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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한데 신기하고, WWDC 2021

안녕하세요. 에디터H입니다. 지난밤, WWDC 2021 키노트가 있었죠. 애플의 새로운 OS를 제일 먼저 소개하는 자리입니다. 사실은 기대했던 것만큼 자극적인(?) 이야기는 없었습니다....
안녕하세요. 에디터H입니다. 지난밤, WWDC 2021 키노트가 있었죠. 애플의 새로운 OS를 제일 먼저…

2021. 06. 08

안녕하세요. 에디터H입니다. 지난밤, WWDC 2021 키노트가 있었죠. 애플의 새로운 OS를 제일 먼저 소개하는 자리입니다. 사실은 기대했던 것만큼 자극적인(?) 이야기는 없었습니다. 오히려 좀 심심한 쪽에 가까웠죠. 그래도 하나하나 들여다보면 애플이라는 회사가 어떤 ‘경험’에 집중하고 있는지를 읽어낼 수 있습니다. 오늘은 WWDC의 흥미로운 8가지 변화를 정리해봤습니다.


1. 페이스타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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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혹시 ‘롱디’ 해보셨나요. 코로나 시대 이후로 세상 모든 사람들과 장거리 연애를 시작한 기분입니다. 보고 싶어도 쉽게 만날 수 없고, 영상 통화로 얼굴을 보는 게 고작이니까요. 그래서인지 최근의 트렌드는 ‘얼마나 더 가깝게 느낄 수 있나’인 것 같습니다. 얼마 전 출시되었던 애플의 신형 아이맥 역시 더 향상된 카메라와 마이크 시스템을 자랑했죠. iOS 15에도 페이스타임 통화 시 목소리를 더 선명하게 들을 수 있는 기능이 추가됩니다. 사용자의 음성과 배경 소음을 분리해서, 목소리만 또렷하게 들을 수 있게 해주는 새로운 마이크 모드입니다. 뿐만 아니라 페이스타임에도 공간 음향을 제공해서 화면 속 통화자의 위치와 동일한 방향에서 목소리가 들리게 됩니다. 아이폰의 인물 사진처럼 영상 통화 시에 배경을 흐릿하게 만들 수 있는 기능도 눈에 띄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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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더 재밌는 건 ‘SharePlay’라는 기능입니다. 페이스타임으로 친구들과 통화하는 동안 다른 콘텐츠도 공유할 수 있는 거죠. 애플 뮤직으로 좋아하는 노래를 함께 듣거나, 같은 영화를 감상할 수도 있습니다. 아이폰 화면을 그대로 공유해서 내가 게임을 플레이하는 모습을 보여주거나, 아이쇼핑을 함께 할 수도 있고요. 해외에 나가 있는 친구와 영화를 함께 보고 싶어서, 통화를 하며 동시에 재생 버튼을 누르고 조잘조잘 떠들며 감상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때 이 기능이 있었다면 좀 더 쾌적하게 같이 영화를 볼 수 있었겠죠. 코로나 때문에 일상 속에서 빼앗긴 사소한 즐거움들을 화면 속에서나마 조금은 되찾을 수 있을까요?

SharePlay는 아이폰은 물론 아이패드, 맥에서도 사용할 수 있으며 재생 컨트롤까지 동기화되기 때문에 참여 중인 모두와 동시에 감상할 수 있습니다. 현재는 디즈니+, 틱톡, 트위치, HBO Max 등의 서비스를 지원할 계획이라고 하네요. 너무 좋은 기능이긴 한데 국내에서 가장 많이 쓰는 스트리밍 서비스인 넷플릭스나 유튜브 등은 지원하지 않기 때문에 유명무실해지는 건 아닐까 걱정이 됩니다. iOS 생태계에는 생각보다 더 근사한 기능이 많은데, 때때로 폐쇄적인 정책 때문에 100% 활용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거든요.

어쨌든 직접 얼굴을 마주하는 것보다 영상 통화로 소통하는 일이 많아진 만큼, 시대적인 변화를 반영한 업데이트입니다.


2. 집중 모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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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저는 무엇하나 집중하기가 쉽지 않아요. 방금도 요즘 저는, 까지 쓰고 혹시 나는 성인 ADHD가 아닐까? 생각이 들어서 폰을 꺼내 ADHD를 검색하고, 무의식중에 다른 배너 광고를 클릭해서 멀리멀리… 아주 저 멀리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우리 주변에는 주의를 산만하게 하는 수많은 요소가 있죠. 그중에 제일은 역시 스마트폰입니다. 이 안에는 친구들의 메시지도 있고, 일하라고 쪼는 업무 메일, 인스타그램, 유튜브, 쇼핑몰… 모든 게 다 있으니까요. 이런 것들을 들여다보고 있노라면 일만 못 하는 게 아니라, 수면에도 방해가 되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결국 그때그때 상황에 맞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 필요하다는 거죠. 그래서 병 주고 약 주는 애플이 iOS 15에서 집중 모드를 마련했습니다. 온갖 유혹이 가득한 아이폰을 등지고 내 상황에 몰입할 수 있게 도와주는 기능입니다.

