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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포터가 마시던 맥주

안녕, 취미수집가 에디터B다. 나에게는 중학생 때부터 해오던 취미생활이 있다. 바로 영화 굿즈 수집. 처음에는 소소하게 포스터를 모았다. 백팩을 메고 대구 롯데시네마에...
안녕, 취미수집가 에디터B다. 나에게는 중학생 때부터 해오던 취미생활이 있다. 바로 영화 굿즈 수집.…

2020. 05. 26

안녕, 취미수집가 에디터B다. 나에게는 중학생 때부터 해오던 취미생활이 있다. 바로 영화 굿즈 수집. 처음에는 소소하게 포스터를 모았다. 백팩을 메고 대구 롯데시네마에 가서 종류별로 가득 챙겨왔다. 그렇게 모은 걸 화일첩(‘화’라고 발음해야 느낌이 산다)에 소중하게 끼워두었다. 뭐, 이것도 다 옛날 얘기긴 하다. 요즘에는 포스터보다는 고퀄리티 굿즈를 산다. 영화사에서는 홍보를 위해 심혈을 기울여 굿즈를 만들거든. 굿즈와 영화를 묶어서 판매하는 패키지 상영회도 하고. 퀄이 좋다 보니 ‘굿즈 만들려고 영화 만들었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정도.

아무튼 영화에 흠뻑 빠지면 자연스레 영화 속 소품을 갖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 개인적으로 해리포터 시리즈가 특히 그랬다. 호그와트 학생들이 입고 다니는 망토, 유니콘의 털이 들어간 지팡이, 님부스2000 같은 것들 말이다. 그래서 버터비어가 한국에 출시된다는 소식을 듣고 마음이 들썩거렸다. ‘해리와 친구들이 마시던 그 맥주를 나도 마실 수 있다니…’ 외국인들이 짜파구리를 먹고 싶어하는 마음이 이럴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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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포터>의 원작자 조앤.K.롤링은 버터비어의 맛을 버터 스카치 캔디를 떠올리며 썼다고 한다. 버터 스카치 캔디란 버터와 설탕을 녹여 캔디로 만든 것인데, 마트에 파는 롯데제과의 스카치 캔디를 생각하면 된다. 실제로 조앤이 생각한 버터 스카치 캔디와 롯데의 캔디가 얼마나 비슷한지는 나도 잘 모르겠다. 그래도 이름이 똑같은데, 맛도 어느 정도는 닮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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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에 [새로나왔]을 통해 버터비어를 리뷰하겠다고 공언한 적이 있는데 그 이후로 구독자에게 다양한 피드백을 받았다. 기대된다는 의견이 다수일 거라고 예상했는데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극명하게 반반으로 갈렸다. “제 입맛에는 안 맞더라구요” “솔직히 저는 실망했어요”라는 부정적인 의견부터 “저는 맛있던데요?” “또 먹고 싶어요, 역시 디에디트!” 같은 긍정적인 반응까지. 더욱 궁금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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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제품에 대해 소개를 하자면(지금까지 소개했잖아?), 이름은 버터비어이지만 엄연히 말하자면 맥주는 아니다. 알코올이 들어갔다면 미성년자인 해리와 친구들은 마실 수 없었을 거다. 휘핑크림이 음료 위에 올라가는데 그 모습이 마치 맥주 거품처럼 보인다고 해서 버터비어라고 부를 뿐이다. 덕분에 한 모금 마실 때마다 윗입술에 휘핑크림이 묻는다. 아래 헤르미온드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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윗입술? 거품? 괜히 길라임의 카푸치노 키스가 떠오르며 ‘아…그 드라마 뭐지?’ 하는 생각이 든다면 나이 인증 성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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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쉭! 병뚜껑을 탄산이 배출되는 소리가 나며 청각적으로 자극을 준다. 원재료 및 함량을 보면 알 수 있듯 탄산수가 들어가 있기 때문이다. 제품 유형도 탄산음료로 분류되어있다. 귀가 탄산음을 들었을 때, 코는 카라멜 향을 맡았다. 뚜껑을 오픈하자마자 카라멜 향이 스튜디오 안에 진동한다. 버터맥주인데 왜 카라멜향이 나는 걸까. 이것 역시 성분분석표를 보면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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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자 보자…바닐라추출물이 들어갔고, 바닐라향이 들어갔고, 카라멜색소가 들어갔군. 바닐라 향을 이용해서 버터 맥주를 만든 거였다(버터는 안 들어있네?). 총열량은 148kcal로 같은 용량의 펩시콜라(160kcal)와 비교했을 때 적은 편이지만, 낮은 칼로리라고는 할 수 없다. 가장 아래에 보면 ‘성인이 먹는 음료’라고 적혀있는데 ‘무알코올 제품’으로 등록되어있다. 정확한 내막은 잘 모르겠다. 아무튼 이런 이유로 알콜이 들어있지는 않지만 미성년자의 구매는 국내법상 불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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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팬들이 모이는 커뮤니티에 들어가서 ‘버터비어’로 검색을 했다. 대체로 긍정적이다. “맛은 둘째치고 굿즈로 생각하면서 소장하겠다.” “병은 절대 버리지 않겠다.” 같은 의견들이 나왔다. 나도 그 의견에 동의한다. 아깝잖아. 이것도 굿즈라면 굿즈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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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 반 걱정 반, 한 모금 마셔 보았다. 내 한줄평은 이렇다. ‘단맛의 극치’. 버터비어는 정말 달다. 버터 스카치 캔디를 물에 넣고 녹인 뒤 탄산수와 함께 먹는 맛이다. 먹어보니 왜 호불호가 갈렸는지 알 것 같다. 단맛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정말 좋아할 것이고, 그렇지 않다면 실망했을 맛이다. 나도 단맛을 그리 좋아하는 편이 아니라 딱 내 취향이라 말하기는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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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산이 입에 단맛이 달라붙는 맛을 중화시키기는 하는데, 약간 아쉽다. 탄산이 조금 더 강했다면 더 좋았을 것 같다. 그래도 단순한 단맛이 아닌 독특한 단맛이라 흥미로웠다. ‘영국식 달고나’가 있다면 이런 맛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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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터비어 국내 유통사로부터 버터비어 4병을 받으면서 당부의 말을 들었다. “꼭 오리지널 코리안 레시피로 만들어 드세요.” 그 레시피의 정체는 별건 아니고 휘핑크림을 이용하는 방법이다.

