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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접 가서 골랐다, 관광객 없는 로마 맛집 14

인생 피자, 인생 파스타 먹고 왔습니다
인생 피자, 인생 파스타 먹고 왔습니다

2025. 05. 30

안녕, 에디터B다. 혹시 로마 여행을 준비하고 있다면 잘 찾아왔다. 어떤 이유로 로마에 가는지는 알 수 없지만, 무엇이 이유든 먹는 문제는 중요하다. 로마 여행을 가기 전, 나름 열심히 맛집 조사를 했지만 몇 번의 실패를 했다. 그건 필연적이었다. 로마는 관광객이 많은 도시(이런 표현으로도 부족한)이다 보니 ‘투어리스트 트랩'(Tourist Trap)이라고 분류되는 식당이 있다. 덫을 놓고 순진한 관광객이 걸리길 기다리는 사냥꾼 같은 업장이라고 할 수 있는데, 로마 첫 여행이라면 덫에 안 걸리기란 힘들다. 다행이 먼저 실패한 사람이 이렇게 글을 정리했다. 이 글을 잘 읽으면 함정에 빠질 일은 없을 거다. 내가 다행히 로마에서 인생 파스타, 인생 피자를 먹고 오는 데 성공했기 때문에 추천하는 곳에만 가도 실망할 일은 없을 거다.


월드 피자 랭킹 8위”
Seu Pizza Illuminati

죽기 전에 피자 한 판을 먹을 수 있다면, 나는 이곳의 피자를 먹고 싶다.

나폴리 피자는 세계적으로 너무 유명핟. 덕분에 어디서나 먹을 수 있다. 즉, 굳이 로마에서는 먹을 필요가 없다는 뜻이다. 자, 로마식 피자(Romana Pizza)를 소개한다. 이 피자는 촉촉하고 윤기가 좌르르 흐르는 나폴리 피자와 다르다. 로마식 피자에는 촉촉함 대신 바삭바삭함이 있다. 이 식감이 초보자에게는 조금 당황스러울 수 있지만, 금방 중독될 거다.

지금 소개하는 핏제리아는 나폴리와 로마 스타일의 중간을 절묘하게 찾아서 인정받는 곳이다. 월드 피자 랭크 8위에 오른 곳으로 수플리(로마식 튀김 주먹밥) 같은 사이드도 있고, 아페롤 스프리츠도 파는 세련된 식당. 피자 한 조각을 손으로 잡고 들어올리면 바삭하고 까끌한 도우의 질감이 손바닥에 전해진다. 한 입 베어 물었을 때는 촉촉함이 있기 때문에 그 대비가 훌륭하다. 익은 정도를 보면 난 같기도 하고, 피자 같기도 하다. 까맣게 탄 부분이 ‘킥’이 되는 신기한 피자랄까. 로마 여행 중 유일하게 두 번 방문한 곳인데, 한국에 돌아와서 아무리 찾아도 비슷한 스타일의 피자는 없더라. 나는 확신한다. 언젠가는 이 피자를 먹으러 로마에 가게 될 거라고. 그땐 혼자가 아닌 둘이 떠나는 여행이면 좋겠다. 로마식 피자의 매력을 꼭 전파하고 싶으니까.


타협 없는 전통 로마식 피자”
Ai Marmi

비주얼이 당황스럽긴 하다.

위에서 소개한 핏제리아가 로마식 피자를 대중적으로 풀어낸 곳이라면 Ai Marmi는 본토 스타일이다. 도우는 마치 과자를 먹는 것처럼 ‘빠삭빠삭’해서 식사보다는 과자를 먹는다는 느낌이 들 정도. 이 식당은 트라스테베레라는 지역에 있는데, 이 동네에 오랫동안 살았던 로마인 친구도 여기를 맛집으로 추천할 정도로 현지인에게도 인정받는 핏제리아다. 식당에는 현지인과 관광객이 골고루 섞여 있었는데, 포장마차 스타일의 누추한(?) 야외 좌석이 마음에 들었고, 심지어 와인은 물컵에 그냥 따라주는 게 인상적이었다. 카키색 바람막이를 입은 한 외국인 관광객이 큰 배낭을 옆에 두고 와인을 물컵에 따라 마시는 장면이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하우스 와인이었으니 캐주얼하게 마신 거겠지만, 덕분에 ‘와인은 꼭 와인잔에’라는 편견이 깨졌다.


그래도 나폴리 피자가 그리우면”
L’Anglolo di Napoli

솔직히 한국에서 잘하는 핏제리아가 더 좋았다.

