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월화수목금토일 감자튀김을 먹고 돌아온 객원 에디터 김정년이다. 새해부터 감자튀김이 너무 먹고 싶었다. 다이어트한다고 튀김 요리를 한동안 멀리했기 때문이다. 리뷰를 위해 집 근처나 회사 근처에 있는 버거집을 돌며 매일 감자튀김을 사 먹었다. 생각보다 가게마다 맛과 모양과 식감이 달랐다는 걸 깨달았다. 감자튀김이 가진 캐릭터를 글과 사진으로 붙잡아두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

맥도날드
버거집 감자튀김의 표준

짜다. 입안에 소금기가 날아와 꽂힌다. 하지만 걱정하지 않는다. 중독성 있는 감칠맛은 건강 걱정보다 빠르니까. 막대처럼 생긴 바삭한 튀김 한 입. 짜리몽땅 자투리 한 입. 갓 튀긴 감자의 겉은 바삭하고, 속은 폭신하다. 아니, 어쩌면 쫄깃하다는 표현이 어울릴지도. 토마토케첩을 발라서 마지막 한 입. 이것은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감자튀김, 전 세계 어디에서나 비슷한 맛을 경험할 수 있는 맥도날드식 프렌치 프라이다. 여러분도 분명 이 맛을 이미 아실 줄로 안다.

수분이 적고 전분이 많은 감자인 ‘러셋 버뱅크’ 품종을 식물성 기름에 튀긴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른 버거집 감튀와 비교하면 ‘튀김-시즈닝-양-식감-맛’이 골고루 만족스럽다. 어느 한구석이 뾰족하게 인상 깊진 않으나, 크게 흠잡을 만한 점도 없다. MMORPG 게임 캐릭터 스탯창으로 빗대면, 오각형이 모난 구석 없이 고른 올라운더. 햄버거 없이 감자튀김만 먹고 싶은 사람에게 추천한다. 소금 친 감자튀김의 표준으로 삼고서 다른 버거집 감자튀김과 함께 먹어보면, 비교 시식이 즐거워진다.
tip: 키오스크에서 ‘소금을 뺀 감자튀김’을 주문할 수 있다. 이 경우 대부분 감자튀김을 새로 튀겨준다.
롯데리아
잘 뿌린 시즈닝 열 감튀 안 부럽다

롯데리아 감자튀김의 특징은 맥도날드 감자튀김과 비교했을 때 선명해진다. 먹어 보면 맥도날드보다 소금 간이 적고, 맥도날드보다 더 바삭바삭하게 튀긴 걸 알아챌 수 있다. 절제된 소금 간이 인상 깊다. 소금 간에서 짧게 스치는 쓴맛과 시간이 흐르면서 강하게 치고 들어오는 감칠맛 여운을 느낄 수 있었다. 맥도날드 조미료 특유의 짠맛과 은은하게 우러난 소고기 다시다 풍 감칠맛을 싫어한다면, 롯데리아 감자튀김이 적절한 대안.

감자튀김의 소금기가 상대적으로 적은 건 ‘양념감자’라는 인기 사이드 메뉴 때문이지 않을까 짐작해 본다. 롯데리아는 프렌치 프라이를 종이 봉지에 담아 분말가루형 시즈닝을 섞어먹는 사이드 메뉴를 팔고 있다. 감자튀김이 자극적인 편의점 감자칩 맛으로 변한다. 개인적으로 추천하는 양념감자 맛은 치즈 시즈닝. 소금 간과 어울리는 조합이다. 도전적인 시즈닝으로는 실비김치맛을 소개하고 싶다. 신맛도 단맛도 아닌 기묘한 화학조미료 맛에서 나는 어느새 길을 잃고 말았다.
TIP: 롯데리아 마니아들은 SNS에 ‘양념감자 꿀조합 후기’를 올린다. 감자튀김을 더 맛있게 먹는 법을 진지하게 공유하는 사람들의 후기에서 영감을 얻자.
버거킹
버거를 돋보이게 만드는 조연

