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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도 입문을 위한 기본 구매 가이드

어떤 다구로 찻자리를 여느냐가 그날의 맛과 기분을 좌우한다.
어떤 다구로 찻자리를 여느냐가 그날의 맛과 기분을 좌우한다.

2026. 02. 18

안녕, 차를 좋아하는 객원 에디터 박주연이다. Car 말고 Tea. 요가를 할 땐 요가바지를 입어야 하고 위스키는 위스키잔에 마셔야 한다. 요가바지를 입으면 요가를 대하는 마음가짐이 달라지고 위스키잔에 담긴 위스키를 마셔야 깊은 맛을 제대로 느낄 수 있다. 기분 탓이 아니고 진짜다. 차도 마찬가지다. 차를 마시려면 차의 맛을 높이고 기분을 좋게 만드는 도구가 필요하다.

차 생활을 흔히 ‘끽다생활’이라고 표현한다. 끽다는 ‘먹을 끽(喫)’, ‘차 다(茶)’. 차를 마신다는 뜻이다. 다만 여기서 말하는 끽다는, 그냥 마시는 행위에 그치지 않는다. 찻잎을 고르고, 물의 온도를 재고, 기다렸다가, 나누는 일까지. 차 한 잔을 둘러싼 전 과정의 의식에 가깝다. 이 의식을 제대로 즐기려면 제대로 된 도구가 필요하다.

어떤 다구로 찻자리를 여느냐가 그날의 맛과 기분을 좌우한다. 같은 차라도 어떤 다관에 우리느냐, 어떤 잔에 따르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인상을 남긴다. 그날의 차와 기분에 맞춰 다구의 재질과 모양을 고르는 일은, 차를 마시기 전의 작은 준비 운동 같은 것이다.

이제 막 차를 시작했다면, 모든 걸 한 번에 갖출 필요는 없다. 꼭 있어야 하는 다구와 없어도 되지만 있으면 기분이 좋아지는 다구까지, 이 글에서 그 첫 기준을 정리해보려 한다.


꼭 있어야 하는 다구 4종

첫 번째, 찻잎을 우리는 다관

타이베이 ‘liquide ambre’라는 찻집에서 차를 우려준 여러 종류의 다관, 모양에 따라 조금씩 기능이 다르다

티백이 아닌 찻잎으로 차를 내려 마시겠다고 마음먹었다면, 가장 먼저 필요한 건 다관이다. 찻주전자를 부르는 이름은 다양하다. 다관, 다호, 차호 등으로 불리는데, 이 중 다관은 차를 우리는 모든 형태의 주전자를 통칭하는 가장 무난한 표현이다. 다관을 고를 때는 세 가지만 보면 된다. 재료, 모양, 그리고 용량. 

내가 쓰는 다관

최근 대만에서 세 개의 다관을 새로 구매했다. 왼쪽은 온갖 차(백차, 홍차, 녹차, 우롱차 등)를 두루 우리기 좋은 도자기 다관, 바로 오른쪽은 보이차를 위한 전용 자사호. 보이차를 즐기게 된다면 자사호를 하나 들이기 추천한다. 자사라는 흙이 가진 성질의 특성상, 보이차가 가진 발효취와 흙내를 눌러주고 떫고 거친 맛을 정리해주기 때문에 자사호가 보이차와 가장 어울린다고 흔히들 말한다. 맨 오른쪽은 ‘개완’이라고, 중국에서 보다 캐주얼하게 쓰이는 일상 다구다. 뚜껑을 살짝 젖혀 생긴 틈으로 차를 따르는데 일반적인 손잡이형 다관과는 또 다른 매력이라 손이 자주 간다.

두 번째, 공평하게 차를 나누기 위한 공도배

‘공부차’의 유리로 만든 공도배로, 손잡이가 있어 편리하고 수색을 볼 수 있어 초심자에게 좋다

공평할 공(公), 길 도(道), 杯(잔 배). 공도배는 차를 고르게 나누기 위한 그릇이다. 차를 모르던 시절엔 이런 생각을 했다.

‘다관에서 차를 우리고, 그대로 찻잔에 따르면 되는 거 아닌가. 굳이 중간에 하나를 더 거칠 필요가 있을까.’

하지만 찻자리를 몇 번 갖게 되면 금방 알게 된다. 따르는 순서에 따라 차의 맛이 달라진다는 걸. 먼저 따른 잔은 연하고, 마지막 잔은 진해진다. 다관에 차가 남아 있는 동안에 찻잎에서 차가 계속 추출돼, 쓴맛도 함께 따라온다. 그래서 다관에서 차를 다 우렸다면, 공도배에 모아 그 차를 다시 찻잔에 나눠 따른다. 혼자 마시는 차든, 여럿이 함께하는 자리든, 모든 잔의 맛을 같게 만들기 위한 과정이다. 공도배를 고를 때는 다관과 마찬가지로 세 가지를 보면 된다. 재료, 용량, 그리고 형태. 

