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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왜 라이카를 로망할까?

안녕. 나는 디에디트에 새로 글을 쓰게 된 기즈모라고 해. 10여 년 전부터 ‘기즈모블로그‘라는 블로그를 해왔는데 잘 모를 거야. 예전에 내...
안녕. 나는 디에디트에 새로 글을 쓰게 된 기즈모라고 해. 10여 년 전부터…

2018. 08. 30

안녕. 나는 디에디트에 새로 글을 쓰게 기즈모라고 . 10 전부터기즈모블로그라는 블로그를 해왔는데 모를 거야. 예전에 블로그를 드나들던 사람들은 대부분 늙고 병들었거든. 멀쩡한 사람도 있긴 한데 대부분 파산했지. 미안할 뿐이야.

이번 번으로 끝날지 쓸지는 모르겠지만 우선 내가 앞으로 글의 성격을 얘기할게. 디에디트의 구성원과는 달리 나는 나이가 많아. 그래서 제품에 대한 이야기와 제품의 옛날이야기를 주로 거야. 아주 진지하게 말이지. 재미없겠지? 맞아. 디에디트는 너무 재미있기 때문에 펀라벨 맞추기 위해 특별히 채택된 필자야. 파고다 공원에서 옛이야기를 듣는 마음으로 부담 없이 읽어주길 바랄게. 이제 시작할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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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카 M10-P]

돈이 너무 많아 고민인 사람들을 위해 라이카가 새로운 카메라를 발매했어. 지난 8 22 국내에 출시한 라이카 M10-P라는 제품이야. 라이카는 미러리스나 똑딱이도 있지만 그들의 정수는 M시리즈야. 그들의 M시리즈는 1954년에 발매했으니 역사가 64년이나 됐지. 모델명부터 설명하면 M시리즈의 10번째 모델이야. 뒤에 P 붙은 것은 Press, 미디어용 카메라를 뜻해. 정리하자면 M시리즈 10번째 제품에 미디어용 특별판이라고 이해하면 . 아이러니하지만 보도용으로 라이카를 쓰는 사람은 거의 없어. 라이카 M시리즈는 AF 지원하지 않고 수동으로 초점을 맞추는 RF 카메라기 때문이야. RF카메라의 메커니즘을 자세히 설명하자면 뷰파인더와 렌즈가 분리된 카메라로 거리계와 카메라 초점기구를 눈으로 계산해서 X축과 Y축을… 그만둘게. 어쨌든 RF카메라는 초점을 맞출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안철수 대표같이 달리기가 빠른 분을 찍기란 좀처럼 힘들어. 미디어용 카메라로는 낙제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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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라이카는 미디어용 제품 라인업이 있는 걸까? 옛날에는 라이카를 미디어용으로 종종 사용했기 때문이야. 그래서 라이카에 P 붙은 모델은 터프한 상황에서 사용이 가능하도록 튼튼한 부품을 쓰고 다른 기자들이 시기심을 갖지 않도록 라이카의 빨간딱지 로고를 삭제하지. 그래. 라이카 M10-P 전면에 빨간딱지가 없어. 너무 슬퍼하지 . 대신 상판에 멋들어진 라이카 로고가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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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카는 스토리를 만드는 회사야. 아무도 미디어용으로 라이카를 쓰지 않을 것을 뻔히 아는 마당에 이번 제품에 ‘P’ 붙인 이유는 따로 있어. 라이카가 M10-P 내놓으면서 가장 내세운 기능이 조용한 셔터 음이야. 그래. 라이카 M10-P 라이카 M시리즈 역사상 가장 조용한 셔터 음을 가진 카메라야. 이게 미디어를 위한 카메라냐고? 과거 아날로그 시대에는 공연 실황을 촬영할 AF카메라를 쓰지 못하도록 했어. 경박한 AF카메라의 셔터 음이 배우와 관객을 방해했기 때문이지. 그런데 어떤 극장에서는 라이카 M시리즈의 촬영은 허가했어. RF카메라의 셔터 음은 셔터막 소음이 없기 때문에 조용한 편이었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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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카 M10-P 이런 역사를 되새기는 카메라야. 물론 카메라가 정말 미디어용으로 쓰일지는 중요하지 않아. RF카메라의 장점을 최대한 살려 사용자에게 자부심을 주는 라이카의 전략이야. 이런 자부심을 느끼기 위해 필요한 돈은 1,070만원이야. 디에디트에서 주는 원고료로 라이카를 사려면 아마 원고를 트위터 쓰듯이 해야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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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바로 라이카로 담은 갬성 사진이지]

제품 소개는 여기까지만 할게. 이제부터는 사람들은 라이카를 로망할까?”라는 얘기를 해볼까 . 이게 디에디트가 나한테 던져준 원고 주제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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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가격이야. 라이카 M시리즈 바디 가격은 대부분 천만 정도야. 여기에 렌즈 구색을 갖추면 2천만 원은 우습게 넘어가지. 일반인들은 쉽게 넘보기 힘든 가격대야. 요즘 인스타그램이나 페이스북은 갑부로 넘쳐나기 때문에슈타틀리히 파킹엔같은 탄산수로 세차를 하거나 마당에서 석유가 솟아나오는 정도가 아니면 눈길을 끌기도 힘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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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바로 그 비싸다는 명품 탄산수, 슈타틀리히 파킹엔이야.]

