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CH

이런 씨타입

나는 요즘 씨의 난(亂)을 겪고 있다. 내 아름다운 로즈골드 맥북은 심히 새침한 성격이라 오직 한 개의 단자만 받아들인다. USB Type-C...
나는 요즘 씨의 난(亂)을 겪고 있다. 내 아름다운 로즈골드 맥북은 심히 새침한…

2016. 09. 04

나는 요즘 씨의 난()을 겪고 있다. 내 아름다운 로즈골드 맥북은 심히 새침한 성격이라 오직 한 개의 단자만 받아들인다. USB Type-C 포트말이다. 사진을 촬영하고 SD 카드를 넣으려고 하면 이런 씨, 아이폰을 맥북에 연결해 충전하려고 해도 이런 씨! 아무것도 할 수 없다.

733

어댑터가 없는 나는 무인도에 갇힌 크루소요, 화성에서 감자를 키우는 마크 와트니다. 이런 상황마다 맥북 좌측에 뚫린 자그마한 구멍을 보며 한숨을 쉰다. 세상 모든 포트의 규격이 통일된다면 지구는 얼마나 평화로울까? 갤럭시와 아이폰이 같은 구멍을 공유하는 온화한 세상은 언제쯤 오는 거지?

지구의 평화를 지키지 못했으니, USB Type-C에 대한 궁금증이라도 해결해보자. 구글 넥서스 시리즈와 애플의 신형 맥북은 물론, 삼성전자가 갤럭시 노트7에 USB Type-C 포트를 적용하며 본격적인 ‘씨의 시대’가 왔다. 최근 공개된 화웨이 메이트북과 에이수스의 젠북3에도 Type-C 포트가 자리하고 있다. 물론 이미 G5라든지, G5라든지, G5 같은 제품에도 USB Type-C 포트가 들어가 있었지만 시대를 바꾸기에 너무 적게 팔렸으니까.

734

제조사들은 왜 기존 포트와의 호환성을 포기하면서까지 USB Type-C를 선택하는 걸까? USB Type-C의 가장 강렬한 매력 포인트는 물리적 장점에 있다. 일단 크기가 작다. 단자가 작으면 제품도 더 작고 날씬하게 만들 수 있다. 두께를 0.1mm라도 줄이기 위해 피나는 다이어트를 하는 모바일 기기들에겐 큰 메리트다. 또, 애플이 아이폰 시리즈에 사용하는 라이트닝 포트처럼 앞뒤 구분이 없어, 어두울 때도 손끝을 더듬어 대충 연결할 수 있다. 앞으론 빠른 데이터 전송 속도와 높은 출력의 USB 3.1을 지원할 뿐 아니라, 작고 얇고 꽂기도 쉽다. 앞으로는 모든 기기에서 USB Type-C가 주류가 될 것이다. 그리하여 이 복잡한 지구가 C로 통일된다면 정말 좋겠다.

732

하지만 아직까지 C의 호환성은 몹시 떨어지는 게 사실이다. 삼성은 갤럭시노트7을 출시하며 친절하게도 기존 마이크로 USB 단자와 호환할 수 있는 어댑터를 끼워줬던데. 너무나 따뜻한 것… 물론 너무 따뜻해서 간헐적으로 폭발하는 바람에 여러모로 복잡해졌지만. 흠, 어쨌든 내 맥북엔 어댑터도, 친구도 아무것도 없다. 내가 직접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738

그래서 나는 맥북에 벨킨 4포트 허브와 어댑터를 곁들여 사용한다. 4포트 미니 허브는 USB Type-C 두 개와 USB Type-A 두 개를 꽂을 수 있어 든든하다. 제일 좋은 건 화장품 파우치나 노트북 파우치 안에 함께 넣을 수 있는 콤팩트한 사이즈. 연결 선을 제품 안으로 수납해둘 수 있어서 들고 다닐 때도 거치적거리지 않는다. 900mAh로 주변 기기를 함께 충전할 수 있으며, 5Gbps의 데이터 전송 속도를 제공한다. 포트가 여러 개라 연결해야 할 입력 장치가 많을 때 편리하다.

737

SD카드 까지 지원하는 허브를 구입하려다가, 기존에 쓰던 트렌센드 리더를 연결해 사용하면 될 것 같아서 이 제품으로 정했다. 경제적인 선택이었다. 후후. USB Type-A 포트에 아이폰을 연결하면 충전할 수 있지만, 아쉽게도 USB Type-C 포트에 정품 충전기를 연결해도 맥북 본체의 전원 공급은 이루어지지 않는다.

735

앞서 소개한 4포트 허브도 들고 다니기에 부담되는 크기는 아니지만, 허브는 보통 집에서 사용하고 잘 들고 다니진 않는다. 더 가볍게 들고 다니고 싶은 마음과 장비 욕심(?) 때문에 하나 더 마련했다. 외부에서 작업할 땐 간편하게 Type-C to Type-A 어댑터만 들고 다닌다. 이건 정말 정말, 맥북 필수 아이템이다. 14cm 길이의 짧은 케이블 어댑터로 들고 다니기 편한 건 말할 필요도 없다. 이 어댑터로 기존에 쓰던 모든 USB Type-A 기기를 연결할 수 있다. 이 케이블은 충전을 위한 1.5A의 전원 출력과 최대 5Gbps의 데이터 전송 속도를 지원한다.

736

유선 마우스, USB 플래시 메모리, 키보드, 스마트폰 등 모든 기기를 꽂아 넣을 수 있으니 마음이 평화로워진다. 다만, 외부기기를 연결한 동안 우리의 예쁘고 얇은 맥북은 충전이 불가능한 상태가 된다는 것만 유념해두자.

액세서리의 도움을 받아 평화로운 USB Type-C 라이프에 적응 중이다. 이점 업무에 참고하세요, 여러분.

About Author
하경화

에디터H. 10년차 테크 리뷰어. 시간이 나면 돈을 쓰거나 글을 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