집중 모드는 상황에 따라 다르게 설정할 수 있습니다. 정말 업무에 집중해야 할 때도 있고, 가족이나 연인과 개인적인 시간에 집중해야 할 때도 있고, 잠들기 전에는 최대한 숙면을 취할 수 있도록 다른 일에서 관심을 끄는 게 중요하겠죠. 이렇게 상황에 맞는 집중 모드를 설정해두고, 관련된 앱이나 사람들의 알림만을 허용하는 겁니다. 직접 설정할 수도 있지만 온디바이스 인텔리전스를 통해 내 과거 활동을 토대로 제안해주기도 합니다. 혹은 필요하다면 홈 화면 페이지를 업무용으로 따로 생성해, 관련된 앱만 사용하고 집중도와 효율을 극대화할 수 있습니다. 개인적인 시간에는 친구나 가족의 연락만 알림이 오도록 설정할 수도 있고요.

이런 ‘집중 모드’ 역시 코로나 이후 삶의 방식을 반영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재택근무의 비중이 늘어나며 업무 공간과 개인적인 공간이 뒤섞이게 되자, 공과 사의 균형을 맞추기가 어려워졌으니까요. 이건 단순히 공간의 문제가 아니라 시간을 쓰는 방식에서도 그렇습니다. 일과 삶의 영역이 불분명해지면서, 각각의 영역에 완벽하게 집중하는 게 더 어려워졌죠. 때로는 업무를 위해 쓸데없는 유혹을 떨쳐낼 필요가 있고, 나 자신을 위해 업무를 완벽하게 차단하는 시간도 필요합니다.


3. 애플 월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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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 월렛의 쓸모가 훨씬 다양해졌습니다. 작년에 애플이 소개했던 디지털 차 키 기능을 기억하시나요. 이제 UWB 기술을 이용해 차 키를 꺼내지 않아도 차량 문을 열고 시동까지 걸 수 있게 되었습니다. 심지어 영역도 넓어졌어요. 집 문을 열 수도 있고, 사무실 출입증이 될 수도 있고, 그 호텔에서 애플 월렛을 지원한다면 미리 체크인을 한 뒤에 호텔 방을 열 수도 있습니다.

가장 흥미로웠던 건 올 하반기에는 운전면허증이나 신분증도 애플 월렛에 보관할 수 있게 된다는 사실입니다. 미 교통안전청과 협력해, 공항 보안검색대에서 월렛을 디지털 신분증처럼 사용할 수 있도록 추진 중이라고 하네요. 이거야말로 우리가 꿈꾸는 기술의 미래죠. 기술 그 자체도 중요하지만, 결국은 적재적소에서 활용할 수 있느냐가 가장 중요하니까요. 디지털 신분증은커녕 애플 페이도 한 번 제대로 써보지 못한 저로서는 안타까운 마음만 커지네요. 흑흑.


4. 아이패드 멀티태스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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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은 이번 WWDC에서 아이패드OS에 드라마틱한 변화가 있지 않을까 기대했답니다. 며칠 전부터 M1 프로세서를 탑재한 신형 아이패드 프로를 사용해봤는데, 정말 완성도 높은 제품이지만 영 써먹을 데가 없지 않겠어요? 기존 아이패드 앱만 사용해서는 M1의 잠재력이 오버 스펙이라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어요. 그래서 애플이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리라 행복 회로를 풀가동 시켰던 거죠. 애석하게도 아이패드를 위해 준비한 미래는 여기까지였던 모양입니다. 아이패드OS에서도 썩 새로운 이야기는 공개되지 않았으니까요.

대신 iOS에서처럼 홈 화면에 위젯을 배치할 수 있고, 앱 라이브러리를 지원하게 됐습니다. 더불어 멀티태스킹 화면이 새롭게 설계됐습니다. 앱 상단에 새로운 제어 기능을 배치했는데요. 화면 위를 터치하면 멀티태스킹 아이콘이 표시됩니다. 메모 앱을 사용하다 스플릿 뷰 아이콘을 누르고 홈 화면에서 고를 수 있습니다. 앱을 바꾸고 싶다면 화면을 아래로 밀어 내리고, 다시 홈 화면에서 앱을 고르면 되죠. 이전의 멀티태스킹 조작보다 훨씬 직관적이고 앱을 고르는 작업이 간편해졌습니다. 또 ‘선반’이라는 새로운 작업 영역을 만들어, 열어놓은 창을 보관해둔 채 전환하며 작업할 수도 있습니다. 아이패드OS 멀티태스킹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애쓴 흔적이 보이죠. 하지만 여전히 상하 스플릿 뷰에 대한 사용자들의 갈증이 있더군요. 맥북에 버금가는 화면 크기와 성능을 가지고, 아이폰과 비슷한 UI를 구성하다 보니 계속해서 충돌이 생기는 게 아닐까요.


