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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폰17이 진국인 이유

아이폰17과 17 프로 모두 써봤습니다
아이폰17과 17 프로 모두 써봤습니다

2025. 10. 22

안녕하세요, 아이폰 3GS 시절부터 아이폰을 써 온 이주형입니다. 전통적으로 9월에 아이폰이 출시되자마자 사전예약으로 구매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얼리어답터입니다. 그래서 늘 대부분의 판매는 프로나 과거 아이폰 미니와 같은 새로운 폼 팩터를 가진 모델에 몰려 있었고, 국내에서 예약 판매를 할 때도 보통 프로 모델이 가장 빠른 속도로 품절되었죠.

하지만 올해는 뭔가 다릅니다. 아이폰17 일반형 모델이 가장 빠른 속도로 품절됐거든요. 심지어 디에디트 사무실에서도 일반형 아이폰17을 예약 주문했지만, 출시 한 달이 지난 지금까지도 받지 못했다는 얘기를 들었을 정도예요.

그렇다면 어쩌다 올해는 일반형 아이폰17이 대세가 됐을까요? 그 이유를 아이폰17 프로와 함께 비교해 보며 얘기해 볼게요.

아이폰17의 외관은 카메라 플래토가 미친 존재감을 드러내는 아이폰17 프로나 두께로 승부하는 아이폰 에어와 다르게 전작인 아이폰16과 크게 다르지 않아 보입니다. 차분한 색감이 주를 이루는데요. 리뷰용으로 사용한 세이지 컬러는 말차 가루로 코팅을 한 듯한 느낌으로 가장 인기가 많다고 합니다.

전면을 보면 6.3인치로 화면이 살짝 더 커진 걸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아이폰17은 여태까지 애플이 기본형 모델에 끈질기게 넣어주지 않았던 디스플레이 옵션의 업그레이드를 한꺼번에 받았습니다. 먼저, 최대 120Hz까지 올라가는 가변형 주사율(프로모션)을 지원하며, 상시 표시형 화면(AOD) 역시 지원합니다. 최대 밝기는 3,000니트까지 올라갔고, 거기에 커버 유리는 기존의 세라믹 쉴드보다 3배 더 강한 보호 성능과 함께 반사방지 코팅이 추가된 세라믹 쉴드 2가 입혀졌어요. 사실, 면면히 비교해 보면 사실상 아이폰17 프로와 크기까지 같은 사양의 화면입니다. 2018년 아이폰 Xs와 Xr, 두 가지의 라인업으로 쪼개진 이후 처음으로 모든 아이폰 라인업이 크기를 제외한 디스플레이 스펙을 동일하게 공유하게 된 셈이죠.

특히 많은 분이 120Hz를 2025년에 와서야 지원한다는 사실에 감격…이 아니라 어이없어할 것 같네요. 물론 120Hz도 중요하지만, 제가 훨씬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바로 ‘가변 주사율’입니다. 저는 여전히 생각 외로 많은 일반 소비자가 더 높은 주사율에 민감하게 반응하지 않는다고 생각하지만, 보는 콘텐츠에 따라 주사율이 바뀌는 가변 주사율은 전력 소모, 즉 배터리 시간에 큰 영향을 끼치거든요.

우리 모두가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일반적인 패턴을 생각해 볼까요? 우리는 스마트폰으로 소셜 미디어 포스트나 인터넷 기사를 보거나, 영화를 보고, 가끔 게임도 합니다. 생각해 보면 120Hz 속도가 필요한 경우가 많지 않습니다. 게임은 최대 초당 60프레임 정도로 돌아가는 경우가 많고, 영화와 드라마는 보통 초당 24프레임, 글을 읽을 때는 아예 화면이 정지해 있죠. 초당 120번 화면을 바꾸는 120Hz의 속도가 필요한 경우는 보통 빠른 스크롤링이나 UI 애니메이션이 필요할 때 정도입니다.

