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AT

다녀왔습니다, 부산 맛집 11끼

부산 여행 필수 가이드
부산 여행 필수 가이드

2025. 09. 15

부산에 다녀왔다. 이번에도 먹기만 하고 왔다. 점심 먹고, 커피 마시고, 걷다가 배 꺼지면 저녁 먹고 디저트로 입 가심 하고. 가수 성시경이 본인의 유튜브 채널에서 부산 맛집을 소개하며 기쁜 한탄을 했던 장면이 떠오른다. “아, 다이어트 잘하고 있었는데 부산에 와버렸네.” 부산에 다녀온 내가 딱 그 심정이다. 식단 조절은 당장에 후순위로 밀어버리는 부산의 맛집을 소개한다. 저속노화 같은 건강한 단어는 잠시 잊어도 좋다. 11군데의 식당을 소개할 예정이기 때문에 최대한 짧게 썼다.


“샤퀴테리를 코스로 먹는 방법”
델리봉

델리봉은 샤퀴테리를 주재료로 코스 요리를 선보이는 곳이다. 파인다이닝이지만 가격이 착한 편이다. 부산의 파인다이닝은 서울에 뒤지지 않으면서 저렴한 게 장점인데, 델리봉은 그중에서도 저렴한 편이다. 최근에 시작한 점심 코스는 5만 원, 저녁 코스는 8만 5,000원. 거의 모든 코스에 샤퀴테리가 들어가는데, 호불호가 갈릴 만한 메뉴는 없다. 내가 먹었던 건 화이트 샤퀴테리가 들어간 화이트 라구 파스타, 청양 고추가 들어간 아이스크림 등이었는데, 코스는 계속 바뀌기 때문에 모험하는 심정으로 가보는 걸 추천한다. 박정봉 셰프가 친절하고 통창 뷰가 멋져서 부산에 갈 때마다 들르고 싶은 곳이다. 미쉐린 가이드 2025 셀렉티드에 선정되었다.

  • 부산 수영구 민락로27번길 4
  • 예약 필수
  • 런치 5만 원, 디너 8만 원

“TV, 통닭, 생맥, 끝”
희망통닭

주말에는 삼시세끼를 치킨으로 먹을 정도로 많은 치킨을 먹어봤다. 하지만 이건 또 새롭다. 단맛도 짠맛도 매콤한 맛도 생각보다 약하다. 솔직히 처음에는 그 맛이 마냥 긍정적이진 않았다. 하지만 갓 튀겨 모락모락 김이 나고, 튀김옷이 바삭한 통닭이 맛이 없기는 힘들다. 평양냉면처럼 첫 입에는 갸우뚱하게 되지만, 묘한 중독성에 계속 손이 간다. 양념의 끈적이는 점성은 치킨보다는 닭강정을 떠올리게 한다. “니 내일 일 간다 안 캤나?” “됐다, 내 오늘 좀 달릴란다. 이모, 여기 생맥 두 잔이요.” 투박한 맥주잔과 부산 사투리가 사정없이 부딪치는 희망통닭은 오늘 소개할 어떤 곳보다 강한 부산성을 느낄 수 있는 곳이다. 한쪽벽에 설치된 TV, 롯데 자이언츠의 경기, 그리고 생맥 한 잔, 뭐가 더 필요할까.

  • 부산 동래구 명륜로98번길 94
  • 후라이트 2만 2,000원 / 양념통닭 2만 3,000원

“밀면도 파인다이닝으로”
머스트루

단 하나의 메뉴 때문이었다. 머스트루에 가봐야겠다고 결심하게 된 건. (세 번째 사진) 밀면 때문이다. 부산 밀면이라고 했을 때 떠오르는 맛과 형태가 있지만, 머스트루는 조금 더 다르게 부산을 해석했다. 부산 밀면집에서 쓰지 않는 앉은뱅이밀을 써서 면을 뽑고, 버섯으로 육수를 만드는 등 음식 이름이 ‘밀면’이 아니었다면 밀면인지 몰랐을 것이다. 감칠맛이 좋은데, 자극적인 감칠맛은 아니다. 땅이 오랫동안 간직한 기운을 조심스레 한 모금 들이키는 기분이 드는 국물 맛이다. 미쉐린 가이드 2025 셀렉티드에 올랐다.

