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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ss, but Better: 작지만 강한 서울 카페 3

안녕. 디에디트에서 서울의 멋진 카페들을 주로 소개하는 객원 필자 김정현이다. 알다시피 서울 카페들은 온갖 즐길 거리로 넘쳐난다. 고급 빈티지 가구부터...
안녕. 디에디트에서 서울의 멋진 카페들을 주로 소개하는 객원 필자 김정현이다. 알다시피 서울…

2021. 06. 24

안녕. 디에디트에서 서울의 멋진 카페들을 주로 소개하는 객원 필자 김정현이다. 알다시피 서울 카페들은 온갖 즐길 거리로 넘쳐난다. 고급 빈티지 가구부터 레코드 바에 꿀리지 않는 프리미엄 음향 장비, 브랜드 콜라보 팝업 스토어, 자체 제작 굿즈, 숍인숍까지. 동시대의 트렌디하고 흥미로운 것들은 다 카페에 모여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때로는 가장 심플한 것이 가장 깊은 여운을 남기는 법. 카페를 채우는 잡다한 요소들이 피곤하게, 또 불편하게 느껴질 때가 있는 독자분들을 위해 준비했다. 그저 맛있는 커피 한 잔과 소소한 여유만으로도 만족스러운 시간을 선사하는 커피하우스들. 서울 서부 지역에서, 직접 원두를 로스팅하는, 작지만 강한 서울 커피 맛집 3곳을 소개한다.


[1]
“싱글 오리진 커피의 매력”

담대하게 커피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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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평구 응암동, 시원하게 뻗은 불광천을 걷다 주변 골목에 들어서면 세련된 회색 건물 하나가 눈에 들어온다. 전체적으로 차분한 분위기가 감도는 건물. 1층 한 켠에는 은은한 불빛과 잔잔한 음악이 흘러나오는 카페 ‘담대하게 커피워크’가 있다. 작은 크기에 좌석도 얼마 없지만 정성스럽게 내려주는 맛있는 핸드드립 커피 덕에 적지 않은 이들이 단골 삼은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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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면적만큼이나 공간 구성 역시 심플하다. 한쪽에 기다란 내부 구조에 맞춰 배치된 일자 형태의 나무 의자가 전부. 테이블도 하나 없다. 오랜 시간 자리를 잡고 앉아 작업을 하거나 여러 명이 찾아와 왁자지껄 수다를 떨기에 적합하진 않다는 뜻. 이런 형태의 공간이 익숙지 않은 분들이라면 다소 낯설게 느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오히려 심플한 구성 덕에 가볍게 들러 커피 한 잔을 집중해서 마시고 가기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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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초에 담대하게 커피워크는 커피 자체에 집중하겠다는 방향성이 확실한 곳이다. 공간 인테리어나 디자인 영역 등은 부차적인 요소. 가장 중요한 목표를 ‘싱글 오리진 커피’의 매력을 소개하는 것으로 잡고, 각 원두의 고유한 향과 맛을 잘 맛볼 수 있도록 다양한 종류의 커피들을 내어주는 걸 1순위로 두고 있다고 한다.

참고로 ‘싱글 오리진 커피’ 는 단일 국가의 특정 농장에서 재배된 단일 품종 커피로 두 가지 이상의 싱글 오리진을 섞는 ‘블렌드’와 구별된다. 하나의 재료만을 사용하기에 생두가 가진 독특한 개성을 느끼기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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밝고 화사하지만 자극적이지 않은 커피를 먹고 싶은 이들에게 추천. 산지 구분 없이 편하게 먹기 좋은 커피들을 약-중배전으로 로스팅해 핸드 드립으로 제공하고 있다.

여기서 나는 에티오피아, 부룬디, 볼리비아 등 비교적 다양한 지역의 커피를 마셔본 편이다. 전반적으로 향긋하고 산뜻했는데 원두마다 조금씩 다른 맛들을 구별해보는 재미가 있었다. 원두 판매도 하고 있으니 홈카페의 퀄리티를 높이고 싶다면 주목해보자.

담대하게 커피워크 Damdaehage Coffeework

  • 주소 서울시 은평구 응암로 21길 17 1층
  • 영업시간 월-토 12:00-18:00 (일요일 휴무)
  • 인스타그램 @damdaehage.official

[2]
“친근한 공간에서 양질의 커피를”
라우터 커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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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우터(Lauter)는 ‘깨끗한, 맑은, 순수한’이란 뜻을 가진 독일어다. 그럼 라우터 커피가 추구하는 커피는 깨끗한 커피라고 추측해볼 수 있겠다. 다만 여기서 깨끗하다는 건 특정한 맛이나 장르를 지칭하는 표현은 아니라고 한다. 밝고 가볍고 산미가 강한 커피, 혹은 씁쓸하고 묵직한 커피 같은 식으로 단순 분류하고 한쪽 카테고리에 속하는 커피만 취급하거나 하지는 않는다는 뜻. 중요한 건 좋은 생두를 잘 바잉해 거기 담긴 향과 맛을 있는 그대로 깨끗하게 유지하며 로스팅하는 것이다. 손님들은 각자 취향이 다 다르니까 그들에게 라이트와 다크를 아우르는 폭넓은 선택지를 제공하면 훨씬 더 풍부하게 커피를 경험할 수 있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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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원두 라인업이 정말 다양하다. 손님이 끊이지 않는 맛집 카운터의 영수증처럼 길게 늘어진 메뉴판. 조금씩 다른 개성을 가진 여러 종류의 원두들을 살펴보다 보면 뭘 선택할지 행복한 고민에 빠지게 된다. 핸드드립뿐만 아니라 이 모든 원두를 아메리카노, 라떼 등으로도 맛볼 수 있다는 거. 고르기 어려워도 괜찮다. 친절한 바리스타가 충분히 잘 설명하고 추천해줄 테니까.

