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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0원 커피의 최강자는?

놀랄 만한 결과가 나왔다
놀랄 만한 결과가 나왔다

2023. 08. 01

안녕, 나는 커피를 마시고, 글을 쓰는 심재범이다. 얼마 전, 엄청난 무더위에 우연히 편의점 아이스커피를 상당히 맛있게 마셨다. 편의점 커피는 맛이 없다는 편견에 뒤통수를 세게 맞은 느낌이랄까? 이후 메가커피, 컴포즈, 빽다방, 편의점의 커피를 꼼꼼히 살펴보았는데 재밌는 커피 메뉴가 많았다. 그래서 이번에는 ‘저가 커피 특별 분석’을 준비했다.

참고로, 정확성과 공정성을 위해 가장 인기가 많은 아이스 아메리카노와 업체별 시그니쳐 커피를 테스트했고, 센서리 미각 테스트 외에 커피 농도와 같은 객관적인 수치도 참고했다. 여러분의 커피 생활에 도움이 되기를 희망한다.


[1]
메가커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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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는 메가커피다. 저가 커피(개인적으로 저가 커피라는 표현을 그렇게 좋아하지 않지만, 부득이하게 익숙한 표현이라) 분야에서 가장 널리 알려진 브랜드. 저렴한 가격으로 카페인을 수혈할 수 있는 가장 큰 규모의 체인점이다. 높은 인지도, 테이크아웃 위주 소형매장, 손흥민 선수와 같은 빅모델 전략으로 소비자들에게 친숙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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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가커피의 맛은 전체적으로 평이하다. 무난한 초콜릿, 캐러멜의 특징이 있는데, 과일 향이나 꽃 계열의 향미는 거의 느껴지지 않았다. 후미가 짧고, 단맛과 같은 밸런스가 조금 아쉽다. 부정적인 측면으로 삶은 담배맛과 같은 뉘앙스가 있다. 긍정적인 측면으로 카페인의 임팩트가 강력하고 메가리카노는 균형이 상대적으로 좋았다. 맛을 기준으로, 5점 만점에 3점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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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수점과 연희점을 방문했다. 성수점은 성수역에서 소문난성수감자탕으로 가는 길에 있다. 전형적인 메가커피답게 내부 좌석 없이 테이크아웃 위주로 운영되고있다. 규모가 크지 않고 분주하지만, 매장 내외부가 비교적 청결하게 관리되고 있었다. 메가커피를 포함한 대부분의 매장은 자동 셀프 주문이다. 연희점은 흔하지 않은 메가커피 대형매장이다. 메가커피 성수는 주문과 동시에 커피가 나올 정도로 바리스타의 손이 빨랐고, 따듯하게 맞아주는 직원들의 느낌도 좋았다. 메가커피의 머신은 일관성이 아쉽지만, 강하게 볶은 커머셜 커피를 추출하는데 무난하다.

메가커피 아이스 아메리카노의 TDS는 1.44이다. 여기서 TDS는 커피 고형물의 총 농도 값을 의미하는데, 숫자가 높을수록 농도가 진하고 낮을수록 연하다. 농도값이 1.2 미만이면 질감이 매우 부족하고, 1.7 이상이면 부정적인 성분이 추출되었을 가능성이 높다. 메가커피는 전반적으로 무난한 품질이지만, 다양한 향미와 좋은 애프터와 같은 개성이 느껴지지 않았다. 아이스 아메리카노 가격은 2,000원.

  • 맛: 3점 | 위치: 5점 | 편의성: 4점 | 가격: 4점 | 만족도: 4점

[2]
컴포즈커피

메가커피와 함께 양대산맥으로 손꼽히는 컴포즈커피는 여러모로 메가와 비교가 된다. 대부분의 매장이 서로 가까운 위치에 있고, 시스템도 유사하다. 전형적인 미투 방식의 영업이지만 자체적으로 로스팅한 커피 원두를 사용하고, 메가커피보다 대형 매장이 많다는 게 차이다. 컴포즈 커피는 성수역 바로 앞에 있는 매장을 방문했다.

질감이 좋은 편이고, 센서리 테이스팅 결과가 기대 이상이었다. 콜드브루 커피는 다양한 과일과 꽃향이 느껴지는 등 스페셜티커피 품질이라 해도 괜찮은 수준이었다. 아이스 아메리카노 역시 전체적인 밸런스가 좋고, 캬라멜, 초콜릿과 같은 향미 이외에 미세한 과일, 꽃의 향미가 나타나고, 애프터와 클린컵도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유사한 체인점중에서 가장 괜찮았다. 컴포즈 커피의 농도값은 아아 1.4 TDS. 기본 커피의 질감이 좋았다.

*TDS가 1.2 미만이면, 질감이 매우 부족하고, 1.7 이상이면 부정적인 성분이 추출되었을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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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가커피와 비슷하게 에스프레소 머신은 무난한 보급형 모델이고, 머신과 그라인더 세팅은 특별한 개성 없이 무난한 커피에 적합하다. 아이스 아메리카노 가격은 매우 저렴한 1,500원, 디카페인 콜드브루 더치커피는 3,500원. 모두 테이크아웃 가격이고 매장에서 마시면 커피당 1,000원을 추가한다. 대신 아이스 메뉴에 추가 금액이 따로 없다. 결론은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기준으로 매장에서 마시면 2,500원으로 메가커피보다 500원 더 비싸지만, 포장으로 계산하면 가장 저렴하다. 참고로 메가커피와 빽다방은 테이크아웃과 매장 가격이 동일하다.

