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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바이브를 듣는 이유

누구나 냉장고에 넣어둔 초콜릿처럼 종종 꺼내 먹고 싶은 순간이 있다. 지금도 종종 생각나는 그 밤에 대해 이야기해보자. 시간은 밤 열시....
누구나 냉장고에 넣어둔 초콜릿처럼 종종 꺼내 먹고 싶은 순간이 있다. 지금도 종종…

2020. 04. 12

누구나 냉장고에 넣어둔 초콜릿처럼 종종 꺼내 먹고 싶은 순간이 있다. 지금도 종종 생각나는 그 밤에 대해 이야기해보자. 시간은 밤 열시. 장소는 이탈리아의 작은 섬 시칠리아. 함께 한 달 살기를 하던 우리 일행 여덟 명은 참 요란스럽게 한 달 살기 중이었다. 한식인지 이탈리안인지 국적이 불분명한 음식을 거나하게 차려먹고, 야외 테이블에 둘러 앉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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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은 에디터B였다. “우리 돌아가면서 가장 좋아하는 음악을 틀어볼까요?” 나는 이걸 ‘음악 수건돌리기’라고 부른다. 이런 이름을 붙인 이유는 호기심과 묘한 긴장감이 감돌기 때문이다. 가운데 자리 잡은 마샬 스피커와 연결된 스마트폰을 시계방향으로 돌린다. 폰을 받은 사람은 고민하다 묘한 표정으로 노래를 튼다.

한 곡 또 다음 곡.
그렇게 우리는 서로의 기억을 나눠 가졌다.

반도네온 연주곡부터 본조비까지 우리의 음악 여행은 시간과 공간을 넘나들었다. 누군가는 조용히 가사를 읊조리고 누군가는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다는 표정으로 앉아있다. 음악을 듣는 취향은 사람의 머릿수만큼이나 다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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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에디터H의 바이브 리뷰 이후 종종 바이브를 들락거리고 있다. 내 취향의 음악을 골라주는 간결함이 마음에 들어서다. 바이브는 요즘은 이런 걸 들어야 한다며 인기 순위를 강요하지 않는다. 대신 믹스테잎을 통해 “이런 음악은 어때?”라고 슬쩍 말을 거는 느낌이랄까. 나처럼 음악을 잘 모르는 사람에게 바이브는 생각하지도 못한 음악을, 가수를 그리고 새로운 세계를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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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바이브가 올해 상반기부터 새로운 음원 사용료 정산 시스템인 VPS(VIBE Payment System)를 도입한다고 밝혔다. 쉽게 말해 내가 지불하는 구독료를 내가 들은 진짜 음악에만 감상 횟수의 비율로 나눠주는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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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한 거 아니냐고? 안타깝게도 대부분의 음악 서비스들이 그렇지 않았다. 기존엔 사용자들에게 받은 구독료를 모은 뒤, 각 곡이 재생된 점유율만큼 정산되는 방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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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기차트를 즐겨듣는 사람이라면 문제가 없지만, 나처럼 좋아하는 곡을 하루종일 듣는다면? 혹은 개인의 취향에 따라 플레이리스트를 구성해 듣는 사람이라면? 내가 낸 돈이 온전히 내가 듣는 가수에게만 가는 게 아니라, 일부는 음원차트 상위권에 있는 가수에게 더 많이 갈 수 있는 구조다. 정확한 배분이 아니라 왜곡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음원 차트에 상위권에 있을수록 유리한 상황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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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향엔 서열도 등수도 없다. 나는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일등부터 줄을 세우는 차트보다는 개인의 입맛에 맞는 나만의 플레이리스트를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믿는다. 그리고 나부터 내가 낸 돈이 내가 듣는 가수에게 가는 걸 바라는 건 당연한 거니까.

아이돌을 좋아하는 사람부터 인디밴드 음악을 듣는 사람까지 하나둘씩 바이브로 모여들고 있다. 마미손도 이 캠페인에 힘을 보탰다. 시원시원하게 자기가 하고 싶은 말을 뱉어내는 랩을 보니 뭔가 속이 뻥 뚫리는 것 같은 기분이 드는 건 나뿐일까?

iherb_DSC06581[지금 이 글을 쓰는 순간엔 김새한길의 ‘시’를 듣고 있다. 좋은 곡이다]

별은 주변이 어두울수록 더 밝게 빛난다. 나는 지금의 어둠이 사람들의 멋진 면을 밖으로 꺼낸다고 믿는다. 우리는 음악을 듣는 사람도 음악을 만드는 사람도 모두 행복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 수 있다.  아직은 조금 더 지켜봐야겠지만 적어도 이것 한 가지만은 분명하다. 이제 바이브를 구독해야할 이유가 하나 더 생겼다는 것. 누군가 너는 왜 바이브로 음악을 들어?라고 물었을 때, “내가 내는 돈이 내가 듣는 가수한테 갔으면 좋겠어”라는 건 꽤 멋진 대답이 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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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out Author
이혜민

에디터M. 칫솔부터 향수까지 매일 쓰는 물건을 가장 좋은 걸로 바꾸는 게 삶의 질을 가장 빠르게 올려줄 지름길이라 믿는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