  • 부산 해운대구 좌동순환로433번길 29
  • 예약 필수
  • 런치 8만원 / 디너 15만원

“비빕밥 하나로 미쉐린에 오르다”
비비재

미쉐린 빕구르망에 비빕밥 전문점이 올랐다고 하니 가지 않을 수 없었다. 비비재의 철학은 ‘건강한 제철 식재료를 아낌없이 사용하는 것’. 기본을 잘 지킨 비빔밥이라 먹어 보면 ‘역시 미쉐린이 인정한 비빔밥은 다르네’ 같은 반응이 나오긴 힘들다. 하지만, 들기름 향이 고소하게 올라오는 비빔밥에 올라간 하나 하나의 토핑은 모난 곳 없이 조화롭게 어울린다. 어떻게든 트집을 잡으려고 하는 염세주의자도 이런 비빔밥 앞에서는 군소리 없이 한 그릇 뚝딱할 수 있을 것 같다. 모든 비빔밥은 1,000원을 추가해 돌솥 비빔밥으로 변경할 수 있다.

  • 부산 수영구 남천바다로10번길 45
  • 나물 비빔밥 9,900원

“100일 동안 팔다가 영원히 팔기로”
백일냉면

부산을 대표하는 차가운 면은 언제나 밀면이었다. 평냉이 들어갈 틈은 없었다. 평냉 애호가들도 부산에 가면 밀면을 먹게 되는데 그 이유는 밀면이 유명한 것도 있지만 특별히 맛있는 평냉도 없기 때문이다. 괜찮은 평양냉면은 있지만 서울에 괜찮은 곳이 더 많은데 ‘굳이’라는 생각 때문에 항상 밀면을 먹게 된다. 백일평냉은 에디터가 부산에서 먹은 가장 맛있는 평냉이다. 2023년에 100일만 운영하는 방식으로 데뷔했고, 2024년 봄에 정식으로 오픈했다. 굳이 분류를 하자면 육향이 강하지 않고, 시원함과 개운함이 있는 장충동계열에 가깝다.

  • 부산 수영구 남천바다로10번길 29 1층
  • 평양냉면 1만 3,000원 / 제육 2만 4,000원

“예약 가능하면 무조건”
으뜸이로리바타

나는 언제나 새로운 식당을 선호한다. 그래서 갔던 식당에 또 가는 일은 참 드물다. 하지만 지금 소개하는 으뜸이로리바타는 부산에 갈 때마다 다는 곳이다. 서울에서도 화덕구이 전문점인 ‘이로리바타’를 경험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게다가 바다에서 공급되는 싱싱한 해산물을 눈앞에서 화덕에 구워주는데, 감사할 따름이다. 하이라이트 금태 구이로 달려가는 모든 코스가 만족스럽고, 푸짐한 마무리 솥밥은 여행의 하이라이트가 되기에 충분하다.

  • 부산 수영구 수영로408번길 20 1층
  • 오마카세 10만원

“부산 미식씬의 아이돌”
손내향미

손내향미는 최근 부산 미식씬에서 가장 핫한 곳이다. 이유는 가고 싶어도 도저히 못가는 곳이기 때문에. 예약은 캐치테이블에서 가능한데, 매일 자정에 열리는 예약 페이지에 정시에 들어가도 성공하기란 쉽지 않다. 아니, 쉽지 않다는 말로도 부족하다. 거의 불가능하다(평일은 주말보다 조금 가능성이 있는 편이다). 손내향미는 목포식 떡갈비와 솥밥을 판매한다. 10명도 앉을 수 없는 작은 바 테이블 공간은 시간 여행을 한 듯 옛스러운 인테리어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음식은 더할 나위 없이 맛있다. 다른 곳에서 맛볼 수 없는 월등한 맛의 떡갈비는 아니지만, 물을 마시는 타이밍, 밥이 완성되는 타이밍 등 정교하게 설계된 종합적인 경험은 마치 공연 한 편을 관람하는 것 같은 기분을 느끼게 해준다. 각종 찬과 사이드 메뉴의 완성도도 좋다. 남은 솥밥은 주먹밥으로 만들어 포장해준다.