가변 주사율은 이렇게 최대 속도가 필요하지 않을 때는 화면이 새롭게 다음 장면을 띄우는 비율을 줄이는 기술입니다. 특히 아이폰17의 화면은 화면이 정지해 있을 때는 1Hz까지, 영화와 드라마를 볼 때는 최대 주사율의 20% 수준(24Hz)으로 속도를 줄일 수 있어요. 화면이 배터리 소모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치는 부품 중 하나이기 때문에 이렇게 주사율이 줄어들면 배터리 시간이 늘어나는 데 큰 도움이 됩니다. 아이폰17은 전작인 16에 비해 동영상 재생 시간 기준 무려 8시간(22시간에서 30시간)이 늘어났는데, 물론 다른 부분에서도 조금씩 기여를 했겠지만, 동영상을 볼 때 주사율을 60Hz 고정이었던 아이폰16과 비교해 최대 40% 수준까지 낮출 수 있게 된 것이 큰 도움이 됐을 겁니다.

아이폰17은 여기에 경도를 3배 놓인 세라믹 쉴드 2와 반사방지 코팅도 들어가 있습니다. 울트라 모델에만 들어가는 갤럭시 S25와 비교해서 일반형까지 넣어주는 건 매우 좋았지만, 아쉽게도 반사방지의 효과가 S25 울트라보다는 좀 덜한 편입니다. 경도와 반사율 사이의 균형을 잡으려는 게 아니었을까 추측해 봅니다. 하지만 제가 기존에 쓰던 아이폰16 프로와 비교하면 눈에 띄게 개선되긴 했습니다.

아이폰17이 17 프로나 에어와 공유하는 다른 하드웨어 기능으로는 새로운 전면 카메라가 있습니다. 이 전면 카메라 역시 맥북이나 아이패드 라인업에 적용됐던 센터 스테이지 기능이 적용됐지만, 이를 새로운 하드웨어와 조합합니다. 바로 양 모서리의 길이가 같은 정방형 센서에요. 정방형 센서를 적용하면서 폰을 돌릴 필요 없이 가로 사진을 찍을 수 있고, 실제로 네 명 이상의 사람들이 모이면 가로로 자동 전환됩니다. 센서 자체도 크기가 커져서 화질 면에서도 개선되었어요.

가로로 찍고 싶으면 가로로 돌리면 되는데 이게 뭐가 대단한지 궁금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옛날 세로로 전면 카메라가 배치돼 있었던 아이패드에서 가로로 화상 회의를 들어가 보면, 카메라 배치가 좀 이상하다는 느낌을 받았을 겁니다. 우리는 화면을 바라보고 있지만, 카메라는 왼쪽에 있어서 시각차가 발생하기 때문이에요. 카메라를 화면 위에 그대로 두면 이러한 시각차가 없어서 좀 더 자연스럽게 셀카나 셀프 영상을 찍을 수 있게 되는 것이죠.

(아이폰17 프로로 찍은 사진이지만 일반형 아이폰17과 같은 광각 카메라 시스템을 공유하고 있어 샘플로 사용했습니다.)

아이폰17의 후면 카메라에서 개선된 부분은 바로 광각 카메라입니다. 16 프로가 그랬듯이 4,800만 화소 센서로 바꿨습니다. 광각 사진뿐만 아니라 광각 카메라를 사용하는 근접 촬영에서 더 나은 화질을 기대할 수 있죠. 새로운 광각 카메라 역시 17과 17 프로의 차이를 줄여주는 포인트가 됩니다.

올해는 정말 아이폰17 기본형을 강력하게 추천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위에 언급한 대로 실생활에 필요한 스펙에서 많은 부분을 프로급으로 따라잡은 것도 있지만, 무엇보다 가성비가 좋거든요. 아이폰17 역시 17 프로와 똑같이 기본 용량이 256GB에서 시작하지만, 가격이 159만 원에서 179만 원으로 20만 원이 오른 17 프로와 다르게 129만 원으로 고작 4만 원 정도만 올랐습니다. 예약 판매 당시 일반형 재고가 난리 난 것도 이해가 되긴 하네요. 지금 이 기사를 읽고 있을 대부분의 여러분도 17 일반형으로 충분히 만족할 겁니다.

… 혹시 만족을 못 했다고요? 그렇다면 아이폰17 프로에 대해 얘기해 보도록 하죠.

