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

[월간B추천] 오돌오돌 떨고 싶어

안녕, 한 달에 한 번씩 신작 추천하는 에디터B다. 덥다. 누가 내 봄을 스킵한 걸까. 겨울이 끝낸 게 엊그제 같은데 바로 여름이다....
안녕, 한 달에 한 번씩 신작 추천하는 에디터B다. 덥다. 누가 내 봄을 스킵한…

2020. 05. 03

안녕, 한 달에 한 번씩 신작 추천하는 에디터B다. 덥다. 누가 내 봄을 스킵한 걸까. 겨울이 끝낸 게 엊그제 같은데 바로 여름이다. 여름은 냉면이 맛있다는 것 말고는 큰 장점이 없는 계절이다. 쉽게 땀을 흘리기 때문에 탈수 증상을 겪을 가능성이 있고, 불쾌지수가 올라가기 때문에 사소한 일로 다투거나 가정불화가 생길 수도 있다. 언젠가는 이 더운 나라를 떠나 추운 도시에 가서 오돌오돌 오돌뼈처럼 떨어가며 살고 싶다. 하지만 나는 한식을 좋아하고 CGV와 멀리 떨어지기 싫으니 신의주 쯤에 CGV가 생긴다면 근처에서 살아야겠다. 오늘은 체감 온도를 떨어뜨려 줄 것 같은 작품을 일곱 개 가지고 왔다. 무서운 것도 있고 아찔한 것도 있다.


[1]
Animation
<신의 탑>

14001_Tower-of-God-02

소년이 탑을 오른다. 소년의 이름은 스물다섯 번째 밤. 유일한 친구였던 라헬이 별을 보기 위해 갑자기 떠나버리자 밤은 그녀를 보기 위해 목숨을 걸고 탑을 오른다. 평범해 보이지만 탑의 운명을 바꿀 거대한 비밀을 가진 밤은 시련을 겪으며 강하게 성장한다. 2010년 처음 공개되었던 작가 SIU의 웹툰 <신의 탑>이 애니메이션으로 재탄생했다. 누적 조회 수 45억 뷰라는 대기록을 가진 살아있는 레전드 웹툰답게 방영 전부터 큰 기대를 모았는데, 반응은 엇갈리고 있다. 좋다는 평도 있지만 작화가 심심해서 실망이라는 평도 있다. 실제로 어떤지는 직접 보고 판단하길 바란다. 나는 전자다. 원작의 작화를 살리기 위해 의도적으로 입체감을 없앤 작화라 마음에 들었다. 1기는 총 13화로 매주 수요일 애니플러스에서 방영하고 네이버의 콘텐츠 플랫폼 시리즈 온에서도 볼 수 있다.

  • 플랫폼 네이버 시리즈온, 애니플러스
  • 방영일 매주 수요일 오후 11:00

[2]
WatchaPlay
<펀치 드렁크 러브>

14001_a472639b0a413ec4cb15f22a35ccdcbc9e8459cf

혹시 넷플릭스에서 <언컷젬스>라는 영화를 본 적이 있나. ‘아담 샌들러의 인생 연기’라는 수식어가 붙는 작품인데 아담 샌들러는 2002년에도 한 차례 인생 연기를 선보인 적이 있다. 바로 <펀치 드렁크 러브>에서. 펀치 드렁크는 과일 음료 이름이 아니고 ‘정신을 못 차리는’, ‘혼란스러운’ 같은 뜻의 단어다. 사랑에 취해 정신을 못차리는 주인공이 나오기 때문이다. 영화는 로맨틱 코미디 또는 로맨스 영화로 분류할 수 있지만 전형적인 장르의 문법을 따르지는 않는다. 남자 주인공 배리는 신경쇠약이 있는 듯 정신적으로 쉽게 무너지고 평소 억눌리며 살아왔던 탓인지 분노조절장애까지 있다. 이렇게 약하고 멋 없는 남자가 로맨틱 코미디의 주인공인 경우는 별로 없다. 그럼에도 이 영화가 로맨틱한 이유는 ‘사랑이 아픔을 치유해준다’는 말을 빚어 영화를 만들었기 때문이다. 사랑의 위대함을 간접적으로 느끼게 해준달까. 모든 사랑이 그렇지는 않겠지만 어떤 사랑은 그런 것 같다. 감독 폴 토마스 앤더슨은 이 영화로 칸 영화제에서 감독상을 받았다.

