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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잘러를 위한 5가지 원칙

안녕, 에디터M이다. 미디어 스타트업 3년 차. 뭐 하나 쉬운 일이 없었다. 401호 분홍색 문을 열고 출근하는 건 매번 게임 속...
안녕, 에디터M이다. 미디어 스타트업 3년 차. 뭐 하나 쉬운 일이 없었다. 401호…

2019. 08. 11

안녕, 에디터M이다. 미디어 스타트업 3년 차. 뭐 하나 쉬운 일이 없었다. 401호 분홍색 문을 열고 출근하는 건 매번 게임 속 새로운 스테이지로 들어가는 기분이다. 미처 튜토리얼도 제대로 끝내지 못한 내가 어떤 버그로 인해 파이널 스테이지에 들어가 버린 기분. 인생은 실전이라더니, 사업이 이런 거라고는 아무도 가르쳐주지 않았잖아요. 어쩌면 여러분의 눈엔 하루하루가 신나고 흥겨워 보일 수도 있겠지만, 평일 낮의 디에디트 사무실은 토독거리는 타자 소리 말고는 아무것도 들리지 않는 평범한 회사다. 다만 가끔 소란스럽고, 종종 귀여울 뿐.

사업을 하면서 느낀 건 이 세상에 내 마음대로 되는 건 아무것도 없다는 사실이다. A를 끝내고 B를 한 뒤 C를 처리한다 같은 순차적인 일의 처리 같은 건 꿈속에서나 가능하다. A를 하려고 마음먹은 순간에 Z와 X의 거취를 정리해야 하고 B-1과 C-3의 요청 같은 게 치고 들어오는 게 진짜 인생.

그래서 글을 써야하는 일처럼 방해받지 않는 긴 집중이 필요한 업무는 대부분 남들이 퇴근한 시간으로 미루게 되는 경우가 많다. 그래, 그래서 우리가 매일 야근을 하지. 하하. 밀려드는 크고 작은 업무의 해일 속에서 나는 두둥실 떠다니는 러버덕 같다. 가끔 소금물도 먹고, 목적 없이 떠내려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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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도 쓰고 영상도 찍고 재무도 관리해야 하고 회사 운영도 해야 하는 코딱지만한 미디어 스타트업 대표 3년차. 오늘은 일을 효율적으로 하기 위해 찾은 몇 가지 팁을 공유해보려고 한다. 아마 좀 긴 글이 될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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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진짜 자잘한 업무라도 일단 생각나는 건 모두 적는다 

업무를 정리하는 방식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일단 옛날 옛적 일 좀 한다는 사람들은 한 번씩은 써본 적이 있었던 프랭클린 다이어리의 방식이 있다. 일명 FTF(First Things First)라고 해서 일의 우선순위에 따라 해야 할 일을 먼저 처리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이 방식은 나와는 잘 맞지 않았다. 왜냐면 중요한 것은 무한대로 시간을 잡아먹기 일쑤고 업무의 효율이 떨어지는 날엔 내가 해야 할 일을 하나도 처리하지 못한 채로 ‘나는 쓰레기였어’라는 처절한 패배의식과 함께 퇴근을 할 수 있거든.

그보다는 할 수 있는 일은 빠르게 처리하고 치워 버리는 게 업무의 홍수 속에서 허우적거리고 표류하는 나에겐 더 잘 맞더라. 이걸 GTD(Getting Things Done)라고 한다. 메일 답변하기, 경화미한테 메일 답변하라고 시키기, 안부인사 보내기 등 아무리 작고 사소한 일이라 해도 적어두지 않으면 까먹는다. 그리고 해야 할 일을 어떤 고민 없이 적어두기 위한 투두리스트 앱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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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재작년에 회삿돈으로 산 things3 앱을 잘 쓰고 있다. 이 앱의 가격은 아이폰용이 10.99달러, 맥OS용은 54.99달러가 넘으니까 모든 사람에게 추천하고 싶진 않다. 조금 찾아보면 무료 앱도 많으니까. 나도 사실은 things3를 쓰기 전까지는 무료앱인 분더리스트(Wunderlist)앱도 상당히 잘 사용했다.

나처럼 일을 빠르게 처리하기 위한 목적으로 사용하는 투두리스트 앱의 조건을 말해보자. 일단 해야 할 일을 마치고 체크를 하면 그 일의 목록이 사라져야 한다. 하나라도 더 많은 체크리스트를 지우기 위해 마치 게임처럼 속도를 내서 업무를 하게 된다. 그리고 일의 우선순위를 정하기 위해서는 적어둔 할 일 하나하나가 마치 블록처럼 되어 있어서 드래그로 순서를 바꿀 수 있어야 편리하다. 또 마감 날짜나 알림 기능을 지원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결론적으로 things3은 이 모든 조건을 만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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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5분 안에 해치울 수 있는 일은 빠르게 해버리고 돌아보지 않는다

머리보다 손이 빠르다. 해야 할 일을 재빠르게 적은 뒤 일단 그 일을 가만히 노려본다. 기싸움이랄까 간보기랄까. 시간은 딱 3초. 이 과정은 소개팅에서 첫인상을 파악하는 것 같다. “애가 나랑 잘될 수 있을지” “가능성은 얼마나 될지…” 같은 것들을 가늠해 보는 시간이다. 만약 그 일이 5분 안에 끝날 수 있는 일이라면, 일단 그 일에 착수해서 서둘러 끝내 버리고 뒤돌아보거나 다시 생각하지 않는다. 할 일은 많으니 일단 노를 젓고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이런 것들이 익숙해지면, 손이 빠르고 일처리가 확실한 사람이라는 인상을 줄 수 있다.