올해 아이폰17 프로는 새로운 디자인으로 엄청난 존재감을 뿜습니다. 그게 좋은 방향인지 아닌지는 여러분의 판단이겠지만, 저는 2021년 맥북 프로의 리디자인 때처럼 프로라는 이름에 알맞은 기능과 성능을 우선시한 디자인으로 방향을 잡은 거 같아 마음에 듭니다. 전반적으로 탱크 같은 비주얼이라고나 할까요.

실제로 아이폰17 프로의 디자인에는 성능을 우선시한 선택지를 고른 게 보입니다. 카메라 플래토는 아이폰 에어와 비슷하게 메인 보드 등의 부품과 함께 새로운 망원 카메라를 넣기 위해 만들어졌고, 티타늄마저 포기하고 애플이 아이폰에서는 처음으로 시도한 유니바디 알루미늄 섀시와 베이퍼 챔버 냉각은 열을 최대한 빨리 방출시키기 위해, 그리고 세라믹 쉴드로 된 뒤판은 섀시 전체를 알루미늄으로 만들었으니 무선 신호와 맥세이프를 비롯한 무선 충전을 위해 필요했죠.

그리고 발열을 제어하기 위한 이런 설계는 실제로 효과가 있었습니다. 직전 모델인 아이폰16 프로 라인은 발열 때문에 이래저래 말이 많았었죠. 저도 개인 폰인 16 프로 맥스를 차에서 무선 카플레이로 연결해 두면 발열 때문에 중간에 유선 충전이 중단되는 일이 자주 발생했는데, 17 프로는 2주 정도 써 보면서 발열 문제에서는 꽤 자유로워진 모습을 보입니다. 햇빛이 강한 야외에서 사용할 때 열 때문에 화면이 어두워지는 일도 17 프로에서는 훨씬 덜 발생했고요. 여기에 A19 프로 칩 역시 공정과 아키텍처 개선으로 16 프로에 탑재했던 A18 프로보다 전성비가 더 나아진 느낌이 들었습니다.

배터리 역시 16 프로 맥스보다도 더 오래 버텼습니다. 저는 <피크민 블룸>과 같이 계속해서 백그라운드에서 위치 정보를 받아야 하는 앱들을 많이 사용해서 16 프로 맥스도 하루를 못 버틸 정도로 가혹하게 사용하는 편입니다. 그러다 보니 외출할 때 중간에 충전할 수 없다 싶으면 늘 보조 배터리를 챙겼는데요. 17 프로를 사용할 때도 습관적으로 보조 배터리를 챙겼지만, 실제로 배터리가 필요한 일이 16 프로 맥스 때보다 훨씬 적었습니다. 급속 충전을 할 때도 실제로 16 프로와 비교해 충전 속도가 늘어나기도 했고, 발열 통제가 더욱 수월해진 덕분에 그 최고 속도를 더 오래 유지할 수 있어서 더 빠른 충전 속도를 보이기도 했습니다.

디자인 외에 아이폰17 프로가 일반 모델에서 차이를 보이는 가장 큰 부분은 바로 카메라입니다. 올해 아이폰17 프로의 카메라는 새로운 망원 카메라를 탑재했습니다. 풀프레임 기준 화각 100mm, 메인 카메라 대비 4배 정도의 광학 줌이 가능해요. 비록 16 프로와 비교해 망원 카메라의 기본 배율이 줄어들었지만, 센서가 4,800만으로 화소 수가 늘어나면서 여기서 가운데 정중앙을 자르는 방식의 최대 200mm(8배)까지의 확대도 가능해졌습니다. 센서도 16 프로 때보다 더 커져서 저조도 상황에서 기본 배율 기준으로는 굳이 옆에 놓고 비교를 해 보지 않아도 16 프로 맥스보다 화질이 개선된 것이 눈에 띄었어요.

작년에 16 프로의 카메라를 리뷰했을 때에도 얘기했지만, 저는 100-120mm 정도의 화각의 특수성 때문에 평소에 사용하기 쉽지 않음에도 그 특수성에서 오는 독특한 매력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생각은 17 프로의 새로운 망원 카메라를 사용하면서 더 확실해졌어요. 다만 200mm까지의 확대는 어두운 환경에서라면 디테일이 빠르게 무너지기 시작하는 편이라 웬만하면 밝은 환경에서 사용하는 것을 권장해 드립니다.