로마에도 나폴리식 피자가 있다. 로마식 피자가 입에 맞지 않는 사람들에게 대안이 될 수 있다. 게다가 지금 소개하는 곳은 나폴리 피자 협회의 인증을 받은 곳이니, 맛도 보장한다. 편안한 분위기를 느끼며 바질, 모짜렐라 치즈, 토마토 삼합의 익숙한 조화를 기대할 수 있는 곳이다. 이탈리아에서 피자는 한국의 국밥이나 제육볶음처럼 캐주얼하게 먹는 음식이다. 이 식당에서는 그런 바이브를 즐길 수 있기 때문에 경험이 목적이라면 추천하지만, 맛을 놓고 보면 압도적이진 않다. 한국에도 워낙 피자를 잘하는 곳이 많기 때문이다. 비교하자면 서울의 경일옥 핏제리아가, 대구의 주토피아가 더 좋았다. 피스타치오 크림이 들어가는 독특한 피자가 있어서 차라리 색다른 시도를 하고 싶다면 가봐도 좋을 것 같다.


한국인을 위한 밥버거”
Suppli Roma

위에서 잠깐 업급했던 수플리다. 수플리는 쉽게 말해 주먹밥을 튀긴 요리라고 보면 된다. 이탈리아 남부 시칠리아에도 아란치니라고 부르는 비슷한 음식이 있다. 유명세만 보면 아란치니의 승이지만, 무엇이 원조인지는 알 길이 없다. 로마 사람은 수플리를, 시칠리아 사람은 아란치니를 원조로 생각하니까. 로마를 여행하는 한국인에게 수플리만큼 힘이 되는 음식이 없을 거다. 맛있는 파스타도 하루 이틀이지, 매일 먹으면 밀가루 때문에 소화는 안되고 속이 더부룩해 질 거다. 그럴 때 수플리를 먹으면 된다. 어디서나 쉽게 볼 수 있고, 꼭 유명한 곳을 찾아갈 필요는 없다. 근데 잠깐, 지금 보니 저 식당에는 수플리라고 적지 않고 ‘아란치노’라고 썼다.


피자와 버거 그 사이”
Sesamo Trastevere

버거 마니아도 이런 버거는 처음이었다.

로마에서 버거를 먹고 왔다고 하면 “야, 무슨 이탈리아에서 버거를 먹어, 그건 이탈리아에 대한 모욕이야.”라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내가 먹은 건 평범한 버거가 아니다. 이 버거의 종류는 ‘PizBurger’. 피자와 버거 그 중간에 있는 음식인데, 트라스테베레의 ‘Sesamo Trastevere’에서 파는 아주 특별한 버거다. 생김새만 봐도 뭔가 다르다. 번이 통통하지 않고 납작하며, 참깨(Sesamo)가 빈틈없이 올라가 있다. 피자 도우를 만들 듯 72시간 동안 자연 발효를 시켜서 식감은 쫄깃쫄깃하고, 아낌 없이 때려 넣은 참깨 덕분에 씹는 맛이 지루하지 않다. 다른 지역에는 없으니 트라스테베레에 간다면 한 번 먹어보는 걸 추천한다.


“내장이 들어가는 파스타”
L’Osteria della Trippa

파스타는 온갖 식재료와 잘 섞이는 음식이다(일종의 비빔국수니까). 그래서 외국에서 파스타를 먹다가 보면 낯선 식재료를 볼 수 있는데, 이 가게도 그렇다. 상호명에도 들어간 ‘Trippa’가 들어갑니다. 바로 소의 위를 뜻한다. 이곳은 소의 위, 양 내장 같은 내장을 활용한 로마 전통 파스타를 먹을 수 있다. 미쉐린 빕구르망에 선정된 식당답게 서비스가 친절했고, 다 먹은 음식도 포장을 해준다. “음식은 너무 맛있었지만, 배가 불러서 남겼어요.”라는 말을 덧붙였다. 배가 불러서 맛을 잘 느끼지 못했지만, 그 다음날 아침 소스까지 핥아 먹으며 생각했다. ‘아, 어제 배고픈 상태로 먹었으면 얼마나 맛있었을까.’


“치커리가 들어간 피치 파스타”
Trattoria Pennestri

식전빵이 봉투에 나온다.
점성이 강한 크림 대구 요리에 대한 칭찬이 리뷰에 많았다. 과연 그럴만했다.
피치 파스타 면은 한국에서도 구할 수 있지만 이 면으로 파스타를 만드는 식당은 많지 않다.

