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여러분 에디터H입니다. 상큼한 레드불 썸머 에디션 한 캔 비우고 왔습니다. 이제 아이폰X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해볼까요. (혹시 애플 이벤트 내용을 쭉 살펴보고 싶으시다면 ‘여기’를 클릭하세요) 왜 갑자기 존댓말을 쓰냐면, 너무 피곤해서 친절해지고 싶은 기분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아이폰X은 아이폰텐이라고 읽어야합니다. 예전에 OS X를 오에스텐이라고 발음했던 것과 같은 이유에요. X는 로마자로 10을 뜻합니다. 아이폰은 올해로 10주년을 맞았죠. 그 사이 산전수전 다 겪었으니 사람으로 치면 서른 살 정도 된 것 같습니다. 불혹이라고 하기엔 아직 조금 덜 큰 느낌이 있으니 이립 정도로 해둡시다.
보통 신제품엔 한 두가지 기능에 ‘최초의 XXX’이라는 타이틀이 붙곤 하죠. 그런데 아이폰X은 최초가 아닌 걸 찾기가 어려워요. 몽땅 다 바꿨으니까요. ‘미래’라는 단어 만큼 이 제품과 어울리는 표현은 없습니다. 가까운 미래에서 불쑥 방문한 것처럼 급진적인 제품입니다. 공개 전에 워낙 구체적인 루머로 스펙이 유출된 만큼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했건만, 그래도 새롭습니다.
여러 분이 궁금해할 만한 질문에 답을 하며 이 제품을 살펴보겠습니다.
Q. M자 이마 왜 때문이죠?
아이폰 시리즈의 징크스죠. 출시되기 전까지 혹독하게 얻어맞습니다. 그리고 출시되면 많이 팔리죠. 이 제품도 초반에 겪어야 할 몇 가지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일단 M자 이마라고 불리는 기묘한 모양의 디스플레이 때문이죠. 저도 유출된 이미지를 통해 디자인을 확인하고 얼굴이 일그러졌던 바 있습니다.
이 제품을 처음 보면 대부분 왜 디스플레이 가운데 부분을 “가려놨을까?”라고 생각하죠. 하지만 그야말로 동상이몽. 애플은 “저 부분까지 디스플레이를 확장했다!”라는 생각을 갖고 있을 게 분명합니다. 아이폰X의 사용자 경험이 강력한 증거입니다.
보기 흉한 것은 차치하고 상단 좌우의 ‘쪼꼬미 디스플레이’의 활용도를 살펴봅시다. 한 쪽엔 시계, 한쪽엔 네트워크 시그널과 배터리 잔량이 표시됩니다. 각 공간을 야무지게 활용하고 있죠. 화면을 조작할 때도 왼쪽과 오른쪽이 각각 다른 역할을 합니다.
오른쪽 상단을 쓸어 내리면 콘트롤 센터가 샤라락 끌려 내려옵니다. 화면 왼쪽 상단을 쓸어 내리면 알림 센터가 나타나구요. 좌우의 공간이 시각적으로 분리되어 있기 때문에, 물리 버튼처럼 직관적인 구분이 가능합니다. 무슨 뜻이냐면 적응하기 쉽다는 얘기죠.
옥에 티처럼 새까맣게 자리한 상단 ‘블랙 바’ 때문에 디자인이 완전 망해버렸냐고 물으신다면, 그렇진 않습니다. 실물을 봤을 때 아이폰8 쪽이 훨씬 예쁘다는 느낌을 받긴 했습니다. 아이폰8같은 경우엔 익숙한 디자인에서 예쁘지 않은 요소는 빼고, 더 뽀샤시하고 매끈하게 다듬었으니까요.
하지만 우린 결국 새로운 것에 끌리게 됩니다. 베젤리스 디자인은 눈 앞에 가득 찬 화면 만으로 풍기는 미래적인 아름다움이 있어요. 기술의 절정과 맞닿은 사치스러운 아름다움 말이에요. 아이폰 최초로 OLED를 탑재한 아이폰X 역시 실제로 손에 쥐었을 땐 굳이 M자 이마의 탈모 상태에 눈이 가지 않을 만큼 강력한 존재감을 뽐냅니다. 무슨 뜻이냐면, M자 이마는 안타깝지만 우린 또 사게 될 것이라는 말이에요.
그리고 한 가지 덧붙이자면 후면의 세로형 듀얼 카메라가 M자 디스플레이보다 더 기이해보입니다.