  • 플랫폼 왓챠플레이
  • 감독 폴 토마스 앤더슨
  • 출연 아담 샌들러, 에밀리 왓슨 등

[3]
Movie

<침입자>

14001_image_readtop_2020_145023_15814761484084699

사고로 아내를 잃고 실의에 빠져있는 건축가 서진(김무열)에게 뜻밖에 연락이 온다. 25년 전 실종되었던 동생 유진(송지효)을 찾았다는 연락이다. 이상하게 서진은 동생 유진이 불편하고 낯선데, 가족들은 유진을 금세 가족으로 받아들인다. 하지만 유진과 함께 살면서 가족들에게는 이상한 일이 생기기 시작하고, 서진은 동생 유진의 뒤를 캐기 시작한다. 신작이 메마른 극장가에서 새로운 영화를 만난다는 건 그 자체로 설레는 일이다. <칩입자>는 오랜만에 극장에서 개봉하는 국내 영화다. 상업 영화로는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 이후 처음이다. 이 영화가 기대되는 이유는 <침입자>의 연출과 각본을 맡은 사람이 소설 <아몬드>의 작가 손원평이기 때문이다. 소설가가 영화 연출을? 소설을 쓰다 영화계로 활동 반경을 넓힌 건가? 하지만 그게 아니었다. 2001년부터 영화 공부를 하고 단편도 찍는 등 관련 활동을 해온 게 벌써 21년이나 되었다더라. 5월에는 많은 관객들이 극장으로 침입하면 좋겠다.

  • 감독 손원평
  • 출연 송지효, 김무열, 예수정 등
  • 개봉일 5월 21일

[4]
Drama

<번외수사>

14001_fullsizephoto1173903

드라마를 즐겨보지는 않지만 OCN의 드라마라면 관심부터 간다. 재작년부터는 드라마틱 시네마라는 시리즈를 만들고 하나씩 런칭하는데 퀄리티 좋은 스릴러물이라 모두 챙겨보고 있다. 회차도 짧다. 호흡이 긴 드라마를 못 보는 내게는 8회차 정도가 딱이다. 참고로 드라마틱 시네마란 드라마와 같은 연속극 형식을 갖추되 영화 같은 퀄리티로 만드는 OCN 드라마를 말한다. 실제로도 감독이나 스태프를 영화계 인력으로 많이 쓴다고 하더라. <트랩>, <타인은 지옥이다>가 드라마틱 시네마였다. <번외수사>는 내기 골프로 모든 방송에서 하차했던 차태현의 복귀작이라 많은 관심을 받는 중이다. 대략 줄거리는 이렇다. 형사, PD, 장례지도사, 칵테일바사장, 사립탐정 등 이상한 조합의 아웃사이더들이 모여 수사를 한다. 그들의 궁극적인 목적은 시청률, 돈, 승진 등 다양하지만 1차 목표는 같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범인을 잡는 것. 총 12부작이다.

