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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 AI 리뷰, 15년 만의 풀체인지?

2년 전의 약속, 이제는 지킬 수 있을까요?
2년 전의 약속, 이제는 지킬 수 있을까요?

2026. 09. 18

(참고: 이 리뷰에 등장하는 다양한 스크린샷은 3개월간 베타 테스트를 진행하며 모은 것들입니다. 따라서 이번 주에 배포한 정식 버전과 일부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양해 부탁드립니다.)

올해는 애플이 시리를 처음으로 선보인 지 15년이 되는 해입니다. 당시에는 스마트폰에 들어간 음성인식 어시스턴트의 선구자 격이었죠. 문제는 그 이후로 시리가 동네북이 되었다는 점입니다. 아마존의 알렉사나 구글 어시스턴트가 능력 면에서 시리를 아득히 뛰어넘어버렸고, 2023년 챗GPT의 등장을 필두로 한 대형 언어 모델 기반 AI 어시스턴트의 등장으로 시리는 더욱 구시대의 유물이 되어버렸습니다.

결국 챗GPT가 캐리를 해야 했던 2024년의 애플 인텔리전스.

2024년의 애플 인텔리전스는 이 모든 것을 뒤집을 회심의 한 방이 되어야 했습니다. 하지만 제대로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의 섣부른 발표는 다시금 독이 되어 돌아왔습니다. 물론 기본적인 기능들은 iOS 18과 함께 배포했지만, 하이라이트로 여겨졌던 ‘더 개인화된 시리’는 결국 무기한 연기되었어요. 이때의 실망감은 제 애플 인텔리전스 리뷰에서 간단히 다루기도 했습니다.

그로부터 2년 뒤, 애플은 다시 한번 절치부심하여 시리를 다시 한번 갈아엎었습니다. 시리 AI는 2년 전 애플이 약속했던 그 꿈에 다가갈 수 있을까요? 이를 알아보기 위해 지난 3개월의 iOS 27 베타 기간 동안 시리 AI를 사용해 보았습니다.

iOS 27에 적용되는 새로운 시리를 위해 애플은 다양한 부분을 새로 개발했습니다. 먼저, 이 모든 것을 돌릴 언어 모델입니다. 이미 디에디트에서 몇 번 다뤘듯이 애플의 새로운 파운데이션 모델은 구글의 제미나이 모델을 기반으로 추가 훈련을 해서 만들어졌습니다. 애플에서 공식적으로 인정은 안 하지만, 여러 정황을 보아 제미나이 모델을 증류(다른 LLM의 대답을 기반으로 해서 다른 LLM을 훈련하는 행위)해서 모델을 강화한 것으로 보입니다. 그 말은, 시리 AI가 제미나이 모델을 돌린다는 말은 성급한 일반화라는 의미가 되기도 합니다. 대학교 시절 용어로 치면 애플 파운데이션 모델이 시험을 볼 때 제미나이의 족보를 참고하긴 했지만, 제미나이가 대리 시험을 친 건 아닌 것과 비슷하다고 보면 돼요.

공식적으로 영어만 지원하는 지금의 시리 AI도 한국어로 타이핑해서 물어보면 한국어로 잘 답해줍니다.

여기서 언어 지원 얘기를 잠깐 해볼게요. iOS 27.0에서 시리 AI는 영어만 공식 지원합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시리가 한국어를 아예 못 알아먹는 건 아니에요. 음성은 영어만 인지하는 건 맞지만, 텍스트로 입력하면 한국어도 잘 알아듣고, 답변도 한국어로 잘합니다. 특히 새로운 베타가 나올 때마다 한국어를 인지하는 능력이 계속해서 나아지는 모습을 보여줬어요. 첫 번째 베타에서는 한국어로 물어봤더니 영어로 답변하는 등, 나사 빠진 구석도 있었거든요.

10월 시리 AI의 추가 언어 지원에 한국어가 포함됐습니다.

다만 이따가 얘기할 ‘세계 지식’ 데이터베이스 구축 때문에 한국어를 바로 지원하지 않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은 들었습니다. 이 데이터베이스는 구글이나 네이버가 검색 엔진 구축을 위해 웹사이트를 크롤링하는 것과 비슷한 방식으로 구축되는데, 아마 영어권 사이트가 우선순위였고 한국어권 사이트는 그 이후였을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10월에는 한국어도 정식 지원한다는 발표도 있었고, 역시 제가 이 기사를 마무리 짓고 있는 이 순간 배포되고 있는 iOS 27.2의 베타에서 한국어를 지원하기 시작했다는 걸 보면 그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시간을 쓴 게 아닌가 싶어요. (이와 별개로 한국어가 스페인어, 일본어 등과 함께 2차 지원 언어에 포함되는 것도 나름 감개무량하네요.)

