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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슨이여 내 머리를 구하소서

돌연 백수가 되어버린 지난 5월, 마치 사회에 큰 불만이라도 있는 청소년처럼 탈색을 했다. 전직장이 꽤 자유로운 분위기였음에도, 사회인 시절엔 감히...
돌연 백수가 되어버린 지난 5월, 마치 사회에 큰 불만이라도 있는 청소년처럼 탈색을…

2016. 08. 24

돌연 백수가 되어버린 지난 5월, 마치 사회에 큰 불만이라도 있는 청소년처럼 탈색을 했다. 전직장이 꽤 자유로운 분위기였음에도, 사회인 시절엔 감히 시도하지도 못했던 일이다.

“나 아무래도 탈색이 체질인가봐”

하경화(@editor_ha)님이 게시한 사진님,

예민한 사람은 탈색약이 닿자마자 눈물 콧물을 쏙 뺄정도로 괴로워 하던데, 내 두피는 의연했다. 5년 전 패션지 시절부터 한 번도 쉬지 않고 갖은 염색으로 괴롭혀온 얇고 힘없는 머리카락은 다행히 녹지 않고 잘 버텨주었다. 결론적으로 총 7번의 탈색으로 하얗게 새버린 내 머리가 나는 퍽 마음에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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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뜬금없는 헤어드라이어 발표로 우리를 어리둥절하게 만들었던 다이슨이 드디어 슈퍼소닉을 한국 시장에 내놨다. 플라스틱처럼 뻣뻣해진 머리카락 때문에 내가 더 좋은 헤어드라이어를 찾고 있다는 걸 어떻게 안 거지?

청소기, 선풍기 그리고 공기청정기를 만들던(그것도 매우 꽤 괜찮게) 브랜드가 헤어드라이어를 선보였다는 건 무슨 의미일까. 날개 없는 선풍기를 만들었던 다이슨이 이번엔 우리에게 다른 바람을 가져다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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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소닉의 가장 놀라운 점은 외형이다. 다이슨 특유의 매끈하고 세련된 디자인은 슈퍼소닉에서도 그대로 이어진다. 가운데가 뻥 뚫린 모습이라니, 이걸 누가 헤어드라이어라고 생각하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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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잡이에는 전원을 켜고 끌 수 있는 버튼이 있고 헤드 부분에는 바람의 세기와 온도를 조절할 수 있는 버튼이 있다. 바람은 3단계, 온도는 4단계로 조절 가능하다. 가볍게 터치하면 아주 작은 불빛으로 현재 상황을 말해준다. 톡톡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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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은 역시 모터다. 다이슨 슈퍼소닉엔 디지털 모터 V9을 탑재했다. 다이슨의 디지털 모터 중 가장 작고 가볍지만, 분당 11만 번 회전하는 놀라운 녀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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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적인 헤어드라이어는 헤드 부분에 모터가 들어있다. 무게 중심이 위로 가니 토르의 망치처럼 무겁게 느껴지고 중심을 잡기 어렵다. 하지만 다이슨은 이 작은 모터를 손잡이에 넣었다. 손잡이에 들어갈 만큼 작은 모터를 만들 수 있는 기술력 덕분이다. 손에 쥐면 약간의 과장을 더해 거의 무게가 느껴지지 않을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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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소음이다. 나와 동거 중인 세 마리의 노견이 우리집에서 가장 무서워 하는 존재는 우리 아빠가 아니라 놀랍게도 헤어드라이어다. 그래, 자기 몸집만한 기계가 시끄러운 소리를 내며 뜨거운 바람을 연신 뿜어대니 나 같아도 싫을거야. 다이슨 슈퍼소닉은 모터의 주파수가 인간의 가청 범위를 벗어난 소리를 낸다. 고요하다. 제품의 이름에 ‘소닉(sonic, 음파의, 음속의)’ 들어있는 이유다. 근데 초음파라면 우리집 노견들은 여전히 싫어하겠구나.

다이슨은 슈퍼소닉을 위해 4년 동안 무려 5,000만 파운드(한화 895억 원)을 들였고, 103명의 엔지니어를 투입했다. 머리 말리는 기계에 대체 얼마나 대단한 기술이 들어갔길래? 에어 멀티플라이어 기술로 모터에 유입된 공기의 양을 3배로 증폭시켜 고압, 고속의 제트 기류를 형성한다. 20도 각도로 부는 집중적인 바람은 빠르게 머리를 말리고 멋스러운 스타일링을 연출해준다.

batch_S__24272907[이건 좀 무서웠다…]

이정도 쓰고 보니 가격을 묻기가 겁난다. 이건 헤어드라이어가 아니라 우주선을 만들법한 기술력이다. 아 그래서 얼마냐고? 55만 6,000원. 분명 비싸지만 내가 생각한만큼 터무니 없는 가격은 아니다. 좀 더 어마어마한 가격일거라 생각했다. 다이슨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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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말하자면, 아무도 이런 비싼 헤어드라이어는 사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고작 헤어드라이어에게 너무 과분한 기술력이 아닌가. 하지만 이상하게도 고상한 바람을 뿜는 녀석을 손에 쥐고 난 후엔 난 이걸 갖고 싶어졌다. 다이슨은 언제나 참 요망한 물건을 만들어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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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슨 슈퍼소닉
Point – 갖고 싶어질테니, 근처도 가지 말 것
Price – 556,000원

About Author
이혜민

에디터M. 칫솔부터 향수까지 매일 쓰는 물건을 가장 좋은 걸로 바꾸는 게 삶의 질을 가장 빠르게 올려줄 지름길이라 믿는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