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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의 취향] 안경 속에 비친 그대

오늘은 리뷰가 아니다. 왜냐면 아직 내 손에 들어오지 않았으니까. 하지만 내가 산 이것을 여러분도 샀으면 좋겠다. 다 함께 망해보자. 랄라라....
오늘은 리뷰가 아니다. 왜냐면 아직 내 손에 들어오지 않았으니까. 하지만 내가 산…

2018. 03. 21

오늘은 리뷰가 아니다. 왜냐면 아직 내 손에 들어오지 않았으니까. 하지만 내가 산 이것을 여러분도 샀으면 좋겠다. 다 함께 망해보자. 랄라라. 뭐 이런 심보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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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소개할 물건은 안경이다. 여러분 중 누군가는 이렇게 반문하겠지. “나는 눈 좋은데?”  나도 양쪽 시력 1.5를 자랑하는 사람이다. 그런데 10년 넘게 빛을 뿜어대는 모니터를 보고 있자니, 이건 시력 5.0의 티베트 유목민이 와도 안될 일이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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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는 점은 물건을 장바구니에 담고 결제한 것이 아니라 펀딩 형식이라는 거다. 일정 기간동안 목표 금액을 설정하고 사람들이 모여 펀딩에 성공하면 그때서야 제작에 들어간다. 12시 전에 주문을 마치면 다음 날엔 물건을 받아 볼 수 있는 요즘 같은 시대에 돈을 내고서도 한참을 기다려야 하는 이 시스템은 영 불편하다. 하지만 모든 지름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는 법. 긍정의 기운을 북돋아 보자. 일단 사고 잠시 잊고 있으면 어느 날 짠 하고 서프라이즈 선물처럼 우리 앞에 나타날 테니. 반면 생산자 입장에서는 주문한 수량만큼만 제작하면 되는 재고 없는 깔끔한 장사다. 그렇다고 위험 부담이 없는 건 아니다. 모든 펀딩에는 소비자가 기다림이라는 번거로움까지 감수할 만큼 강력한 끌림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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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내가 참 좋아하는 로우로우가 만든다. 한 우물만 팠다가 굶어 죽기 딱 좋은 요즘 같은 때에 오직 물건의 본질과 용도만은 생각하는 브랜드라니. 그들이 추구하는 ‘간결한 실용성’이 좋다. 그리고 이 안경은 대구에서 32년 간 오직 티타늄으로 만든 안경만 고집하던 한 장인과 로우로우의 만남으로 시작한다. 로우로우는 그 장인에게 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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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님, 쓰는 사람 입장에서 가장 좋은 안경은 뭐예요?”

100% 베타티타늄 안경이지.
엄청 가볍고 또 튼튼해.
이건 금속 알레르기 걱정도 없어.
근데 재료값부터가 엄청 비싸.
다루기도 어려워서 아무도 안 하려고 해.
누가 이걸 해.”

“그럼 그거 우리가 만들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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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결국 가벼운 것 중에 가장 강한 재료, 하지만 값이 비싸서 누구나 쉽게 만들 엄두를 내지 못했던 베타티타늄으로 만든 안경이 나왔다. 좋은 이야기다. 그리고 난 평소 잘 쓰지도 않는 안경에 14만 원이 넘는 돈을 기꺼이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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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경은 내 얼굴과 가장 가까이 있는 물건이다. 그러니까 일단 아름다워야 한다. 로우로우의 R EYE는 아주 가는 펜으로 그린 듯 섬세하다. 얇고 가는 프레임은 얼굴의 이목구비를 크게 해치지 않으면서도 은근한 분위기를 만들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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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안경다리는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그은 선을 보는 듯하다. 마침표 같은 팁 부분도 사뭇 귀엽다. 잘못 만지면 톡 하고 부러질 것처럼 생겼지만, 티타늄으로 만들어져서 복원력이 훌륭하고 튼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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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가볍다. 고작 4g 정도. 100원짜리 동전보다 더 가뿐하다고 하면 와닿을까? 그냥 티타늄도 아니라 일반 티타늄 보다 2분의 1 정도 더 가벼운 베타티타늄으로만들었다. 후기를 읽으니 너무 가벼워서 자꾸만 쓰고 있는 걸 잊는다는 사람도 있더라. 특히 어렸을 때부터 안경을 쭉 써온 사람들의 칭찬이 대단하다. 난 뭐든 금방 싫증 내는 편이라 인생템이란 말을 쉽게 믿지는 않지만 많은 사람들이 ‘인생안경’이라며 칭찬이 자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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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일은 두 가지, 프레임의 종류는 다섯 가지다. 100은 한국 남성 200은 여성의 평균 두상 사이즈에 맞춰 디자인 됐다. 꼭 여성용 남성용이라기 보다는 프레임의 크기의 선호도에 따라 고르면 된다. 참고로 난 R EYE 200 골드 프레임을 구매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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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눈도 좋으면서 웬 안경이냐고? 이 안경의 기본 렌즈는 도수가 전혀 포함되지 않은 시력보호가 목적이다.  TV, 모니터, 휴대폰 등 전자기기에서 나오는 블루라이트를 차단해 준다. 일본의 니덱사가 만든 이 렌즈는 블루라이트 뿐만 아니라 자외선도 99.9%까지 차단해준단다. 알아보니 자외선 차단은 색이 아니라 코팅으로 하는거란다. 그래서 이렇게 투명한 렌즈라도 선글라스만큼 자외선을 차단할 수 있다고 하더라.

사실 이 모델은 지금 로우로우 매장이나 온라인 사이트에서도 살 수 있지만, 펀딩보다 가격이 조금 더 비싸고 무엇보다 매장에서는 시력보호용 렌즈가 포함되어 있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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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래도 이건 내가 요즘 밀고 있는 ‘귀여운 너드룩’의 방점을 찍게 될 것이 분명하다. 선이 곱고 깃털처럼 가벼운 안경을 선글라스 대신 얼굴에 얹고 올 봄에 조금 먼 나라로 떠나고 싶다. 마지막으로 친절하게 링크도 걸어둔다. 관심있다면 여길 방문해보자. 나 혼자만 망할 수 없지. 다 같이 망해보자. 하하하.

About Author
이혜민

에디터M. 칫솔부터 향수까지 매일 쓰는 물건을 가장 좋은 걸로 바꾸는 게 삶의 질을 가장 빠르게 올려줄 지름길이라 믿는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