  • 맛: 4점 | 위치: 4점 | 편의성: 4점 | 가격: 4점 | 만족도: 4점

[3]
빽다방

빽다방은 성수점과 연희점 두 곳을 방문했다. 컴포즈커피는 일부 매장을 대형화, 메가는 소수 매장을 대형화했다면, 빽다방은 거의 100% 테이크아웃 위주의 소형 매장이다. 업체별로 미묘하게 지향점이 다른 게 느껴져 재밌었다. 메가커피는 테이크아웃 매장에 좌석이 거의 없다면, 빽다방은 테이크아웃 매장이라도 대부분 좌석이 있다.

빽다방에서는 아아와 아샷추를 시음했다. 아샷추는 아이스티에 에스프레소 샷을 추가한 음료인데, 몇 년 전부터 소비자 사이에서 유행하던 메뉴를 빽다방이 프랜차이즈 업체 중 가장 먼저 정식 메뉴로 등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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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아의 가격은 2,000원, 아샷추는 3,000원. 가격은 메가커피와 비슷하다. 뻭다방은 매장에 따라서 커피머신과 원두가 다른 것 같았다. 커피 머신은 매장별로 편차가 컸는데, 연희점의 경우 산레모와 안핌 자동그라인더를 사용하고 있었다. 산레모는 안정적인 추출의 에스프레소 머신이고, 안핌 그라인더는 단맛이 좋은 커피를 추출하는 데 도움이 된다.

아아의 농도값은 매장별로 차이가 매우 컸다. 성수점은 1.6TDS. 연희점은 1.2TDS. 빽다방 연희점은 농도값이 조금 낮지만, 컴포즈만큼 품질이 좋았다. 빽다방 성수점의 높은 농도 커피는 카페인 수혈에 상대적으로 유리하다. 빽다방의 인상적인 커피는 아샷추. 약간의 감미료 단맛이 있지만, 의외로 커피와 복숭아 아이스티의 궁합이 괜찮다. 저렴한 게이샤 커피에 시럽을 추가한 느낌. 동종업계 창작 메뉴 중에서 가장 괜찮았다. 이외에도 백종원 프랜차이즈의 특징 때문인지, 창작 메뉴의 종류들이 상대적으로 많았다.

  • 맛: 3~4점(매장별로 편차가 큼) | 위치: 4점 | 편의성:4 점 | 가격: 4점 | 만족도: 4점

[4]
GS25

도입부에서 얼핏 말했듯이 편의점 커피의 품질이 좋아졌는데, 그중에서도 GS25의 커피가 가장 인상적이었다. 직접 커피를 만들어야 한다는 불편함이 있지만, 매장에 비치된 스위스 생산 전자동 머신 덕에 생각보다 수월하다.

편의점 커피 테스트를 위해 GS25 도어투성수 매장을 방문했다. 도어투성수는 GS25에서 선보인 커피와 와인과 같은 음료 특화 편의점이다. 국내 편의점 고급화의 끝판왕 비주얼이지만, 모든 메뉴의 가격이 일반 매장과 동일하다. 입구에는 국내 최고의 유라 전자동 에스프레소 머신이 구비되어 있다. 다양한 메뉴 세팅, 그라인더, 원두 설정, 16g까지 사용하는 커피, 바이패스 적용까지 상업용 자동 머신의 하이엔드 버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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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S25의 대표 커피는 아이스 아메리카노. 원두의 종류를 선택할 수 있다. GS25의 일반 매장은 초콜릿과 같은 특징의 블렌딩이 기본이나, 직영 매장의 경우 케냐 싱글오리진 커피 옵션이 추가된다. 도어투성수에서는 딥다이브 블렌딩의 아이스 아메리카노와 케냐 싱글오리진 커피를 마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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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아의 가격은 2,200원으로 컴포즈와 메가의 중간 정도 되는 가격이다. 블렌딩 아아가 양질의 프랜차이즈 커피와 같다면, 케냐 싱글오리진 커피는 상당히 괜찮은 스페셜티 커피와 비슷했다. 자몽을 연상시키는 청량한 산미, 장미 향과 같은 우아한 향미, 샴페인과 같은 강렬한 임팩트, 길고 여운 있는 후미까지. 이번에 시음한 커피 중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다. 케냐 싱글오리진은 1.44 TDS, 블렌딩은 1.28TDS. 마셨을 때의 임팩트는 블렌딩 커피가 강했지만 향미 성분을 포함해 좋은 밸런스의 케냐 커피 농도가 더 진했다. 도어투성수는 커피 이외에도 다양한 와인까지 유료 시음이 가능하고, 매장 분위기와 좌석이 쾌적해서 상당히 좋았다.

  • 맛: 5점 | 위치: 5점 | 편의성: 3점 | 가격: | 만족도: 5점 

매장별로 편차가 있지만, 결론을 내면 맛을 기준으로 GS25, 컴포즈커피, 빽다방, 메가커피의 순서이고, 편의성을 기준으로 메가커피, 빽다방, 컴포즈커피, GS25 순이었다. 이외에 표기하지 않은 일부 매장이 위생이나 커피, 손님을 대하는 자세가 아쉬웠고, 자연스럽게 결과물도 별로였다. 저가 커피라는 프레임으로 스스로를 낮추는 매장은 성장하지 않았고, 기본적인 위생과 품질을 지키는 업체와 매장이 좋은 커피를 선보였다. 마지막으로, 재밌는 주제를 편견 없이 시도할 수 있게 도움을 준 디에디트 편집팀에 감사한다.

About Author
심재범

커피 칼럼니스트. '카페마실', '동경커피', '교토커피'를 썼습니다. 생업은 직장인입니다. 싸모님을 제일 싸랑하고 다음으로 커피를 좋아합니다. 아 참, 딸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