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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TURE

[book] 등골이 오싹해지는 공포소설 4 

베스트셀러보다 더 재미있는 책 추천 시리즈
베스트셀러보다 더 재미있는 책 추천 시리즈

2026. 08. 06

안녕, 나는 6년째 디에디트에서 책 얘기를 하고 있는 객원 에디터 기명균이다. 평일엔 회사에 도움되는 글을 쓰고, 주말엔 내가 도움받은 책에 대해 쓴다. 짬날 때 써둔 메모들을 모아 뉴스레터로 보내기도 한다.

이번 달에는 에어컨 틀어놓고 읽기 좋은 무서운 책 4권을 골랐다. 미리 말씀드린다. 아무리 무서워봤자 소설책으로 더위를 쫓기는 무리다. 읽기 전에 충분히 방을 시원하게 해놓으시길 권한다. 한참 페이지를 넘기다보면 헷갈릴 것이다. 에어컨 때문인지 책 때문인지, 추운 건지 무서운 건지.


“누군가의 목숨을 뺏을 정도의 저주라면, 그 저주를 건 사람도 상응하는 뭔가를 내주어야 하거든요.”

흉담

영화 <파묘>를 재밌게 봤다. 무서운 영화는 많지만 무서우면서 재밌는 영화는 생각보다 흔치 않다. <파묘>의 특별함은 ‘숨 쉴 구멍’에 있다. 무당, 풍수사, 장의사 등 주인공 네 사람의 직업적 일상이 무서운 장면과 교차되며 낙차를 만들고, 그 낙차 때문에 관객들은 더욱 소스라친다.

<흉담>은 <파묘>를 닮은 소설이다. 공포소설을 쓰는 작가 본인의 캐릭터를 차용한 화자 ‘나’를 비롯해, 함께 미스터리를 파헤치는 다른 인물들도 현실에 발을 딛고 있다. 신기를 타고났지만 애써 외면해온 차미조는 인문서 편집자로 일한다. 저주 전문가로 이름난 ‘발람’은 생계를 위해 메가톤PC방에서 라면을 나른다. 이러한 생활감은 ‘낙차’를 만들어내기에 충분하다.

세 사람이 밝혀내야 할 미스터리는 ‘흉담’에 얽힌 죽음이다. 차미조의 아버지가 돌연 세상을 떠났다. 죽기 전날 노트북에 한 문장을 남겼다. “흉담을 들었다.” 그 흉담이란 게 대체 뭔지, 누구로부터 들은 건지, 그게 죽음과 정말 관련이 있는지. 가뜩이나 장편소설이 풀리지 않던 ‘나’는 호기심을 못 이기고 흉담을 들어보기로 결심한다.

“거 되게 겁 주네.” 책을 읽기 전에 띠지에 적힌 경고 문구를 보고 한 생각이다. 절대 소리 내서 읽지 말 것, 한밤중에 읽지 말 것, 다 읽은 뒤엔 소금물로 입을 헹굴 것? 나도 경고할 게 있다. 사람 많은 곳에서도 읽지 말 것. 버스 정류장에서 <흉담>을 읽다가 무심코 고개를 들었는데 검은 옷을 입은 여자가 나는 빤히 쳐다보고 있는 것이 아닌가… 는 역시나 나의 착각이었고, ‘왜 저러지?’라는 표정의 그분을 뒤로하고 나는 황급히 버스를 탔다.

  • <흉담> | 전건우 | 래빗홀 | 1만 7,000원

“액막이에 효험이 있다면 그것도 일종의 데이터겠지.”

심연의 텔레패스

대학교 학생회관에서 정기적으로 괴담 낭독회가 열린다. 학내 오컬트 연구회가 주최하는 행사로, MBC <심야괴담회>와 ‘스탠드업 코미디’를 섞어놓은 듯한 모양새다. 앞에 나온 몇 사람의 괴담이 시시하다고 느끼던 중, 새하얀 얼굴의 여학생이 검은 원피스를 입고 무대에 오른다. 관객들을 한 사람씩 쳐다보다가, 나와 눈이 마주쳤다. 그렇게 이야기를 시작해, 끝날 때까지 나에게서 눈을 떼지 않았다.