Q. 그래서 저 옥에 티 같은 블랙바는 대체 뭐죠?
아이폰X이 M자 이마를 가지게 된데는 다 이유가 있습니다. 이 제품의 모든 새로움을 뒷받침하는 ‘트루 뎁스(TrueDepth) 카메라’ 때문입니다. 자, 집중하고 잘 들어보세요. 저 비밀스런 블랙바에는 전면 카메라, 도트 프로젝터, 적외선 카메라, 투광 일루미네이터 등 온갖 것들이 들어가 있어요. 저 작은 공간에 많이도 집어 넣었죠? 이 카메라 기술을 이용해서 얼굴 인식 기능인 페이스 ID를 사용하고, 애니모티콘을 만들 수 있습니다. 심지어 전면 카메라로 ‘인물 사진 모드’의 심도 표현까지 만들어낼 수 있어요.
Q. 얼굴 인식 제대로 되나요?
여러분 제 안에는 설명충이 살고 있나봐요. 누가 내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있다고 생각하면 끝도 없이 설명하고 싶어져요. 아이폰X엔 터치ID(지문인식센서)가 없답니다. 홈버튼이 없기 때문이죠. 그렇다고 촌스럽게 비밀번호로 잠금해제하고 그럴 순 없잖아요? 애플이 새롭게 들고 나온 건 바로 얼굴 인식, 페이스 ID입니다. 나도 내 얼굴을 모르겠는데, 전화기 따위가 어떻게….
자, 이제 다시 트루 뎁스 카메라를 상기해 봅시다. 도트 프로젝터가 뭘까요? 이름처럼 얼굴에 도트를 쏘는 용도입니다. 보이지 않는 도트를 3만 개 이상 얼굴에 투사해요. 내 얼굴이 어떻게 생겨먹었는지 맵을 제작하는 거죠. 쉽게 말하자면 본을 뜨는 거에요. 이 과정에서 단순히 눈, 코, 입의 모양만 보는게 아니라 얼굴 형태를 입체적으로 인식하게 되죠. 적외선 카메라는 도트 패턴을 판독해서 이미지를 포착합니다. 그리고 기존에 등록된 이미지와 일치하는지를 확인하게 되죠. 투광 일루미네이터는 어두운 곳에서도 적외선 조명을 비춰서 얼굴을 식별할 수 있게 하는 용도에요.
제가 수많은 인파를 뚫고 아이폰X 페이스 ID에 제 얼굴을 등록해보고 왔습니다. 처음에 등록할 땐, 내 얼굴을 빈틈없이 모든 각도로 보여준다고 생각하고 카메라를 향해 목운동 하듯 고개를 돌리면 됩니다. 원을 그리면서 한 바퀴 돌려줘요. 이 촬영 과정을 두번 거치면 등록 완료. 바로 사용해봤습니다. 잠금 화면 상태에서 내 얼굴을 폰 앞에 갖다대면 바로 잠금 해제. 자물쇠 아이콘으로 잠금 해제 상태를 표시해줍니다. 생각보다 빠르더군요.
그런데 뭔가 하나 더 테스트해보고 싶지 않았겠어요? 그래서 선글라스를 끼고 시도해봤습니다. 애플 스텝이 그건 안 될 거라고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지만, 그냥 해봤어요. 그런데… 잠금이 풀리더라니까요? 와우, 뜻밖의 신뢰감 상승.
사실 저는 지문만 스쳐도 인식하는 터치 ID가 애플 최고의 발명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페이스 ID가 그리 달갑지는 않습니다. 인식률이나 속도가 아무리 훌륭하다고 해도 분명 얼굴을 인식하기 어려운 상황도 올 것이라고 생각하구요. 일단 성능 자체는 검증됐지만, 실제 사용자 환경에서 만족스러울지는 조금만 더 의심의 눈초리로 지켜봅시다.
Q. 근데 홈버튼 없으면 어떻게 써요?
아, 맞다. 제일 중요한 얘기가 뒤로 밀렸군요. 아이폰X에는 아이폰의 상징과도 같은 홈버튼이 없습니다. 멘붕이 오죠. 홈버튼이 없으면 아이폰을 어떻게 깨워야 할까요. 어떻게 홈화면으로 가나요. 어떻게 멀티 태스킹을 하나요. 애플은 제법 영리한 수를 냈습니다. 10년을 적응해온 사용자 환경을 뒤집어 엎는 만큼 가장 단순한 경로를 마련한거죠.
