨울에 첫 번째 텐트를 샀고, 이번이 두 번째 텐트다. 들뜬 마음에 캠핑 계획을 줄줄이 잡아 놓았더니 오히려 신이 배가 되었네. 나의 이 기쁨을 같이 나눠주라.

1400_retouched__ (13 - 22)

캠핑에 가장 중요한 아이템은 텐트. 가장 먼저 사야 하고, 꼭 필요하다. 캠핑 장비 중에서도 가장 비싼 이 아이템은 사기 전에 많은 고민이 필요하다. 가격을 보면, ‘일단 사서 써보고 별로면 또 사지 뭐’ 같은 마음가짐일 수가 없다. 저렴한 텐트는 10만 원이지만 비싼 텐트는 500만 원까지 올라간다. 웬만한 사이에는 빌려주고 빌려 쓰기도 어렵다.

1400_retouched__ (21 - 22)

지금으로부터 3년 전, 첫 텐트 구매를 앞두고 나도 조언을 구했었다. ‘당신의 캠핑 스타일에 따라 결정할 것’ 이란 답변이 돌아왔다. 스타일을 알려면 캠핑을 다녀봐야 하는데, 텐트가 없으니 시작이 어렵다. 닭과 달걀 중 무엇이 먼저일까.

1400_retouched__ (2 - 22)

나는 텐트부터 샀었다. 그다음에서야 여러 캠핑 스타일을 경험했다. 기사를 작성하며 신제품을 써보고, 캠핑장에서 남의 텐트도 살펴봤다. 다음 텐트를 고민하고 상상하기 위한 시간이었다. 닭도 달걀도 고르기 어려운 누군가를 위해 나의 시행착오를 자세히 적어보았다. 첫 번째 텐트에서 좋았던 점은 남기고 불편했던 점은 개선해 두 번째 텐트를 산 과정이 모두 포함되어 있다.


[1]
크기
2인용에서, 3인용으로

1400_retouched__ (16 - 22)

첫 번째 텐트는 2인용이었다. 나는 차가 없고, 그건 텐트를 등에 짊어져야 한다는 것을 뜻한다. 수납공간이 넓은 큰 텐트는 애초에 선택지에 없었다. 크면 무게도 많이 나가고 설치도 복잡해지고, 초심자인 내게 적합하지 않을 터였다.

1인용 텐트도 있지만 추천하고 싶지 않다. 텐트 사이즈는 성인이 누웠을 때의 바닥 면적을 기준으로 한다. 1인용의 크기는 얼추 60cm x 200cm. 누우면 뒤척이기도 어렵다. 수납을 기대하는 것은 사치다. 갑자기 캠핑을 같이 하고 싶은 친구가 생겨도 초대할 수 있을 리가 없다.

1400_retouched__ (5 - 22)

둘이서 2인용 텐트를 쓰는 일도 마찬가지다. 누워 자는 데는 무리가 없지만 넉넉하진 않다. 가방이나 옷가지를 가지고 들어오려면 바로 좁다고 느낄 거다. 실제로 사용 가능한 인원은 스펙에 표기된 수에서 1을 빼면 적당하다. 둘이서 텐트를 쓰는 일이 많아 2인용을 샀던 나는 결국 3인용으로 업그레이드했다. 간단한 짐을 챙기기에도, 몸을 움직이기에도 훨씬 쾌적하다. 텐트의 모델명 뒤에 붙는 숫자는 대부분 수용 인원을 뜻한다. 예를 들어 UL2와 UL3의 차이는 버전이 아니라 2인용과 3인용을 뜻한다. 아무리 잠만 잘 예정이라 해도 높이까지 고려해야 한다. 앉은 키도 선 키도 작은 나지만, 천장고 1m 이하는 갑갑하다고 느꼈다.

bigagnes2[바닥크기 224 x 132 x 135cm 높이 102cm, 출처: 빅 아그네스 공식 홈페이지]

fjallraven3

[바닥크기 400 x 180 x 110cm 높이 110cm, 출처: 피엘라벤 공식 홈페이지]

[2]
무게
1420g에서, 2560g으로

1400_retouched__ (20 - 22)

3년 전엔 주로 백패킹을 하던 때라 1.4kg의 초경량 모델을 골랐었다. 여기서 ‘초경량’이라 부르는 텐트는 보통 1.5kg 이하다. 500g 이하의 리얼 초경량도 있긴 하지만, 크기와 내구성까지 초경량임을 감수해야 한다. 무게를 고려하기 전엔 캠핑 장비를 옮기는 사람과 방법을 생각하면 된다. 차를 타고 캠핑장을 다닌다면 크기와 무게는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그러나 여러 유형의 캠핑을 다양하게 즐기고 싶다면 무게를 먼저 고려해야 한다. 옛날에도 지금도 차가 없는 나는 오토캠핑, 백패킹, 바이크 캠핑까지 고려해 3kg 이내의 것을 골랐다. 여기서 중요한 건, 내가 들 수 있는 무게를 찾는 것이 아니다. 텐트를 포함한 장비들을 매고 거뜬히 걸을 수 있는 정도여야 한다.