시작부터 범상치 않은 곳임을 느꼈다. 자리를 잡으니 서버가 종이봉투를 하나 가지고 온다. 따끈따끈한 식전빵이었다. 여기는 뭔가 다르다 싶었다. 음식은 두 가지를 시켰다. 스타터에서는 Creamed cod and Chickpeas “schiaccia”, 파스타 중에서는 Pici with chicory, fennel and breadcrumbs. 스타터는 쉽게 말해 ‘크림 대구’ 요리다. 세 번째 사진인데, 대구살을 거의 갈아 놓기 직전까지 찢어놓고 크림과 섞어 놓은 형태다. 터키 아이스크림과 비슷할 정도로 점성이 있고, 한 입 먹으면 대구 맛이 생각보다 강하게 난다. 생선 함량이 굉장히 높은 어묵을 갈았다가 푸딩으로 만든 것 같은 느낌이랄까.

로마 여행 중 제일 맛있었던 게 이 파스타다(네 번째 사진). 치커리 파스타. 면은 토스카나 지방에서 유래한 피치 파스타를 썼다. 피치 파스타는 넓게 펼쳐 놓은 반죽을 적당한 크기로 툭툭 자른 후 손으로 밀면서 말아서 꼬아 만든다. 우동처럼 두꺼우면서도 쫄깃함이 있는, 한국에서는 보기 힘든 종류의 면이다. 여기서 처음 피치 파스타를 먹고 반해서, 한국으로 떠나서 전에 기념품으로 샀다. 여기도 미쉐린 빕구르망 선정 레스토랑. 치커리의 맛보다는 식감에 반했던 것 같기도 하다.


“아시안 터치 파스타”
53 Untitled

파스타의 겉을 바삭바삭하게 만들었다. 라면땅 같은 파스타랄까.
물만두 같은 느낌.
김말이 아님.

미각이 아무리 좋아도 맛만 알아서는 음식을 알 수 없다. 빈 곳은 셰프와의 대화를 통해 채울 수 있다. 셰프만 아는 비밀 정보가 음식을 완성시켜준다고 믿기 때문이다. 이 식당은 로마 전통 요리를 보여주는 곳은 아니다. 대구 튀김, 라비올리라고 하지만 만두처럼 생긴 요리를 보면 ‘아시안 터치’가 들어갔음을 알 수 있다. 셰프의 부모님 중 한 분이 중국계라고 했고, 그 설명을 들을 때 비로소 모든 요리가 이해가 됐다. 라비올리에 쓴 소스는 간장의 뉘앙스가 있어서 마치 ‘물만두’를 재해석한 것 같았다. 가장 좋았던 건 리가토리를 쓴 파스타였는데, 지금은 메뉴가 바뀐 건지 현재 메뉴판에서는 자취를 감췄다. 파스타를 삶았다가 겉을 구운 것처럼 바삭바삭한 식감이 아주 독특했고, 소스는 그레이비 소스와 약간의 토마토 맛도 났었는데, 어느 한 가지 맛이 도드라지는 요리는 아니었다. 로마에서 꼭 먹어야 하는 아티초크 요리도 있으니 추천한다.

식전빵이 너무 맛있어서 함께 간 한국인 친구가 셰프에게 물었다. “당연히 맛있을 수밖에 없죠. 로숄리 빵이거든요.” 로숄리의 정체는 좀 더 뒤에 공개한다. 미쉐린 빕구르망 선정 레스토랑.


타임머신을 탄 듯”
Trattoria Priscilla

이탈리어밖에 못하는 사장님에게 전화를 걸어서 예약해야 갈 수 있다.
소스가 너무 많지도 적지도 않게 면과 비비면 딱 맞는 양.
정통 까르보나라는 이렇게 나온다. 토핑? 그런 거 없다.
로마식 미트볼. 속은 기름기 없이 살코기만 있어서 다소 퍽퍽하긴 했다.
하우스 와인은 멋부리지 않고 이렇게 마신다. 와인잔도 없다. 그냥 물컵에 마신다.

