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4년차 베이커리 잡지 에디터 조한슬이다. 나는 그날 기분에 따라 어울리는 빵이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그리고 스트레스를 받을 땐 늘 같은 답이 나온다. 그럴 때는 아무래도 빵보다는 쿠키다. 쿠키는 마음이 텁텁해질 때 꺼내는 응급 키트처럼 쓴다. 서랍 한 켠에 조용히 자리하고 있다가, 필요한 순간 정확하게 기능한달까. 부담 없이 집어 들 수 있는 밀도, 입안에서 경쾌하게 부서지는 질감. 작은 조각 하나가 흐트러진 멘탈을 가볍게 정리해준다.
위기의 순간마다 쿠키를 먹다 보니 알게 됐다. 쿠키는 생각보다 단순한 세계가 아니라는 걸. 익숙한 초코와 바닐라 쿠키부터 야채, 과일, 치즈, 향신료, 허브까지. 쿠키는 생각보다 훨씬 넓은 재료 위에서 움직인다. 작아서 더 치밀하게 설계될 수밖에 없다. 한 입 안에 풍미와 식감, 온도, 여운까지 모두 담아야 하기 때문이다. 여러 번 그 경험을 반복한 나는 쿠키를 ‘달고 고소한 간식’ 정도로만 두기에 조금 억울해졌다. 그래서 디에디트에 쓰는 첫 기사는 넓은 쿠키의 세계를 제대로 영업하는 글로 정했다.
1. 메종엠오
사브레 쇼콜라

티나지 않는 기본 아이템일수록 내실이 탄탄한 브랜드의 것으로 고르곤 한다. 기본 라인일수록 꾸밈이나 군더더기 없이 본질로 승부해야 하기에, 브랜드의 실력이 선명하게 드러나기 때문이다. 쿠키의 기본이라 할 수 있는 ‘초코 쿠키’를 고를 때도 마찬가지다. 누구에게나 익숙한 초코의 맛을 질리지 않게 풀어내면서도, 뚜렷한 인상을 남길 ‘한 끗’까지 갖추 는 일은 생각보다 쉽지 않다. 그럴수록 자연스럽게 믿고 먹을 수 있는 디저트 브랜드를 찾게 된다. 내게 그 선택은 ‘메종엠오’다.

메종엠오 매장을 찾게 되면 클래식에 섬세한 변주를 더한 쁘띠 가또를 즐기고, 집이나 외출할 때는 미리 사둔 쿠키를 꺼내 먹으며 그 디저트를 일상으로 이어간다. 그중 ‘사브레 쇼콜라’는 디테일을 아는 어른들을 위한 초코 쿠키다. 한입 베어 무는 순간 진한 카카오 향이 깊게 퍼지고, 다크 초콜릿 칩이 톡톡 씹히는 식감 사이로 게랑드 소금이 더해져 감칠맛을 한층 끌어올린다. 고급스러운 ‘단짠’의 균형이 돋보이는 이 쿠키는 하루의 긴장을 풀고 마음이 편안해지는 저녁 시간, 와인과 함께 여유롭게 즐기기 좋다. 과하지 않게 절제된 단맛 덕분에, 먹을수록 균형감이 더욱 또렷하게 느껴진다. 메종엠오 온라인 스토어에서도 구매할 수 있다. 링크는 [여기].
- 메종엠오 방배본점
- 서울 서초구 방배로26길 22 1층 코너
- @maison_m.o
2. 유나
라벤더&코리앤더 초콜릿 샌드 쿠키

평소 확고했던 취향이 예상치 못하게 뒤집힐 때 나는 기분 좋은 전환을 느낀다. 개인적으로 음식에 향신료가 들어가는 것을 선호하지 않지만, 유나의 쿠키 덕분에 생각이 바뀌었다. 유나는 향신료와 허브를 주재료로 쿠키를 선보이는 브랜드다. 월요일부터 수요일까지 온라인 주문이 가능하며, 비정기적으로 연희동 작업실을 열어 오프라인 구매도 가능하다. 특히 온라인 주문은 마치 티켓팅을 방불케 할 정도로 경쟁이 치열하지만, 그 과정을 감수하고서라도 손에 넣고 싶은 가치가 충분한 맛을 자랑한다.