일단 아이폰을 깨우기 위해서는 화면을 한번만 ‘탭’하면 됩니다. 손만 대도 깨어난다는 얘기죠. 그리고 홈버튼을 ‘누르는 조작’은 화면 하단을 위로 끌어올리듯 스와이프 하는 동작으로 대체했습니다. 한 손으로 아이폰을 쥔 상태에서 엄지손가락 만으로 할 수 있는 조작이기 때문에 접근성은 좋습니다. 기존에 콘트롤 센터를 꺼내던 조작이 홈버튼이 된 것과 비슷해요. 애플 스스로도 “직접 이 동작을 해보면 이것보다 더 나은 방법이 없다는 걸 알게 될 것”이라며 자신감을 표했죠. 맞습니다. 적어도 지금 스마트폰 환경에서는 이것보다 쉬운 대책은 없었을 것 같습니다.
근데요. 홈버튼을 빠르게 ‘따닥!’하고 두번 눌러서 불러내던 멀티태스킹 조작은, 예전보다 좀 난해해졌습니다. 말로는 쉽습니다. 아래서 화면을 끌어올린 상태에서 잠깐 머물러 있으면 멀티태스킹 화면으로 들어갈 수 있습니다. 바로 하단 바를 왼쪽 오른쪽으로 넘기며 앱간 이동을 할 수도 있구요. 근데 멀티태스킹 조작은 약간의 ‘경험치’가 필요할 것 같습니다. 슬램덩크의 명대사를 아시나요? 높이 뛰어올라, 두고 온다. 레이업슛을 연습하던 강백호가 들은 충고였죠. 이 조작도 비슷합니다. 아래서 끌어올려서 두고 온다. 그런데 어디쯤에, 얼마나 머물러서 두고 와야할 지 조금 헷갈립니다.
Q. 카메라 좋아요?
저는 언제나 아이폰 카메라를 ‘주광 최고 폰카메라’라고 생각합니다. 전형적인 낮이밤져 스타일이죠. 저조도에 무너지는 약점이 얼마나 극복됐는지는 모르겠지만, 아이폰X의 카메라는 흥미롭습니다. 특히 전면 카메라가요!
저는 아이폰7 플러스의 인물 사진 모드를 사랑합니다. 아이폰 최고의 걸작은 터치ID와 인물 사진 모드가 틀림 없어요. 그런데 인물 사진 모드는 ‘누가 찍어줘야만 한다’는 단점이 있었죠. 후면의 듀얼 카메라를 이용한 기술이니까요. 내 사진은 내가 직접 찍는 게 제일 편한데 말이에요. 혹시 아이폰X을 구입할 계획이 있다면, 앞으로 전면 카메라로도 예술적인 심도 표현이 된 ‘인물 사진 모드 셀카’를 촬영할 수 있다는 희소식을 전해드립니다. 심지어 새로운 기능인 ‘인물 사진 조명’ 기능도 사용할 수 있습니다.
제가 직접 촬영해봤습니다. 제 주변 사람들이 배경으로 인식되어 저만 주인공이고 나머지는 들러리인 것처럼 블러처리가 됩니다. 이 역시 아까 말한 트루 뎁스 카메라 덕분입니다. 페이스 ID에 쓰는 얼굴 매핑 기능을 활용한 거죠.
인물 사진 조명 효과로 주변부를 어둡게 처리해보았는데, 좀 과하게 적용되긴 합니다. 아직 베타 딱지를 달고 있는 기능이니 점차 좋아지겠죠. 나중엔 혼자서도 스튜디오 사진 느낌의 셀카를 찍을 수 있기를 기대해봅니다.
Q. 애니모티콘이 뭐에요?
영문으로는 ‘애니모지’라는 이름이었지만, 한국명은 ‘애니모티콘’이 되어버린 이 기능을 설명해드리겠습니다. 사실, 전 이번 행사에서 이 기능이 제일 재밌었어요. 그리고 가장 놀랍습니다. 뭐랄까요. 가장 어려운 일을 아무 것도 아닌 것처럼 장난스럽게 해내서 더 놀라버렸다고 설명하면 될까요.
