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

아주 오래된 불빛, 일광전구

회사를 나오고 낮밤이 완전히 뒤집어졌다. 뜬눈으로 새벽까지 깨어있는 경우가 많은데, 밤의 야심함을 온몸으로 느끼고자 스탠드 불빛에만 의존하곤 한다. 하얗고 차가운...
회사를 나오고 낮밤이 완전히 뒤집어졌다. 뜬눈으로 새벽까지 깨어있는 경우가 많은데, 밤의 야심함을…

2016. 06. 06

회사를 나오고 낮밤이 완전히 뒤집어졌다. 뜬눈으로 새벽까지 깨어있는 경우가 많은데, 밤의 야심함을 온몸으로 느끼고자 스탠드 불빛에만 의존하곤 한다. 하얗고 차가운 형광등보다는 들큰한 빛을 내는 백열전구가 새벽과 더 잘 어울리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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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스탠드를 하나 사야겠다고 마음 먹었다. 지금 내 방에 있는 건, 거의 십년 전 내가 아직 대학교란 걸 다니고 있을 때 산거라 자꾸 힘 없이 축 늘어진다. 스탠드가 잘 서지 않으면 그게 무슨 의미겠는가. 지금 에디터의 장바구니에 담아둔 건 별 다른 장식 없이 전구 그 본연의 의미에 충실한 스탠드다. 우리가 흔히 ‘전구’하면 머릿속에 그리는 태초에 에디슨이 발명한 전구 그 모양 그대로다. 투명한 유리 안에 오렌지 빛의 필라멘트가 돌돌 감겨 있는 모습이 아무래도 마음에 쏙 든다. 이걸 틀면 분명 새로운 글감이 ‘반짝’하고 떠오를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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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스탠드는 일광전구 거다. 촌스럽지만 정겨운 이름이다. 일광전구는 1962년부터 지금까지 반백년이라는 시간동안 오직 백열전구만을 만들어온 곳이란다. 난 이런 외길을 가는 곳이 좋더라. 게다가 일광전구는 지금 한국에 유일하게 남은 백열전구 회사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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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 make light”

“빛을 만들어 세상을 밝히고 따듯하게 만들자.”

일광전구의 슬로건이다. 전구 만큼이나 예쁜 사훈이다. 이런 기업의 물건은 일단 지르고 보는 것이 좋다. 자, 어서 나에게도 와서 내 밤을 밝혀주겠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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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k ARCHI stand Wire Blue
Point
– 올빼미족을 위한 새벽 감성 증폭기
Price– 70,000원

About Author
이혜민

에디터M. 칫솔부터 향수까지 매일 쓰는 물건을 가장 좋은 걸로 바꾸는 게 삶의 질을 가장 빠르게 올려줄 지름길이라 믿는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