이 식당에 간 게 내겐 정말 큰 행운이었다. 로마인 친구가 “진짜 로마의 맛을 보여주겠다”라고 말하며 차에 태우고 어디론가 향했다. 20분 정도 가니 이 식당이 나왔다. 사실 처음에는 식당인지도 몰랐다. 웬 유적지, 라고 생각했다. 1902년부터 운영되어온 전통 로마 요리 전문 식당이고, 식당은 1400년대 지어진 건물 1층에 있다. 3가지 종류의 파스타, 미트볼과 샐러드를 먹었는데, 외국인이 평양냉면을 먹으면 이런 느낌일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단숨에 혀를 자극하는 강한 단맛이나 짠맛이 없지만 은은해서 좋았고, 그렇다고 맛이 복잡한 것도 아니었다. 로마인 친구는 까르보나라를 면을 들어올려 바닥에 남은 소스를 보여주며 말했다. “나도 음식을 좋아해서 파스타를 자주 만들어먹지만, 이렇게 소스 양을 딱 맞게 맞추는 게 정말 힘든 거야” 이탈리아의 파스타는 지역색을 띄고 있어서, 북쪽으로 갈수록 화려해진다. 비싼 재료가 듬뿍 들어가고, 남부에서는 반대로 단촐해진다. 로마가 수도라서 부유할 것 같지만 사실 그렇지도 않아서 로마 전통 요리도 화려하지 않은 것 같다. 다섯번째 사진이 까르보나라인데 아무 것도 없다. 면만 삶아 놓은 것 같기도 하다. 그런데 맛있다!


“화이트 트러플 파스타”
Roscioli Salumeria con Cucina

미식 칼럼니스트 ‘비밀이야’도 추천했던 곳.
이탈리아에서는 서비스도 종종 받을 수 있다. 파리에서는 이런 서비스를 한 번도 못 받아봤다.

여행 마지막 날 먹었던 곳이다. 20kg이 넘는 캐리어를 끌고 겨우 도착해서 바 테이블에 자리를 잡았다(당연히 예약했다). 일단 아페롤 스프리츠 한 잔하면서 파스타를 주문했다. 메뉴 하나만 추천해달라고 하니 “요즘 화이트 트러플이 맛있으니까 화이트 트러플 파스타 추천해요.”라고 말한다. 미리 조사했을 때도 트러플 파스타를 극찬하는 리뷰가 많았기 때문에 그것으로 주문했다. 트러플을 즉석에서 갈아주는데, 원할 때 “스탑”을 외치라고 해서 언제쯤 스탑을 외치는 게 좋을까 생각하며 기다리다보니 서버의 손 동작이 조금씩 느려진다. ‘어? 이 사람 왜 멈추라고 안 하지? 더 갈면 위험할 텐데?’ 그제서야 나는 스탑을 외쳤고, 나중에 계산서를 보니 트러플 8만원치를 먹었다는 걸 알게 되었다. 내가 먹은 파스타는 12만 원짜리 였다. 로마에서 화이트 트러플 8만원치 먹은 사람, 바로 나다. 아무튼 서비스 좋고, 파스타 맛있었다. 에스프레소까지 눈 앞에서 바로 내려주는데 아페롤 스프리츠에서부터 파스타, 에스프레소로 이어지는 흐름이 이보다 완벽할 수는 없다.

여기가 바로 위에서 잠깐 언급한 로숄리다. 로숄리(Roscioli)는 로마에서 유명한 F&B 브랜드인데, 베이커리, 와인바, 식당 등을 가지고 있고, 와인클럽 같은 프로그램도 운영하며, 전 세계로 와인을 배송해주기도 한다(한국에서도 가능). 여기도 미쉐린 빕구르망 선정 레스토랑.


다양한 이탈리아 와인을 마시고 싶다면”
Rimessa Roscioli

와인을 좋아하고 영어도 잘한다면 추천하고 싶다.

여기가 바로 로숄리에서 운영하는 와인바다. 함께 여행했던 친구가 꼭 가보고 싶다고 해서 이 식당에서 운영하는 ‘와인 테이스팅 모임’을 신청했는데, 몇 잔의 와인이 나오고 각각 어울리는 음식이 서빙된다. 요리가 특별히 기억 남기보다는 와인이 좋았고, 그중 하나는 마음에 들어서 구매했는데 알고 보니 와인이 아니라 ‘아마로’라는 로마의 전통주였다. 아마로는 허브주인데, 식후주로 많이 먹는다고 한다. 로마 어디서나 쉽게 구할 수 있고, 쓴맛와 단맛의 비율에 따라 맛이 다양하니 많이 마셔보고 기념품으로 사가는 것을 추천한다. 참고로 로숄리가 운영하는 베이커리는 ‘Antico Forno Roscioli’라는 곳이다. 줄이 엄청 기니까 각오하고 가야 한다.


