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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커피 가이드: 상하이 카페 편 

아시아를 이끄는 스페셜티커피 매장 4
아시아를 이끄는 스페셜티커피 매장 4

2025. 05. 26

안녕, 나는 커피를 마시고, 글을 쓰는 심재범이다. 며칠 전 중국 상하이에 다녀왔다. 상하이는 전성기 도쿄의 세련됨, 홍콩의 자유로움, 방콕의 이국적인 매력이 멋지게 조합한 도시다. 특히, 새로운 커피 소비 강국 중국답게 특별한 스페셜티커피 매장들이 빛이 나고 있었다. 오늘은 상하이 여행 중 꼭 들러볼 만한 스페셜티커피 매장 네 곳을 소개한다.


[1]
Ops Café Taiyuan Road

첫 번째 추천 매장은 상하이 프렌치 컨세션 지역에 위치한 옵스 카페. 옵스 카페는 1995년 월드 바리스타 챔피언십 중국 국가대표 챔피언 아광과 상하이 프렌치 컨세션 용강루의 터줏대감 Café del Volcan의 헤드바리스타 시웨이가 ‘Openmind, Possibility, Space’를 컨셉으로 4평 내외의 좁은 공간에 시작한 곳으로, 다양한 식음료의 경험을 확대하는 스페셜티커피 기반 음료 매장이다. 옵스 카페는 상하이뿐만 아니라 중국 전체, 아시아를 포함해서 가장 뜨거운 스페셜티커피 매장이기도 하다.

위치는 타이위안로의 작은 건물, 10평 미만의 초미니 건물 1층이다. 매장 오픈 시간에 찾아갔는데도 불구하고 이미 열 명 내외의 방문객이 대기하고 있었다. 현지 중국인은 물론, 한국인, 일본인까지 다양했다.

매장 앞에 대기한 지 20분 정도가 지나고 내 차례가 왔다. 많은 손님들을 빠르게 소화하지 않고, 한 번에 한 팀의 손님과 소통을 기반으로 다양한 음료를 경험할 수 있게 하는 컨셉이다. 입장 직전에 담당 바리스타가 간단한 설명과 함께 중국어와 영어 메뉴를 제공했다.

옵스는 시즌에 따라서(2달에 한 번) 새로운 음료를 선보이고 있다. 매장 내부는 2개의 공간으로 나뉘었는데, 음료를 준비하는 커피바와 커피를 마시는 공간이다. 매장의 커피바는 일반 카페와 달린 파인다이닝의 주방을 연상시키는 다양한 식재료로 가득해서 인상적이었다.

추천 메뉴는 이번 시즌 메뉴인 ‘퍼플 머스카트'(보랏빛 청포도). 옵스의 퍼플 머스카트는 에티오피아 콜롬비아 블렌딩 스페셜티커피를 기반으로 피망의 달콤하고 매콤한 맛과 청포도와 청사과의 상큼함, 코코넛워터의 복합적인 질감이 절묘하게 조합된다. 직관적으로 설명하면, 한국을 대표하는 바리스타 커피템플의 김사홍 바리스타의 창작 메뉴처럼 밝고 활기차고 다이나믹한 느낌이 연상된다. 기대보다 훨씬 훌륭하다. 

이곳은 손님과 바리스타의 소통을 중요하게 생각하며 테루아를 발현하는 식재료로 복합적인 음료를 다양하게 표현하고 있다. 작고 아담하고 운치 있는 공간뿐만 아니라 섬세한 직원들의 모습까지 역시 상하이에서 가장 핫한 카페다. 커피바에서 음료를 받은 후 바로 옆의 대기실에서 카페의 분위기를 맘껏 즐길 수 있다. 창문 너머 불어오는 아련한 바람조차 아늑하고 따듯하다.


