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갓 만든 맥주는 더 맛있을까, 카스 신선 픽업

생산 4일 만에 맛보는 카스 신선 픽업의 맛은?
생산 4일 만에 맛보는 카스 신선 픽업의 맛은?

2025. 04. 17

안녕, 맥주 애호가 김소영이다. 맥주 양조장 투어에서 생맥주를 마셔본 사람들은 하나같이 이렇게 말한다.

“와… 이건 평소에 마시던 맥주랑은 완전 다른데?”

나도 그렇다. ‘맥덕’들을 만나면 이 얘기를 꼭 꺼낸다. 왜냐고? 그 마법 같은 순간을 경험해봤으니까. 네덜란드 하이네켄 공장, 일본 기린 맥주 공장, 그리고 국내 크래프트 맥주 양조장까지. 현장에서 마신 ‘갓 생산된 맥주’는 정말로 달랐다.

그러던 중, 오비맥주의 ‘신선 픽업 카스’ 상품 판매 소식을 들었다. ‘신선 픽업 카스’는 갓 만든 생맥주를 4일 뒤 지정한 편의점에서 픽업할 수 있는 상품이다. 예를 들어, 3월 24일에 갓 생산된 맥주를 28일에 동네 편의점에서 픽업하는 거다. 양조장에서 소비자 손에 들어오기까지 몇 주가 걸리는 기존 유통 구조를 떠올리면, 이건 거의 맥주계의 혁신이다. 약간의 과장을 보태자면, ‘공장에서 마실 수 있는 갓 만든 맥주’를 집 앞 편의점에서 마시는 셈이지 않을까? 편의점 앱을 이용해 주문하는 방식인데, 항상 주문이 가능한 건 아니라서 눈여겨 봐야 한다는 게 단점.

소규모 브루어리가 만든 맥주를 펍으로 바로 보내거나, 이벤트성으로 갓 만든 맥주를 단기간 행사에서 선보인 사례는 있었다. 하지만 대기업이, 그것도 캔맥주를 전국 규모 유통망으로 이렇게 빠르게 유통시킨 건 오비맥주의 카스가 처음이다. 오비맥주는 2024년부터 이 신선 픽업 카스를 한정판으로 선보이고 있으며, 출시 시기마다 수량도 제한적이다. 덕분에 매번 구하기가 쉽지만은 않다. 그런데 문득, 궁금해졌다. 사람들은 과연 ‘갓 만든 맛’을 알아차릴 수 있을까?

데일리샷의 맥주 애호가 10명이 직접 블라인드 테이스팅에 나섰다. 맥주 종류는 A, B, C 세 가지. 이름, 라벨, 생산일자를 모두 가리고 오직 한 가지, ‘맛’만 보고 판단해 가장 신선하다고 느낀 맥주에 표를 던지기로 했다. 과연 결과는 어땠을까? 우리의 미각은 진짜 신선함을 알아봤을까?

카스

실험에 사용된 맥주 : 카스 3종

  • A. 2024년 11월 24일 생산 – 약 4개월 경과
  • B. 2025년 1월 15일 생산 – 약 2개월 경과
  • C. 2025년 3월 24일 생산 – ‘신선픽업’으로 한정 판매한 카스
맥주

A(4개월 경과 맥주)
참여자 10명 중 5명이 이 맥주를 가장 신선하다고 평가했다. 에디터도 포함이다. 홉 향이 깔끔하게 퍼졌고, 탄산감도 청량하게 톡톡 튀었다. 딱 마셨을 때 “오, 이거다” 싶은 맛. 하지만 의외로 가장 오래된 맥주였다.

B(2개월 경과 맥주)
향부터 차이가 느껴졌다. 홉의 상큼함은 거의 사라졌고, 대신 구수한 누룽지 느낌이 훅 들어왔다. 특히 A, C와 비교하면 그 차이가 더 또렷했다. 참여자 중 한 명만 이 제품이 가장 신선하다고 선택했고, 나머지는 “이게 제일 오래된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로는 올해 1월 생산분이었는데, 왜 이 친구만 유독 맛이 빨리 변한 걸까?

C(신선 픽업)
참여자 중 4명이 이 맥주가 제일 신선하다고 골랐다. 맛도, 향도 A와 거의 비슷하다는 평가가 많았다. 홉 향도 살아 있고, 전체적인 인상은 산뜻하고 깔끔했다. 필자는 고민 끝에 A를 더 신선하다고 골랐지만, C 역시 정말 괜찮았다. C를 고른 팀원들도 A와 우열을 가리기 힘들었다는 의견을 전했다.

결과는 반전이었다. 카스의 ‘신선 픽업’은 완벽하게 “이게 최고다”라는 선택을 받지는 못했다. 하지만 분명, 우열을 가리기어려울 만큼 신선한 맛을 보여주기는 했다. 실제로 참여자의 절반은 “홉 향이 살아 있다”, “신선한 맛이 난다”는 평가를 남겼다. 그리고 무엇보다 갓 만든 맥주를 직접 맛보는 경험 자체를 새롭고 흥미로워했다.