[3]
자립에서, 비자립으로

1400_retouched__ (19 - 22)

텐트 치는 모습이라 하면 망치나 돌을 들고 바닥에 못을 박는 장면이 떠오른다. 이때 못처럼 생긴 걸 ‘팩’이라 하고, 그걸 땅에 박는 일을 ‘팩 다운’이라 한다. 자립식은 한자 풀이 그대로 혼자 설 수 있는 텐트다. 팩 다운 없이도 폴대와 텐트를 연결하면 모양이 잡힌다. 비자립식은 반대다. 땅에 팩을 단단히 고정하기 전엔 제대로 서 있지도 못한다.

1400_retouched__ (15 - 22)

첫 텐트는 설치가 쉬운 자립식으로 했다. 자립식 텐트는 나무 데크, 암벽 위, 얼어붙은 땅처럼 팩 다운이 어려운 상황에서도 사용할 수 있다. 텐트 안에 침낭을 넣어 두면 날아갈 일도 없다. 나중엔 아예 팩은 집에 두고 다녔다. 땅에 고정되어 있지 않아 언제든 번쩍 들어 옮길 수도 있다. 자립식 텐트에 사용되는 폴대는 주로 캠핑 의자처럼 일체형이다. 부러졌을 때 대처가 어려운 단점이 있다.

1400_retouched__ (3 - 22)

두 번째 텐트는 비자립식으로 골랐다. 팩을 네 개는 박아야 텐트 모양이 만들어지기에 팩을 꼭 들고 다녀야 한다. 대신 팩 다운을 하면 텐트를 팽팽하게 칠 수 있다. 보기에 좋을 뿐 아니라 통풍에도 효과적이다.

1400_retouched__ (9 - 22)

같은 크기와 소재라면 비자립이 더 가볍다. 폴대가 단순하기 때문이다. 단순한 폴대는 수리와 호환이 쉽고 가볍다는 장점도 있다. 그럼에도, 첫 텐트라면 역시 자립식을 추천한다.


[4]
구조
3계절용 돔에서, 4계절용 터널으로

1400_retouched__ (14 - 22)

두 번의 텐트를 모두 이중 구조로 된 ‘더블 월’을 선택했다. 모기장 같은 얇은 이너 텐트 위에 바람막이 소재의 플라이 스킨을 씌운 모양이라 생각하면 된다. 이너와 플라이는 후크나 고리로 연결해 사용한다. 이런 구조는 실내외 온도차를 줄여 텐트에 습기가 맺히지 않도록 한다. 캠핑을 다녀와서 매번 건조 단계를 거치지 않아도 되므로 관리도 편해진다.

홑겹인 ‘싱글 월’ 텐트는 결로 현상이 두드러진다. 이를 막기 위한 특수 원단을 쓴 경우 가격이 치솟는다. 싱글 월은 설치가 쉽고 바람에 강하지만, 아직까진 다가가기 어려웠다. 대신 두 번째 텐트는 이너 텐트와 플라이가 일체형인 제품으로 골랐다.

1400_retouched__ (17 - 22)

첫 텐트는 무게를 우선으로 고려했다. 그러다 보니 3계절 용을 고르게 되었다. 3계절용은 동계를 뺀 나머지 계절에 쓰기 좋다는 뜻이다. 작은 구멍이 나 있는 메시 소재 이너 텐트와 얇은 겉 소재를 활용한다. 한겨울엔 두터운 침낭과 옷을 겹쳐 입는 걸로 해결했다. 이 텐트는 두 개의 출입문을 가진 돔 모양이었다. ‘전실’이라 부르는 현관도 아주 작게나마 문 앞에 하나씩, 총 두 개를 만들 수 있었다. 출입문이 두 개면 통풍에 좋고, 밤에 문 쪽에 누운 사람을 깨우지 않고도 화장실에 갈 수도 있다.

1400_retouched__ (4 - 22)

겨울이면 고생을 하다가 이번에 4계절용 텐트로 바꿨다. 텐트 소재가 두꺼워졌다. 모양도 달라졌다. 긴 터널 구조다. 두 번째 텐트를 사고자 마음먹었던 가장 큰 이유는 바로 큰 전실이다.

1400_retouched__ (6 - 22)

1400_retouched__ (8 - 22)

따뜻하고 건조한 환경이라면 굳이 텐트에 짐을 정리할 필요가 없다. 밥도 밖에서 해먹으면 된다. 그러나 삶은 때때로 눈보라를 동반한다. 텐트에 잠을 자는 공간 말고 전실이 추가로 있다면, 젖은 신발과 옷가지를 걸어 말리고, 취사를 하고, 뜨거운 코코아도 끓여 마실 수 있다. 낮고 기다란 터널 모양은 안정적이라 고산 지대나 악천후에 사용하기에도 좋다.