❶ 재료: 공도배는 보통 유리나 도자기로 만들어진다. 나는 도자기 재질의 공도배를 쓰고 있지만 초보자에게는 유리 공도배가 더 나을 수 있다. 차의 수색이나 상태를 한눈에 확인하기 쉽기 때문이다.

❷ 용량: 150ml 전후면 충분하다. 혼자 마실 때도, 두 사람 이상이 함께할 때도 무리 없이 쓸 수 있는 크기다.

❸ 형태: 먼저 주둥이는 짧고 넓은 쪽이 좋다. 물줄기가 안정적이고, 찻잔에 따를 때 차를 흘릴 일이 적다. 또 하나는 입구의 모양이다. 찻잎 상태에 따라 다관에서 공도배로 차를 부을 때 한 번 걸러야 하는 경우가 있다. 이때 거름망을 얹어 쓰기 때문에, 입구가 지나치게 좁거나 특이한 형태는 피하는 편이 좋다.

내가 쓰는 공도배

앞서 말했듯, 나는 도자기 공도배를 쓴다. 열이 손으로 바로 전해지지 않아 손잡이가 필요 없고, 그 덕에 디자인이 심플해서 좋다. 옆의 것은 거름망으로, 찻잎 가루가 많은 차를 우릴 때 공도배 입구에 얹어 사용한다.

세 번째, 차와 나 사이의 찻잔

최근, 타이베이의 앤틱 티웨어 숍 ‘인래풍’에서 여러 재질과 모양의 찻잔에 차를 테이스팅해봤다

찻잔은 아무리 많이 가지고 있어도, 또 갖고 싶어진다. 다관이나 공도배처럼 실용을 따지게 되는 도구와는 조금 다르다. 가격대도 다양하고, 부피도 크지 않다. 그래서인지 찻잔만큼은 굳이 하나만 써야 할 이유가 잘 떠오르지 않는다. 취향이 생기면, 그때그때 마음이 가는 잔을 하나씩 더 들여도 괜찮다고 생각한다.

내 취향은 꽤 분명하다. 도자기가 아주 얇아서 잘못 쥐면 바스러질 것 같은 느낌, 입술 가운데에 자연스럽게 포개지는 꽃잎 모양의 디자인. 대신 잔의 높이는 너무 낮지 않은 쪽이 좋다. 낮은 찻잔은 심리적으로 불안하다. 차를 마시는 동안에 손에 잔을 쥔 감각이 안정적이길 바란다.

다만 이 글은 시작하는 사람을 위한 가이드이니, 취향 이야기는 잠시 접어두고 기준부터 정리해본다. 찻잔을 고를 때 살필 것은 재료, 형태, 두께다. 

❶ 재료: 다관과 같은 이유로 도자기가 가장 무난하다. 향이나 맛의 흡착이 거의 없고, 차의 성격을 왜곡하지 않는다. 유리는 차가 빨리 식고, 자사 재질은 한 가지 차만 담는 편이 좋아 입문 단계에서는 다소 부담스럽다.

❷ 형태: 와인잔도 입구가 벌어진 잔과 오므라든 잔의 쓰임이 다르듯, 찻잔도 마찬가지다. 입구가 벌어진 잔은 향과 맛을 빠르게 풀어낸다. 직관적으로 차를 느끼고 싶을 때 좋다. 반대로 입구가 오므라든 잔은 향을 모아준다. 차의 향을 조금 더 오래 붙잡아두고 싶을 때 어울린다. 

❸ 두께: 얇은 찻잔은 입술에 닿는 감촉이 섬세하고, 차의 미묘한 결을 잘 전해준다. 대신 조심스럽다. 두꺼운 찻잔은 열 보존이 좋고, 손에 쥐었을 때 안정감이 있다. 처음이라면 두꺼운 잔에서 시작해, 점점 얇은 잔으로 취향을 넓혀가는 편이 좋다.

다른 다구에 비해 찻잔은 정답이 없는 도구라고 생각한다. 마음이 움직이는 쪽으로 조금씩 늘려가면 된다.

내가 쓰는 찻잔

여러 찻잔을 쓰지만, 굳이 고르자면 이 두개다. 하나는 얇은 도자기 찻잔. 차의 섬세함이 잘 느껴지고, 손에 쥐었을 때 안정감이 있어 자주 쓰게 된다. 다른 하나는 유리 찻잔이다. 수색이 또렷하게 보이고, 빛이 투과돼 테이블 위로 반사되는 순간이 좋다. 맛보다는 장면을 즐기고 싶은 날에 꺼낸다.

