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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캠핑엔 무엇을 챙겨가야 하지?

안녕, 여름에 태어난 객원 필자 조서형이다. 나는 여름을 좋아한다. 짧고 가벼운 반바지에 플립플랍 차림도, 시원한 음료수를 마시고 경쾌하게 내뱉는 ‘캬-‘도,...
안녕, 여름에 태어난 객원 필자 조서형이다. 나는 여름을 좋아한다. 짧고 가벼운 반바지에…

2021. 06. 28

안녕, 여름에 태어난 객원 필자 조서형이다. 나는 여름을 좋아한다. 짧고 가벼운 반바지에 플립플랍 차림도, 시원한 음료수를 마시고 경쾌하게 내뱉는 ‘캬-‘도, 과감하게 첨벙댈 수 있는 물놀이도 좋다. 땀 뻘뻘 흘리며 온종일 놀아도 해가 지지 않고, 두꺼운 침낭이나 이불 없이도 잘 수 있어 여름 아웃도어 활동도 좋아한다. 그러나 좋아하는 것과 별개로 여름은 캠핑의 비수기다. 뜨겁고, 벌레도 많고, 아무 때나 비가 쏟아지니 그럴 만도. 추위에는 핫팩이나 두꺼운 외투, 침낭이나 아예 전기장판의 도움을 받을 수 있지만, 더운 날은 별수가 없다. 예상치 못하게 비라도 맞으면 장비를 일일이 말려야 하는데, 원룸이나 거실이 좁은 집에 산다면 이처럼 골치 아픈 일이 없다. 엄마 말처럼 머리에 이고 있을 수도 없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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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수기라고 노는 일을 가을까지 미룰 수는 없으니 오늘은 여름 캠핑을 위한 아이템을 소개하려 한다. 중간에 가짜도 하나 있다. 혹, 지난겨울 반려견 캠핑 기사에 함께한 아인이를 기억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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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여름 아이템은 유독 더위를 많이 타고 못 견뎌 하는 아인이의 인간 가족들이 함께 골라줬다.


[1]
“모기, 너만 아니면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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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퍼스 아웃도어 점보스틱 – 모기는 반민초단이다. 후각에 민감해 향이 강한 라벤더나 페퍼민트 같은 허브를 싫어한다. 52cm 길이의 실외용 인센스, 점보스틱은 시트로넬라 에센셜 오일, 라벤더, 레몬그라스, 제라늄, 유칼립투스, 재스민, 장미꽃 등을 섞어 만들었다. 주재료는 시트로넬라인데, 이 향은 수백 년 전부터 활력을 증진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근육통과 신경통을 줄여주며, 감기나 가벼운 감염을 치료하는 데도 도움을 주고 노이로제나 신경의 피로도 경감해준다. 모기는 멀어지고 나는 편안해지는 자연의 지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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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용 방법은 간단하다. 인센스 스틱과 마찬가지로 불을 붙인 다음 살짝 입김을 불어 끄고 텐트 주변 바닥에 꽂아두면 된다. 추로스 모양으로 도톰한 데다 길어 2시간 정도 오래 탄다. 다만 크기와 무게 탓에 가지고 있던 인센스 홀더로 고정되지 않을 수 있다. 캠핑장 근처의 돌과 모래를 활용하는 기지를 발휘해 볼 것. 불이 다른 데 옮겨붙지 않도록 조심 또 조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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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프레이, 캔들, 실내용 스틱 등 같은 재료로 만든 다양한 제품이 나와 있다. 가격은 3,900원이며, 5개씩 포장되어 있다. 성수동에 오프라인 매장이 있으니 향이 궁금하면 먼저 맡아보고 사도 좋겠다. 오프라인 구입처는 헤븐센스 성수연무장점, 온라인 구입처는 여기.