맥에서의 예시.

한편, 애플은 시리의 UI를 다시 한번 갈아엎었습니다. 이제는 애플 운영체제들의 통합 검색 엔진인 스팟라이트에 시리가 합쳐졌고, 스팟라이트에 입력하는 게 시리를 향한 질문이라고 판단되면 바로 시리가 작동하는 형식입니다. 아이폰에서는 다이내믹 아일랜드가 있는 부분에서 아래로 쓸어내리면 바로 검색 창이 뜹니다. (다이내믹 아일랜드가 오른쪽에 있는 아이폰 듀오는 그냥 화면 가운데 상단에서 내리는 방식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직관적으로 통합했다고 생각해요. 물론, 늘 그랬듯이 목소리로도 시리를 작동시킬 수 있지만, 에어팟을 낀 상황이 아니면 무조건 답변이 스피커로 흘러나와서 웬만하면 텍스트로 입력해서 물어보는 게 더 편합니다. (꽤 나중에야 손쉬운 사용 설정에서 스피커 상태에서는 목소리 대답을 끌 수 있다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맥에서의 시리 앱.

여기에, 전용 시리 앱이 생겼습니다. 시리 앱의 역할은 챗GPT나 제미나이와 같은 기타 AI 서비스 앱과 비슷해요. 시리와 채팅한 기록을 저장하며, 특정 주제의 채팅에 다시 들어가 대화를 이어 나갈 수도 있습니다. 당연히 채팅 기록은 아이클라우드를 통해 동기화돼서 아이폰에서 시작한 대화를 맥북에서 이어갈 수도 있어요. 모든 채팅 기록은 30일이나 1년 주기로, 자동으로 지워지도록 설정할 수 있고, 원하면 특정 대화를 핀 해두는 방식으로, 자동으로 삭제되지 않도록 할 수도 있습니다. 저는 다음 달에 가는 시즈오카 여행 계획 관련 대화와 최근에 다시 시작한 운동 루틴에 대한 대화 기록을 핀 해두었어요. 매번 스팟라이트를 통해 새로운 질문을 하면 시리 앱에는 무조건 새로운 대화로 저장되기 때문에 자동 삭제를 켜놓는 편이 좋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설정에서 바꿀 수는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번 시리는 어떤 면에서 개선되었을까요? 가장 큰 건 바로 ‘개인의 맥락’을 이해한다는 것입니다. 기기 안의 메일이나 메시지, 사진 같은 데이터를 인덱싱해서 활용하는 것인데요. 실제 예시를 하나 들어볼까요? 저희 장모님 댁의 도어락 비밀번호를 예전에 문자로 아내가 알려준 적이 있는데, 맨 앞이 ‘3’인 거 빼고는 기억이 나질 않았습니다. 그래서 시리에게 물어봤죠. “예전에 내 아내가 앞자리가 3으로 된 여섯 자리 숫자를 알려준 적이 있어. 찾아봐.” 그랬더니 시리가 진짜로 찾아주더라고요.

사진도 비슷합니다. 촬영한 날짜와 위치, 연도 등의 데이터베이스 변수를 이용해 사진의 검색 범위를 좁힐 수 있어요. 얼굴을 저장해둔 처남네 강아지의 사진 중 올 한 해 찍은 사진들만 추린다든지, 특정 장소에서 찍은 사진들만 보여준다든지 등의 세분화된 검색을 할 수 있는 거죠.

지원하는 앱에서는 데이터를 추가할 수도 있습니다. 실제로 최근에 살기 위해서(?) 운동을 다시 시작하면서 시리에게 오랜만에 다시 운동을 시작하는 사람이 하기 좋은 운동 루틴을 짜 달라고 부탁했어요. 시리와 대화를 주고받으며 운동 루틴을 짰고, (그 과정에서 애플 워치에서 어떤 운동 모드를 켜면 좋을지도 추천받았습니다.) 실제로 운동할 때 보기 쉽게 메모에 저장해달라고 할 수 있어요. 물론 예전 시리가 그랬던 것처럼 문자를 보내는 것도 가능한데, 이제는 사용자가 하는 말을 그대로 전하는 것이 아닌, 생성형 AI를 이용해 간단한 맥락을 정해주면 이를 기반으로 문장을 만들어 냅니다.

