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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차 코어, 먹지말고 뿌려요. 말차향수 5

말차 덕후를 위한 향수 
말차 덕후를 위한 향수 

2025. 06. 23

안녕하세요. 향수책 <아이 러브 퍼퓸>를 쓴 향수 읽어주는 여자, 조향사 오하니입니다. 요즘 Z세대는 건강과 웰니스를 중시하며 커피 대신 부드럽고 항산화 효과가 좋은 말차(match green tea)를 선택하고 있어요. 말차의 선명한 그린 컬러와 전통적인 리추얼은 SNS에서 힙한 감성을 표현하기에도 딱이에요. 지속가능성과 전통을 담은 의미 있는 소비가 Z세대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는 거죠. 

이런 흐름은 향수에도 그대로 이어지고 있어요. 마테차, 그린티 등의 내추럴하면서도 세련된 향은 남녀 공용으로 즐기기 좋고 계절을 타지도 않죠. 그러다 보니 지금, 가장 쿨한 선택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오늘은 그린티와 마테의 산뜻함을 담아낸 티 계열 향수 5가지를 추천할게요!


오 드 뚜왈렛

1992년, 원래 불가리의 최고급 주얼리 고객을 위한 특별한 선물로 출시된 오 파퓨메 떼 베르. 올해 천연 그린티 추출물을 함유하면서 보다 업그레이드 된 포뮬러로 새롭게 출시되었어요. 탑노트에서부터 상큼한 시트러스 레몬, 베르가못과 함께 생기 넘치는 그린 티의 향을 뚜렷하게 만날 수 있어요. 네롤리와 통카빈이 더해져서 여러 번 우려낸 희미해지는 녹차가 아니라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선명해지는 힘찬 녹차의 향기, 짙은 말차 향기를 만날 수 있어요. 인공적이기보다 자연적인 녹차의 향이라 허황되고 들뜨기보다 진중한 면모를 가진 젊음, 시작, 도전같은 단어가 떠올라요. 미래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으로 오늘을 소비하기보다 그리고 싶은 미래를 만들기 위해 자신만의 이야기를 만들어 나가는 밝은 미소가 멋진 사람의 몸에서 날 것 같은 단정한 녹차 향기랍니다. 왠지 누구보다도 일찍 아침을 시작할 것 같은 사람의 향수예요. 오 드 뚜왈렛이지만 뚜렷한 베이스노트로 지속력도 괜찮은 편이랍니다. 


오 드 뚜왈렛 

녹차 향수하면 첫번째로 떠오르는 것이 바로 엘리자베스 아덴의 그린 티입니다. 바람을 타고 날아오르는 청량하고 상큼한 레몬, 베르가못 시트러스와 그린티 향기로 탑노트부터 세차고 또렷한 것이 특징이지요. 그린티가 볼빨간 사춘기의 ‘여행’처럼 마냥 설레고 산뜻하다면 그린티 라벤더는 이무진 ‘청춘만화’처럼 설렘과 평온함이 함께하는 향수예요. 상큼한 레몬, 만다린에 시원한 민트가 탑노트에서 지난 후 그린티, 우롱티와 라벤더가 등장해요. 기존의 그린티가 너무 세게 느껴진다면 그린티 라벤더는 한층 부드럽고 잔잔한 느낌을 느낄 수 있어요. 머스크 베이스 노트라 세탁 잘 마친 섬유유연제처럼 폭닥폭닥해 편안하게 느끼는 분들이 많아서 단정하한 사람이 떠오릅니다. 오후 6시 회사 일 마치고 약속 장소에 가기 전 리프레시용으로 좋아요.  