[2]
Captain George Flavor Museum

두 번째 추천 매장은 옵스 카페에서 가까운 곳에 위치한 ‘Captain George Flavor Museum’이다. 캡틴 조지는 옵스와 함께 현지인들에게 사랑받는 매장이다.  옵스에서 캡틴 조지까지 프렌치 컨세션의 여유 있는 프라타너스 가로수길을 10분 정도 여유 있게 걸었다.

프렌치 컨세션은 19세기 말 상하이 개방 시기에 프랑스인들이 정착한 지역으로 지금도 유럽 특유의 인프라와 문화유적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고풍스러우면서 우아한 프렌치 컨세션은 서울 서촌의 문화적 분위기와 서울 연남, 성수를 연상시키는 예술가적이면서 개성 있는 바이브가 복합적으로 섞여 있다. 옵스가 커피인들 이외에도 전국적인 인플루언서들이 방문하는 곳이라면, 캡틴 조지는 현지의 바리스타들이 앞다투어 추천하는 매장이다. 

화사한 햇살의 상하이 도심 속 캡틴 조지는 매장 내 조도가 매우 낮은 차분한 공간이다. 빈티지 스케일과 영국식 오래된 골동품들이 세련되게 비치되어 있으면서, 지금 상하이에서 가장 다양한 스페셜티커피를 선보이고 있다. 커피의 종류는 총 3가지. 브라질의 명품 농장 다테하 특별 원두, 에티오피아 싱글오리진을 포함해 콜롬비아 엘로블 싱글오리진 커피를 선택할 수 있었다. 

위 3종류의 커피를 기반으로 다양한 커피를 선택할 수 있는데, 바리스타의 추천으로 체험 커피 세트를 주문했다. 콜롬비아 엘로블 농장의 싱글오리진 게이샤 커피를 기본으로 화려한 향미와 질감을 입체감 있게 표현하는 블랙커피, 밀크커피, 바리스타 대회의 창작 음료를 연상시키는 얼그레이 차의 향미를 연상시키는 창작 메뉴까지 커피의 기본과 다양한 향미와 체험을 섬세하게 조합했다. 

캡틴 조지는 매장의 편안함과 바리스타의 친절한 환대가 특히나 인상적이었다. 매장이 에스프레소커피를 기반으로 하는 커피바와 브루잉 커피를 체험할 수 있는 브루랩까지 갖춰 독특했고 이런 다양한 공간을 낮은 조도로 섬세하게 꾸며놨다. 직원의 환대, 커피의 완성도, 다양한 음료의 창작 능력, 섬세하고 정갈하고 편안한 공간까지 모두 만족스럽다. 다만 평균적인 음료의 가격이 높은 편이다.


[3]
Café del Volcan 

카페 델볼칸은 프렌치 컨세션과 신천지(대한민국 임시정부 기념관이 위치하고 있는 장소)의 경계선 용강루를 대표하는 상하이 스페셜티커피 바리스타들의 마음에 고향 같은 곳이다. 옵스의 창립 멤버도 카페 델볼칸 소속 헤드바리스타 출신이다. 참고로 용강루는 프렌치 컨세션의 가장 인기 있는 거리로 300여 미터의 작은 거리인데, 운치가 있어 상하이의 대표적 미식업체들이 모여 있는 곳이다.

카페 델볼칸의 정확한 주소는 용강루 25. 작고 아담한 스트리트 형식의 스페셜티커피 매장이다. 한 명의 바리스타가 상주하는 작고 아담한 매장이지만, 현지인의 커피를 책임지며 사랑 받는 공간이다. 서울 성수동 서울숲에 위치한 메쉬 커피의 풍경을 연상시킨다. 

카페 델볼칸의 추천 커피는 핸드드립 커피. 원래 볼칸은 과테말라의 커피를 수입하는 매장이었는데 이번에는 중국의 새로운 커피 산지 운난지방의 스페셜티커피를 핸드드립(푸어오버) 커피로 마셨다. 병충해에 예민해서 극도로 재배하기 어려운 티피카 품종을 자연건조 방식으로 처리해서 초콜릿와 캐러멜과 같은 질감에 레드와인과 같은 섬세한 향미의 부케가 종합적으로 피어오른다. 상하이 프렌치 컨세션의 파리로 알려진 용강루의 자랑 카페 델볼칸의 아늑한 자리에서 커피와 공간의 매력에 깊이 빠져보자. 