아이폰17 프로를 얘기하면서 전용 케이스 얘기도 잠깐 해볼게요. 과거 아이폰15 라인업을 출시했을 때 애플은 내부의 환경 정책을 지키기 위해 기존의 가죽 케이스 대신 파인우븐이라는 직물 소재 케이스를 선보였었는데, 심각한 내구성 문제를 겪으며 디에디트 유튜브 선정 2023년 최악의 제품으로 꼽혔었습니다. 그로부터 2년이 지나 애플은 17 프로 전용으로 테크우븐이라는 새로운 직물 케이스를 선보였어요. 이번에 17 프로를 사용하면서 테크우븐 케이스도 같이 사용해 봤는데, 미려함보다는 기능적인 선택을 한 디자인이라는 면에서 17 프로와 비슷한 점이 많은 케이스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파인우븐보다 훨씬 두꺼운 직물로 케이스를 엮어서 내구성을 훨씬 강화시켰고, 그립감도 좋아서 손에 착 달라붙는 느낌이 좋았어요. 파인우븐이 대차게 망한 것에 비하면 테크우븐은 장족의 발전이라는 생각입니다. 한술 더 뜨자면, 기능적으로는 가죽 케이스보다도 낫다고 봅니다.

이렇게 봤듯이 분명 아이폰17 프로는 일반형 아이폰17보다 더 상위 모델이고, 만약 예산이 문제가 안 된다면 프로를 사는 것이 당연히 좋은 선택일 것입니다. 하지만 저는 여전히 웬만하면 아이폰17을 사라고 추천할 것 같습니다. 올해는 가뜩이나 기능 간극도 줄어들었는데, 가격 차이는 더욱 벌어졌거든요. 아까 얘기한 대로 아이폰17은 고작 4만 원 오르는 걸로 그쳤지만, 원래 아이폰 프로 모델의 가격대를 아이폰 에어가 꿰차게 되면서 가격이 더 올라버렸습니다. 이제 일반형 아이폰17과 아이폰17 프로의 가격 차이는 무려 50만 원이 되었어요. (129만 원 vs 179만 원)

아이폰17 프로를 고르기 전에 과연 나에게 망원 카메라와 ProRes와 같은 프로 카메라 기능, 조금 더 많은 배터리, 그리고 USB 3.0의 전송 속도 등이 필요한지 자문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만약에 긴가민가하다면, 그건 필요한 게 아니라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올해는 아이폰17이 진국인 이유입니다.


아이폰17과 아이폰17 프로 샘플 갤러리

최소 해가 뜨는 시간대인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찍었습니다. 나이트 모드의 성능 자체는 놀랍지만 정확한 노출값을 잘 못 잡는 경향은 여전합니다. (덕분에 이세계적인 사진이 나왔지만요)

날아가는 까치를 잡을 수 있을 정도로 아이폰의 기본 카메라는 확실히 빠른 편입니다.

85-105mm 화각은 인물 사진 용도로도 많이 사용되는 화각입니다. 특히 상체에서 얼굴까지 찍는 하프 샷에 최적화된 화각인데요. 거리 덕분에 조리개를 너무 열지 않아도 배경을 무난하게 분리하면서, 피사체와 마주보는 듯한 거리에서 찍은 것 같은 각도를 연출할 수 있거든요. 이 두 사진은 인물사진 모드로 촬영한 사진으로, 9년 전 아이폰7 플러스로 처음 선보인 인물사진 모드가 얼마나 발전을 이루었는지 잘 보여줍니다.

쇼핑몰을 걷다가 유노윤호 팬미팅을 한다길래 200mm(8배)로 땡겨서 찍은 사진입니다. 이 정도의 줌을 이 정도의 화질로 스마트폰에서 가능하다는 것이 대단하긴 합니다.

추석을 끼고 폰을 테스트했으니 당연히 보름달 사진이 빠질 수 없겠죠? 구름이 자꾸 달을 가려서 생각보다 쉽진 않았지만, 거의 30분을 매달린 끝에 건질 수 있었습니다. 모두 좋은 한가위 되셨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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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형

테크에 대한 기사만 10년 넘게 쓴 글쟁이. 사실 그 외에도 관심있는 게 너무 많아서 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