화면에서 보고 있는 걸 인식할 수도 있어요. 예를 들어, 내비게이션 앱을 띄워둔 상태로 누군가에게 도착 예정 시각을 문자로 보내달라고 하면, 시리가 화면에서 필요한 정보를 찾아내서 문자를 보내줄 수 있습니다. 인스타그램에 띄운 사진을 보고 “이게 어딘지 알아”라고 물어볼 수도 있었습니다. 여의도라는 걸 바로 알더라고요.

시리 AI는 단순히 애플의 시스템 앱에만 접근하는 것이 아닌, 써드파티 앱에도 접근할 수 있습니다. 이론적으로는 기본 메시지 앱뿐만 아니라 카카오톡 안의 내용도 들여다볼 수 있고, 카카오톡으로도 메시지를 보낼 수 있을 것이라는 얘기죠. 다만, 이 부분은 써드파티 앱이 지원해 줘야 해서 지원 범위는 차이가 있을 수 있어요. 베타로 테스트하는 동안에는 iOS 27에 최적화된 써드파티 앱을 테스트해 볼 수 없어서 이 부분을 테스트 못 해본 게 아쉬웠어요.

다만 이런 개인적 맥락 기능을 오롯이 이용하려면 폰이 인덱싱을 진행하도록 두어야 합니다. 실제로 인덱싱이 덜 된 상태에서는 뻔한 것도 시리가 검색하지 못하는 등 많이 헤매거든요. 실제로 애플은 시리 AI를 위해 인덱스 데이터베이스 자체를 새로 만들었습니다. 근데 문제는 이 인덱싱이 매우 오래 걸린다는 것입니다. 26.5에서 27 베타로 바로 올렸을 때는 인덱싱만 1주일 넘게 걸렸어요. 그나마 애플이 26.6부터 27을 위한 인덱싱을 준비한다고는 하나, 여전히 시리 AI가 여러분의 데이터를 제대로 검색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려면 시간이 좀 걸릴 수 있습니다.

베타 테스트를 막 시작했을 때 열리고 있던 포켓몬 시크릿 포레스트에 대해 물어봤습니다. 영어권 시리 입장에서는 외국에서 열리는 이벤트임에도 꽤 자세히 가르쳐줬습니다.

하지만 저에게 시리 AI가 가장 유용했던 것은 바로 ‘세계 지식’입니다. 즉, 물어보면 시리가 대신 검색해 주는 것이죠. 어느 정도까지 가능한지 보려고 일상에서 여러 가지 주제를 가지고 물어봤는데, 대부분 막히지 않고 잘 답해 주었어요. 아까 잠깐 얘기했던 대로 다음 달에 가는 시즈오카 여행을 시리를 이용해 짜 보고 있는데, 일부 AI 챗봇과 다르게 출처 URL을 표시해 두어서 시리가 제대로 된 소스에서 제대로 된 정보를 가져왔는지 직접 체크할 수 있는 점도 좋았습니다.

이 새로운 세계 지식 덕분에 시각 지능 (Visual Intelligence) 기능도 훨씬 쓸모가 있게 되었어요. 예전에는 시각 지능 기능을 제대로 쓰려면 거의 무조건 애플 인텔리전스에서 호출할 수 있는 챗GPT를 사용해야 했지만, 이제는 자체적으로 유용한 정보를 물어볼 수 있어요. 그 예로, 아내가 가지고 있었던 스위치 1이 공정이 개선된 후기형인지를 판단해야 했는데, 박스에 적힌 모델 번호를 카메라로 찍어서 물어볼 수 있었죠.

저는 특히 요즘 여러 작업을 자동화해 줄 수 있는 스크립트를 AI한테 부탁해서 만드는 걸 좋아하는데, 시리도 이런 스크립트를 곧잘 만들어 주었습니다. 물론 앤트로픽의 페이블이나 오픈AI의 GPT 6 만큼의 최신형 모델과 비교하면 성능은 한참 떨어지겠지만, 제가 필요로 하는 용도로는 애플 파운데이션 모델의 성능은 충분했습니다. (제가 개발자는 아니라서 그 수준까지는 테스트 못 해봤네요.)

iOS 27에서는 새로운 애플 파운데이션 모델 덕분에 시리 외의 애플 인텔리전스 기능도 개선됩니다. 대표적인 게 사진 보정 기능이에요. 클린업 기능은 특히 거의 밈이 되었던 지난 2년에 비해 눈에 띄게 나아진 성능을 보여줍니다. 여전히 텍스트 생성은 어색하지만, 이건 거의 모든 AI의 이미지 생성 기능의 공통적 문제이니 꼭 애플 인텔리전스만의 문제는 아니긴 해요.