[4]
Metal Hands Yongjia Roads

상하이의 마지막 추천 스페셜티커피 매장으로 용지아 거리에 위치한 메탈 핸즈를 골랐다. 메탈 핸즈는 북경에서 유명한 스페셜티커피 매장으로 최근 상하이에 몇 개의 매장을 확장했다. 지역감정이 강한 중국에서는 북경과 상하이 사람들 간에 미묘한 경쟁의식이 있는데, 그럼에도 북경에서 시작한 메탈 핸즈가 상하이의 지역 스페셜티커피 매장으로 자리를 잡았다는 것이 주목할 만하다.

메탈 핸즈는 프렌치 컨세션과 주변 상업지구의 경계선에 있어서, 아늑한 지역과 상업지구의 깔끔함이 잘 어울리는 공간이다. 매장에 도착했을 때는 한가한 오후 시간이었는데도 불구하고 내부가 만석이었다. 메탈 핸즈는 지역 주민, 직장인, 학생까지 다양한 현지인들이 매장에 가득했다. 입구 오른쪽에 바리스타들의 공간이 별실처럼 있고, 안쪽으로 구석구석 다양한 소품을 배치해 아기자기한 공간을 구성했다.

메탈 핸즈의 추천커피는 피스타치오 더티. 피스타치오와 밀크 녹차 계열의 커피인데, 비주얼과 맛의 밸런스가 좋다. 창작 메뉴 이외에도 파나마 게이샤, 페루 게이샤 콜롬비아 무산소 계열 핸드드립 커피도 가능하다. 당일 일정으로 이미 10잔의 커피를 마셔서 싱글오리진 커피를 마시지 못했는데 현지 지인들의 평을 들어보면, 전체적인 원두의 평가도 상당히 좋은 편이다.

메탈 핸즈는 매장 안이 아늑하고 다양한 책들이 있어서 좋은 카페의 매력을 잘 갖춘 곳이라고 할 수 있다. 스파이스 커피, 계란커피, 진저 라테 등등 재밌는 스파이스와 재료를 잘 활용하면서 기본 커피에 대한 관심과 진지한 접근이 인상적인 매장이다. 커피와 공간, 창작 메뉴까지 모두 만족스럽다. 


코로나 이전까지 상하이를 상징하는 스페셜티 커피 매장은 시소커피였고, 전국적인 프랜차이즈 매너커피가 활발했다면, 최근 들어 시소가 부쩍 개성을 잃어가고 있고, 매너커피도 평범해지고 있다. 개인적으로 위의 네 곳 외에 한 곳을 추가하자면 스타벅스 리저브 상하리 로스터리를 꼽고 싶다. 아시아에서 가장 큰 카페 스타벅스 매장으로 스페셜티커피 산업으로 확대하기 위한 스타벅스가 진지하게 커피에 접근하는 공간이다. 커피에 대한 자세, 다양한 음료, 친절한 직원까지 모두 만족스럽지만, 뭐랄까? 특유의 자본의 향기가 느껴진다. 

이상과 같이 상하이의 대표적인 개성있는 스페셜티커피 매장들을 소개했다. 커피를 좋아하는 여행객이라면 당장 상하이 여행 계획을 세워도 좋을 만큼 훌륭한 매장들이 많았다. 상하이의 선명한 개성과 현지의 창의적인 분위기, 커피인의 열정, 음료의 다양함까지. 다이나믹한 커피의 세계를 만나러 상하이로 가보자.

About Author
심재범

커피 칼럼니스트. '카페마실', '동경커피', '교토커피'를 썼습니다. 생업은 직장인입니다. 싸모님을 제일 싸랑하고 다음으로 커피를 좋아합니다. 아 참, 딸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