순간 등골이 서늘해져 ‘컨셉 잘 잡았네’라고 생각했는데, 며칠 뒤부터 이상한 일이 벌어지기 시작한다. 철퍽. 한밤중에 물에 적신 걸레가 바닥에 떨어지는 듯한 소리가 난다. 집엔 나밖에 없는데. 소리가 난 곳으로 가보면 시궁창 냄새 비슷한 게 난다. 내가 여기 불을 꺼뒀었나? 들어오자마자 무드등을 켰던 것 같은데. 며칠 전 들은 괴담의 한 구절이 떠오른다. “난 어두운 물 속에 있습니다.”

여기까지가 이 책의 도입부다. 기이한 현상이 벌어졌으니, 이제 누군가 그 비밀을 파헤칠 차례다. 저자가 내세우는 ‘탐정’은 직장에서 만난 하루코&고시노다. 그들은 유령의 존재를 긍정하지도, 부정하지도 않는다. “검증과 데이터 수집을 꾸준히 반복”해서 “초자연적인 현상이 존재한다면 어떤 성질인지 해명”하고 싶을 뿐이다. 파헤칠수록 으스스한 진실이 밝혀지는 와중에도 두 사람의 과학적 태도가 중심을 잡고 있어 이야기가 산으로 가지 않는다.

일본 현지에서는 이미 후속편 <폴터가이스트의 죄수>가 출간되어 “이 호러가 대단하다” 같은 부문에서 그해 1위를 차지했다고 한다. (두 권 다 알맹이는 그렇지 않은데 제목이 지나치게 거창하네…) 사건 스케일이 커질수록 둘의 ‘실용주의 중도 노선’은 빛을 발할 것이다. 이 책부터 어서 읽고, 같이 번역 출간을 기다립시다.

  • <심연의 텔레패스> | 가미조 가즈키 | 북다 | 1만 7,800원

“제가 신 군의 행방을 알아맞혀도 그를 그냥 내버려둘 수 있을까요?”

서치라이트와 유인등

지난해 출간된 단편집 <매미 돌아오다>로 사쿠라다 도모야라는 이름을 처음 알았다. 범인 찾기에 집중하는 후더닛(누가 죽였나), 트릭에 집중하는 하우더닛(어떻게 죽였나)이 아니라 ‘왓더닛'(무슨 일이 일어났나)이라는 장르가 탄생했다고 해서 궁금했다. 하지만 고민 끝에 안 읽었다. 시리즈의 두 번째 작품이었기 때문이다. 영화로 치면 <반지원정대>에 앞서 <두 개의 탑>이 먼저 개봉된 격이다. ‘따뜻한 소설’이라는 칭찬도 오히려 흥미를 떨어뜨렸다. 추리소설은 좀 차가워야 제맛인데?

그랬는데 이번에 <반지원정대>, 아니 <서치라이트와 유인등>이 출간됐다. 조금 어리숙하지만 누구보다 빨리 진실을 간파하는 곤충 덕후 ‘에리사와 센 시리즈’의 첫 작품이다. 읽어보고 깨달았다. ‘나 따뜻한 추리소설 좋아하네…’ 추리소설의 핵심은 대부분 범인(또는 트릭) 찾기고, 그걸 해내는 탐정이 주인공이다. 그러나 현실은 다르다. 경찰이나 검사보다, 사건 당사자가 감당해야 하는 무게가 훨씬 크다. 이 책의 모든 이야기에서 에리사와 센은 항상 뒤늦게 엉거주춤 등장한다. 진실의 단서만 던져놓고는 금방 어색하게 사라진다. 그게 이 소설의 따뜻함이고, 이 탐정의 매력이다.

책에 실린 단편 중 뭐가 제일 좋았는지 꼽아보려 했지만, 더 중요한 건 내가 곧바로 다음 책 <매미 돌아오다>를 읽었다는 사실이다. 두 권에 실린 열 편의 단편소설은 어떤 점에선 모두 비슷하고 어떤 점에선 모두 다르다. 그 이상의 설명을 하고 싶지가 않다. 나는 인생작가를 만났다. 책을 소개하기 위해 먼저 읽었는데 그 덕분에 좋아하는 작가를 소개받은 기분이다. 디에디트에 책 소개글을 연재하는 동안 이런 기분을 자주 느꼈다. 사실 며칠 전 디에디트 10주년 팝업스토어 초대권을 받았는데 못 갔다. 이렇게라도 늦은 축하를 드린다. 뭐가 됐든 좋은 게 있으면, 좋아하는 사람이 있으면 많이 많이 소개하시라. 그럼 좋은 걸 더 많이 알게 된다. 내가 그랬고, 10년 동안 디에디트를 만들어온 분들도 아마 그럴 거다.