  • 채널 OCN, 티빙
  • 방영일 5월 23일, 토-일 오후 10시 50분
  • 출연 차태현, 이선빈, 정상훈, 윤경호, 지승현 등

[5]
WatchaPlay

<졸업>

14001_el-graduado_0

아직도 <졸업>을 안 봤다면 그 눈, 내가 사고 싶다. <졸업>은 전 세계적으로 흥행했던 더스틴 호프먼 주연 영화인데… 뭐 이런 설명을 적다 보니 영화 정보가 무엇이 중요하겠나 싶다. 사실 나는 고전을 무조건적으로 찬양하는 건 좋지 않다고 생각하는 관객이니까. 그럼에도 <졸업>을 추천하는 이유는 단 하나다. <졸업>은 재미있다. 줄거리를 짧게 설명하자면 대학교를 졸업하고 고향으로 돌아온 벤자민(더스틴 호프먼)은 불확실한 미래를 두려워하며 멍하니 시간을 보낸다. 어느 날 어머니뻘의 이웃집 여인 로빈슨 부인과 부적절한 관계를 시작하게 되고 동네 사람들 몰래 매일 호텔에서 만나며 시간을 보낸다. 뭔가 막장 냄새가 풀풀 난다. 하지만 여기서 끝나면 줄거리가 심심하지. 벤자민은 로빈슨 부인의 딸과도 우연히 데이트를 하게 되는데 그녀에게 또 사랑에 빠진다. 굉장히 아침드라마스러운 줄거리다. 이 영화는 1967년도에 개봉되었다. 53년 전에 만들어진 영화를 보면 시간 여행을 하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그 시대의 말투, 그 시대의 촬영법, 그 시대의 소품, 자동차 같은 걸 보면 시간이 훌쩍 간다. 이 영화의 차밍 포인트는 두 가지가 있는데 첫 번째는 틈틈이 흐르는 사이먼 앤 가펑클의 노래, 두 번째는 엔딩이다. 의도대로 촬영되지 않았지만 세기의 엔딩이 된 그 장면. 엔딩이 다 했다.

  • 플랫폼 왓챠플레이
  • 감독 마이크 니콜스
  • 출연 앤 밴크로프트, 더스틴 호프만 등

[6]
Movie

기생충 흑백판

14001_para_OST

컬러가 없는 세상은 삭막하다. 낮도 밤 같고, 밤은 칠흑 같다. 웃고 있어도 슬퍼보이고 울고 있으면 처연하다. 가족 희비극을 다룬 <기생충>의 흑백판을 보고 있노라면 우울해지지 않을 수가 없다. 난데없는 홍수가 반지하 집이 잠길 땐 시커먼 물이 기우네 가족의 터전을 집어삼키는 것처럼 보인다. 흑백영화만의 매력이자 부작용인 셈이다. 작년에 한 번 봤던 <기생충>을 굳이 흑백판으로 재관람할 필요가 있을까 의문이 든다면, “꼭 볼 필요는 없다”고 말하고 싶다. 죽기 전에 꼭 봐야 할 영화 101 같은 건 없다. 그런 기준은 남이 정해놓은 리스트일 뿐이다. 외국영화 최초로 오스카상을 들어 올리며 한국 영화를 넘어 세계 영화사에 획을 그은 영화의 흑백 상영을 볼지 안 볼지는 본인의 판단에 따르면 된다. 근데 나는 나중에 자식이 “아빠는 기생충 극장에서 봤어?”라고 물으면 “아빠는 흑백판으로도 봤는걸?”하며 자랑할 거다.

  • 감독 봉준호
  • 출연 송강호, 조여정, 이선균, 최우식, 박소담 등
  • 개봉일 4월 29일

[7]
WatchPlay
<나의 눈부신 친구>

14001_l-amica-geniale-poster-720x1080

나는 ‘행복하다’는 표현을 거의 쓰지 않는다. 행복의 기준점이 높기 때문에 기분이 좋을 땐 ‘기분 좋다’라고만 표현할 뿐이다. 소시오패스 같은 삶이라 할 수 있다. 그럼에도 가끔씩 행복감을 일깨워주는 사람들이 있는데 바로 친구들이다. 날 행복하게 만들어주는 건 거의 친구들이다. <나의 눈부신 친구>를 보니 그런 친구들이 떠올랐다. 드라마는 나폴리에 사는 레누와 릴라의 60년 우정을 다룬다. HBO 제작 드라마로 동명의 소설이 원작인데 드라마는 4부작 중 1부작에 해당한다. 시기적으로 보자면 두 주인공의 유년기와 사춘기에 해당하는 부분이다. 나는 이번에 처음 알게 된 사실인데 원작 소설과 작가가 굉장히 유명하더라. 특히 작가는 정체를 공개한 적이 단 한 번도 없는 비밀스러운 작가다. 작가는 오직 작품으로 말한다는 신념 때문이라고 하더라. 남자들의 우정과 의리는 기존 영화나 드라마에서도 쉽게 볼 수 있었지만, 두 여자의 우정은 흔치 않아서 더 궁금하다.

  • 플랫폼 왓챠플레이
  • 감독 사베리오 콘스탄조
  • 출연 알바 로르워쳐, 마르게리타 마추코 등
About Author
김석준

에디터B. 기계식 키보드와 전통주를 사랑하며, 쓸데없는 물건을 좋아한다는 오해를 자주 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