‘라벤더&코리앤더 초콜릿 샌드 쿠키’는 부드럽고 차분한 라벤더와 코리앤더를 블렌딩한 버터 쿠키 사이에 화이트 초콜릿을 샌드한 제품이다. 입안에 퍼지는 코리앤더 특유의 상큼한 풀잎 향은 낯설지만 계속 생각나는 중독성을 지녔다. 그 낯섦은 견고한 취향의 경계를 조용히 넓혀준다.
미술을 전공한 오너 셰프의 감각은 맛뿐 아니라 쿠키의 디자인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이 제품은 작은 브로치에서 영감을 받아 제작된 것으로, 샌드 쿠키 표면에 새겨진 섬세한 문양 또한 인상적이다. 구매는 [여기]에서 할 수 있다.
3. 미드메
치즈 비에누아

‘미드메’는 MBC <나 혼자 산다>의 한 출연자가 서촌 빵지순례 코스로 소개하며 유명세를 얻었지만, 그 이전부터 디저트 애호가들에게 꾸준히 사랑받아 온 파티스리다. 이곳에서는 “어떤 메뉴가 가장 맛있냐”는 질문이 큰 의미가 없다. 구움과자부터 비에누아즈리, 케이크, 그리고 쿠키까지 어느 하나 빠지지 않고 완성도가 높기 때문이다.
보통 디저트숍의 쇼케이스를 보면 케이크나 비에누아즈리가 중앙을 차지하고, 쿠키는 한쪽에 놓이기 마련이다. 상대적으로 주목도가 낮고 회전이 느려 바삭함이 생명인 쿠키는 제 맛을 잃기 쉽다. 그러나 미드메의 쿠키는 언제 구매해도 바삭한 식감을 유지한다. ‘쿠키까지 맛있으면, 다 맛있는 집’이라는 내 오랜 지론에 비춰봤을 때, 미드메는 충분히 신뢰할 만한 곳이라 할 수 있겠다.

미드메의 쿠키 라인업 중 하나인 치즈 비에누아는 ‘쿠키는 달다’는 고정관념을 깨는 세이버리 메뉴다. 반죽에는 파르메산 치즈를 넣고, 그 위에 그라나파다노 치즈를 한 번 더 더해 짭짤하면서도 고소한 풍미를 살렸다. 특히 감자가 들어가지 않았음에도 감자를 떠올리게 하는 맛이 느껴지는데, 이는 품질 좋은 버터와 치즈가 어우러질 때 자연스럽게 드러나는 풍미라고.
- 미드메 파티스리
- 서울 종로구 자하문로 36 1층
- @midme_official
4. 비스퀴테리 산
사블레 얼그레이

베이커리 업장에서 단일 품목으로 운영한다는 건 큰 용기가 필요한 일이다. 그 품목에 대한 확실한 전문성과 철학이 없다면 쉽게 선택할 수 없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2024년 마포구 성산동에 문을 연 ‘비스퀴테리 산’은 ‘쿠키’라는 한 가지 주제로 자신들만의 색을 분명히 드러내고 있다.
좋은 재료를 사용해 기본에 충실한 맛을 자랑하는 제품들을 선보이며, 매일 하나하나 직접 구워내 바삭한 식감과 재료 본연의 풍미를 또렷하게 끌어올린다. 요즘처럼 화려한 비주얼과 과한 토핑이 넘쳐나는 트렌드 속에서, 이곳의 과자는 오히려 담백한 인상을 남긴다.