5. 마음 챙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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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 워치의 심호흡 앱이 워치OS 8에서 ‘마음 챙기기’ 앱으로 거듭난다는 이야기를 듣고 깜짝 놀랐습니다. 안 그래도 엊그제 밤늦게까지 야근을 하며 애플 워치가 심호흡하라는 걸 무시했거든요. 마음이 조급해서 도저히 호흡을 고를 수가 없었습니다. 그러고 나서 퇴근길에 “지금 내게 필요한 건 명상이 아닐까”라는 생각으로 이어졌습니다. 참 산만하죠? 그만큼 일상 속에서 숨을 고를 여유가 없다는 뜻이기도 하죠.

새로운 마음 챙기기 앱은 심호흡과 함께 ‘성찰 세션’을 제공합니다. 언제 어디서든 최소 1분 동안은 마음을 집중할 수 있게 돕는 기능입니다. 사용자가 사색을 통해 긍정적인 마음을 가질 수 있도록 다양한 문구를 표시해줍니다. “최근에 마음의 안정을 느끼게 해준 순간을 회상해보세요. 지금 그 느낌을 가져오세요.” 이런 식으로요. 아무래도 이 글을 마감하고 나면 심호흡을 해야겠어요. 눈꺼풀이 떨리는 게 느껴지네요.


6. 인물 사진 시계 페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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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 사진을 이용해 입체감 넘치는 워치 페이스를 만들 수 있는 아기자기한 기능도 추가됐습니다. 아이폰에서 마음에 드는 인물 사진을 골라서 설정하면, 배경과 인물을 분리해서 멀티 레이어 페이스를 만드는 거죠. 사진 구도와 시간 배치를 조정해 배경과 인물이 따로 움직이는 것 같은 역동적인 입체감을 표현해줍니다.


7. 에어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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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어팟에는 ‘대화 부스트’라는 인상적인 기능이 추가됩니다. 명칭처럼 대화를 좀 더 선명하게 들을 수 있게 만들어주는 기능입니다. 보청기까지 사용하진 않더라도 경미한 청력 문제를 겪는 사람들이 대화에 더 편하게 참여할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용도입니다. 예를 들어 주변이 시끄럽거나, 상대방의 목소리를 선명하게 듣기 힘들 때 컴퓨테이셔널 오디오와 빔포밍 마이크가 상대방의 목소리를 더 선명하게 귀로 전달해줍니다. 설정에서 주변 소음 제거 수준도 조절할 수 있고요. 무선 이어폰을 이용해 간편하게 활성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기대되는 기능입니다.


8. Universal Control

Universal Control

솔직히 이번 키노트의 주인공은 Universal Control이 아니었나 싶어요. 애플 연속성 기능의 정점을 찍은 것 같았습니다. 하나의 마우스나 키보드로 맥과 아이패드 사이를 오가면서 매끄럽게 작업할 수 있는데, 마치 두 화면이 이어져 있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반응합니다. 아이패드에서 애플펜슬로 그림을 그린 다음, 아이패드를 맥북 옆에 나란히 두고… 맥북의 트랙패드로 커서를 움직이면 맥북 화면에서 아이패드 화면까지 이어지듯 옮겨가는 거죠. 클릭도 할 수 있고, 홈화면으로 이동하거나 아이패드에서 이뤄지는 모든 작업을 맥북에서 조작할 수 있습니다. 드래그앤드롭으로 사진이나 파일을 복사하는 작업도 너무 쉽게 이루어지고요. 심지어 아이맥까지 나란히 두고 3개의 기기를 연결된 하나의 화면처럼 사용할 수도 있습니다. 키노트 영상에서는 ‘어떤 설정도 따로 필요하지 않다’라고만 설명하고 있는데요. 동일한 아이클라우드 계정을 기반으로 연결성이 작동하는 것 같습니다. 하루빨리 이 기능을 시연해보고 싶네요. 아이패드, 아이맥, 맥북을 모두 준비해 놔야겠어요.

구동되는 모습이 궁금하다면, 영상을 봐주시길.

About Author
하경화

에디터H. 10년차 테크 리뷰어. 시간이 나면 돈을 쓰거나 글을 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