  • <서치라이트와 유인등> | 사쿠라다 도모야 | 내친구의서재 | 1만 6,800원

[4]
<마녀재판의 변호인>

“저는 마녀가 아닙니다.”

마녀재판의 변호인

사람마다 공포를 느끼는 포인트가 다르다. 누구는 입가에 피 묻힌 긴생머리 처녀귀신을 겁내고 누구는 버려진 외국 인형에 치를 떤다. 나는 어릴 때부터 ‘횃불을 들고 우르르 몰려오는 마을 사람들’을 무서워했다. 그래서 나는 <이끼>가 그렇게 무섭더라.

<마녀재판의 변호인>은 나의 공포 센서를 건드리는 이야기다. 전직 법대 교수 로젠이 여행 중 도착한 마을에서는 마녀재판이 진행 중이다. 피고 이름은 앤. 마녀의 능력을 써서 물레방앗간 관리인을 살해했다는 혐의로 고발당했다. 반년 전 마녀로 몰려 화형당한 어머니의 존재도 앤에게는 불리하게 작용한다. 로젠은 앤의 변호인이 되어 재판에 임하기로 결심한다. 그는 과연 음습한 이너서클 안에서 떠도는 추악한 맹신을 타파할 수 있을까.

시대 배경이 16세기라는 건 이 책의 단점이자 장점이다. 단점부터 말하자면, 문장 묘사를 한두 번 읽어서는 그림이 잘 안 그려진다. 해상도가 좀 더 높아야 로젠의 추리에 몰입하기도 쉽고, 상황의 급박함도 더 실감 날 텐데. 그 시대 생활상이 아무래도 익숙하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반대로 논리와 증거가 생명인 추리소설의 배경이 ‘과학 등장 전’이라는 건 참신하다. 툭하면 녹취 파일이나 CCTV를 증거로 내미는 요즘 법정물과 달리, 특수 아이템 없이 논리 하나로 승부하는 재판이 주는 ‘순정의 맛’이 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인물은 영주 란드세다. 로젠과 맞서는 인물이니 ‘빌런’에 가까운데, 매력 있다. 그의 스탠스를 요약하자면 ‘이긴 놈 내 편’이다. 로젠이 등장하자 ‘재밌겠다’는 눈빛으로 그를 반기고, 반대로 실패하자 ‘실망했다’며 등을 돌린다. 그는 자기 이득 상관없이, 그저 똑똑한 사람을 좋아하는 인물 같다. 그래서 더 마지막까지 정체를 알 수 없었달까? 그의 정체가 무엇인지는 스포일러를 피하기 위해 여기서 이만…

  • <마녀재판의 변호인> | 기미노 아라타 | 톰캣 | 1만 8,000원

“이런 기획에서 쓰기엔 아까운 트릭 아닌가?”

아리스가와 아리스에게 바치는 일곱 가지 수수께끼

북중미 월드컵에서 일본 축구가 주목을 받았다. 새삼스럽다. 사실 그들의 시스템과 인프라는 언제나 최상급이었다. 한국 대표팀과의 격차 때문에 이번 대회에 특히 더욱 도드라졌을 뿐이다. 그렇게 잘하고도 토너먼트 첫 상대가 브라질이라니, 훌륭한 시스템도 운을 어찌할 수는 없나 보다. 그래도 그 시스템 덕에 일본은 다음 대회도, 그 다음 대회도 잘할 것이다.

최상급 시스템과 인프라를 자랑하는 것이 일본에 또 있다. 미스터리 소설이다. 매년 새로운 작가가 등장하고, 오래된 작가도 꾸준히 질 높은 작품을 발표한다. 양과 질, 완성도와 다양성 모두 부족함이 없다. <아리스가와 아리스에게 바치는 일곱 가지 수수께끼>는 시스템이 훌륭해야 나올 수 있는 책이다. ‘꾸준함을 자랑하는 오래된 작가’를 위해, 지금 가장 주목받는 대세 작가 일곱 명이 헌정 단편을 썼다. 배 아파할 시간이 없다. 즐기자.

  • <아리스가와 아리스에게 바치는 일곱 가지 수수께끼> | 아오사키 유고 외 6인 | 리드비 | 1만 8,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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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명균

매달 다섯 권의 책을 소개합니다. 기이할 기, 밝을 명, 고를 균, 이름처럼만 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