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에디터 수은이다. 최근에 운동을 시작했다. 불규칙한 식사와 습관처럼 먹는 과자, 하루 종일 앉아서 일하다 퇴근 후 치킨을 시켜 먹고 바로 침대에 눕는 것까지. 이러다간 정말 큰일 나겠다는 생각에 집에서 가장 가까운 필라테스 샵에 가서 무작정 스타터 패키지를 끊었다. 그러면서 하나 더 시작한 게 있는데 바로 ‘과자 끊기’. 밀가루를 조금이라도 줄여보자는 생각으로 최대한 자제하는 중이다. 그런데 미처 간과한 사실이 하나 있다. 나는 본투비 ‘빵순이’라는 것. 과자 끊기의 부작용으로 빵에 대한 갈망이 2배, 아니 3배가 되었다.
어느 주말 아침, 잠에서 깨자마자 어떤 계시를 받아버렸다. ‘진짜 맛있는 에그타르트가 먹고 싶다.’ 당장 그날부터 에그타르트 맛집 도장깨기를 시작했다. 아, 참고로 나는 ‘포르투갈식 에그타르트’ 계시를 받았기 때문에 오늘 소개할 에그타르트는 모두 홍콩식이 아닌 포르투갈식 에그타르트다. 그럼, 궁극의 에그타르트를 찾아 떠나보자!
*포르투갈식 에그타르트와 홍콩식 에그타르트의 가장 큰 차이점은 타르트지에 있다. 포르투갈식은 바삭한 페이스트리, 홍콩식은 부드러운 쿠키 반죽으로 만든 타르트지이다.
바삭한 페이스트리 No.1
성수 ‘까사다루아’
첫 번째 맛집은 성수 ‘까사다루아’. 조그마한 테이크아웃 전문 에그타르트 집이다. 메뉴는 ‘에그타르트’와 ‘모카타르트’ 두 가지. 나는 한 가지 혹은 최대 두 가지 메뉴만을 집중적으로 판매하는 가게들에 대한 맹목적 믿음이 있기 때문에 먹어보지 않아도 맛있을 것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그만큼 기대가 컸고, 다행히도 만족스러운 맛이었다.
하루에 준비되는 수량이 적기 때문에 예약은 필수다. 인스타그램 DM이나 문자로 예약이 가능하고, 나는 전날 DM으로 예약을 해두었다. 매장에 도착해 작은 쪽문을 두드리면 곧바로 포장된 에그타르트를 받을 수 있다. 까사다루아의 에그타르트는 타르트지가 바삭하기로 유명한데, 보자마자 감탄이 나오는 비주얼이었다. 얇은 페이스트리가 겹겹이 쌓여 물결을 이루고 있는 모양. 마치 잔잔하게 밀려오는 파도 같기도, 수백 년의 시간이 지나 만들어진 나이테 같기도 하다.
고소한 달걀 냄새를 참지 못하고 그 자리에서 바로 하나를 입에 넣었다. 파사삭. 파사사삭. 듣기 좋은 소리를 내며 부서지는 타르트지에 그동안의 피로가 눈 녹듯이 녹아내렸다. 너무 바삭하잖아! 한 입 더 베어 물면 고소하고 달콤한 달걀 맛이 입안에 퍼진다. 달걀찜처럼 탱글한 식감. 맛이 진하고 달지 않은 담백한 필링이다. 달걀 맛이 강한 에그타르트는 자칫 비린내가 날 수 있는데, 까사다루아의 필링은 비린내가 전혀 나지 않는다. 비치된 시나몬 가루를 살짝 뿌려 먹으면 더 맛있다. 담백한 에그타르트가 취향이라면 이곳을 추천한다.
까사다루아
• 주소 | 서울 성동구 성덕정길 66 1층
• 영업시간 | 10:30 – 16:00 (월, 화 휴무 / 타르트 소진 시 조기마감)
• 인스타그램 | @casadalua_seoul
포르투갈식 에그타르트의 정석
한성대역 ‘나따드나따’
두 번째 맛집은 성북동 한성대역 근처의 ‘나따드나따’. 포르투갈어로 에그타르트를 ‘나따’라고 한다. 이곳은 세계적인 요리 학교인 파리 ‘르 꼬르동’ 출신 포르투갈인 베이커가 만드는 에그타르트로 이미 유명하다. 마침, 내가 방문했을 때 베이커의 지인으로 보이는 외국인들이 가게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는데 굉장히 포르투갈스럽다고 생각했다(가본 적은 없지만). 현지 스타일의 내부 인테리어와 음악, 잘 갖춰 입은 직원들의 유니폼도 한몫했다. 까사다루아와 마찬가지로 테이크아웃 전문점이다.
메뉴는 ‘오리지널 나따’, 설탕이 적게 들어간 ‘라이트 나따’, ‘바닐라 나따’, 그리고 포르투갈 전통 디저트인 ‘텐투갈’이다. 나는 바닐라 나따를 제외한 3가지를 모두 구매했다. 맛에 대한 리뷰를 남기기 전에 먼저 말해둬야겠다. 이곳이 오늘 소개할 4곳의 맛집 중 나의 최애 에그타르트 집이다.