하지만 라이카로는 눈길을 있어. 별거 아닌 스냅사진인데 라이카로 찍었다고 태그를 걸어두면~ 역시라는 반응이 나오지. 예를 들면 라이카는 스포츠카 같은 거야. 라이카는 RF방식이고 단렌즈 위주기 때문에 메인 카메라로 쓰기 힘들어. 그래서 서브카메라로 쓰는 사람이 많지. 그런데 가격은 메인 카메라보다 훨씬 비싸. 자동차로 따지면 평소에는 토요타를 타다가 주말에는 포르셰를 타는 격이지. 라이카는 일종의갑부 증표같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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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딜당한 장인들이 작업중]

하지만 별거 아닌 제품이 가격만 비싸다면 구입할 이유가 없겠지? 라이카는 비싼데도 팔릴까? 우선 라이카가 비싼 이유는 일부 똑딱이를 제외하고는 독일의 몸값 비싸고 게으른 장인들이 수작업으로 느리게 생산하기 때문이야. 알루미늄, 티타늄 같이 비싼 금속을 유니바디 방식으로 제작해 단단하기도 . 하지만 중요한 비싼데도 팔린다는 거야. 단순히 가격만 비싸다면 팔리지 않겠지. 라이카의 가치를 만드는 것은 역사야. 라이카의 역사는 35mm 카메라의 역사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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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이 남자가 오스카 바르낙]

1914 독일라이츠사의 엔지니어였던 오스카 바르낙은 소형 카메라인 우르라이카를 만들었는데 이게 라이카 카메라의 시작이었고 세계 최초의 35mm 카메라였어. 이전까지 독일 제조업은 영국 제품을 카피하는 수준이었는데 라이카를 통해 독일은 저먼 엔지니어링을 세상에 알리고 제조업의 강자로 우뚝 서게 . 최근 폭스바겐과 BMW 명성을 망치기 전까지는 말이지. 그래서 라이카에는 많은 스토리가 있어. ‘로버트 카파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같은 사진가들과의 콜라보와 제품에 대한 뒷얘기, 기술, 에피소드 등등.

M시리즈는 64년간 이어지며 라이카 M10-P까지 이르렀어. 모델 라인업이 60 넘게 이어진다는 것은 정말 기적적인 일이야. 만약 아이폰이 라이카처럼 역사를 이어간다면 아이폰 40s 정도를 발매할 정도의 시간이라는 얘기지. 세월 동안 얼마나 많은 스토리가 담길? 글을 보는 많은 분들은 아이폰 40s 손에 쥐어 보겠지만 그럴 자신이 없어 약간 슬프긴 . 감상에 빠지지 않고 진도 나갈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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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2년에 만들어진 모델]

마지막으로지속성 꼽고 싶어. 라이카는 1932년에 만들어진 RF 메커니즘을 오늘날까지 적용하고 있어. 1954 최초로 세상에 내놓은 M마운트는 M10-P에도 그대로 적용되어 있기도 . 1954년에 만든 카메라와 엊그제 내놓은 신제품에 같은 렌즈를 끼운 다음에 1932년대에 만들어진 촬영 방식으로 촬영한다는 얘기지. 말은 라이카가 계속 지속된다면 60 후에 나올 신제품도 여전히 1954년에 만든 렌즈를 끼우고 1932 촬영 방식으로 촬영이 가능하다는 말이 . 할아버지가 보던 풍경을 할아버지와 같은 렌즈, 방식으로 촬영하고, 내가 보던 풍경을 손자가 똑같은 렌즈와 방식으로 촬영할 있다는 얘기야. 이건 다른 브랜드에서는 느낄 없는 경험이야. 시대는 변하고 기술은 발달했지만 라이카는 여전히 가장 아날로그적인 방식의 카메라를 디지털 기술과 결합해서 내놓고 있어. 세대를 가로지르는 경험을 주기 위해 필사적으로 생존하고 있는 거지. 이를 위해서 라이카 본사에는 지금까지 출시한 라이카 시리즈 2 2 개의 부품을 보유하고 있고 1954 제품의 수리가 가능할 정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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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과거의 추억을 팔며 없는 감성을 만들어 내는 사치품에 불과하다는 시선도 있어. 실용적인 사람에게 라이카는 이유 없이 비싼 허세용 카메라일 수도 있어. 카메라의 가격표, 그리고 역사와 지속성은 사진의 본질과는 상관없으니까. 그래서 라이카는사야 해서 사는 카메라가 아니라 있어서 사는 카메라. 디에디트의 슬로건인사는 재미가 없으면, 사는 재미라도 맞지? 그래서 라이카로 이야기를 시작해 봤어. 다음 번에도 다시 만날 있을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이야기는 여기까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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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즈모

유튜브 '기즈모' 운영자. 오디오 애호가이자 테크 리뷰어. 15년간 리뷰를 하다보니 리뷰를 싫어하는 성격이 됐다. 빛, 물을 싫어하고 12시 이후에 음식을 주면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