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큐리그, 블랙 커피 외길 인생

“커피, 아니 카페인은 나의 힘” 요즘 하루에 고작 3-4시간 자는 날들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낮엔 주로 미팅을 하고 저녁이 되어서야...
“커피, 아니 카페인은 나의 힘” 요즘 하루에 고작 3-4시간 자는 날들이 계속…

2016. 09. 29

“커피, 아니 카페인은 나의 힘”

요즘 하루에 고작 3-4시간 자는 날들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낮엔 주로 미팅을 하고 저녁이 되어서야 진짜 나의 업무가 시작된다. 기사 작성은 물론, 사진 촬영, 이미지 편집까지 모두 혼자 하다보니 나의 새벽은 언제나 분주하다.

집에 괜찮은 커피 머신을 들여놔야겠다고 생각한 건 얼마전 부터다. 새벽에 마시는 인스턴트 커피가 지겨워졌고, 풍미가 좋고 향긋한 ‘따.아(따듯한 아메리카노)’가 간절했다. 더 이상 커피는 나에게 기호 식품이 아니라 혼미해져가는 정신을 명징하게 만들기 위한 약 같은 존재니까.

“네가 이 세상에 태어난 이유”

나는 기계란 모름지기 본연의 기능에 충실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그동안 많다면 많고, 적다면 적은 기계들이 내 손을 거쳐갔다. 오래 두고 곁에 쓰는 물건은 결국 얄팍한 잔재주를 부리기보단, 자기가 해야할 일만 정말 잘하는 녀석이더라.

오늘 써볼 큐리그 K38은 그런 점에서 나와 잘 맞는다. 화려한 기능보다는 단 하나, 따듯한 커피 한 잔에 특화된 녀석이다. 에스프레소가 아닌 드립 추출 방식으로 커피 한 잔이 생각나는 밤, 가장 빠르고 쉽게 커피를 마실 수 있다. 물론 핫초코도 가능하긴 하지만, 그건 조금 더 추워지면 시도해 보는 것으로.

에스프레소의 강한 맛이 아니라, 드립 커피 특유의 부드러운 맛도 마음에 든다. 또, 따로 전기 포트에 물을 끓여 부을 필요도 없다. 나처럼 따듯한 블랙 커피를 즐겨 마시는 사람이라면 이보다 더 편리할 순 없다. 한 마디로 큐리그 K38은 ‘블랙 커피 외길 인생’을 걷는 커피 머신이다. 작년 한 해 동안 미국에서 가장 많이 팔린 커피 머신 모델이라는데, 실용성을 가장 중요시하는 미국 사람들이 왜 그렇게도 많이 찾았는지 짐작할만하다.

“듬직한 녀석”

큐리그 K38은 우직한 녀석이다. 몸집이 작은 건 아니지만, 유려하게 빠진 바디라인은 어디에 두어도 잘 어우러진다. 뒤쪽의 물통도 배포가 크다. 최대용량 1L로 3잔 이상의 커피도 한 번에 내릴 수 있다.

세척도 쉽다. 더러워졌다 싶으면 캡슐 없이 핸들을 올렸다가 내려놓고, 깜빡이는 버튼 중 아무거나 누르면 간단하게 세척 가능하다. 또한 아래쪽의 물받이는 따로 분리가 되기 때문에 더러워졌다 싶으면 흐르는 물에 씻어 사용할 수 있다.

“이보다 단순할 순 없다.” 


머신의 상태를 알려주는 표시는 두 가지다. 버튼에 노란불이 들어오면 예열 중이라는 뜻, 파란 불은 그린라이트. 그러니까 커피 내릴 준비가 다 되었다는 표시다. 물이 부족하면, 노란불이 순차적으로 깜빡인다.

사용 방법도 간단하다. 상단의 핸들을 열고 캡슐을 넣은 후 커피의 농도(혹은 물의 양)을 선택해 버튼을 누르면 끝. 맨 위의 버튼은 라지 사이즈로 300mL 정도의 양의 커피를 추출하고, 두 번째 버튼은 240mL 용량의 레귤러 사이즈를 추출한다. 좀 더 쉬운 이해를 위해 짧고 굵은 영상을 첨부한다.

https://youtu.be/VkkEx7IRWVs

버튼을 누른 후, 90초 정도가 지나면 향이 좋은 커피 한 잔이 완성된다. 게다가 소음이 없는 것도 마음에 든다. 새벽에 커피를 내리기 위해 온 가족을 깨워선 곤란하니까. 새벽, 집중력이 흐트러질때마다 나는 커피를 내리면서 나만의 의식을 치른다. 찰랑대며 차오르기 시작하는 검은 액체를 바라보면 내 마음에도 작은 평화가 찾아온다.

“매일매일 골라 마시는 즐거움”

큐리그K38의 장점 중 하나는 다양한 캡슐이다. 오늘은 할리스, 내일은 커피빈. 다양한 캡슐을 우리 집 안방에서 마실 수 있다. 캡슐을 흔들면 커피 가루가 흔들거리며 찰랑찰랑 소리를 낸다. 여기에 뜨거운 물을 부어 추출하는 방식이다. 큐리그만의 특허 기술을 결합해 만든 캡슐은 부드럽고 깔끔한 맛을 낸다. 추출 방식 덕분에 원두 본연의 맛과 향을 온전히 느낄 수 있다. 캡슐에 따라 맛이 확연히 다른 이유다.

캡슐 가격은 12개가 들어있는 한 박스에 1만 원 내외. 한 개당 1,000원이 안되는 가격이다. 내 취향에 가장 잘 맞았던 건 그린마운틴 커피 브렉퍼스트 블렌드. 단맛과 신맛 그리고 쓴맛의 밸런스가 좋은 커피 맛을 내더라.

이 제품에 아쉬운 점이 없는 건 아니다. 스타벅스, 던킨, 라바짜 등 80 이상의 브랜드의 캡슐이 있는데 아직 우리나라에 정식적으로 수입된 캡슐이 많지 않다는 것. 현재 우리나라에 정식으로 수입되는 건, 커피빈 앤 티리프, 할리스커피 등 총 4가지 브랜드의 8가지 캡슐 정도다. 하지만 이 문제는 차차 수입되는 캡슐이 많아지면 해결되겠지.

한때 허세를 부리며 굳이 에스프레소만 마신 적도 있었다. 그 검고 쓴 것을 입안으로 넘기면 나도 어른이 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하지만, 나는 이미 어른이다. 세상의 쓴맛을 커피에서까지 느끼고 싶지 않은 나이가 되었다. 그래서 요즘은 조금 더 부드러운 맛의 드립 커피가 더 좋다.

큐리그 K38
Price
– 23만 9,000원

About Author
이혜민

에디터M. 칫솔부터 향수까지 매일 쓰는 물건을 가장 좋은 걸로 바꾸는 게 삶의 질을 가장 빠르게 올려줄 지름길이라 믿는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