 3. 집중해서 할 수 있는 시간의 뭉텅이를 사수한다

업무에 가볍게 끝낼 수 있는 일이 있는가 하면 길게 혹은 더 잘해야 하는 일이 있다. 나 같은 경우는 글을 쓰거나 기획을 하는 일이 그렇다. 이런 일에는 시간과 머리를 굴릴 수 있는 시간 뭉텅이가 필요한데, 그 시간을 내는 게 참 쉽지 않다.  특히 나처럼 부산스럽고 요란스러운 사람(에디터H)을 옆자리에 둔 사람이라면 더욱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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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중에 가장 집중할 수 있는 시간 블록을 정하고, 그 시간 만큼은 온전히 집중할 수 있도록 양해를 구해야 한다. 사수해야 한다고 쓴 이유는 정말 싸워서 지켜야 할 만큼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럴 때 유용한 게 바로 노이즈 캔슬링 헤드폰이다. 에디터H와 나는 사무실에서 각각 다른 노이즈 캔슬링 헤드폰을 끼고 일을 한다. 이걸 낀다는 건, “나 지금부터 집중해야 하는 일을 할 거니까 방해 마”라는 일종의 표시다. 그럴 땐 해야 할 말이 있어도 조금 나중에 하거나, 메시지로 전한다. 방해하지 않고 여유가 있을 때 확인할 수 있도록. 어쩔 수 없이 협조를 구해야 하는 일이라면, 사과를 하고 말을 건다. “미안한데… 오늘 점심 뭐 먹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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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메일에 대한 답변은 시간을 정해두고 한다

하루종일 전화와 카톡, 문자가 쏟아진다. 그래서 그걸 하나하나 답변하다가는 하던 일이 제대로 진도가 안 나가는 경우가 많다. 쉬지 않고 울리는 전화와 메시지는 어쩔 수 없지만, 이메일은 그나마 내가 가장 확실하게 컨트롤 할 수 있는 연락수단이다.

많게는 3번 적게는 1번, 하루 중 일정한 시간을 정해두고 한꺼번에 답변하는 습관을 갖자. 이메일은 업무에서 가장 공식적인 의사소통 수단이다. 정말 급한 일은 전화나 메시지를 보내겠지. 그래서인지 메일로 답변을 해야 하는 경우는 항상 많은 것을 고려하고 결정하느라 시간이 걸리는 일들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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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때 세워서 충전을 할 수 있는 벨킨의 부스트업 무선 충전 스탠드가 굉장히 유용하다. 최근 방영 중인 애플 페이스 아이디 광고처럼 알람이 오면 눈만 살짝 움직여 잠금을 해제하고 알람의 정체를 확인한다. 급한 일이면 바로 답장을 하고 아니면 다시 하던 일을 마무리한다.


5. 인간은 도구를 이용할 줄 알아야 한다

평소 정리를 엄청 잘하는 성격이 아닌데도 살아남기 위해 수많은 생산성 앱을 쓰기 시작했다. 나에게 맞는 생산성 앱만 찾는다면 어쩌면 나의 업무 능력이 120% 정도는 끌어올릴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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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은 Ulysses로 쓴다. 원래는 워드나 가장 가벼운 메모장을 사용했는데, 다 쓴 기사를 다른 문장으로 덮어버리거나 깜빡하고 저장하지 않아 날린 쓰린 경험을 한 뒤로는 앱을 쓰는 게 맞다는 판단을 했다. 따로 저장할 필요가 없으니 파일 정리하는 수고도 덜 수 있다. 무엇보다 내 모든 글과 글감이 이 앱에 모여있으니 검색을 하는 것도 수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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쳐내야 하는 일이 아니라 장기 프로젝트 단위의 일은 노션을 이용한다. 노션은 세상의 모든 생산성 앱을 집대성한 괴물 같은 앱이다. 할 수 있는 게 너무 많아 오히려 어렵게 느껴질 수 있는데, 현재로서는 생산성을 높이는 최고의 앱이라고 생각한다. 파티 준비도 이걸로 하고, 글을 쓰기 전에 대략적인 뼈대를 잡는 것도 노션으로 하고 있다. 이모지와 커버를 쓰면 참 보기에도 흡족하더라.

마치 트렐로처럼 프로젝트의 진행 정도를 보기 쉽게 정리할 수도 있어서 앞으로 해야 할 영상 텍스트 리뷰 스케줄 관리도 노션으로 하고 있다. 해야 할 일 프로젝트 같은 것들이 레고 같은 블럭으로 되어 있어서 요리조리 드래그해서 옮기고 속성을 지정하면 나열도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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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수집도 노션으로 한다. 그동안은 나중에 읽고 싶은 기사나 자료를 클립핑할 때 에버노트를 써왔는데, 어느 순간부터 지독하게 무겁게 느껴지더라. 노션은 크롬 확장 프로그램도 있고 모바일로도 자료 클립핑이 쉬워서 일단 모든 것을 노션에 모아둔다. 게다가 기존의 에버노트에 모아둔 자료도 모두 가져올 수 있더라고. 요즘 내가 굉장히 유용하게 쓰고 있는 앱이라 나중에 시간을 내서 조금 더 본격적인 리뷰로 돌아올 생각이다. 그래서 오늘은 정말 맛배기만. 만약 노션이 궁금하신 분들은 어느 정도까지는 무료로 사용이 가능하니까 한 번 써보시는 걸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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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혜민

에디터M. 칫솔부터 향수까지 매일 쓰는 물건을 가장 좋은 걸로 바꾸는 게 삶의 질을 가장 빠르게 올려줄 지름길이라 믿는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