[5]
가격
60만 원에서, 129만 원으로

1400_retouched__ (11 - 22)

세상에는 10만 원짜리 텐트도 있고, 500만 원이 넘는 텐트도 있다. 첫 텐트는 60만 원을 주고 공식 홈페이지에서 새 제품을 샀고, 두 번째 텐트는 중고 거래로 120만 원짜리를 반값에 샀다. 아주 저렴한 텐트부터 고사양의 텐트까지 써 본 후기를 말하자면, 하룻밤 자는 데는 큰 차이가 없다. 비싼 텐트를 써도 겨울엔 춥고 바람이 불면 휘청인다. 유명 브랜드의 텐트는 물론 마감이 좋고, 디자인이 예쁘고, 무게가 가볍고, A/S가 잘 된다. 가격과 성능을 처음부터 꼼꼼히 비교하기 어렵다면 예산을 먼저 정하고 그 안에서 텐트를 찾는 것이 빠르다.


[6]
컬러
주황색에서, 파란색으로

1400_retouched__ (18 - 22)

벌레가 싫다면 캠핑 역시 싫을 확률이 높다. 가끔 캠핑은 하고 싶지만 벌레가 싫은 사람도 있다. 이런 때는 어두운 색상의 텐트를 선택하는 것이 좋다. 벌레는 밝고 화려한 색에 반응한다. 벌레는 모르겠고, 쨍한 원색을 좋아하는 나는 두 번의 텐트 모두 좋아하는 색을 골랐다.

14001_retouched_ (1 - 1)

⛺Big Agnes Copper Spur HV UL2

  • 2인용 / 224 x 132 x 135cm / 1.25kg / 자립 / 3계절 / 더블 월 돔
  • 58만 8,000원(2019년형 기준)
  • 구매처는 여기

1400_retouched__ (7 - 22)

북미 브랜드는 3계절용 텐트가 메인이다. 덥고 습한 지역을 고려해 환기가 잘 되는 ‘풀 메시 – 자립식 – 더블 월’ 텐트가 많다. 대부분 개방감이 좋다. 잘 만들어진 트래킹 문화에 맞춰 오랜 시간 경량화를 연구해 왔다. 초경량 텐트는 북미 브랜드의 것이 많다. MSR, 노스페이스, 시에라 디자인, 니모, 마운틴 하드웨어 등의 브랜드는 1kg 초반대의 초경량, 자립식에 통풍이 잘 되는 텐트를 주로 만든다. 첫 텐트는 미국 콜로라도주에서 시작한 빅 아그네스의 것이었다. 2008년 출시 이후로 꾸준히 초경량 자립 텐트계의 스테디셀러 자리를 지키고 있는 모델이다.

1400_retouched__ (10 - 22)

⛺FJALLRAVEN Abisko Shape 3

  • 3인용/ 400 x 180 x 110cm / 2.56kg / 비자립/ 4계절 / 더블 월 터널
  • 129만 원
  • 정식 구매처는 여기

1400_retouched__ (22 - 22)

북유럽 브랜드는 넓은 들판에 무지막지하게 몰아치는 칼바람을 막기 위한 텐트를 주로 만든다. 철심으로 텐트를 땅에 단단히 고정하고, 창은 작게, 천장은 낮게 하고, 넉넉한 전실을 가진 터널형 텐트가 많다. 얇고 가벼운 자체 제작 원단에 내구성을 보완하기 위해 양면으로 방수 코팅을 하는 것이 특징. 힐레베르그와 헬스포츠가 대표적이다.

1400_retouched__ (1 - 22)

두 번째 텐트는 스웨덴 브랜드 피엘라벤의 것이다. 친환경적인 공정을 거친 텐트로 유명하다. 난연제, PVC 플라스틱 등이 일체 사용되지 않아 해로운 화학물질이 포함되지 않는다. 또한 자가 수리를 위해 리페어 튜부, 패브릭 패치, 심실 브러시, 실과 바늘이 포함된 리페어 키트가 제공된다.

1400_retouched__ (12 - 22)

텐트를 새로 샀다면, 날씨 좋은 낮에 먼저 설치하는 연습을 해보자. 유튜브와 설명서를 통해 숙지했다고 생각해도 막상 앞이 보이지 않는 어둠 속이나 비를 맞아 손이 얼면 텐트를 짓는 일이 쉽지 않아진다. 새 텐트로 캠핑을 시작할 땐, 캠핑장을 추천한다. 정 모르겠을 때 옆 사이트 사람에게 도움을 구할 수 있다. 캠핑장엔 새 장비를 구경하고 남의 텐트 치는 걸 돕고 싶어 하는 사람이 아주 많이 포진해있다.

suhyung

About Author
조서형

아웃도어 관련 글을 씁니다. GQ 코리아 디지털 팀 에디터. 산에 텐트를 치고 자는 일을 좋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