☑️ 아인이 아빠 팁: 텐트와 너무 가까운 데 꽂으면 향이 강해 어지러울 수 있다. 위치를 조정해가며 태울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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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츠비 레스-큐 오인트먼트 – 피부 관리는 어떻게 해도 잘 안 된다. 타고나는 영역이라 여겨 어느 날 자연스럽게 내려놓았다. 그러니 아무 데나 발라도 되는 오일, 멀티 밤 같은 제품과 가까워졌다. 피부가 건조하면 입술이든 손이든 듬뿍 떠서 바르고, 강한 햇볕에 따갑고 벌겋게 되면 살살 펴 발랐다. 밤에 모기에 물리면 열렬하게 긁다가 슥슥 바를 수 있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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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츠비의 이 멀티밤은 틴 케이스가 예뻐서 샀다. 포장에 아웃도어라는 단어가 쓰여 있었고, 샘플을 발라보려 하니 진한 말차 라떼 색이 예뻤다. 익숙한 허브향도 편안하게 느껴졌고. 점보 스틱과 마찬가지로 자연 유래 성분들로 만들었다. 병풀에서 추출한 진정 성분과 카카오 시드버터, 밀배아 오일, 로즈마리 잎, 라벤도 꽃, 올리브 오일 등 재료는 좀 다르지만, 아이가 써도 될 만큼 순하다. 평소에는 고체지만, 사람의 체온이 닿으면 자연스럽게 녹는다. 가격은 13,000원이지만, 대체로 할인 중이다. 구매처는 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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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이 가장 좋은 해답을 가지고 있다’는 키워드로 광고하는 버츠비의 생각에 동감이다. 나도 놀러 나온 거고 쟤도 밥 먹으러 나온 것일 뿐 누구의 잘못도 아닌데, 굳이 전기로 지지거나 손바닥으로 으깨 죽이고 싶지는 않다. 천연 재료를 내세운 제품들이 못 미덥다면, 직접 만들어 보는 방법도 있다. 양파나 양파껍질, 그릇에 담아둔 토마토즙을 텐트 주변에 두거나, 말린 레몬, 오렌지 껍질을 태우면 모기가 달려들지 않는다. 나갈 때마다 방법을 바꿔가며 최적의 것을 찾아보자.


[2]
“물이 관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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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탠리 워터저그 – 차가 없어 슬픈 나는 여름철 워터저그가 얼마나 유용한지 잘 모른다. 차가운 물이 콸콸 나오니 시원한 비빔면을 먹을 수 있겠군 정도의 지식이 전부다. 왜 좋은지 알아야 돈을 쓸 수 있으니, 일단 빌려서 사용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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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실 물과 하이볼용 구 얼음을 쏟아부은 다음 뚜껑을 닫았다. 단단하게 잠기는 게 느껴진다. 잠깐 상상해보니 약 3L의 물을 넣었는데, 이동 중에 새거나 쏟아진다면 보통 일이 아니겠군 싶다. 얼음만 넣었을 때 60시간 동안 유지된다고 한다. 2박 3일에 해당하는 충분한 시간이다. 스탠리라 이제 놀랍지도 않다. 스탠리 보온병은 그 옛날 전쟁에서 총탄을 운반하고 중요한 의약품을 보관하던 기능성 최강의 제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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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닥에 놓고 쓰려니 낮은 컵만 쓸 수 있어 불편하다. 워터저그를 살 때 받침대를 함께 사는 이유가 있었다. 물을 마실 때는 뚜껑에 있는 벤트 플러그를 먼저 열고 스위치를 열어야 물이 콸콸 나온다. 사용하지 않을 때는 벤트 플러그도 닫아 놓아야 보냉이 오래 유지된다. 원래 제품은 누르고 있는 동안에만 물이 나오는 형식인데, 아인이네는 사용이 편하도록 수도꼭지를 스위치로 바꿨다. 파스텔 컬러를 비롯해 색상이 여러 개 나와 있지만, 스탠리는 역시 시그니처 컬러인 카키가 좋다. 모험가의 울끈불끈한 것이 느껴지면서도 감성적이다. 가격은 4만9000원. 구입은 여기.

☑️ 아인이 아빠 팁: 편의점에서 2.5kg짜리 돌 얼음 한 봉지를 사서 넣으면 딱 맞게 들어간다. 마실 만큼만 물을 넣어가며 사용하면 오래 시원하다. 아무래도 여름에 워터저그 없는 캠핑은 무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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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너 판초 우의 – 내수압 3,000mm 발수가공한 나일론을 사용했고, 깔끔하게 보관할 수 있도록 패커블 기능이 있다. 편안한 착용감을 위해 후드를 조임끈과 앞을 열 수 있는 스냅 단추도 있다. 우산을 쓰지 않고도 손과 발이 자유로워 자전거를 탈 때도 좋다. 프리사이즈로 무릎까지 내려오는 기장이라 소나기에도 바지가 젖지 않을 수 있다. 비가 그친 다음엔 탁 털어 둘둘 말아 넣으면 편리하다. 이렇게 뭐라도 써놓으면 장점처럼 보일 수 있겠지만, 사실 이건 아주 평범한 판초 우의다. 해외 배송료를 빼면 가격도 2만 원 대로 무난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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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너 로고가 없었다면 비슷한 모델을 더 저렴하게 샀을 수도 있다. 하지만 대너 신발을 하나 더 사서 신을 수는 없으니 우의라도 사 본다. 구매는 일본 대너 홈페이지에서 했으며, 가격은 세금 포함 2,750엔. 구입처는 여기.