버터비어를 컵에 따르고 위에 30초간 휘저은 무가당 휘핑크림을 올리면 된다. 무가당 휘핑크림인 이유는 이미 버터비어가 충분히 달기 때문이며, 30초간 저어야 하는 이유는 액체의 점도를 높이기 위함인데, 확실한 건 30초로는 택도 없다는 거다. 머랭 치기의 달인이 아니라 달인 할아버지가 와도 안 된다. 핸드블렌더로 작업하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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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달고나 커피를 아직 만들어보지 않아서 고통스러운 과정을 모른다면 한 번 시도해보는 것도 괜찮겠다. 만약 사무직이라면 오랜만에 전완근이 저릿한 느낌을 맛볼 수 있을 거니까. 나는 카페에서 1,000원주고 휘핑크림을 샀다. 내 팔뚝은 소중하니까. 맛이 드라마틱하게 달라지지는 않는다. 하지만 화려한 비주얼 때문에 마시는 게 즐겁지. 코리안 레시피 외에도 얼려먹는 프로즌 레시피, 하이네켄과 섞어 먹는 알코올 레시피도 있다. 다음엔 알코올 레시피를 시도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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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버터비어는 유니버설 스튜디오에 있는 호그스미스 펍에서만 팔았다. 유니버설 스튜디오가 없는 한국에서는 맛볼 수가 없었다. 무알코올 맥주 하나 마시자고 비행기 타고 외국으로 할 수는 없지 않나. 게다가 코로나가 창궐한 마당에 어딜… 국내에서도 편하게 만나볼 수 있다는 게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자, 이제 오늘의 결론이다. 버터비어는 모두가 좋아할 맛은 아니지만, 해리포터 팬들에게는 최고의 음료가 되지 않을까. 해리포터 덕후 친구와 할로윈 데이에 망토 뒤집어 쓰고 마시면 소중한 할로윈 추억을 만들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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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준

에디터B. 기계식 키보드와 전통주를 사랑하며, 쓸데없는 물건을 좋아한다는 오해를 자주 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