여기에 배경 확장과 리프레임 기능이 추가되었습니다. 배경 확장은 말 그대로 포토샵과 비슷하게 기존 사진의 배경을 분석해 그럴싸하게 주변 배경을 추가해 주는 기능이고, 리프레임은 전체적인 구도를 보정하면서 비어 있는 부분을 생성형 AI로 보충해 주는 기능입니다. 극단적인 예시로, 잠시 맡고 있었던 강아지와 저희 집의 털 뭉치 로봇과 함께 찍은 사진 중에 구도를 잘못 잡은 사진을 리프레임으로 보정해 보았는데, 꽤 그럴듯한 사진이 나왔습니다.

이런 생성형 AI 기반의 사진 보정 기능에 늘 따라오는 이야기가 바로 ‘이게 진짜 사진인가?’입니다. AI를 활용한 보정이 어느 정도의 선을 넘게 되면 이게 더 이상 현실의 모습을 그대로 담았다고 할 수 없게 되어버린다는 주장이죠. 타사 스마트폰의 경우, 우중충했던 하늘을 맑은 하늘로 바꿔버린다던가, 쓰고 있지 않았던 안경을 만들어버린다던가와 같이 없던 현실을 만드는 ‘선 넘는’ 보정 기능도 많이 탑재되는 상황이기도 해요. 이런 회사들에 비하면 애플은 ‘아직은’ 선을 넘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리프레임 기능이 이 선을 시험하는 기분은 들지만, 완전히 새로운 걸 만들지는 않으니까요.

예상외로 유용하게 썼던 다른 기능은 바로 단축어입니다. 이번 27부터는 원하는 단축어나 자동화를 텍스트로 입력하면 애플 인텔리전스가 이걸 이해해서 대신 만들어줄 수 있습니다. 저는 예전부터 단축어를 이용해 다양한 자동화를 만들어 뒀는데요, (기회가 되면 언제 한 번 소개할까 싶네요.) OS를 업데이트하는 과정에서 죄다 초기화됐습니다. 그래서 이 기능을 이용해 필요한 자동화를 단 10분 만에 모두 처음부터 다시 만들 수 있었어요. 예전에는 일일이 시스템이나 각각의 앱이 지원하는 단축어 동작을 뒤져야 했지만, 이제는 물어보면 알아서 찾아주니 편하더라고요. 이런 새로운 애플 인텔리전스 기능들도 새로운 애플 파운데이션 모델 덕분에 가능한 것이기도 합니다.

시리 AI와 새로운 애플 인텔리전스에 대한 제 전반적인 평가는 “충분하다”입니다. 물론 클로드나 GPT, 그리고 요즘 동네북이라는 제미나이에 비할 바가 당연히 못 됩니다. 아마 이런 AI 서비스들에 매달 구독료를 내고 쓰신다면 시리 AI의 성능 자체는 실망스러울 겁니다. 하지만 저같이 아직도 AI 서비스를 돈 내고 쓴 적이 없다면, 시리 AI는 충분합니다.

무엇보다 시리 AI는 운영체제에 통합되어 있습니다. 챗GPT나 클로드와 같이 앱을 따로 받을 필요가 없죠. 카메라 컨트롤을 길게 누르면 시리가 곧바로 튀어나오고, 측면 버튼을 길게 누르면 역시 시리가 답하죠. 일단 앱을 설치해야 하는 것에 비하면 진입 장벽이 확실히 낮습니다. 시리 AI를 써 보면서 기타 AI 서비스들의 무료 버전 사용 빈도가 떨어질 수도 있겠구나 싶은 생각이 든 것도 이 이유에서입니다.