애니모티콘은 엄청 특별한 기능은 아닙니다. 계속 등장하고 있는 전면 트루 뎁스 카메라를 통해 내 얼굴 근육의 움직임을 캡쳐하고, 분석해서 우리가 자주 쓰는 이모지에 우리의 표정을 덧입히는 겁니다. 근데 이 움직임이 너무나 정확해서 무서울 정도입니다. 화면 속의 이모지에게 내 영혼이 빙의된 것처럼 똑같이 움직입니다. 주변이 시끄럽지 않다면 내 목소리까지 녹음해서 따라하죠. 입모양, 고개를 돌린 방향, 눈썹을 찡그린 모양이나 입술을 오므린 모양까지 따라합니다. 내 얼굴에 뿌린다는 3만 개의 도트가 얼마나 정교하게 작동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기능이죠.
가장 놀라운 포인트는 내 안면 근육의 움직임을 파악하고 이모지의 움직임으로 표현하는 작업이 거의 딜레이 없이 실시간으로 적용된다는 사실입니다. 이런 애니메이션 작업이 모바일 기기에서 막힘없이 이루어지다니! 세상이 언제 이렇게 좋아진 걸까요. 요즘 부쩍 살이 오른 에디터H는 시연을 해보라는 사람들의 말에 자꾸 피그 이모지를 선택하며 자아성찰의 시간을 가졌습니다. 꿀꿀.
꼭 아셔야 할 필요는 없지만, 대체 어떻게 이런 실시간 모션 캡쳐 기술이 스마트폰에서 가능한지 궁금하신 분들을 위해 짤막한 설명을 덧붙입니다. 아이폰X에 들어간 A11 뉴럴 엔진은 신경망 처리를 위해 특화된 하드웨어입니다. 앞서 다룬 페이스 ID나 애니모티콘 같은 기능들이 신경망 처리를 필요로 하죠. 이런 실시간 이미지 처리를 모바일 CPU와 GPU에서 소화하려면 과부하가 걸리기 마련인데, 뉴럴 엔진은 이를 위한 머신 러닝을 전담하는 일꾼인거죠. 아이폰X의 새로운 기능을 위해 오로지 한 길만 파는 일꾼이 있으니 더 빠르고 효율적인 작업이 가능하다. 이렇게 이해하시면 되겠습니다.
어쨌든 애니모티콘은 놀랍고 재밌습니다. 이번 발표에서 개인적으로 최고의 요소였다고 생각합니다. ^0^ 요런 이모티콘으로 시작한 우리의 모바일 대화가 기술의 발전을 따라 여기까지 이르렀습니다. 디스플레이 속에서 소통하는 것이 문화가 된 이 시대에서 작은 유희가 아닐까요.
Q. 크기는 어느 정도 인가요?
아이폰X의 화면 크기는 5.8인치. 화면으로만 따지면 역대 어떤 아이폰보다도 큽니다. 제가 현재 사용중인 5.5인치 아이폰7 플러스와 나란히 두고 비교해볼까요. 아이폰X이 훨씬 작죠. 실제로 제품 크기는 아이폰7(혹은8) 보다 조금 더 큰 정도입니다.
Q. 그래서 아이폰8 살까요, 아이폰X 살까요?
아이폰8과 아이폰X은 방향이 다른 모델입니다. 아이폰X에는 새로운 기능과 가격이 덧붙여지죠. 새로운 기능들은 매력적이지만, 두 제품 사이의 우열을 가릴 정도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전까지 우리가 당연하게 누려온 모든 사용자 경험을 새로 학습하라고 말하는 모델입니다. 불편하고 낯설겠죠. 그런데 이런 결정에서 결정을 좌지우지하는 건 언제나 ‘느낌’입니다. 어떤 제품을 사는 게 내 만족감을 더 채워줄지에 귀 기울여 보세요. 편안하고 예쁜 애냐, 낯설고 미래에서 우주선 타고 온 것 같은 애냐! 여러분은 이미 가슴 속에 정답을 품고 있습니다.
화끈한 팀킬이 될지, 수익 창출의 투트랙 전략이 될지는 아직 모르겠습니다. 사실 이 두 제품을 동시에 내놓은 게 현장에 있었던 제 입장에서도 조금 의아한 일이기도 하구요. 그치만 재밌잖아요. 여러분?
Q. 그래서 너님은 뭐 살 거에요?
여러분, 저는 둘 다 써볼 겁니다. 리뷰로 만나요.
About Author
하경화
에디터H. 10년차 테크 리뷰어. 시간이 나면 돈을 쓰거나 글을 씁니다.