나는 에티오피아 두메르소 워시드와 파나마 엘리다 에스테이트 토레 워시드를 마셨다. 기본적으로 부드럽고 편안한 맛과 질감이었다. 원두가 가진 향과 맛은 충분히 느껴지되, 천천히 은은하게 올라와서 전혀 부담이 없더라. 평소 향이 과한 걸 안 좋아하거나 커피만 마시면 속이 불편해졌던 분들도 맛있게 마실 수 있을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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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반적인 분위기는 친근한 동네 카페 같다. 작은 매장에 좌석도 야외 포함 6개 남짓. 연희동 한적한 주택가에 자리했는데 워낙 조용한 골목이다 보니 혼자 방문해 쉬다 오기 좋다. 바로 앞으로 보이는 중학교 담벼락의 알록달록 벽화와 싱그러운 풀숲을 보며 멍 때려보자. 내부 공간은 매끈하게 구획되고 칼같이 정리되기보다는 주인장의 취향과 손님들의 흔적으로 자연스럽게 채워져 있다. 특히 벽면에 동네 단골손님들이 남기고 간 기록들이 얼마나 귀엽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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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커피와 정겨운 공간. 쉬워 보이면서도 결코 쉽지 않고 그래서 더더욱 귀한 동네 카페다. 신중하게 바잉하고, 정성스럽게 로스팅하고, 섬세하게 추출하는 양질의 커피를 이렇게 편안한 분위기에서 부담 없이 경험할 수 있으니까. 자칫하면 진입장벽이 생길 수 있는 심오한 커피의 세계가 자연스럽고 친근하게 다가와서 좋다. 별 관심 없던 사람들도 자주 오다 보면 어느새 커피 덕후가 될지도 모르는 일. 이쯤 되니 연희동 동네 주민들이 부러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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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우터 커피 Lauter Coffee

  • 주소 서울 서대문구 연희로11마길 12
  • 영업시간 월, 수-일 08:00-20:00 (화요일 휴무)
  • 인스타그램 @lautercoffee

[3]
“여백의 미학”
이페 커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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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호선 망원역과 마포구청역 사이, 한적한 주택가에 자리한 이페커피. 훌륭한 카페들이 즐비한 망원동 일대에서도 알음알음 입소문을 타 매니아들을 불러들이고 있는 곳이다. 직접 로스팅한 맛있는 커피와 특유의 깔끔하고 미니멀한 공간이 인상적인 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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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규모의 매장은 군더더기 없이 심플하다. 벽면을 따라 길게 늘어선 의자와 미니 테이블만 있을 뿐 그 흔한 오브제나 포스터, 여타 장식적인 요소들은 찾아보기 어렵다. 이곳에서 경험할 수 있는 커피와 음악, 함께 온 사람과의 대화에 더 몰입할 수 있도록 최대한 덜어내고 덜어냈다고. 충분한 여백이 존재할 때야 비로소 공간을 채우는 요소 하나하나가 눈과 귀에 들어오니까. 그러고 보면 이페커피를 찾을 때마다 커피 맛도 들려오는 음악 소리도 유독 풍부하게 느껴졌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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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하되 허술하지는 않은 곳이다. 공간 구석구석이 세심하게 관리되고 통제되는 인상을 준다. 이 카페에 머무는 동안 어느 하나만이 아닌 종합적으로 만족스러운 경험을 주고 싶다는 주인장의 말이 인상적이다. 자유분방하고 통통 튀는 매력은 없어도, 일관되게 차분한 분위기가 주는 안정감이 있다. 정제되고 단정한 공간을 애정하는 이들이라면 꼭 가보기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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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하나의 흥미로운 포인트. 메뉴판이 없다. 대신 주인장에게 나의 커피 취향을 얘기해 주면 된다. 좋아할 법한 메뉴를 친절하게 추천해 주고, 라떼 등의 베리에이션 메뉴도 가능하니 당황하지 말자.

커피의 경우 기본적으로 밝은 로스팅 포인트의 커피를 제공한다. 원두 라인업은 그때그때 다르다. 나는 여러 차례 방문하며 먹었던 것 중에 에티오피아 두메르소나 에티오피아 모모라 워시드처럼 산뜻한 과일 단맛이 좋은 커피가 입에 맞았다. 준비된 원두가 어떤 것들이 있는지 궁금하다면 사전에 인스타그램 스토리를 확인해볼 것.

이페커피 EPHE COFFEE

  • 주소 서울 마포구 포은로 134-1 1층
  • 영업시간 유동적. 인스타그램 계정 확인
  • 인스타그램 @ephe.coffee

kimjeonghyun

About Author
김정현

라이프스타일 잡지부터 토크 프로그램까지, 분야 안 가리는 프리랜스 콘텐츠 에디터. 멋있는 사람과 흥미로운 콘텐츠를 소개할 때 제일 즐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