최근 들어 이러한 행위를 독점 행위로 보는 시각이 많이 늘었고, 실제로 이런 행위는 운영체제를 통제할 수 있는 플랫폼 오너가 편법을 쓰는 게 맞아요. 하지만 이런 편법을 쓸 수밖에 없는 것이, 애플은 늦어도 너무 늦었습니다. 만약 애플이 기존 계획대로 애플 인텔리전스를 선보였다면 애플은 AI 업계에서 꽤 우위를 차지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처음에 언급한 대로 애플은 무려 2년 동안 삽질을 했고, 그사이에 웬만한 사용자들은 AI 서비스 앱을 이미 설치해 버렸습니다. 제가 충분하다고 하는 건, 이제야 최소한 사람들이 챗GPT의 도래 이후 AI 서비스라고 하면 기대하는 것의 최소 기준을 모두 충족한다는 것인데, 이제 관건은 여기서 얼마나 앞으로 나아갈 수 있을 지겠죠.

시리 AI가 가지는 가장 큰 이점인 사용자 맥락의 이해는 생각보다 많이 사용하지는 않았어요. 기능 자체가 잘 안된다는 얘기가 아닙니다. 그냥 저 자신이 이걸 언제, 어떻게 사용해야겠다는 생각이 잘 들지 않았달까요? 위의 도어락 비밀번호 예시는 우연찮게 제가 진짜로 기억을 못 하고 있었고, 마침 iOS 27 베타를 설치한 지 얼마 안 된 때라 한 번 써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테스트해 볼 수 있었어요. 사실 전 평소에도 뭔가를 찾을 때 검색하기보단 직접 찾는 걸 선호하는 이상한 사람이라 시리에 물어보는 것도 심리적인 장벽이 더 컸지 않았나라는 생각도 듭니다.

하지만 저는 시리 AI를 다른 이유로 응원해 보려 합니다. 바로 개인정보 보호 정책 때문이에요. 애플은 늘 그렇듯이 이번에도 사용자의 개인정보 보호를 강조하고 있습니다. 사용자의 시리 요청은 최대한 기기 내에서 처리하며, 기기 내에서 처리하기 힘들 경우 사용자의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설계한 비공개 클라우드 컴퓨팅 처리 서버로 보냅니다. 이 서버에서는 사용자의 요청이 처리되어 기기로 돌아가는 순간 사용자의 요청과 처리 데이터가 모두 삭제됩니다. 애플조차 비공개 클라우드 서버에서 오간 데이터를 볼 수 없는 것이죠. 대화 기록을 지워도 서버에 남아서 범죄 수사에 사용되거나, 사용자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다시 모델을 훈련하는 다른 기업과는 확실히 다른 행보입니다. (애플도 설정에서 사용자의 시리 데이터를 훈련에 사용하도록 허용할 수 있지만, 기본적으로는 꺼져 있습니다.) 그리고 오랜 기간 봐온 애플의 개인정보 보호에 대한 자세는 단순한 허풍이 아니라는 것을 알기에, 그나마 다른 AI 기업의 서비스보다는 더 믿고 쓰게 되더라고요. 거기에 시리 AI가 제가 AI를 쓰는 사용 범위 내에서는 충분한 성능을 내고, AI를 단순히 검색 대용이나 간단한 계산과 스크립트 작성에 쓰는 사용자들도 비슷할 거로 생각해요.

중요한 것은 애플이 여기서 안주하지 않는 것입니다. 애플은 주력 기능이나 제품이 아니면 처음에 개발하고 나서는 거의 몇 년간 방치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물론 제아무리 애플만큼 거대한 기업이라도 현재 만드는 모든 제품군에 똑같은 자원을 균등하게 투입하는 것은 쉽지 않은 게 현실이지만, 애플은 그 정도가 심한 편으로 평가받습니다. 솔직히 챗GPT가 등장하지 않았더라면 시리는 아직도 애플 인텔리전스 이전의 모습 그대로였을지도 모르죠.

하지만 이제 AI의 발전 속도는 그 발전이 밥줄인 기업들조차도 줄여야 한다고 말할 정도로 너무나도 빠릅니다. 1년에 2~3번은 새로운 모델이 등장하며, 이제는 AI가 만든 사람들의 통제를 벗어나 다른 기업을 해킹하는 상황까지 왔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애플이 이번에 시리를 대격변 시켰다고 또 몇 년 동안 내버려둔다면, 시리는 또다시 뒤처지기 시작하고 말 것입니다. 과연 애플은 이후에도 시리의 경쟁력을 꾸준히 유지할 수 있을까요? 과연 애플은 그럴 의지가 있을까요?

시리 AI는 지금의 상태보다, 앞으로의 발전을 더 지켜봐야 하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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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형

테크에 대한 기사만 10년 넘게 쓴 글쟁이. 사실 그 외에도 관심있는 게 너무 많아서 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