마지막, 아직 마음의 준비가 안됐다면 티머그

가장 일반적인 형태의 티머그로, 위 제품은 ‘맥파이앤타이거’의 스튜디오 토림 티머그

뭐든 취미가 되면 돈이 많이 든다. 좋아하는 마음이 깊어질수록 안 사면 안 될 것 같은 물건이, 안 사도 그만이지만 그러면 안 될 것 같은 물건이 계속 보인다. 아직 차를 잘 모르는데, 하지만 마셔보고는 싶고, 본격적이긴 부담스럽다면 ‘티머그’ 하나로 시작해보자.

티머그는 다관, 공도배, 찻잔이 하나로 합쳐진 형태라고 보면 된다. 뚜껑을 열고 찻잎을 넣어 차를 우린 후 거름망을 들어내 차를 거름망 아래로 흘려보내고 거름망을 빼면 끝. 이 자체를 컵으로 사용해 마셔도 되고, 한쪽에 공도배의 주둥이 역할과 같은 기능이 있는 티머그라면 공도배처럼 사용해 찻잔에 조금씩 부어 마셔도 좋다.

내가 쓰는 티머그

맥파이앤타이거의 티머그는 내가 친구들에게 자주 선물해왔던 아이템이지만 정작 나는 한 번도 써본 적은 없었다. 최근에 친구에게 선물을 받아 보니 정말 간편해 일상적인 차생활에 좋다. 육대다류보다는 쑥차, 메밀차처럼 물처럼 음용하기 좋은 대용차 전용으로 사용해볼 예정이다.


없어도 되지만 있으면 기분 좋아지는 다구 2종

첫 번째, 차총은 내 친구

‘부부티하우스’의 차총

찻자리에 두는 오브제 ‘차총’이다. 기능이 뭐냐고? 귀여운 게 제 역할이며 기능이다. 그래서 좋은 차총이라든지 차총 고르는 가이드라든지 하는 건 없다. 그냥 찻자리에 올려두고 싶은 귀여운 차총을 고르면 그만이다.

차총은 풀어서 ‘차 친구’라는 뜻이라, 차를 마실 때 차판 위에 올려 차총에게도 차를 끼얹어주기도 한다. 나만 마실 수는 없으니까. 글로 적어보니 다소 이상한 사람 같지만 실제로는 그다지 이상하지 않다(믿어주길).

차총 중에 제법 기능을 가진 차총도 있는데, 뜨거운 물을 부으면 색이 변하는 변색차총과 물을 뿜어내는 분수대 차총 두 가지다. 나는 이 분수대 차총을 친구로 두고 있는데, 뜨거운 물을 부어 기공을 열어 준 후 차가운 물에 담궜다가 다시 뜨거운 물을 부으면 압력차로 빨아드렸던 차가운 물을 마늘에 붙은 개구리 입으로 뿜어내는 묘기를 보여준다. 이런 친구랑 차 안 마시는 방법, 나는 모른다.

두 번째, 살포시 톡 놓는 뚜껑 받침

‘오후반차’의 뚜껑 받침

차는 한 번 마실 때 세 탕 이상 우려 마시게 된다. 다관에 차를 우리고 공도배에 모두 따른 후에는 보통 뚜껑을 열어두는 게 좋다. 뚜껑을 닫아두게 되면 뜨거운 수증기가 다관 안에 갇혀 찻잎이 계속해서 익게 되고 이 경우 다음 차를 우릴 때 찻잎의 안 좋은 쓴맛, 텁텁한 맛 등이 우려질 수 있다. 뚜껑 받침은, 이렇게 열어둔 뚜껑을 올려두는 용도다. 그냥 바닥에 내려놓으면 안 되나 싶을 텐데, 그래도 된다. 없어도 되지만 있으면 기분 좋아지는 다구로 뚜껑 받침을 소개한다. 귀여움이 세상을 구하듯 귀여운 뚜껑 받침이 찻자리를 구할지도.


사실 이 뿐만 아니라 물의 온도를 정확히 알 수 있는 포트, 찻잎의 그램 수를 정확히 재기 위한 전자저울 등 기본이라면 기본이라 할 수 있을 다구는 수없이 많다. 하지만 나 역시 이 다구들을 하나씩 하나씩 늘려가는 재미로 끽다생활을 즐기고 있다. 한 번에 다 갖추기보단 차에 대해 늘어가는 관심만큼 다구도 늘려가면 좋다.

차총 뿐 아니라 인간차총(?)이 많아지는 그날을 꿈꾼다. 더 많은 사람들이 끽다생활을 즐기고 찻자리를 함께 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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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연

이롭게 쓰이길 바라며 오늘도 씁니다. 글로자 박주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