접근성이 좋고 무난한”
Hosteria Grappolo D’Oro

미쉐린 빕구르망 선정 레스토랑이다. 내가 갔던 다른 식당에 비해서 엄청 인상적이지는 않았다. 본토의 까르보나라에는 크림이 들어가지 않고 달걀만 쓰며, 베이컨이 아닌 관찰레를 쓰는데 딱 그런 까르보나라를 판다. 인생 첫 ‘까르보나라’가 맛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분위기가 아늑해서 대화하기 좋아 보였고(나는 혼자 갔다. 로마 중심가에 있어서 방문하기는 수월하니, 다리가 아파서 멀리 못 간다면 추천한다.


파인다이닝도 한 번 정도는”
Osteria Fernanda

액체 상태의 노른자가 들어간 노른자 모양의 뇨끼. 씹으면 톡하고 터진다.
로즈힙을 사용한 파스타. 향긋한 맛이 나는 살면서 처음 먹어 본 파스타의 맛.

사실 방문하기 전까지만 해도 파인다이닝인 줄 몰랐다. ‘난 그냥 파스타 먹고 싶었는데, 조금 비싸네?’라고 생각했다. 모든 코스가 익숙한 듯 새로웠다. 처음 들어보는 동물의 고기(Guinea Fowl)를 쓰거나, 메뉴판에 적힌 재료를 보지 않고서는 알 수 재료로 복잡한 맛을 구현했다. 음식의 공통점이 있다면 하나같이 와인과 잘 어울려서 술이 쭉쭉 들어갔다는 것. 가장 좋았던 요리는 ‘Raviloli filled with liquid egg yolk’. 라비올리의 형태이지만 그 속에는 계란 노른자가 들어 있어서 씹으면 톡하고 터진다. 그리고 ‘Tagliolini, chanterellers mushrooms, rose hip and dandelion’도 좋았는데, 장미향이 나는 파스타가 신기했다. 먹어본 파스타 중 가장 사치스러운 맛의 파스타였다. 내가 먹었던 코스가 크리스마스 시즌 한정 코스여서 다음에 가면 바뀌어 있겠지만, 이탈리아 사람들이 재해석하는 이탈리안 푸드가 궁금하다면 한번은 가보는 걸 추천한다. 여기도 트라스테베레 쪽이다.


“아침엔 살라미 모듬”
La orceria di lacozzilli

숙소 바로 옆에 있는 샤퀴테리아. 미쉐린까지는 아니지만 여러 평가 사이트에서 좋은 점수를 많이 받은 곳이었다. 가게 앞에는 오크통이 하나 있는데, 아침 10시부터 사람들이 살라미를 먹고 있었다. 그 모습이 부러워서 나도 다음날에 해봐야지 생각만 하다가 로마를 떠나는 날 아침에야 성공했다. 빵에는 올리브유를 뿌려 주고 여러 종류의 살라미를 섞어서 달라고 하면 알아서 적당히 잘 준다. 빵은 조금 딱딱했지만 살라미는 훌륭했다. 여길 한 번밖에 못 간 게 참 아쉽다. 피치 파스타도 이 집에서 샀다.


젤라떼리아

로마에 간다면 1일 1젤라또는 기본이다. 하루라도 거른다면 그건 로마 여행자로서 자격 부족. 여러 젤라떼리아를 가봤는데, 반드시 가야 하는 곳이 없다는 게 내 생각이다. 어디든 각자 레시피가 있어서 조금씩 다르다. 내가 갔던 곳중에는 특별히 좋은 재료를 쓴 곳도 있지만, 내 입맛에는 숙소 근처에 있는 유명하지 않은 젤라떼리아가 더 만족스러웠다. 시칠리아에서 많이 먹는 ‘브리오슈 젤라또’는 ‘젤라떼리아 라 로마나’에 가면 먹을 수 있으니 ‘라 로마나’에 가는 것도 좋다. 참고로 가격대가 조금 있고 좋은 재료를 쓰는 곳은 ‘Come il Latte’라는 곳이다. 그리고 가장 좋았던 우리 동네 젤라또집은 ‘Fonte della Salute’다. 아래는 내가 방문했던 젤라떼리아 리스트.

  • Otaleg – Ice-cream
  • Gelato Sicily
  • Fonte della Salute
  • Gelateria La Romana
  • 지올리띠 젤라또(Giolitti)
  • Come il Lat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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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준

에디터B. 쓸데없는 물건을 좋아한다는 오해를 자주 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