파삭거리는 얇은 타르트지와 눈으로 보기에도 진한 황금빛의 녹진한 필링이 예술인데, 한입 베어 물면 타르트지가 이에 닿자마자 사방으로 흩어지면서 부드러운 커스터드 크림이 입안 가득 녹아내린다. 필링은 꽤 달달한 편. 오리지널과 라이트 2종류를 비교하면서 먹어봤는데 차이가 아주 미세해 구별이 힘들 정도다. 같은 맛이라면 조금이라도 설탕을 덜 먹는 편이 좋으니 ‘라이트 나따’를 추천한다.
포르투갈 전통 디저트인 ‘텐투갈’을 판매 중인데, 처음 보는 디저트라 신기해서 같이 구매해 봤다. 얇은 페이스트리 반죽 안에 쫀득한 커스터드가 들어있다. 짭짤한 페이스트리와 달콤한 커스터드, 약간의 시나몬이 단짠의 조화를 이루고 있는 맛이다. 한국에서는 쉽게 볼 수 없는 디저트이기 때문에 방문한다면 한 번쯤 먹어보는 것도 좋겠다.
나따드나따
• 주소 | 서울 성북구 성북로2길 22 1층
• 영업시간 | 10:00 – 20:00 (월요일 휴무)
• 인스타그램 | @natadenata1
달인의 에그타르트는 뭔가 다르다
선유도역 ‘오보타르트’
세 번째 맛집은 영등포 선유도역 근처의 ‘오보타르트’. <생활의 달인> 에그타르트의 달인으로 출연한 ‘김민호’ 셰프가 운영하는 곳이다. 달인의 에그타르트는 과연 어떤 맛일지 두근두근하며 아침 일찍 방문했다. 역시 테이크아웃 전문점.
들어가자마자 쇼케이스에 줄 맞춰 얌전히 기다리고 있던 에그타르트들이 나를 반겼다. 빠르게 주문 후 포장된 에그타르트를 들고 선유도공원으로 향했다.
적당히 앉을 만한 자리를 찾은 후, 바로 에그타르트 하나를 입에 넣었다. 빠쟉! ‘이거 뭔가 다르다.’ 타르트지가 비교적 단단했다. 마치 크루아상을 눌러 만든 ‘크룽지’처럼 얇고 빠작한 식감이다. 겉에 달콤한 시럽이 한 겹 코팅된 것 같았다. 필링 역시 다른 에그타르트와 맛이 확연히 달랐는데, 가장 먼저 떠오른 건 ‘슈크림 붕어빵’이었다. 몇 번 곱씹으며 생각해 보니 ‘아, 이거 연유 맛이네!’ 했다. 연유맛이 강한 에그타르트는 처음이라 좀 낯설었는데 먹다 보니 묘하게 맛있다. 쫄깃한 타르트지와도 잘 어울리는 맛이다. 달인의 에그타르트는 역시 뭔가 다르구나.
오보타르트 선유도역 본점
• 주소 | 서울 영등포구 양평로 112 1층
• 영업시간 | 9:00 – 19:00
• 인스타그램 | @ovo_tart
호불호 없는 에그타르트를 찾는다면
신사역 ‘나따오비까’
네 번째 맛집은 신사역 근처의 ‘나따오비까’. ‘서울 에그타르트 맛집’을 검색하면 바로 찾을 수 있는 곳 중 하나다. 대치점, 연희동점, 마곡점 등 여러 지점이 있는데 집과 가장 가까운 신사점으로 방문. 얼마 전 블로그 리뷰에서 극찬하는 에그타르트 맛집을 방문했다가 실패한 기억이 있어 약간의 의심을 품고 문을 열었다.
오늘 소개한 에그타르트 맛집 중 유일하게 취식 공간이 있는 매장이다. 커다란 쇼케이스에 클래식, 애플 시나몬, 블루베리 크림치즈, 갈릭 등 다양한 맛의 에그타르트가 쫙 깔려있다. 그중 클래식과 애플 시나몬을 하나씩 주문했다.
에그타르트를 한 입 먹자마자 조금 놀랐다. 타르트지가 굉장히 얇다. 먹다 보면 필링과 타르트지가 분리될 정도인데, 그만큼 아주 바삭하다. 필링은 탱글한 달걀찜과 녹진한 커스터드 크림의 중간 정도. 너무 달지도, 안 달지도 않은 적당한 당도에 혀가 편안했다. 가장 무난하지만 가장 완벽한 밸런스의 에그타르트다. 호불호 없이 누구나 좋아할 맛. 애플 시나몬은 시나몬 향에 달걀의 고소한 향이 가려져 조금 아쉬웠다. 클래식 에그타르트의 승리! 이곳에 방문한다면 클래식은 무조건 하나 먹어보길 바란다.
나따오비까 신사점
• 주소 | 서울 강남구 압구정로2길 37 1층 나따오비까 신사점
• 영업시간 | 10:00 – 23:00
• 인스타그램 | @nataobica_official
About Author
김수은
01년생 막내 에디터. 하고 싶은 게 많아서 일단 디에디트 입사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