수수하다. 먹어본 감튀 가운데 가장 슴슴했다. 감자튀김 맛이 슴슴하다는 건 튀는 맛이 적다는 것. 버거킹 감자튀김은 버거 없이 먹을 때 심심했고, 버거랑 먹으면 괜찮았다. 버거킹 감자튀김에서 인상적인 양념이나 솜씨 좋은 튀김 기술은 확인할 수 없었다. 왜 이런 인상을 받았을까? 버거집 감자튀김은 기본적으로 사이드 메뉴다. 사람들은 감자튀김을 버거랑 세트로 먹는다. 감자튀김이 존재할 이유는 버거와 사이좋게 지낼 때 생긴다. 버거가 배트맨이라면 감자튀김은 로빈이다. 버거가 짠~나타나서 활약해야, 감자튀김이 날뛸 자리가 생기는 것이다. 그런 의도로 설계된 감자튀김이라는 인상이다.

맥도날드나 롯데리아처럼 자극적인 시즈닝을 좋아한다면, 버거킹 감자튀김을 심심하게 느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먹으면 먹을수록 감자 내음이 입안에 가득해진다. 나는 버거킹 감자튀김에서 강원도에서 먹었던 감자전을 떠올렸다. 노릇하게 구운 감자요리를 좋아하는 사람에게 추천하고 싶다.
TIP: 갓 튀긴 것과 식은 것의 퀄리티 편차가 무척 컸다. 가능하다면 주문할 때 튀긴 지 얼마 안 된 걸 서빙 해달라 부탁하자.
KFC
혁명이 필요한 감자튀김

버거킹과 마찬가지로 맛 자체는 수수하다. 치킨의 짠맛을 염려한 듯한 감자튀김이다. 짠 기운이 상대적으로 적다. 문제는 식감이다. 튀김이 딱딱한 편. 가장 아쉬운 감자튀김이었다. ‘튀김-시즈닝-양-식감-맛’ 그 어디에서도 매력을 느낄 수 없었다. 온기가 사라지는 순간, 맛이 정말 나빠졌다. 시식 골든타임은 픽업 후 5분 내외. 잘 만든 감자튀김은 식었을 때도 맛있다는데, KFC 감자튀김은 그렇지 못했다. 감튀를 집에 들고 와 에어프라이어에 재가열했지만, 맛이 되살아나진 않았다.

혹시나 싶어 점포 세 곳을 돌아다니며 시식했다. 점포 차이는 아니었다. 유동인구가 많은 동네에서 산 감자튀김이 그나마 맛있었다. 회전율이 높은 매장은 감자튀김을 바로바로 튀겨줄 확률이 높을 것이다. 한때 KFC는 후추향이 진한 케이준 프라이를 팔았었는데, 아쉽게도 국내 매장은 케이준 후라이를 단종시켰다. 새로운 감자튀김 출시가 어렵다면, 다른 버거집처럼 기본 메뉴 개선을 위한 필사적인 노력이 이뤄지길 기대해 본다.
TIP: 영업종료를 앞둔 매장에서는 가급적 주문을 자제하자. 맛없는 감자튀김을 만날 가능성이 높다. 차라리 21시에 열리는 1+1 치킨 조각을 주문하는 게 나을지도.
맘스터치
싸이버거의 늘 좋은 짝꿍

“야자 끝낸 고3 아들 간식 사러 버거집에 갔는데, 이 집 감자튀김이 참 맛있었어. 이건 잘 팔리겠다 싶었지.” 여담이지만 내 중학교 시절 은사님은 운영하던 보습학원을 접고 맘스터치 점장으로 직업을 바꾸셨다. 아이들을 가르치던 선생님이 패스트푸드 레스토랑 창업을 결심할 정도로 인상적인 감자튀김이라는 게 내 기억 속에 오래 남아있다.