☑️ 아인이 엄마 팁: 평소 반려견과 산책할 때도 좋다. 한 손으로 우산을 잡지 않아도 되니까 신나게 걷기만 하면 된다. 물론 돌발 상황에도 대처가 쉽다.


[3]
“의외의 꿀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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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수건과 넥쿨러 – 한사랑 산악회 컨셉도 아니고 웬 목수건이냐고 물으면 서럽다. 겨울엔 발과 머리만 따뜻해도 훨씬 나은 것처럼, 여름에도 목 뒤만 시원해도 한결 낫다. 원래는 손수건을 활용했다. 머리나 손목에 둘러 땀을 닦는 용도로 쓰다가, 찬물을 적셔서 목에도 두르고, 뭘 흘리면 물티슈 대신 닦을 수도 있다. 그렇게 손수건을 모아왔는데, 넥쿨러로 새로운 세계가 펼쳐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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얇은 스카프 같이 생겼는데, 물에 담갔다가 빼면 부풀어 오른다. 물기만 털어내고 목에 두르면 시원하다. 앗! 소리가 나올 정도의 인위적인 차가움은 아니고 서늘한 정도다. 혼자라 에어컨을 틀기 애매한 재택 근무에도 유용하다. 뜨거운 불로 요리하고 후후 불어 밥을 먹는 동안 두르고 있으면 더할 나위 없다. 4500원. 구매는 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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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인이 엄마 팁: 어린이용을 사서 목에 둘러주면 반려견에게도 잘 맞다. 더우면 온갖 짜증을 부리는 아인이에게 묶어주면 화와 더위가 함께 가라앉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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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라 샤워백 – 기후 위기 매거진 창간 일로 무동력 여행가 인터뷰를 했다. 따뜻한 물로 샤워를 한 날과 하지 않은 날을 기준으로 다음 날 컨디션이 결정된다고 말했다. 어떤 험난한 하루 끝에도 따뜻한 샤워가 있다면 거뜬히 다음 날 또 씩씩하게 움직일 수 있다는 것이다. 샤워백이 있다면, 샤워 부스가 부족한 여름 캠핑장에서도, 씻을 곳이 없는 노지에서도 유용할 듯했다. 거뜬한 여름을 위해 전기 없이도 물을 데워주는 솔라 샤워백을 구입했다. 한여름에만 누릴 수 있는 야외 샤워를 신나게 누려볼 생각이었다. 태양열을 활용하지만 대단히 어려운 구조는 아니다. 까만 옷을 입으면 햇살을 받아 더 더운 것과 같은 원리로 태양열을 흡수해 안에 담긴 물을 데우는 수준의 원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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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 단체에서는 샤워할 때 35L의 물 사용이 적당하다고 말한다. 일반적으로 샤워를 15분간 한다고 치면 약 70L의 물을 사용하게 된다. 20L의 물로 충분한 샤워는 어렵지만 서두르면 샴푸와 세수까지도 가능하다. 물도 금방 따뜻해지고, 용량도 충분한데, 문제는 샤워기를 작동시키기 어렵다는 것이다. 머리로 물을 맞으려면 샤워백을 머리 위 높은 곳에 매달아야 하는데, 20kg의 물이 담긴 흐물흐물한 주머니는 여러모로 쉽지 않다. 호스도 시덥지 않다. 각도가 조금만 맞지 않아도 물이 뚝 끊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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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00원에 산 저렴한 제품인 만큼 마음을 좀 넉넉하게 먹는 게 낫겠다. 물통을 높이 하기 어렵다면 내가 내려가자. 바닥에 넙죽 엎드려 등목하는 데는 큰 무리가 없다. 더위에 지친 반려견에게 샤워의 기쁨을 주는 데도 좋다. 나는 오랜만에 자전거 바퀴에 묻은 흙을 닦아내고 화분에 물을 주었다. 구매처는 여기.

이처럼 여름에는 즐길 아이템도 잔뜩있다. 비수기라는 말이 섭섭하지만, 위기는 기회다. 다만, 장마에는 부디 몸을 사리자. 물가는 더욱 조심하고. 안전에 신경을 써야 더 오래 놀 수 있다.

suhy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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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서형

아웃도어 관련 글을 씁니다. GQ 코리아 디지털 팀 에디터. 산에 텐트를 치고 자는 일을 좋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