  • 부산 부산진구 동성로30번길 4
  • 갈비솥밥 3만 5,000원 / 간장게장 구이 1만 6,000원

“본토가 인정한 파스타가 부산에”
비네토

부산에 단골 카페가 있다. 중앙역 근처에 있는 ‘에어리 커피’. 갈 때마다 로컬 추천 맛집을 물어보곤 하는데, 가장 추천한 곳이 바로 비네토다. 비네토는 파스타와 와인을 파는 이탈리안 레스토랑으로 광안리에서 가까운 곳에 위치하고 있다. 놀라운 건 음식의 완성도다. 단순해보이지만 하나같이 깊은 맛을 품고 있다. 이탈리아의 미쉐린 가이드라고 할 수 있는 ‘감베로 로쏘’에서는 전 세계의 파스타와 피자 전문점에 랭킹을 매기는데, 1개부터 3개까지 등급을 매긴다. 한국에서 포크 2개를 받은 이탈리안 레스토랑은 서울에 츄리츄리, 파올로데마리아 그리고 부산에는 비네토가 유일하다. 식전빵부터 파스타, 티라미수까지 모두 맛있다.

  • 부산 수영구 수영로522번길 55

“시간이 멈추면 좋겠어”
야키토리 해공

부산에는 괜찮은 야키토리 전문점이 꽤 있다. 야키토리 온정, 야키토리 숯, 그 중에서 가장 유명한 곳은 바로 ‘야키토리 해공’. 다른 곳에서는 경험하기 힘든, 꼼장어 꼬치가 있어서 재밌고, 공간이 좁지 않은 점도 마음에 든다. 중앙에서 부채질을 하며 구이를 집도하는 모습이 잘 보여서 싱글 다이너도 심심하지 않게 즐길 수 있다. 부산국제영화제 기간 중 일요일에는 특별히 런치도 운영한다. 부산을 떠나기 전에 야키토리에 샴페인 한 잔 하라는 뜻. 콜키지는 무료다.

  • 부산 수영구 민락본동로19번길 30-5
  • 야키토리 오마카세 5만 9,000원

“나막집 안 간 사람 유죄”
나막집

부산에서 딱 한 번의 돼지국밥을 먹는다면 뭘 먹을래, 라고 물어본다면 참 대답하기 곤란하다. 거대돼지국밥? 안목? 화목정 따로국밥? 나는 고민 끝에 나막집을 선택할 것 같다. 나막집은 맑고 깨끗한 국물이 특징이다. 뿌옇지 않고 깨끗한 국물이지만 맛은 돼지국밥이 내야 할 맛은 충분히 낸다. 그리고 끝맛이 깔끔해서 해장하기에도 좋다. 단점은 손님이 너무 많아서 쉽지 않다는 건데, 그래도 안목보다는 덜 빡세다.

  • 부산 남구 분포로145
  • 돼지곰탕 1만 원

“전포동 파스타는 여기”
코르 파스타 바

전포동에서 데이트 코스 하나를 찾는다면 코르 파스타 바를 추천한다. ‘파스타 바’라는 이름에 걸맞게 마치오 에 페페, 까르보나라, 뇨끼, 비스크 등 다양한 종류의 파스타를 팔고 가격도 괜찮다. 요즘 파스타 비싼 곳이 너무 많은데, 직접 제면한 면을 쓰면서도 2만 원대에 형성되어 있으면 훌륭하다. 미쉐린 가이드 2025 빕구르망에 선정된 곳이다.

  • 부산 부산진구 동성로25번길 13 2층
  • 카쵸 에 페페 2만 3000원 / 보타르가 2만 8,000원

About Author
김석준

에디터B. 쓸데없는 물건을 좋아한다는 오해를 자주 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