앞서 다룬 감자튀김이 ‘소금파 감튀’였다면, 이건 ‘후추파 감튀’라고 부르고 싶다. 맛은 맵고 자극적이다. 후추향이 지배적인 가운데, 바삭한 식감이 강하게 치고 들어온다. 프랜차이즈 감자튀김 중에서 가장 바삭했다. 다른 감자튀김보다 기름기를 더 많이 머금었는지 먹을수록 입안이 느끼해지는 편이라, 다른 감자튀김보다 음료를 더 많이 마시게 된다. 콜라나 맥주와 페어링 하면 느끼함과 청량함을 헤엄치며 기분 좋은 한 끼를 누릴 수 있을 것이다. 개인적으로 가장 빠른 속도로 먹어치운 감자튀김이다. 중독성 하나만큼은 일품.
TIP: 집에서 맘스터치식 감자튀김을 먹고 싶다면, 검색창에 ‘해마로 케이준 스타일 양념감자’를 입력하자.
노브랜드 버거
감자를 위한 감자튀김

두껍게 썬 감자튀김이다. 조각이 큼지막하고 두껍다. 다른 집 감자튀김이 막대 같다면, 이 집은 마치 기둥 같다. 겉보기와 다르게 속은 부드럽다. 먹으면 먹을수록 감자가 다른 집 튀김보다 잘게 으스러진다. 튀김이라기보다는 오븐에서 구운 감자라는 인상이 더 강하다. 겉에 발린 양념 맛보다 익힌 감자 본연의 맛이 더 선명했기 때문이다. 웨지 포테이토처럼 큼지막한 감자 조각이 폭신한 식감을 선사한다.

바삭한 감튀를 좋아한다면 불호겠지만, 나는 이런 감자튀김도 마음에 든다. 우리가 감자튀김에 기대하는 식감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고 본다. 바삭한 튀김옷을 즐기거나, 잘 익은 감자속을 즐기거나. 노브랜드 버거는 후자다. ‘고속도로 휴게소 통감자’나 에어프라이어에서 조리한 냉동감자를 좋아한다면, 노브랜드 버거 감자튀김은 호감이지 않을까. 감자튀김에 고체형 분말가루가 아니라 액체형 소스를 얹는 사이드 메뉴도 제공한다. 단짠단짠을 좋아하면 ‘슈거 버터 프라이’, 다진 고기를 쓴 소스에 향신료 내음을 느끼고 싶다면 ‘칠리 치즈 프라이’를 주문하자.
TIP: 뜨거울 때 케첩을 찍어 먹을 때 가장 맛있었다. 토마토를 쓴 소스와 궁합이 잘 맞는다.
쉐이크쉑
몸값 하는 감자튀김

“다른 버거집보다 감자튀김 가격이 비싸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나?” 쉐이크쉑 감자튀김을 향한 나의 첫 번째 궁금증이었다. 가격 불만은 시식을 끝내고 바로 납득할 수 있었다. 맛있었기 때문이다. 하나의 감자 조각에 바삭함과 쫄깃함이 공존하는 게 인상적이다. 여러분은 표면에 주름이 잡힌 감자 조각을 맛본 적 있으실 것이다. 감자튀김의 세계에서는 이를 ‘크링클 컷(Crinkle Cut)’이라 부른다. 물결치는 모양이 감자 조각의 표면을 다채롭게 만든다. 여기에 성공적인 조리를 더하면, 감자 표면의 다채로운 텍스처를 입안에서 더 선명하게 느낄 수 있게 된다. 밖으로 튀어나온 테두리는 좀 더 바삭해졌고, 움푹 파인 곳은 어쩐지 쫀득했다.

“밀크쉐이크에 감자튀김 찍어 먹는 게 국룰이라고 알려져있는데, 어떤 맛이 제일 잘 어울릴까?” 두 번째 궁금증을 풀기 위해 바닐라, 솔티드 카라멜, 피넛버터, 초콜릿.. 4종의 밀크쉐이크를 주문했다. 달착지근한 쉐이크 맛이 김이 모락모락 나는 감자튀김과 만나 단짠단짠의 향연을 만들었다. 한 가지 깨달은 사실이 있다면, 감자튀김과 쉐이크를 같이 먹으면, 쉐이크 맛을 구분하는 감각이 둔해진다는 점이다. 감자튀김을 위한 쉐이크 선택이 필요하다면, 키오스크 앞에서 고민을 멈추고 아무거나 고르라 말씀드리고 싶다.
TIP: 매장에 비치된 통후추 그라인더를 활용하라. 특히 소금을 뺀 프라이를 시켰다면 필수. 감자 풍미를 더 효과적으로 끌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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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년
브랜드와 음식문화를 탐구하는 피처 에디터. 세계를 떠돌며 아름다운 논픽션을 쓰는 게 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