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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니로 렛츠 기릿

지난 6월 29일, 종각의 한 루프탑에서 디에디트 1주년 파티를 했었다. 약간 덥지만 바람이 부는 여름밤의 날씨. 사람들도 분위기도 모든 게...
지난 6월 29일, 종각의 한 루프탑에서 디에디트 1주년 파티를 했었다. 약간 덥지만…

2017. 12. 19

지난 6월 29일, 종각의 한 루프탑에서 디에디트 1주년 파티를 했었다. 약간 덥지만 바람이 부는 여름밤의 날씨. 사람들도 분위기도 모든 게 완벽했다. 하나 아쉬웠던 건 마이크가 없었다는 사실이다. 분위기가 무르익을 즘에 건배사를 청해봤지만 이미 흥이 오른 사람들 사이에서 목이 터져라 소리를 질러도 잘 들리지 않더라. 결국 하고 싶은 말은 정작 반도 하지 못했다. 야외 파티다 보니 스피커에 마이크까지 설치하는 게 어려워서 어쩔 수 없었다. 그날 밤에 이런 스피커가 있었다면 어땠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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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리뷰의 주인공은 소니 GTK-XB60. 작년 가을에 써보고 감탄했던 ‘히어고(hear.go)’처럼 엑스트라 베이스 기능을 품은 스피커다. 무게는 10배 정도 차이 나지만 말이다. 갑자기 연말을 맞아 뭔가 화끈한(화끈하게 놀 수 있는) 리뷰를 하나 하고 싶더라. 그래서 과하게 크고 힙한 스피커를 한번 빌려왔다. 우리만의 파티를 열어보자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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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엔 한 손에 잡히는 블루투스 스피커를 주로 쓰기 때문에, 크기에 압도당했다. 솔직히 사진으로 보던 거보다 더 커서 당황했다. 심지어 컬러별로 3대가 도착했다. 널찍한 우리 사무실이 갑자기 아담해 보이는 존재감이다. 가로로 눕혀야 하는지 세로로 세워놔야 하는지 몰라 당황하고 있는데, 알고 보니 양쪽 모두 가능한 투웨이 디자인이었다. 블루투스를 지원해서 야외에서도 사용할 수 있는데 최대 14시간의 재생 시간을 자랑한다.

