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

나의 小小한 장바구니, 미니소

나란 사람이 원래 그릇이 좀 작다. 맥주 500을 시켜서 3분의 2쯤 마시면 취하고, 과자 한 봉지를 채 다 먹지 못...
나란 사람이 원래 그릇이 좀 작다. 맥주 500을 시켜서 3분의 2쯤 마시면…

2016. 08. 30

나란 사람이 원래 그릇이 좀 작다. 맥주 500을 시켜서 3분의 2쯤 마시면 취하고, 과자 한 봉지를 채 다 먹지 못 하고 남긴다. 그냥 위가 작은 건가? 근데 왜 살은 찌는 거야? 아무튼 나의 이런 작은 그릇은 물건을 지르는데도 고스란히 반영된다. 가끔 놀라울 정도로 큰 걸 턱턱 지르는 에디터H와 달리, 나는 값싸고 소소한 물건을 자주 지르는데 더 큰 기쁨과 환희를 느낀다.

이런 나에게 딱 맞는 브랜드가 한국에 상륙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미니소(MINISO)라니, 이름도 참 깜찍하지? 그릇이 간장종지처럼 소소한 나를 위한 곳인가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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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를 하겠다는 핑계로 에디터H에게 디에디트 공금 카드를 빼앗아 들고 미니소 신촌 1호점을 찾았다. 그리고 질렀다. 소소한 아이템을 무려 6만 원어치나! 역시 난 작은 그릇으로 큰 돈을 쓰는데 탁월한 소질이 있다.

오늘 지른 물건은 대단한 것은 아니지만, 있으면 일상생활에 작은 활력을 줄 수 있는 것들이다. 스크롤을 내리기 귀찮다면, 그냥 영상으로 한꺼번에 해결하자.

미니소는 2013년 일본 기업으로 시작해 2014년, 중국에 인수됐다. 킁킁. 어쩐지 대륙의 스멜이 느껴지더라니. 이름부터 로고까지 다이소와 참 많이 닮았다. 샤오미가 대륙의 첫 번째 실수니까, 미니소는 대륙의 두 번째 실수 정도로 정리하자.

외부에서 물건을 사다가 다시 판매하는 다이소와 달리, 미니소는 제조와 유통을 함께 하는 일괄형 SPA 브랜드다. 그러니까 직접 만들어서 판매한다는 소리다. 이를 위해 800여 명의 R&D 직원이 매달 200개가 넘는 신제품을 디자인하고, 700여 개의 중국 공장에서 제품을 만들어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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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는 지난 18일 서울 신촌의 1호점을 시작으로, 향후 전국 20개 이상의 직영점과 가맹점을 차례로 오픈할 계획이라고 한다. 직접 가본 미니소는 살아 있는 것 말고는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을 팔고 있다는 느낌이었다. 자, 그럼 내가 지른 소소한 장바구니를 털어볼까?


품번1. 와인 글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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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주 2병이 주량인 에디터H와 맥주 350cc 주량인 나에게 맞춘 와인 글라스. 내 잔은 400mL, 에디터H 건 570mL 용량이다. 놀랍게도 와인잔의 크기에 상관 없이 가격은 4,900원으로 동일하다.


품번2. 보틀 오프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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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린 언제 어디서나 낮술을 하기 위해 준비된 여자니까, 가방 속엔 언제나 보틀 오프너를 상비해야 한다. 바닷가재 모양의 귀여운 보틀 오프너는 1,900원. 먼지가 좀 잘 묻는다는 게 함정.


품번3. 레인보우 시리즈5 알카라인 A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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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니소의 뻔뻔함에 혀를 내둘렀다. 샤오미를 따라하다니, 짝퉁의 짝퉁. 짝퉁의 연쇄화. 더 뻔뻔한 건, 가격은 샤오미 건전지와 비슷한데, 건전지 갯수가 2개가 적은 8개라는 거다. 빨주노초 색깔은 참 예쁜데… 이거 혹시 폭발하는 거 아니겠지?


품번4. 어쿠스틱 시그널 마이크로 헤드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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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서 많이 본 것 처럼 생긴 헤드폰. 가죽(처럼 보이는)과 스웨이드(처럼 보이는) 소재로 꽤 고급스러운 자태를 자랑한다. 그래서 가장 중요한 소리는 어떻냐고? 음… 마치 옆집에서 크게 틀어논 음악 소리를 내 방에서 훔쳐듣는 것 같은 소리가 난달까? 저기 멀리서 소리가 나는 것 같은 놀라운 거리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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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보니, 헤드폰에 MINISO 로고도 너무 수치스럽다. 난 1만 900원을 길바닥에 버렸다.


품번5. 3 in 1 컬러플 스마트폰 모바일 렌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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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에 부착해 어안과 광각 그리고 접사를 할 수 있는 렌즈다. 이 세개가 단돈 3,900원. 접사와 광각 렌즈 두 개가 같이 붙어 있다. 광각과 접사 두개를 합쳐서 찍으면 광각이, 광각 렌즈를 분리해서 찍으면 접사가 가능하다. 너무 신기해서 비포 애프터 이미지도 첨부한다. 이 가격에 이정도 성능의 렌즈를 구하다니. 히트다, 히트. 이건 꼭 사시길. 강력추천.

re-ba[위는 접사 렌즈로 아래는 광각 렌즈로 찍은 사진이다]

품번6. 초음파 딥클렌징 마사지 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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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부쩍 피부가 버석해진 에디터H를 위해 거금 1만 5,900원을 들여 산 아이템. 원래 초음파 마사지기는 브랜드 제품을 사면 10만원이 훌쩍 넘는 비싼 기기다. 하지만 역시 싼데는 다 이유가 있었다. 배터리를 넣어야 작동을 할 텐데… 뚜껑이 안 열려. 뭘까? 이것을 여는 자, 초음파 마사지기를 갖게 되리라. 악력 좀 세다는 분 연락주세요. 이거 선물로 드리겠음.


품번7. 라운드 트위그 디퓨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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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예뻐서 샀다. 시향도 안하고 정말 그냥 사봤다. 포장을 뜯어 맡아보니 나쁘진 않다. 방에서 알 수 없는 퀴퀴한 냄새로 고민하는 사람이라면 추천. 가격은 6,900원.


품번8. 초코팅쵹 & 커널스팝콘 고르곤졸라 치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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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니소에는 먹을 것도 꽤 많다. 배고파서 집어온 아이템. 과자는 역시 단짠단짠. 팝콘은 그냥 그랬고, 쵸코팅쵹이 맛나더라. 냠냠.


품번9. 스마트폰 홀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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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리콘으로 만들어진 스마트폰 거치대. 1,900원으로 소름끼치게 싸다. 영상을 찍을 때 에디터H가 둘둘 말아서 가지고 다니라며 죄다 분리해놨는데. 분리하라고 만든 제품이 아니다. 다시 조립이 되지 않아서 이렇게 이 거치대는 운명했다. 심지어 자기 잘못을 가리기 위해 영상에선 그 부분을 편집했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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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니클로처럼 보이는 속옷부터, 어디서 본 것 같은 화장품 까지. 미니소에선 당신이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의 물건을 보게 될 것이다. 싼게 비지떡이라는 말도 있지만, 싸고 좋은 물건도 곳곳에 숨어 있다. 나처럼 소소한 지름의 기쁨을 아는 사람이라면, 가벼운 마음으로 들러보자.

About Author
이혜민

에디터M. 칫솔부터 향수까지 매일 쓰는 물건을 가장 좋은 걸로 바꾸는 게 삶의 질을 가장 빠르게 올려줄 지름길이라 믿는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