오 드 퍼퓸  

녹차가 산화(발효)시키지 않고 찌거나 덖어 초록빛을 유지한다면 홍차는 찻잎을 산화(발효)시켜 붉은 빛을 띠죠. 르 라보 떼누아 29는 바로 그 붉은 빛을 연상시키는 티 향수입니다. 홍차는 영어로 블랙 티라고 불리울 정도로 붉은 빛이 짙어서 검정색으로 보이는데요. 르 라보 떼누아는 검정에 가까운 짙은 붉음을 향수로 만들었다고 느껴지더라고요. 누군가에게는 시큼, 쿰쿰하기도 하고, 누군가에게는 시크하고 달달하게 느껴지는 향수랍니다. 베르가못이 살짝 시트러스하게 등장한다고 말하려는 순간, 곧바로 존재감 뚜렷한 무화과, 타바코, 베티버가 함께 뭉쳐진 홍차처럼 등장하여 마른 잎, 건초 향이 쌉싸름하게 올라오는데요. 또 다른 르 라보의 티 향수를 만나고 싶다면 떼 마차 26도 추천해요. 인센스 스틱을 태우면서 녹진한 말차의 진한 향을 느낄 수 있어요. 두 향수 모두 나만의 취향이 확고하고 자신만의 미학을 추구하는 사람에게 어울립니다. 자신을 표현하는 패션 스타일을 이 향수로 완성하면 좋죠. 자신의 시그니처 향수로 입는 것이 자연스러운 사람에게 추천합니다. 


조말론 얼그레이 앤 큐컴버
Jo Malone Earl Grey & Cucumber

코롱

홍차의 일종인 얼그레이티는 베르가못 향을 입힌 티랍니다. 조말론 얼그레이 앤 큐컴버는 얼그레이티의 향을 담당하는 베르가못의 매력을 탑노트에서 만나기 좋은 향수예요. 큐컴버, 그러니까 오이의 향은 마치 자기 마음 내킬 때 집사에게 오는 고양이처럼 느껴졌다 안 느껴졌다하며 미묘한 향을 냅니다. 베르가못 얼그레이 차를 다 마신 후 바닐라 향 풍성한 케이크를 먹는 듯한 일명 에프터눈 티 향수예요. 오후 세시. 달달구리 디저트가 당길 때 티와 함께 폼 잡으면서 디저트 먹는 기분 느끼기 좋아요. 바닐라의 두터운 달달함이 느껴져서 여름보다는 가을, 겨울에 선호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여름에 시트러스 향수가 단조롭게 느껴질 때 이 향수는 어떨까요? 에어컨 빵빵한 곳에서 땀 흘릴 일 없는 일정에 추천해요. 트위드 소재나 헤링본 재킷이 잘 어울리는 사람, 디저트를 향수로 대리만족하고픈 사람, 코롱 중에 지속력이 긴 향수를 찾는 분들께 추천합니다. 


오 드 퍼퓸

답답한 코와 가슴을 시원하게 뻥 뚫어주는 향수입니다. 차가운 얼음을 가득 넣은 아이스 녹차 한 잔 마시고 밀크티까지 한 잔 더 마시는 느낌이 난답니다. 탑노트의 활발한 그린티가 샴페인 터져나오듯이 콸콸콸 쏟아지고 자작나무가 타는 연기와 함께 등장하면서 밀크티로 변신해요. 시원하고 청량한 하루를 시작하게 만들어주는 향수로 아침에 분사하면 활력을, 점심 먹고 졸릴 때나 운전하다 잠 올 때는 산뜻하게 잠을 깨워주는 역할을 할 거예요. 후덥지근한 장마철엔 시원함을 선사하는 녹차 향수랍니다. 수더분하면서 남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고 예의 바르지만 할 말은 해야 하는 사람이 떠올라요. 

About Author
오하니

오하니 조향사, 한국 니치 향수 '히어로즈 오브 코리아' 창업자이자 향수책 ‘아이러브 퍼퓸’의 저자, 유튜브 ‘향수읽어주는 여자, 하니날다’를 운영합니다. 좋은 기억과 감정을 만드는 향수와 향기로운 삶을 살고자 노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