한창 크리스마스 데코에 열을 올리던 참에 스피커가 도착해서 신이 났다. 당장 아이폰에 연결해 캐롤을 틀었는데… 멋도 모르고 볼륨을 높였다가 깜짝 놀라고 말았다. 출력이 너무나 터프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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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퍼가 가슴 두근거릴 만큼 울리는 것이, 대낮에 사무실에서 듣기엔 과한 물건이었다. 옆 사무실과 얄팍한 벽을 하나 사이에 두고 있는 터라 서둘러 전원을 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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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뒤로 이 스피커는 야근할 때마다 우리의 억눌린 욕망을 실현하는 무대가 되었다. 밤 9시쯤, 같은 층 사무실이 모두 퇴근한 시간이 되면 불을 끄고 네온사인과 스피커만 켜둔 채 세명의 에디터가 몸을 흔들기 시작하는 것이다. 처음엔 크리스마스 캐롤로 시작해서 격정의 EDM이 흘러나오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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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의 리듬이나 비트에 맞춰서 조명이 현란하게 번쩍거리는 라이트닝 기능이 압권이다. 힙합이나 EDM처럼 비트가 강한 음악을 틀었을 때 이 스피커의 매력을 100% 실감할 수 있다. 사진으로 보면 그렇게 실감 나지 않는데, 실제로 보면 비트에 맞춰서 재빠르게 컬러를 바꾸며 번쩍거리는 모습에 빨려 들어갈 것 같다. 제품 테두리의 라인 라이트가 흰색부터 무지갯빛까지 다채롭게 빛난다. 약간 미러볼 같달까? 이 모습에 크게 감명받아 3만 원짜리 미러볼까지 주문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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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가지 재밌는 기능이 더 있다. Fiestable(처음에 어떻게 읽는 건지 몰라 애먹었다, 피에스터블이다)이라는 앱을 다운받으면 신세계가 열린다. 사실 나는 모르고 있었는데, 막내 에디터가 사용 설명서를 읽더니 구석에서 혼자 낄낄거리기 시작하더라. 갑자기 사무실에 남자 목소리가 울리기 시작했다. 히어위고! 렛쓰고! 박수!!! 클럽에서나 들릴법한 효과음이 요란하게 들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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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이게 뭐야?” 알고 보니 앱에 있는 DJ 믹싱 기능이었다. 환호성이나 박수 소리 등 갖은 기계음을 터치 한 번으로 믹싱할 수 있다. 음악을 틀어놓은 상태에서 믹스할 수도 있고, 분위기가 심심할 때 효과음으로 사용해도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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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린 결국 이 스피커 세 대를 연결해놓고 금요일 밤 자정에 파티를 열었는데, 정말 대단한 밤이었다. 카메라를 여기저기 설치해놓고 영상을 찍으며 신나게 마시고 놀았다. 밖에서 누가 봤으면 미친 여자들이라고 생각했을 정도다. 음악을 계속 바꾸면서 사무실 위를 꿍꿍 뛰어다니고 안무를 맞춰서 몸을 흔들기도 했다. 내가 마이크를 잡고 말하면 막내 에디터가 박수 효과음을 입히고, 에디터M이 춤을 추면 DJ 믹싱 기능으로 북 치는 소리(??)를 추임새로 넣는다. 지금 영상을 보면 제정신이 아닌 것 같아 보이는데 당시엔 얼마나 웃겼는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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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늦게 설명하자면, 이 제품의 가장 큰 장점은 마이크를 연결할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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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mm 마이크 입력 단자를 채용해서 야외에서도, 실내에서도 간편하게 마이크를 사용할 수 있다. 음악을 재생한 상태로 마이크를 연결해 목소리를 믹스할 수도 있고, 그냥 목소리만 울리게 하는 것도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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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끼리 연말 행사 진행을 하며 마이크 쟁탈전을 벌였다. 대표님의 한 마디도 들어보고, 각자 한 해 동안의 소감을 말하기도 했다. 대기업 연말 행사 버금가는 구성이 아닌가! 심지어 장기자랑도 했다. 제일 재밌는 부분은 막내 에디터가 반주를 깔고 노래하는 장면인데 윤종신에서 아이유까지 한국 가요계의 흐름을 진맥하는 알찬 시간이었다. 궁금하신 분들은 꼭 영상을 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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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질에 대해서도 간략히 설명해야겠다. 130mm 대구경 우퍼와 50mm 트위터 2대를 탑재해 강력한 출력을 뿜어내며, 고음과 저음의 밸런스가 훌륭하다. 야외에서도 잠시 테스트해보았는데(추워서 오래 써보진 못했다) 파워가 인상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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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무선으로 스피커를 연결할 수 있는 ‘무선 파티 체인’ 모드를 이용하면, 탁 트인 야외에서도 폭발적인 사운드를 경험할 수 있다. 우린 3대를 모두 연결해서 사용해봤는데 소리가 어느 방향에서 들리는지 구분할 수 없을 만큼 입체적으로 표현된다. 마치 현장에서 음악을 듣는 것처럼 생생한 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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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륨을 아주 높였을 때의 선예도가 살짝 떨어지긴 하지만 39만 원대의 가격 대비 나무랄 데 없는 사운드라고 평가한다. 제품 자체의 만족도는 굉장히 높았으나, 소니 뮤직센터 앱이 조금 불안했던 게 아쉽다. 무선 파티 체인 모드로 3대를 연결할 때 앱에서 딜레이가 일어나서 바로 연결되지 않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업데이트를 통해 개선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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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과 분위기를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해 좋은 시간을 만들어줄 수 있는 힙스터 스피커다. 날씨가 좋았다면 사람들을 많이 초대해서 옥상 파티를 해도 어울렸을 것 같다. 하지만 우리 셋이서 즐긴 ‘디에디트 클럽 파티’도 충분히 크레이지한 시간이었다. 올해 마지막을 장식하기에 손색 없는 유니크한 제품이었지. 내년에도 이렇게 즐겁게 놀자. 우리 모두.

이제 영상으로 이 현장을 감상할 시간. 

https://www.youtube.com/watch?v=rPT5npO6RNc

About Author
하경화

에디터H. 10년차 테크 리뷰어. 시간이 나면 돈을 쓰거나 글을 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