특히 ‘사블레 얼그레이’는 매장 초창기부터 함께해온 시그니처 메뉴 중 하나. 이름 그대로 한입 베어 무는 순간 얼그레이 특유의 향이 가장 먼저 퍼지며 버터의 고소함과 어우러져 깊고 우아한 여운을 남긴다. 비스퀴테리 산은 우리가 ‘얼그레이’를 떠올렸을 때 가장 직관적으로 그려지는 향을 쿠키 안에 온전히 담아내기 위해, 스리랑카산 얼그레이를 사용했다. 과하지 않지만 분명하게 존재감을 드러내는 향, 그리고 사블레 특유의 가볍게 부서지는 식감이 조화를 이루며 클래식한 매력을 완성한다.
- 비스퀴테리 산
- 서울 마포구 월드컵북로 121-8 1층 101호, 103호
- @biscuiterie.san
5. 꾸꾸
딸기 머랭 쿠키

쿠키는 일반적으로 버터를 사용해 만드는 것이 정석이지만, 최근에는 한입 크기로 간편하게 즐길 수 있는 다양한 디저트까지 ‘쿠키’라는 이름으로 불리며 그 범위가 점점 넓어지고 있다. 이번에 소개하는 제품은 가벼운 식감을 지니면서도 달콤함만큼은 버터 쿠키에 뒤지지 않는, 특별한 머랭 쿠키다. 머랭은 보통 단독으로 즐기기보다 타르트나 케이크의 구성 요소로 더 자주 쓰이지만, ‘꾸꾸’의 머랭 쿠키는 바삭하게 부서지면서도 입안에서 사르르 녹아내리는 식감으로 한 번 경험하면 쉽게 잊히지 않는다.

흰자와 설탕으로 만드는 머랭은 자칫 달걀의 비린 향이 도드라질 수 있는데, 꾸꾸의 딸기 머랭 쿠키는 이 단점을 깔끔하게 잡아내고 딸기의 상큼함을 더했다. 특히 과하게 달지 않은 딸기의 산뜻한 산미가 머랭의 가벼운 단맛과 겹치며, 입안에서 맛을 한층 더 풍부하게 만들어준다. 머랭 쿠키에는 홍차를 곁들이면 감미로운 과일향이 입안에 은은하게 퍼질 것이다. 이예은 오너 셰프는 이 딸기 머랭 쿠키를 점심 이후, 오후 2시 무렵 졸음과 피로가 밀려올 때 산뜻하게 즐기길 추천한다. 머랭은 습기를 쉽게 머금는 특성상 겨울부터 5월까지만 선보이는 시즌 메뉴다. 그만큼 가장 좋은 상태에서 맛볼 수 있는 시기를 놓치지 않길.
- 꾸꾸
- 서울 서초구 방배천로6길 38-1 1층
- @coucou_seoul
6. 베이킷
말차 비엔누아

숙대입구 인근 디저트숍 ‘베이킷’은 재료 본연의 가치에 집중해, 익숙한 제과의 맛에 새로운 결을 더한 구움과자와 케이크를 선보인다. 소금 초코 마들렌과 피스타치오 피낭시에, 스퀘어 케이크와 함께 꾸준히 사랑받는 메뉴는 단연 ‘말차 비엔누아’다.

힘들이지 않아도 부드럽게 부서지는 질감과, 진하지만 과하지 않게 조절한 말차의 농도가 특징이다. 입안에 퍼지는 깊고 선명한 말차의 풍미는 단순한 쌉싸름함에 머무르지 않고, 차분한 풍미를 길게 드리운다. 쿠키의 반쪽에 입힌 다크 초콜릿은 말차의 맛을 감싸며, 버터의 풍미와 자연스럽게 어우러져 각 요소가 끊김 없이 이어지는 맛을 완성한다.
말차 비엔누아는 한 개만으로도 충분히 만족감을 느낄 수 있는 크기다. 심서연 오너 셰프는 말차 비엔누아를 커피와 함께 즐기기를 추천한다. 먼저 아무것도 곁들이지 않고 쿠키 본연의 질감과 말차의 향을 온전히 느껴보고, 이후 커피를 더해 풍미의 층을 확장해보는 것도 좋다. 조금 더 부드럽고 든든한 조합을 원한다면 우유와 함께 즐겨도 좋고, 어떤 음료와 곁들여도 무리 없이 어우러져 차분한 디저트 타임을 완성한다.
- 베이킷
- 서울 용산구 청파로45길 32 1층
- @bakeat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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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한슬
많이 먹는 것보다 제대로 먹는 사람입니다. 빵과 디저트를 맛보고 신중하게 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