이 상품이 향후 대형 맥주 브랜드의 유통 구조에 변화를 일으키고, 소비자에게 더 신선한 맥주를 제공하려는 시도의 출발점이 된다면 그 자체로도 충분히 의미 있지 않을까? 어쩌면 당일 픽업, 새벽 픽업이 생길 수도 있고!

맛은 복합적인 변수의 산물이다. 이렇게 갓 생산된 맥주의 감동을 찾지 못하고 끝내버리기엔 아쉽다. 내 인생 라거는 여전히 하나다. 몇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잊히지 않는 한 잔. 바로 ‘네덜란드 하이네켄 공장에서 마셨던 하이네켄’이다. 그 감동을 잊지 못해 투어를 마친 후, 바로 하이네켄 공장 옆 펍에 가서 생맥주를 한 잔 더 시켜 마셨지만 그 맛을 느낄 수 없었다. 

역시, ‘갓 만든 술엔 뭔가 있다. 그럼 양조장에서 마신 맥주는 왜 그렇게 맛있었을까? 거기엔 꽤 과학적인, 그리고 감성적인 이유가 있다.


양조장 맥주가 미친듯이 맛있는 4가지 이유

맥주는 신선함이 생명인 술이다. 갓 만든 맥주는 산화되지 않았고, 홉의 향도 고스란히 살아 있다. 공기와의 접촉이 거의 없는 상태로 잔에 담기기 때문에, 맥주 본연의 향미를 온전히 느낄 수 있다.

병이나 캔으로 포장되는 순간부터 맥주는 변화가 시작된다. 산소 유입, 보관 상태, 시간 경과. 이 모든 요소가 홉 향을 흐릿하게 만들고, 맛의 균형을 무너뜨린다. 하지만 양조장에서 마시는 맥주는 그 어떤 손상도 거치지않은, 가장 순수한 상태라고 볼 수 있다. 

가장 순수한 상태의 맥주가 깨끗하게 관리된 잔에 따라 제공된다.

맥주의 인상을 좌우하는 요인 중에는 탄산과 온도도 있다. 양조장에서 막 따라낸 맥주는 탄산이 살아 있고, 거품도 다르다. 입자가 고운 크리미한 거품이 형성되며, 이 거품은 맥주의 향을 더 오래 잡아주는 역할을 한다.

온도도 중요하다. 너무 차가우면 향이 죽고, 너무 따뜻하면 특유의 청량함이 사라지며, 의도하지 않은 맛이 더 진하게 느껴진다. 양조장은 각 맥주 스타일에 맞춘 최적의 온도를 유지한다.

특히, 일본 기린 맥주 공장에서는 최상의 온도로 맞춰진 맥주를 숙련된 푸어링 전문가가 따른다. 완벽한 한 잔이라는 확신이 들지 않으면 과감하게 맥주를 비워내고 새 잔에 다시 따르더라. (내 입에 버려주지…)

기린 맥주 공장의 양조장 투어. 숙련된 직원이 맥주를 따른다. 

맥주는 발효와 숙성이라는 과정을 거치며 맛의 깊이를 만든다. 양조장에서 마시는 맥주는 양조사가 의도한 맥주의 절정, 황금 타이밍의 맛을 경험하는 셈이다. 그래서 일부 양조장에서는 숙성 탱크에서 맥주를 바로 따라 제공하기도 한다. 이는 시중에서 절대 만날 수 없는, 오직 현장에서만 가능한 특별한 맛이다.

맛은 물리적인 요소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심리적인 요소도 큰 영향을 미친다. ‘이건 진짜 신선한 맥주다’라는 인식만으로도 맛은 배가된다. 게다가 맥주가 만들어지는 현장을 직접 보고 브랜드의 가치가 가장 잘 묻어난 공간에서 마시는 경험까지 더해지면, 그 한 잔은 기억에 오래 남을 수밖에. 맥주는 분위기에 따라 맛이 달라지는 술이다. 양조장은 그 분위기를 극대화해주는 최적의 무대다.

맛은 과학이지만, 경험은 감성이다. 양조장에서 마시는 맥주는 신선도, 탄산, 온도, 숙성, 심리적 요인까지 모든 조건이 맞아떨어진 결과물이다. 일상에서 그 조건을 완벽하게 재현하긴 어렵지만, 그 기회가 생긴다면 망설이지 말아야 한다. 바로 그 맥주가 인생 최고의 맥주가 될 지도 모른다

About Author
김소영

주류 스마트 오더 플랫폼 '데일리샷' 에디터. 술을 사랑해서 술 이야기를 적고 있다. 가장 좋아하는 것은 새로 마주친 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